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83)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83화(83/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83화
펜션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눈이 펄펄 내리는 중인 야외로 바뀌었다.
[-어떡하죠, PD님? 차가 못 올라간다는데요.] [-큰일이네. 이를 어쩐다냐…….] [밤새 쌓인 눈 때문에 펜션까지 진입 불가능]산길에 가득 쌓인 눈 때문에 차가 진입하지 못하자, 당황해하는 제작진들과 레브 매니저의 모습이 나왔다.
PD가 이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침착했다. 이래서 리더를 맡은 건가 싶었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거실에 모여 있는 레브를 보여 주었다.
[-이 귀신의 집에서 하루 더 묵어야 한다고……? 이건 산장의 저주야! 이 귀곡산장의 저주라고!]머리를 부여잡은 도빈이 소리치자 옆에서 이든이 혀를 찼다. 하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문제가, 우리 어제 장 봐 온 게 어제 한 끼 양이야.] [-괜찮아요, 하준이 형. 저희가 어제 마트에서 장 볼 때 몰래 더 넣었어여.] [-그래서 너희들이 계산하고 올 테니까 나한테 박스 만들고 있으라고 했구나. 몰래 산 건 어디에다가 뒀어?] [-저희 주머니에 넣어 놨다가 형이 냉장고 정리 다 끝내시고 냉장고 안쪽에 슬쩍 숨겨 놨죠.] [-철저하다, 철저해.] [-제일 적극적으로 협조하신 이든이 형이 할 말은 아닌듯함요.] [딱 걸린 이든]하준이 휙 돌아보자 이든이 모르쇠 딴청을 부리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전기가 끊길지도 모르니 벽난로에 불을 피워야 한다는 둥.
미리 요리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둥,
진지하게 회의를 나눈 레브는 곧 착착 역할을 분담했다.
하준은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를 시작했고, 나머지는 창고까지 가는 길에 수북이 쌓인 눈을 제설용 삽으로 파냈다.
막내라는 이유로 삽 대신 캠코더를 들고 있던 유제가 중얼거렸다.
[-어라, 이거 데자뷰?] [레브는 대체 어느 부분에서 데자뷰를 느낀 것인가?] [이야기는…… 닷새 전으로 흘러간다.]카메라를 되감듯, 화면이 쭉 뒤로 역재생되더니 반지하 숙소에 모여 있는 레브가 나타났다.
[-오, 드디어 휴가다.] [-휴가 때 다들 뭐 할 거예요?] [-집에 가서 푹 쉬어야져! 휴가 끝날 때까지 밖으로 안 나올 거예요.]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작업실에 장비도 설치하고 그래야지.] [-나도 도빈이처럼 집에 있을걸, 아마?] [-나는 아마 숙소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본가까지 왔다 갔다 하면 시간 다 가서.] [-저는 딱 하루만 집에 있을 거예요! 나머지는 막 싸돌아다닐 거임요!] [휴가 계획을 세우며 잔뜩 들뜬 레브]상기된 목소리로 떠들며 한껏 기대에 찬 표정을 짓던 레브는 화면이 한 번 깜빡이자, 우중충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침묵 속에서 이든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저희는 지금 폭설 때문에 숙소에 갇혔습니다. 눈이 쌓여서 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그래서 본격 조난 특집입니다. 아니, 고립 특집이라고 해야 하나.]자료화면으로 매니저와 주고받은 문자 화면과 눈이 가득 쌓여 문을 막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보통 이런 건 귀신 나올 것 같은 산장에 갇히던데 저희는 반지하 숙소에 갇히네여.]도빈이 아깝다며 과장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그리고 그 장면은 귀신의 집처럼 꾸며진 펜션에서 옷장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귀신을 보며 비명 지르는 도빈의 모습과 교차 편집되었다.
먹을거리가 제법 있는 냉장고와 멀쩡하게 작동 중인 보일러 장면이 차례로 지나갔다.
덕분에 조난 상황이라는 긴장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고립된 집 탈출기 특집으로 바꾸죠.] [삽 대신 쓰레받기 등장!?] [-진심이야, 도빈아……?]아주 조금 굴을 파 놓은 도빈이 이든에게로 쓰레받기를 넘겼다. 이든이 눈을 파내는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드디어 완성된 굴로 이든이 탈출하고, 주민센터에서 대여해 온 제설용 삽으로 열심히 현관문 앞을 치우는 레브의 모습이 점점 페이드 아웃되며, 다시 창고까지 삽질을 하는 세 명의 모습으로 장면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조난 경력자(?)였던 레브] [-그러고 보니까 우리 숙소 앞 눈도 이렇게 치웠었져.] [-이야, 떡밥 회수를 이렇게.] [-떡밥이 아니라 프리퀄 아니냐?] [-와, 그래도 이전에 삽질 한번 해 봤다고 다들 좀 익숙해진 듯요?] [-이런 거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장작을 안고 돌아가는 장면과 이든이 현관문 앞의 눈을 열심히 치우는 장면.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를 하는 장면이 훅훅 지나갔다.
[-인터넷이 안 되는 세상은 참으로 심심하구먼.] [인터넷까지 불능 상태]이제까지는 웃으며 봤지만, 인터넷까지 끊겼다니까 정말로 재난 상황임이 와 닿았다.
[갑자기 어두워진 펜션!] [-전기 끊겼어?] [-그런 것 같은데요.] [-벽난로에 불붙여 놔서 다행…….] [-장작 더 가져와야 하는 거 아니야? 창고 같이 갈 사람?]전기까지 끊겼냐고! 제작진 미친 거 아니야? 저런 데를 데려가면 어쩌자는 건데! 울 오빠들 큰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어!
어느새 레브의 라이트 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 모 양이 분노로 씩씩거렸다.
제일 먼저 이든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며 일어나 말했다. 예현과 하준이 따라서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다.
눈치 보면서 슬금슬금 엉덩이를 바닥에서 떼는 막내 라인에게 앉아 있으라 손짓하고 연장자 셋이 나갔다가 장작을 가득 들고 돌아왔다.
[-와, 아직도 눈 내려. 우리 내일도 못 내려가는 건 아니겠지?] [-야, 말이 씨가 된다니까.] [과연 레브의 운명은……?]벽난로 옆에 장작을 놓아둔 예현이 손바닥을 바닥에 대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보일러 꺼져서 그런지 바닥 너무 차가운데. 감기 안 걸리려면 이불 더 깔아야 할 것 같아.] [-그러고 보니까 옷장에 이불 있었던 거 같은데.] [-어디 옷장이요?] [-귀신 마네킹 있던 옷장이랑 무당집 컨셉 방 장롱. 뭐 있는가 한 번 열어 봤거든.]화면이 전환되며 하루 전, 무당집 컨셉의 방에서 다른 멤버들이 꼭 붙어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안, 슬쩍 장롱을 열어 보는 이든의 모습이 짧게 나왔다.
[-다른 방에도 이불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다 꺼내 오자. 어제 보일러 틀었는데도 바닥 좀 찼잖아.] [-저는 절대 못 가요. 저는 데려가지 마세요.] [이미 잔뜩 겁먹은 도빈]한숨을 푹푹 내쉬며 캠코더를 집어 든 이든이 몸을 일으켰다.
[-도빈이 빼고 네 명이 한 방씩 들어가서 챙겨 오면 되겠…… 뭐야?]제 옷자락을 쥔 두 손에 이든이 말을 멈췄다. 유제와 예현이 그의 옷을 붙들고 멋쩍게 웃고 있었다.
막상 혼자 남겨질 위기에 처하니 그것도 무섭다고 따라붙은 도빈까지, 레브 전체가 이동했다.
제일 먼저 들어간 건 옷장에 귀신 마네킹을 숨겨 놓았던, 이든이 선택했던 방이었다.
전기가 끊겨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방은 어두컴컴했지만, 휴대폰 플래시 다섯 개는 충분히 밝았다.
옷장 안에 있는 이불을 꺼내려면 옷장을 열어야 했기에 겁쟁이 셋은 멀찍이 떨어져 등을 돌리고 있었다.
이든이 옷장 문을 열어젖히자 비스듬하게 세워 놓은 귀신 마네킹이 그들을 반겼다.
귀신 마네킹의 발밑에 있는 이불을 휙 빼자 마네킹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엎어졌다.
[-오, 오우…… 마네킹 깨진, 박살 난 건 아니겠지.] [-금 갔네.] [-내가 물어내야 해? 아니지?]이마에 금이 간 마네킹을 곱게 침대에 눕혀 놓은 이든 덕분에 옷장 닫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유제, 도빈, 예현 셋이 침대를 무심코 보고 식겁한 건 소소한 헤프닝으로 넘어갔다.
첫 번째 방에서 구한 이불을 유제와 도빈이 들고 거실로 향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방에서도 이불을 챙긴 후, 마지막 방으로 향하는 건 오직 이든 한 명이었다.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와, 어둡다.] [상남자의 감상 끝]제가 방울을 건드려 방울 소리가 방 안에 음산하게 차르르 울리는데도 동요 없이 장롱을 연 이든이 두툼한 솜이불을 챙겨 나왔다.
[-저기 혼자 들어갔어요? 진짜로?] [-그럼 가짜겠냐.]픽 웃은 이든이 팔을 뻗어 유제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안녕하세요, 조난 특집 시즌2로 돌아온 도빈입니다. 저희는 지금 폭설로 인해 귀신의 집, 아니 귀곡산장에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찐 조난이네요. 그것도 이런 눈 내리는 산속의 펜션에서.]캠코더에 대고 진지하게 속삭인 도빈이 가위질하는 시늉을 했다.
[-이거 맨 앞으로 편집 부탁드려요.] [이루어지지 못한 도빈의 부탁…….]벽난로 앞 바닥에 이불을 두툼하게 깔아 놓고 이불로 꽁꽁 몸을 싸맨 레브 멤버들이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러니까 꼭 캠프파이어 온 것 같지 않아?] [-캠프파이어는 모르겠고 춥고 배고파요.] [-파트라슈, 나 점점 눈이 감겨…….] [-끼잉…….]산 중턱의 눈으로 둘러싸인 펜션에 전기가 끊긴 채로 고립된 상황.
화면 너머로 봐도 충분히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거기에 유제와 도빈의 싸움 직전 상황까지 더해지자 더 아슬아슬해졌다.
[-자자, 좀…… 하루 종일 삽질하고 장작 날랐더니 피곤해 죽겠다…….]도빈의 귀신 소란에도 오직 홀로 일어나지 않고 꿋꿋이 눈을 감고 잠자는 이든의 모습에 이 모 양은 감탄했다.
다시 아침이 밝아오자 펜션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문 열리는 소리에 레브 멤버들이 불이 다 꺼진 벽난로 앞에서 비척비척 일어났다.
[-얘들아, 무사하냐? 어디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없고?] [다들 끄덕끄덕] [48시간 만의 감격의 상봉!]레브를 태운 채 펜션에서 멀어지는 차가 페이드아웃 되며 멤버들의 단독 인터뷰가 나왔다.
[이든: 삽질 실컷 했네요. 무슨 2월에 이렇게 눈이 많이 와?] [하준: 멤버들과 더 돈독해진 계기가 된 건 좋지만…… 말을 아끼겠습니다.] [유제: 몸살 났어요. 그리고 저 펜션에 귀신 있는 게 분명해요. 굿해야 할 듯요.] [예현: 다음에는 고립 조난 생존 서바이벌 말고 힐링 여행으로 부탁드립니다.] [도빈: 다음부턴 저한테만이라도 슬쩍 예고라도 해 주시면 안 될까여…… 저 진짜 심장 마비 걸려서 죽을 뻔…….] [레브의 힐링 여행, 꼭 약속드릴게요~]제작진의 약속 멘트를 마지막으로 다음 주 숙소 이사 예고편을 띄우며 영상이 끝났다.
어땠냐는 진성팬 친구의 물음에 그녀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
[몰랐는데 나 겁 없고 든든한 남자가 취향이었나 봐] 오전 12:34그렇게 이 모 양의 최애가 정해졌다. 라이트 팬에서 진성팬으로의 한 걸음이었다.
* * *
[☺팬 100,000명 달성!] [보상: 초심도 +20, 아이템 선택권]드디어 팬 10만 명을 달성했다. 덕분에 초심도는 넉넉했기에 이번 주도 위클리 퀘스트를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우리 갑자기 팬카페 회원 수 왜 급증했냐? 단기간에 확 늘었던데.”
그룹에 관해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는 레브의 시리 겸 빅스비인 류재희한테 묻자 역시나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마이돌 관찰카메라 조난 특집 편 덕분이죠, 뭐. 그게 입소문 좀 타서 너튜브에 올라온 다시보기도 100만 찍었잖아요.”
“그러고 보니까 한창 바빠서 시청을 못 했구먼. 그런데 그게 왜 입소문을 타? 별거 없었잖아?”
방이 좀 공포스럽게 꾸며진 덕에 거실에서 이불 깔고 잔 거랑 열심히 삽질한 것만 빼면 꽤 편안하게 쉬고 왔기에 의외다 싶었다.
“영상만 보면 최악의 조난 상황이더라고요.”
류재희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너튜브에 올라온 다시보기 영상을 재생했다가, 내 기억과 영상 속 우리의 모습 간의 괴리만 생겼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심각한 수준의 고립을 당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