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82)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82화(82/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82화
레브의 라이트 팬, 이 모 양은 그녀에게 레브를 영업했던, 레브의 진성팬인 같은 반 친구가 톡으로 보내 준 링크를 보며 고심에 빠졌다.
1화인가 2화인가에서 재미없어서 탈주했던 <마이돌 관찰카메라-레브 편>.
친구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재미있다며 호들갑을 떨어댔지만, 1화와 2화도 재미있다고 한 녀석이었기에 별 믿음은 가지 않았다.
원래 좋아하는 아이돌은 얼굴만 봐도 재미있는 법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그녀의 친구는 객관성을 잃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침 시간도 널널하겠다. 이 모 양은 속는 셈 치고 링크를 터치했다.
많아 봤자 10만이던 다른 편과 달리 꽤 높은 조회 수가 눈에 들어왔다.
‘진짜 재미있는가 본데……?’
동영상을 재생시키자 카페 테이블에 모여 앉은 레브의 모습이 제일 먼저 보였다.
[마이돌 관찰카메라 첫날의 회의] [-그냥 바다 가자, 바다.] [-겨울 바다는 재미없잖아요.] [-그러면 산 갈래?] [-역시 바다가 좋을 것 같음요.]화이트보드에 휘갈기듯 적은 ‘바다’라는 글씨가 점점 클로즈업되면서 장면은 해변가에서 뛰어노는 레브의 모습으로 변했다.
[-나 잡아 봐라!] [-이걸 굳이 우리끼리 해야 해?] [-지금 우리 모래사장 위에 낙서도 했고, 발도 담갔고, 이제 더 할 게 이거밖에 없어, 도빈이 형. 그렇다고 저렇게 무료한 표정으로 해변가 산책하고 있는 형들을 시킬 수는 없잖아.] [겨울 바다에서 즐겁게 노는 레브!]‘오, 진짜 개노잼인데.’
대체 어디가 즐겁게 논다는 건지……? 입수도 안 하고 눈 맞으며 해변가만 걷고 있는 장면을 계속 보고 있기엔 이 모 양의 덕심과 인내심은 그리 깊지 않았다.
이 모 양은 동영상을 띄워 놓은 화면에서 나와 친구에게 5분 분량의 솔직한 시청 감상을 보냈다.
그러자 친구의 다급한 메시지가 돌아왔다.
[아제발계속봐줘 거기가 제일 개노잼구간이고 그후부턴 쭉 존잼임] 오후 10:30 [말하자면 앞부분은 나름의 페이크임 아진짜 이거 모르고 봐야지 더 꿀잼인데!] 오후 10:31 [님 탈주하지 말라고 알려 주는 거임] 오후 10:32믿고 10분까지만 봐 본다는 답장을 보낸 이 모 양은 다시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그녀가 멈췄던 부분에서 30초가 지나자 갑자기 차로 이동하는 레브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콘텐츠 주제가 바다 아니었나……? 5분 만에 바다에서 노는 장면이 끝나도 되는 거야?
이 모 양이 당황하든 말든 바다는 점점 멀어졌다.
마트에서 열심히 장을 보는 장면이 짧게 담겼다.
하준과 예현의 눈을 피해 몰래 저들이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담다가 들키는 건 소소한 웃음거리를 주었다.
산길을 달려 곧 낡은 펜션 앞에 차가 멈춰 섰을 때, 하늘은 벌써 어둑해지고 있었다.
열쇠를 받아 든 도빈이 문을 활짝 열자, 동시에 새하얀 무언가가 그를 덮쳐 왔다.
[-으아악!]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무언가!]거의 울먹이는 도빈을 뒤로한 채, 이든이 밧줄에 매달린 사람 크기의 인형을 툭툭 쳤다.
잔뜩 번진 눈과 입이 공포심을 자극했지만, 이든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뭐야, 그냥 인형이네.] [-집에 가면 안 될까요. 벌써 숙소 가고 싶다…….]하지만 이끄는 손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펜션 안으로 들어간 도빈은 벽에 걸린 창문 같은 귀신 액자들을 보고 다시 한번 우렁찬 비명을 터드렸다.
[-저희는 바다 간다고 했지. 귀신의 집 간다는 소리는 안 했는데여!] [과연 그럴까?]화면이 되감기며 제일 처음으로 등장했던, 카페에서의 회의 장면이 나왔다.
도빈이 손을 번쩍 들며 의견을 냈다.
[-귀신의 집은 어때요?] [-겁도 많은 놈이 뭔 놈의 귀신의 집. 형은 거기서 기절한 너 업고 나오고 싶지는 않다.]귀-신-의-집-은-어-때-요.
슬로우 모드로 오디오가 다시 한번 재생되고, 다시 펜션 안 장면으로 돌아왔다.
[작은 의견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들어드리는 마이돌 관찰카메라!]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도빈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 모 양이 웃고 있자, 그녀의 진성팬 친구에게서 톡이 또 도착했다.
[안 멈추고 봤으면 지금쯤 펜션 입성 부분이이겠구먼] 오후 10:42오컬트와 호러에 관심이 많은 이 모 양에게 있어서 최고의 콘텐츠였다.
[15:23 이 부분이랑 21:01 이 부분] 오후 10:45시간을 메모해 놓은 이 모 양은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무섭게 꾸며진 방들을 하나씩 오픈해 보는 레브 멤버들의 모습이 나왔다.
옷장을 열었다가 옷장 속 귀신과 강제로 포옹하고, 무심코 이불을 들췄다가 피투성이 인형을 발견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서예현의 삿대질에 무심코 시선을 따라 옮기자마자 뒤로 나뒹구는 도빈의 리액션은 개중 압권이었다.
도빈에게 묻혀서 그렇지 유제의 리액션 역시 못지않았다.
막내 라인이 레브 내의 공식 쫄보라는 게 공인된 순간이었다.
예현은 아닌 척 움찔거리다가 천장에 붙어 있던 귀신 사진과 눈을 마주치고, 시원한 비명을 지르며 침착함 연기를 말아먹었다.
반면 동갑즈라고 불리는 이든과 하준은 무엇이 튀어나오든 아주 차분했다.
두 사람이 별로 겁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ASMR 드립을 치는 이든에게 이 모 양이 감탄할 정도였다.
친구가 알려 준 15분 23초는 유제와 도빈이 선택한 방으로 들어가는 파트였다.
무당집처럼 꾸며 놓은 방은 화면 너머로 보는데도 음산함과 공포심을 선사했다.
15분 23초에 멈춘 이 모 양은 화면에 뜬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삼켜 냈다.
화면에 뜬 향 연기가 비명 지르는 사람 얼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그 형상이 너무 선명했다.
급히 동영상을 재생시키자 연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허공으로 흩어지고 레브 멤버들의 모습이 다시 화면에 비쳤다.
[-오, 먼지 쌓여 있었으면 오래 방치된 것 같아서 더 실감 났을 텐데.] [-지금도 충분히 무서운데요…….]다행인지 불행인지 레브는 벽에 붙은 탱화와 모형으로 된 제단 위의 제사 음식들을 구경하느라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하나하나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도빈을 보면 역시 모르는 게 약이다 싶었다.
저걸 봤으면 도빈은 아마 기절하고도 남았으리라.
이든을 제외한 모두가 방에서 못 자겠다는 것에 동의했기에 레브 멤버들은 방에서 이불과 베개를 가져와 거실에 깔았다.
[-형, 못 들어가겠어요! 저 진짜 저기 들어갔다가 살 맞을 거 같아요!] [-아니, 무당도 없는데 뭔 놈의 살은 살이야.]도빈의 땡강 덕분에 무당집 콘셉트의 방은 이든이 들어가서 이불을 들고나왔다.
이든이 괴담 이야기를 하려다가 막내 라인에게 저지되고, 창문을 확인하고 온 예현이 눈이 장난 아니라며 고립을 걱정했다.
[-괘종시계 안에서 갑자기 귀신 기어 나올 거 같다고요! 자고 있는 제 옆에서 쪼그려 앉아서 제 귀에 괘종시계 소리 속삭일 것 같단 말이에여!] [-그냥 공포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해라. 오스카상도 타겠다, 아주.]갑자기 울리는 괘종시계에 한바탕 호들갑을 떤 후에 다들 피곤한지 곤히 잠에 빠져들었다.
배경음으로 뚱땅거리는 오르골 자장가와 함께 흐느낌 소리가 깔렸다.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 [그래도 레브는 잘도 잔…….] [-으아아아아악!] [-아아악!]비명과 함께 두 명이 동시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예현과 유제였다.
동시에 친구가 말한 21분 1초가 도래했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찾지 못한 이 모 양이 톡을 보내자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마이돌귀신.gif)] 오후 11:21 [얘네 소리지를 때 여기 귀신 액자 지 혼자 갑자기 흔들림] 오후 11:22다시 10초 전으로 돌려서 확인해 보니 정말로 액자가 저 혼자 흔들리는 것이 화면에 담겼다.
액자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도 아니고 카메라가 거실 전체를 담고 있을 때 흔들린 거라 조작이라 하기도 뭐했다.
[-뭐야? 뭔데?] [-무슨 일 있어?] [-끄아악, 산장 살인마? 귀신?] [비명을 듣고 하나둘 일어나는 멤버들!]나머지 세 멤버도 눈을 비비며 비척비척 상체를 일으켰다.
[-아니…… 가위를 눌렸는데…… 빨간 옷 입은 긴 머리 귀신이 제 목을…….] [-뭐? 재희 너도?] [-형도요?]서로를 바라보며 이불을 꽉 붙잡고 덜덜 떨고 있는 예현과 유제, 둘에게 이든이 찬물을 끼얹었다.
[-굉장히 전형적인 상상 속의 귀신 모습 아니냐? 그냥 상상력이 만들어 낸 악몽이잖아.] [-그런데 두 사람이 똑같이 그 악몽을 꾸는 게 가능해요?]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차마 다시 잠들지 못하는 셋과 주섬주섬 다시 이불을 덮는 동갑내기 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담겼다.
다시 이불을 목 끝까지 덮는 이든을 흔들며 도빈이 울먹거렸다.
[-형…… 진짜 귀신 있나 봐요…… 아까부터 계속 흐느끼는 소리가 나요…….] [-어어, 누가 봐도 녹음기. 방에도 하나도 설치되어 있는 거 봤잖아. 됐지? 자자, 이제, 제에발.] [-사실 녹음기가 아니라면요? 저희는 지금 녹음기가 진짜 이 거실에 존재하는지도 모르잖아요. 저 진짜 녹음기 제 눈으로 확인 안 하면 잠 못 자겠어여…….] [-아이고, 내 팔자야.]이든이 한탄하며 반쯤 뜬 눈으로 다시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의외로 이든이가 도빈이 말 다 들어 주네.’
음악 관련된 일이 아니면 평소에는 멤버들에게 져 주고 산다는 게 진짜인 듯싶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보물(X) 녹음기(O) 찾기] [↙녹음기는 이쪽]소파 밑쪽을 가리키는 화살표와 자막이 떴다. 레브 멤버들은 제작진의 의도대로 소파 밑은 확인할 생각도 않고 애꿎은 곳들만 뒤지고 있었다.
[-원래 이런 건 이런 액자 뒤에 숨겨 놓는 게 공식이지. 어라, 없네.] [-벽난로 안에 있는 거 아닐까? 으, 먼지…….]겁쟁이 셋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눈에 보이는 곳만 깔짝거리며 뒤지고 있었고, 정말로 녹음기가 숨겨져 있을 만한 곳을 적극적으로 뒤지는 건 모두 동갑즈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소파 밑은 확인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녹음기는 끝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녹음기 찾기를 포기한 레브는 흐느낌 소리를 배경음 삼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빠른 재생으로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 걸 보여 주고, 완전히 아침이 되었다.
[-아침에 운동하는 게 습관이라……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고 와야죠.]현관에 설치된 카메라에 대고 어색하게 말한 예현이 해가 환하게 뜨고 나서야 마음을 놓고 이불 위로 드러누운 나머지 멤버들을 힐긋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같이 갈 멤버들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네요.]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현관문을 열던 예현의 얼굴이 단번에 심각해졌다.
[-문이 안 열려.] [-뭐?] [※비상사태※] [폭설로 인해 숙소에 고립된 레브!?]호러물에서 갑자기 조난 서바이벌물로 장르가 변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