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81)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81화(81/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81화
드디어……! 드디어 이 망할 시스템이 일을 하는구나!
내가 이제까지 넣었던 수많은 문의를 떠올리며 치밀어 오르는 감격에 입을 틀어막았다.
‘일부’라는 단어가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업데이트를 해 주는 게 어디인가.
“내 말이 그렇게 감격적이야……?”
떨떠름한 목소리로 묻는 서예현에게 습관적으로 무슨 헛소리냐고 대답할 뻔하다가 겨우 말을 삼켰다.
‘아, 맞다. 사이 개선도.’
여전히 입을 틀어막은 채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자 사이 개선도가 1% 올랐다.
서예현이 이런 거로도 감동받는 여린 멘탈의 소유자라 다행이었다.
진솔한 대화의 부작용은 어색함이었다.
서로를 물어뜯는 화법이 더 익숙했던 터라 그렇게 물어뜯고 난 후에 서로를 대하는 건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이런 낯간지러운 대화 이후는 면역이 없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룸메이트였기에 방에 들어가도 계속 얼굴을 봐야 했다.
어색한 눈치 게임이 시작되었다. 곁눈질로 힐긋거리며 누가 먼저 방에 들어가느냐를 가늠하던 중, 서예현이 먼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혹시 방에 들어갈 거야?”
“아니, 거실에 있을게. 형이 들어가.”
그 말에 얼굴이 밝아진 서예현이 냉큼 우리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홀로 남은 나는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대고선 당장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했다.
[※업데이트 목록※] [▶초심도 감점 조건 ‘동태눈깔’을 스케줄 및 팬 대면 시로 제한] [▶금지어 ‘아, 진짜’ 및 파생 금지어 들을 스케줄 및 팬 대면 시로 제한] [▶랜덤 티켓 유효기간 추가] [▶위클리 퀘스트 ‘서치’ 인정 시간 10분 → 20분 변경]위의 두 개는 내가 제일 간절히 원했던 거라지만 밑의 두 개는 건의는커녕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새끼, 지금 약 주고 병 주냐?
아니, 저 망할 시스템에게 가스라이팅당해서 그렇지 저 위 두 개는 약도 아니었다.
존나게 당연한 거였다!
‘그래도 위에 두 개가 어디야.’
곧바로 평상시에도 빡 뜨고 있던 눈에 힘을 뺐다. 그래, 사람이 어떻게 365일 눈에 힘주고 초롱초롱 생태눈깔로 살겠어.
나랑 사이 개선도가 47%밖에 안 되는 김도빈이 벌컥 제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소파에 힘 뺀 눈으로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형, 눈을 왜 그렇게 뜨고 계세요……? 무서운데요…….”
“아, 진짜?”
“네, 예현이 형이랑 또 싸우신 줄 알았어여.”
“아, 진짜?”
초심도가 깎이지 않았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대신 김도빈과의 사이 개선도는 46%로 깎였다. 서예현이라는 산을 겨우 넘었더니 김도빈이라는 산이 또 있을 줄이야.
“이리 와서 앉아 봐라.”
슬금슬금 제 방으로 들어가려던 김도빈을 부르며 소파 옆자리를 탁탁 쳤다.
사고 친 똥개처럼 눈동자만 데구루루 굴리던 김도빈이 쭈뼛거리며 와서 앉았다.
“뭐가 문제인지 말 좀 해 봐.”
“문제없습니다!!”
바짝 군기가 든 채로 대답하는 김도빈의 모습에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문제 있잖아. 탓하려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뭐가 문제인지 네 말을 좀 듣고 싶다고.”
“진짜 솔직하게 말해도 뭐라 안 하실 거예요?”
누누이 말하지만, 네가 그딴 식으로 말하면 남들이 내가 너 갈구고 사는 줄 안다니까.
웅얼거리는 대답에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꾹 문질렀다.
“그러니까, 내가 대답을 건성으로 해서 내가 너를 귀찮아하는 줄 알았다고?”
김도빈이 서러워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이 아, 진짜가 뭐예요. 무슨 동태눈깔 7년 차 아이돌의 성의 없는 팬싸 대답도 아니고…….”
“그건 ‘아, 진짜요’고.”
나는 네가 이러는 게 더 귀찮다, 도빈아.
그럭저럭 한 사람 몫은 하고, 안무 쪽은 거의 전담으로 맡고 있는 데다가 끝판왕인 서예현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김도빈도 상당한 개복치 멘탈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유형은 알아서 선 딱딱 지키며 살갑게 치대 오는 류재희 같은 유형이었지, 알아들을 수 없는 오타쿠 발언들을 하며 툭하면 사람 눈치 보고 이상한 상상이나 해 대는 김도빈 같은 유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사정이었고, 나는 어떻게든 2년 안에 이 녀석과의 관계 개선도를 100%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회귀였다.
다시 <내 우주로 와>를 부르며 망할 소속사와 타이틀곡을 건 치열한 전쟁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 뭐가 문제일까.”
류재희의 방에 쳐들어가 류재희를 밀어내고 그의 침대에 드러누워 한탄하자 류재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형의 지금 이런 행동들요.”
가볍게 무시하고 계속 한탄했다.
“아, 아니. 보니까 준이한테는 그래도 살갑게 치대던데 왜 나한테는 그렇게 불편하다는 티를 팍팍 내지?”
“그러니까, 따지자면 이거죠. 맨날 돌봐 주는 엄마와 일하느라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얼굴 많이 못 보는 아빠.”
“누가 들으면 19살이 아니라 19개월 영유아 이야기인 줄 알겠다.”
헛웃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너는 안 그러잖아.”
“도빈이 형이랑 저랑 같나요. 그 형 낯가림 은근 심해요. 상상력은 또 쓸데없이 풍부하고.”
“그건 내가 잘 알지.”
내가 바로 김도빈 망상 극장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니던가.
덕분에 어디 갈 때 꼭 보고하는 습관까지 생겨 버렸다. 그냥 지나가는 에피소드 정도로 생각하긴 했지만 나도 나름 충격이었나 보다.
“그리고 형은 섬세함이 부족하죠. 어떻게 보면 도빈이 형이랑 최악의 상성임요.”
“나랑 서예현 상성보다 더?”
“제가 봤을 때 예현이 형이랑 형의 사이는 둘 다 자존심만 좀 꺾고 서로를 배려하면 충분히 해소될 사이였고, 형이랑 도빈이 형은 그냥 태생부터 안 맞는 사이에요. MBTI 검사하면 다 정반대 나올걸요.”
이때도 MBTI는 있었군. 미래처럼 엄청난 열풍! 이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새삼스러웠다. 회귀 전에는 신경도 안 썼던 문제였는데 말이다.
‘아, 그래서 멤버들과의 사이가 그 꼴이 났나.’
서로에게 말도 걸지 않던 회귀 직전의 과거를 떠올리자 쓴웃음이 났다.
“그럼 대체 어떻게 대해야 걔랑 내 사이가 괜찮아지려나.”
“그냥 이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아요? 아예 파탄 난 것도 아니고. 분명 도빈이 형은 형이 친절하게 대해 주면 저 형 갑자기 무섭게 왜 저러냐고 벌벌 떨 걸요.”
그 모습이 아주 잘 상상이 가서 문제였다. 차마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 채 앞머리만 쓸어 올렸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는 봐야지.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수는 없잖아.”
2년 안에 사이 개선도 100%를 채워야 내가 회귀를 다시 안 한다고.
진실성 가득 담긴 대꾸에 나를 빤히 보던 류재희가 충고를 건넸다.
“일단 이름부터 제대로 부르세요. 도비 말고.”
슬쩍 히든 퀘스트 창을 확인해 보니 류재희의 사이 개선도가 1% 올라 있었다.
누구는 대꾸 좀 설렁설렁한 거로 뚝뚝 떨어지던데 누구는 대화만 해도 오르네.
어이, 시스템. 멤버별 가이드라인이라도 좀 주면 안 되냐?
* * *
[HI-TN] 리패키지 앨범은 타이틀곡 하나와 수록곡 하나를 추가해서 발매하는 것으로 일찍이 결정됐다.부터 [HI-TN] 앨범까지, 두 활동을 연속으로 중박 친 덕분에 내 발언권이 꽤 커졌다.
지난 앨범 타이틀곡인 가 스트릿 분위기에 약간의 청량을 끼얹은 거라면, 이번 리패키지 앨범 타이틀곡은 완전히 청량 콘셉트로 가기로 했다.
타이틀곡인 는 하이틴 느낌이 물씬 나는 경쾌한 댄스곡이었다.
1월부터 틈틈이 작업해 놓은 덕분에 컴백 일자는 별 이견 없이 3월 말로 잡혔다.
“이거 백프로 대박 친다니까요? 제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요.”
“올라잇올나잇 때도 똑같은 말 했다, 너.”
“이건 그거보다 더 대박 칠 듯요.”
뮤비 촬영장에서 젖은 몸에 큰 수건을 두른 채로 썬베드에 늘어져 류재희와 대화를 나눴다.
수중 씬과 수영장에서 노는 씬이 있는 터라 다들 꼼짝없이 입수 행이었다.
그나마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한 3월 초라 다행이었다. 물 안에서 억지로 뜬 눈이 뻑뻑했다.
“왜 이전 활동부터 내 머리만 아주 색깔이 휘황찬란하냐.”
애쉬핑크 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머리로 염색한 후로 딸기우유와 솜사탕에 노이로제가 생길 지경이었다.
“형은 타고난 인상 자체가 세서 청량 컨셉 하려면 이런 깜찍한 머리 색으로라도 인상을 좀 죽일 필요가 있음요.”
레드브라운 컬러로 염색한 류재희가 뜨거운 보리차를 홀짝이며 대꾸했다.
금세 축축해진 수건에, 새 수건을 받기 위해 코디들이 있는 쪽으로 가다가 류재희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김도빈을 마주했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잘도 뛴다고 생각하자마자 쭉 미끄러져 몸 균형을 잃은 김도빈의 옷 뒷덜미를 덥석 잡았다.
“뒤통수 터지려고 작정했냐. 미끄러우니까 병원 실려 가기 싫으면 뛰지 마라.”
저도 놀랐는지 커진 눈으로 나를 마주 보는 김도빈에게 충고해 주고 다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한 5~10% 정도 올라 있을 것이라 예측한 사이 개선도는 그대로였다.
이 서예현 같은 자식. 아, 이젠 아니지. 이 서예현보다 더 못한 자식.
어느새 내 썬베드를 차지하고 드러누워 버린 김도빈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견하준의 옆에 털썩 앉았다.
“준아, 대체 뭐가 문제일까. 보통은 뒤통수가 깨질 위기에서 구해 주면 고마움을 느끼면서 사이가 개선되지 않나?”
“물론 네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생색을 냈다던가?”
“아니, 전혀. 나는 그저 뒤통수 터지려고 작정했냐고, 병원 실려 가기 싫으면 뛰지 말라고 충고만 했을 뿐인데.”
“음, ‘뒤통수 터지려고 작정했냐’를 떼는 게 좋겠어. 그 말이 뒤의 걱정을 모두 상쇄시켜 버린달까.”
“그 말도 나름 걱정의 의미로 해 준 말인데?”
“듣는 사람도 걱정으로 느껴져야 걱정이지.”
서로에게 욕 박는 게 일상이면서도 마음 하나 안 상하는 인간들이랑 부대끼며 살아오다가 여린 개복치 멘탈들을 대하려니까 죽을 맛이었다.
막내 라인에게 따스한 물이라도 건네주면서 사이 개선을 해 보라며 견하준에게서 심부름을 얼결에 떠맡은 나는 따뜻한 물이 든 종이컵 두 개를 든 채로 어슬렁어슬렁 썬베드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요즘 이든이 형이 이상하다고! 진짜 요즘 유해졌다니까? 도비라고도 안 부르고! 눈은 스케줄 없을 땐 힘이 좀 빠진 것 같긴 한데, 어쨌든.”
김도빈의 입에서 나온 내 이름에 기척을 슬쩍 죽이고 녀석들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든이 형 설마 시한부 판정받은 거 아니야……?”
“우와, 최악의 추리다. 그 말 절대 이든이 형 앞에서는 하지 마. 그 말 듣자마자 다시 예전의 악귀이든으로 컴백하실 듯.”
“아니, 들어 봐. 생각해 보니까 그 형 각혈도 두 번이나 했잖아. 그리고 그 형이 아무리 유해졌다고 해도 아직은 악귀이든-”
“뭔 이든?”
뻣뻣하게 굳은 채 삐꺽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김도빈의 정수리와 슬그머니 내빼려는 류재희의 정수리를 양손으로 콱 부여잡고 시원한 두피 마사지를 선사해 주었다.
이 자식들이 뒤에서 나를 그런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단 말이지?
사이 개선도 올리는 데에 제에발 협조 좀 해 주라, 망할 도비 자식아. 나 진짜로 또 회귀하기 싫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