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85)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85화(85/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85화
내가 막내 라인 녀석들이 뒤에서 나를 부르는 별명을 알아 버렸다지만, 그 별명을 입에 올리면 내 초심도가 깎였기에 어디 털어놓으며 한탄할 수도 없었다.
이 망할 시스템은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는데도 그저 휴대폰 자판으로 지랄이라는 단어를 쳤다는 것만으로 초심도를 깎더라.
이 녀석들이 나를 부르던 별명답게 대해 줄까도 고민해 봤지만, 그러면 또 멤버들과의 불화 조장 어쩌고로 내 초심도가 깎여서 나만 손해였다.
“그런데 너희는 왜 내 앞에서 머리를 박고 있냐? 누가 보면 내가 팀 내 똥 군기 잡는 줄 알겠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끄적이던 앨범 소개글 작성을 잠시 멈추고 묻자 김도빈이 냉큼 먼저 대답했다.
“속죄여.”
다음으로는 류재희가 길고 진지하게 답했다.
“비록 정말로 한때이지만 감히 하늘 같은 리더의 존함에 악귀 같은 악독한 단어를 붙였던 저 자신을 향한 징벌의 의미입니다.”
“재희 말 잘 들었냐, 도빈아? 아무리 내가 탓할 생각은 없다지만 세 글자는 아니지 않냐?”
내 타박에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던 서예현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얘들아. 안 보이는 데에서는 나라님 뒷담도 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형한테 악귀가 뭐냐, 악귀가.”
저 인간이 내 편을 든다는 게 낯설었다. 확실히 사이 개선도가 팍 올라가긴 했구나.
아니면 제일 연장자로서 팀 내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거일 수도.
하지만 팀 내 위계질서는 레브의 족보 브레이커인 나로 인해 이미 무너졌을 텐데.
물론 내가 서예현에게 하극상을 하는 건 괜찮지만, 막내 라인 녀석들이 내게 하극상을 하는 건 용서할 수 없었다.
류재희가 슬그머니 물었다.
“이제부터 깜찍한 별명으로 불러드릴까요? 딸기우유 어때요, 형?”
“그럼 내가 갈색으로 염색하면 별명 초코우유로 바뀌냐? 어?”
“크흡! 죄송…….”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웃음을 터트린 김도빈의 다리를 류재희가 발끝으로 툭 쳤다.
우리 도비가 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 건지 알아야 하는데.
그러면 내게 무한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느끼고는 벌써 사이 개선도 100%를 달성하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야.
딸기우유라고 부르다가 들키면 재미없을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고 막내 라인 녀석들을 일으켜 세웠다.
“나도 참 많-이 유해졌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막내 라인 들으란 듯 한탄하며, 소속사 측으로 보낼 앨범 소개글 작성을 이어 나갔다.
이놈의 소속사를 믿을 수가 있어야지.
또 때처럼 곡 설명 한 줄 써 놓고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일 인간들이니까.
* * *
[앨범 소개]레브 The 2nd Mini Album Repackage [HI-Light]
작년 겨울, 미니 2집 [HI-TN]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성을 뚜렷하게 보여 주었던 레브가 리패키지 앨범인 [HI-Light]를 통해 청량한 소년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앨범은 두 번째 미니앨범 [HI-TN]의 리패키지 앨범으로 새로운 타이틀곡 와 수록곡 <하이라이트 필름>이 추가되어 앨범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타이틀곡인 는 경쾌하고 빠른 록비트와 캐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인상적인 보이팝으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의 설렘을 담은 사랑스러운 가사와 함께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돋보이는 곡이다.
타이틀곡과 마찬가지로 리더 윤이든이 작사, 작곡한 <하이라이트 필름>은 랩라인이 돋보였던 이제까지의 레브 노래들과 달리 보컬 파트가 두드러지는 차분하고 감상적인 모던 록 멜로디 곡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그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싱잉 랩으로 조화를 더 했다.
* * *
3월 28일, 레브는 하이틴 느낌이 물씬 나는 신곡 를 타이틀곡으로 들고 [HI-TN]의 리패키지 앨범 [HI-Light]로 컴백했다.
선공개된 컨셉 포토는 제대로 된 하이틴 콘셉트의 기대감을 한층 높여 주었다.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농구공을 옆구리에 끼운 채로 심드렁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분홍 머리의 이든.
체크무늬 남방 안에 흰 티를 받쳐 입고, 장미꽃 한 송이를 든 채로 수줍게 미소 짓는 예현.
폼이 큰 맨투맨에 반바지를 매치해 입고는 얼굴에 반창고 하나를 붙인 채로 스케이트보드를 껴안고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유제.
뒤집어쓴 스냅백, 반팔 티에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으로 손목에 스카프를 묶은 채 큰 라디오를 한 손에 들고 삐딱하게 서서 씩 웃는 도빈.
문양이 그려진 흰 티 위에 청재킷을 걸친 채, 한쪽 눈을 살짝 감고 무지개색 롤리팝 사탕을 깨무는 하준.
-이전이랑 컨셉 겹치는 건 좀 아쉽당 색다른 느낌 보고 싶었는데
-ㄱㄴㄲ 저번에는 그래도 컨셉 두 개라 좋았는데 하이틴 원툴이면,,, 략간 성의없,,, └너희들…… 내우주를 잊은 거냐?
-저번처럼 스트릿 섞인거 아니고 찐 청량컨셉이잖아 레브 청량 엄청 기대중
-레브는 원찬스처럼 빡센 컨셉이 더 어울리는데 왜 자꾸 하이틴 청량 미는 거임……ㅠ
-애들 지금 나이 딱 풋풋한데 이럴 때 청량 많이 봐둬야지 나중되면 청량이 청량이 아님
지난번 콘셉트가 완전한 청량이 아닌 것에 아쉬움을 가졌던 팬들은 환영했고.
한번 맛봤던 하이틴에서 벗어나 다른 콘셉트를 원한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예고한 날에 공개된 뮤직비디오 역시 청량한 하이틴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처럼 세밀한 스토리와 여자주인공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다.
레브 멤버들이 누가 제일 하이틴 영화 남자주인공 역할에 어울리는지 자기들끼리 남주력을 뽐내며 서로 점수를 매기고 투닥거리는 내용이었다.
농구 골대에 공을 넣고 몸을 돌려 씩 웃으며 V자를 그리자마자 레브 멤버들에게 남주력 10점씩을 받은 이든은 덩크에 실패하고 코트에 나자빠지며 남주력 –10점을 돌려받았다.
하준은 바이크에 기대어 머리를 쓸어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여 이든에게 남주력 10점, 예현에게 남주력 8점, 도빈과 유제에게 남주력 9점을 받았다.
도빈은 라디오를 옆에 둔 채 멋있는 브레이킹을 선보였다가 모두에게 남주력 3점을 받았다.
왜 3점이냐고 항의하는 도빈에게 이든이 친히 화이트보드에 써진 ‘남주력’이라는 글자를 툭툭 두드려 보여 주었다.
컵을 띄엄띄엄 세워 놓은 앞에서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라탄 채 가볍게 점프해 스케이트 보드 방향 바꾸기를 선보인 유제는 예현, 하준, 이든에게 남주력 8점, 도빈에게 남주력 7점을 받았다.
하지만 세워 놓은 컵을 피하긴커녕 모두 치고 엎으며 지나가는 서투른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남주력 –8점과 -7점을 돌려받았다.
마지막으로 예현은 너드에서 프롬킹으로 실시간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체크무늬 셔츠에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나와 초장부터 남주력 –10점으로 시작한 그는 체크무늬 셔츠와 뿔테안경을 벗고 슬쩍 반팔 티를 들어 복근을 노출함으로써 모두에게 만장일치로 남주력 10점을 받았다.
멤버들의 수영장 수중 샷과 잔뜩 멋있는 척하며 물에서 갓 나오는 장면이 촤르르 나오고 막내 라인이 수영장 안에서 공주님 안기를 시도하는 장면이 서비스컷처럼 지나갔다. 안긴 건 도빈이었다.
다섯이 나란히 수영장에 앉아 팝시클을 먹으며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며 노는 씬을 지나.
마지막으로 하이틴답게 농구공들이 이곳저곳 굴러다니는 체육관 바닥에 서로 엉겨 누운 레브의 단체 샷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올라잇올나잇이랑 다른 세계관인가
└이번에는 다들 자기 역할 잘 찾아간 듯
└22 저번에는 하준이 빼고 다들 아이러니의 연속이었는데
-그래서 이 다섯 중에서 진남주가 누구죠?
└제 픽은 농구하는 분홍머리 총각이라내요ㅎ
└일단 하준이는 넘나 섭남 스타일 머리부터 갈발
└당빠 예현이 너드가 안경이랑 체크무늬 남방 벗고 프롬킹으로 변신하는 씬을 어케 이김
└도빈이는 뭔가 남주라기보다는 하이틴 영화에서 여 주가 친구들이랑 대화하고 있을 때 옆에서 자기들끼리 노래 틀어 놓고 춤추는? 그런 역할 할 거 같음……ㅋㅋ
-유제는 연하남사친 같은데 연하남친이 아니라 나한테 연애상담하러 오는 연하남사친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대체 내우주는 왜 그랬던 거임?
└우리 그런 노래 없다니까
-노래 중독성 완전 쩌는데?
-노래 출근길픽 예약 하루 경쾌하게 시작하기 ㅆㄱㄴ
같은 하이틴이지만 와 확연히 다른 노선을 선택한 덕분에 질린다 혹은 전 활동과 겹친다는 여론은 많이 사그라졌다.
오히려 레브의 의도대로 레브 멤버들의 하이틴 남주력 매기기에 관심이 쏠렸다.
HIT! [정석 하이틴 남주인공 골라보기.jpg] [534]
익명 1 너무나도 1번. 하이틴 남주=스포츠부 에이스 국룰
익명 2 2번이지 벌써 허리 끌어안고 바이크로 넓게 트인 해변가 도로 달리는 장면 38142개 스쳐 간다
익명 3 5번 얼굴이 곧 개연성 저 외모가 남주가 아닐 리가 없음
익명 4 4번 귀엽다 난 저런 연하남st 남주가 좋더라
여러 커뮤니티에 뮤비 캡쳐와 움짤이 첨부된 투표 글이 올라오며 레브 뮤비 조회 수도 점차 상승세를 탔다.
열심히 투표 글을 찐 김 모 양은 예상보다 더 핫해진 게시글들을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레브 이번에는 트리플 크라운 달성하자!”
* * *
[27위-new ‘Reve – Love You’ ♥42,425]컨셉츄얼보다는 이지리스닝을 노리고 만든 는 차트 진입부터 30위 안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 컨셉츄얼은 그놈의 우주로 지겹도록 해 봤기에 세계관이 딱히 중요하지 않은 지금, 하고 싶은 걸 다 해 보는 중이었다.
회귀 전에는 존재하지 않은 노래였던 의 결과를 보며, 다시 한번 내 실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58위-new ‘Reve – 하이라이트 필름’ ♥17,029]수록곡인 <하이라이트 필름> 역시 제법 높은 순위로 차트인 했다.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서 휴대폰으로 안무 영상을 보고 있던 서예현이 서치 퀘스트를 한창 하고 있던 내게 물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너는 우리가 왜 떴다고 생각해? 운? 아니면 네 실력?”
곰곰이 고민하다가 툭 내뱉었다.
“전에는 운 100.”
“원찬스?”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내가 말한 운 100은 회귀 전, 서예현의 직캠이었으니까.
내 실력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남의 곡과 남의 얼굴로 이룬 성공.
“지금은…… 운 20, 내 실력 50, 레브 실력 30.”
시스템도 내가 가진 것이었으므로 차트 빈집 시기를 찾고 회귀 전 노래를 복원한 것도 모두 내 실력으로 치기로 했다.
“그래도 그룹 실력을 30이나 쳐주네.”
서예현이 바람 빠지듯 웃으며 말했다. 그 30에 제 지분율은 1인데 왜 저러나 싶었다. 뭐, 실력에 외모까지 포함하면 8 정도로 쳐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