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8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88화(8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88화
[엔터잡담] 레브 김도빈 얘도 학폭 가해자임ㅇㅇ ❘ 20xx.04.05 09:31
조회 89,234 ❘ 추천 123
(제윤_SNS_사진)
이번에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지닉스 제윤 SNS 뒤지다가 발견함
사진 속 남자애들 김도빈까지 총 네 명이고, 피해자가 가해자 무리 네 명이라 했으니까 아무래도 얘도 가해자 맞는 듯
직접 가해 안 했더라도 최소 방관자임 반박 안 받음
댓글(317)
-SNS 뒤져 보니까 도빈 나온 건 저 한 장밖에 없던데 너무 비약 아니야?
└무리에서 나온다고 같이 학폭한 과거가 없어져?
-이건 좀 너무 갔다 김도빈도 같이 괴롭혔으면 피해자가 폭로글에 김도빈까지 저격했겠지
└방관도 폭력인 거 몰라?
└그럼 쓰니는 같이 찍힌 사진 한 장만 가지고 증거도 없이 학폭 가해자로 몰아가는 건 명훼인 거 몰라?
-와…… 방관자여도 정떨어진다……
-가해자 아니어도 일단 가해자랑 친했던 것부터 딱 각이 나오는,,, └끼리끼리 is science
-얘 나대는 거 좋아할 때부터 딱 알아봤어ㅋㅋ 전형적인…… 읍읍
-김도빈 전공 브레이킹에서 얼반으로 옮김 1학년 때 브레이킹이었음
└피해자 1학년부터 괴롭힘당했다고 했지 않나?
└빼박이네ㅋㅋ
(댓글 더보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언제나처럼 서치 퀘스트를 하던 중 내 앞에 악몽이 도래했다.
김도빈 역시 학교폭력 가해자, 가해자는 아니더라도 최소 방관자는 될 것이라는 추측 글이 수많은 댓글과 추천, 조회수를 달고 올라와 있었다.
이번에 학폭 폭로가 터진 놈의 미처 지우지 못한 SNS에서 나온 사진에는 분명히 김도빈까지 찍혀 있었다.
처음에는 합성인가 했지만, 자세히 보니 합성도 아니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분명 회귀 전의 과거에선 김도빈의 학폭 의혹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럴 만도 한가. 그때는 존재하는지도 모를 망돌이었으니까.’
이런 학폭 사건이 있었나, 기억하기에는 아이돌 학폭 폭로가 한두 건이어야지.
어쨌든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김도빈은 팀 탈퇴 루트를 밟아야 할 거고, 메인 댄서가 빠진 네 명으로 레브가 1군까지 가기는 요원하다.
그럼 나는 또 데뷔 초로 회귀해서 이 짓거리를 반복해야 하겠지.
그리고 만약 회귀해서 여기까지 오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속 무한회귀를 해야 할 거고.
사이 개선도부터 아주 내 속 썩이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김도빈.
역시나 그 글을 봤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류재희가 내게 달려왔다.
“형, 이든이 형……!”
“쉿.”
일단 류재희를 진정시키며 호들갑 떨지 말고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입술 위에 검지를 세웠다.
“김도빈은 지금 이거 터진 거 알아?”
“네, 알아요. 일단 도빈이 형 휴대폰은 뺏었어요. 그 형 성격에 멘탈 터지면 회복 안 될 것 같아서.”
머리를 거칠게 헝클인 류재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닉스 제윤 학폭 폭로 터졌을 때부터 표정 안 좋긴 했거든요. 제가 그 글 보고 도빈이 형이랑 같은 학교 아니냐고 물어보니까 대답을 얼버무리긴 했는데…….”
하필 이게 활동기에 터진 게 문제였다.
지금은 그저 의혹 정도의 이슈지만 이게 널리 퍼져 나가 ‘김도빈 학폭 설’이 기정사실화되어 버리면 계속 활동하는 건 불붙은 곳에 기름 끼얹는 꼴만 될 테니 더 이상의 활동은 불가능하다.
지금도 김도빈을 옹호하는 댓보다는 ‘가해자와 친분이 있음’에 포커스를 맞추어 패는 댓이 월등히 많으니 말이다.
일단은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판단하에 내가 김도빈과 이야기를 나눠 보기로 했다.
류재희는 견하준에게 맡기는 것이 어떻겠냐고 거푸 물었지만 나한테는 치트키가 있었으므로 내가 해야 만했다.
며칠 전 랜덤 티켓을 돌려서 뽑은 진실의 물약을 쓸 좋은 기회였다.
영 불안하다는 얼굴로 나를 본 류재희는 나를 붙잡고 다른 건 다 몰라도 윽박지르지만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아, 형은 진짜 무신경해서 더 걱정되는데. 해결책만 제시하려 하지 말고 적당히 공감도 해요. 알겠죠?”
“어어, 그래.”
“이렇게 무신경하게 대꾸하지 말고요. 이건 공감이 아니라 사람 복장 뒤집는 성의 없는 대답이에요.”
“어어, 그렇구나.”
“정말로 이 형에게 맡겨도 되나…….”
걱정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류재희의 어깨를 대충 두드려 주고는, 류재희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머그컵에 케모마일 차와 진실의 물약을 잘 넣고 섞어 김도빈이 홀로 쓰는 독방으로 들어갔다.
“저 혼자 있으면 안 될까요, 형.”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불더미 안에서 흘러나왔다.
“어, 안 돼. 이건 시간 싸움이라 지금 일분일초가 급하거든.”
[멤버들과의 불화를 조장하는 말이 감지되었습니다.] [초심도 –1]나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왜 또 불화 조장으로 초심도가 깎인 건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을 건네 봅시다.]“형도 지금 제가 그룹에 민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녜요?”
여전히 이불더미에 몸을 꼭꼭 숨긴 김도빈이 날카롭게 말했다.
짧은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부드럽게 김도빈의 이름을 불렀다.
“도빈아, 김도빈.”
김도빈의 몸이 움찔거렸다. 일단 이 진실의 물약을 먹여야지 내가 사실을 듣든가 말든가 하지.
“네가 입 다물고 있으면 진실은 아무도 몰라. 여기에 너 말고 진실을 아는 사람이 누가 있어. 네가 말해 줘야 알지. 그리고 우리는 그걸 믿을 거고.”
그 말에 김도빈이 비척비척 이불을 걷고 드디어 얼굴을 드러냈다.
혹시 울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얼굴은 우울한 표정 빼곤 멀쩡했다.
“일단 이거 마시고 진정해.”
“흥분한 적 없는데여…….”
말대꾸하면서도 김도빈은 순순히 머그컵을 받아 들었다.
김도빈이 머그컵을 완전히 비우자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김도빈이 앉아 있는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어디에서부터 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김도빈의 혼란 어린 중얼거림에 친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었다.
“일단 이번에 학폭 폭로 터진 제윤인가 그놈이랑 무슨 사이인 것부터 말해 봐.”
“걔량은…… 1학년 때 같은 무리였어요. 그리고 그 무리에서 만만한 롤로 싸잡혀서 괴롭힘당하다가 나왔어요. 전공 바꾼 것도 그거 때문이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김도빈은 무리 내에서 툭툭 건드려도 헤헤 받아 주고 공격적인 리액선을 하지 않는 만만하고 순한 녀석 포지션이었군.
친구랍시고 막 대하고 괴롭히다가 결국은 선 넘으면서 멀어지는.
“그럼 사진은 그때 찍힌 거야?”
“네, 그 자식이 아직까지 안 지우고 있었는지는 몰랐는데…….”
“데뷔 전에 미는 거 깜빡했을 정도로 방치했던 계정이라더라.”
“잘 아시네요…….”
“댓글에 나와 있더라고. 지금은 그 계정도 민 모양이긴 한데 너까지 찍힌 사진은 이미 유출되어 버렸으니까 별 의미는 없고.”
“댓글에 제 욕 많아요?”
“뭐 하러 궁금해해. 그런 거 궁금해하지 마, 인마.”
정수리를 툭툭 두드려 주자 김도빈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두 번째. 네가 그 무리에 있을 때 이번에 폭로한 것처럼 걔들이 피해자를 괴롭혔어?”
잠시간 고민하던 김도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있을 때는 폭로 글만큼 심하진 않았어요. 아마 무리 내에서 건드릴 사람이 있어서 그랬을 거예요.”
이건 살짝 애매하긴 하지만, 김도빈 역시 그때 괴롭힘당하고 있었다는 사실로 넘길 수 있었다.
“이건 제가 걔들 무리에서 나오고 나서 일어난 일이에요. 덕분에 폭로 글에 나온 발목 사건이랑 안무 표절 사건도 건너 건너 들었고.”
“그러면 가해자 무리가 네 명이라는 건?”
“저 나오고 그 무리에 새로 들어간 애 있어요. 아마 걔일 거예요. 제가 아니라.”
그 대답들에 일단 한시름 놓았다.
이제는 이 가해자 및 방관자 이슈를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준으로 확실히 잠재울 방도를 모색해 내야 했다.
“그러면 네가 괴롭힘이 심해지기 전에 이 무리에서 나왔다는 걸 입증을 해야 하는데. 네가 이 무리 내에서 괴롭힘당했다는 것도. 혹시 증거 남아 있냐? 단톡방이라던가.”
“손절하자마자 나왔죠. 그리고 이제윤 걔는 분명 잘됐다 하고 저까지 끌고 가려 할걸요. 증거도 없겠다, 저도 같이 끼어서 괴롭힌 게 맞는다고.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까요.”
“아니, 네가 그 전에 손절 쳤다고 증언해 줄 친구들 없어?”
“형은 안 친한 같은 반 애들이 싸우고 틀어진 시기를 일일이 다 기억해요? 그것도 2년이나 지난 일을?”
하긴, 보통 그렇지. 그리고 정확한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거고.
“야, 방법은 하나다.”
방법은 있었다. 제일 확실하게 헛소문을 잠재울 수 있고, 더 이상의 저격도 나오지 않을 방법이.
“피해자 연락처 구할 수 있냐? 같은 학교라며.”
“구할 수야 있죠.”
“걔한테 연락해서 해명 좀 해 달라고 해.”
사고 친 강아지처럼 눈동자를 굴리던 김도빈이 소심하게 대꾸했다.
“해 줄까요…… 걔 입장에서는 저도 똑같은 놈 아닐까요? 어쨌건 걔가 봤을 때는 제가 제윤 패거리들이랑 같이 다니긴 했고…….”
똑같은 놈이라는 단어에 그만 피식 웃어 버렸다.
“내가 짐작건대, 그 무리 놈들이 너희끼리 있을 때만 너를 만만히 대하지는 않았을 거 같거든? 분명 너희끼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을 때 유독 더 심하게 대했을 거 같은데. 내 말이 틀리냐?”
“헐, 네, 맞아요.”
김도빈이 어떻게 알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고개를 저었다.
뻔했다. 막 대하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 주면서 내가 얘보다는 서열이 위에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거다.
자기들끼리만 있을 때는 과시 목적이 아니라 그저 몸에 밴 습관이 나오는 거고.
“그쯤 되면 남들도 다 알아. 절대 같은 가해자로 볼일은 없을 테니까 연락부터 해.”
옆에서 보는 이들은 그 관계를 절대 동등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괴롭히는 놈들과 괴롭힘당하는 놈으로 보지.
아마 김도빈이 무리를 벗어나며 그 생각은 더 확실해졌을 것이다.
일단 피해자가 폭로 글에 김도빈의 이름을 적지 않은 것만으로도 희망을 걸어 볼 만했다.
만약 피해자가 김도빈에게까지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면 분명 김도빈의 이름을 집어넣었을 테니까.
회귀 전에는 망돌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었기에 넣지 않았다 쳐도, 지금은 너튜브 알고리즘까지 타며 제법 얼굴이랑 이름이 알려졌는데 말이다.
아마 피해자의 해명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계속 신경 곤두선 채로 있어야 하겠지만, 일단 마음은 한시름 덜었다.
갑자기 김도빈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죄송해여, 형.”
갑작스러운 눈물과 사과에 당황했다. 아니, 이런 불가항력적인 일로 사과까지 할 필요는…….
내가 떨떠름하게 손을 내젓기도 전에 김도빈이 사과의 이유를 순순히 고백했다.
“저 사실 형 별로 안 좋아했어요.”
와, 거참 충격 고백이다. 나도 알아, 인마. 사이 개선도가 너 혼자 48%인데 내가 그걸 모르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