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89)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89화(89/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89화
여전히 나랑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상태로 이불만 내려다보며 김도빈이 웅얼거렸다.
“형이…… 이제윤을 닮았거든요.”
이제윤? 이제윤이면…….
“너 지금 나를 학폭 가해자랑 닮았다고 한 거냐?”
이건 진심으로 충격 고백이었다.
혹시나 얼굴이 닮아서 그러는 건가 싶어 급히 학폭 가해자 놈의 얼굴을 검색해 보았다.
하나도 닮지 않았기에 더 빡쳤다. 얼굴이 안 닮았으면 성격이 닮았다는 소리 아니야.
학교 폭력과는 거리가 멀게 세상 건실하게 살아온 나였기에 그 말이 너무 충격이었다.
폭로 글에서 드러난 학폭 가해자의 악독한 짓거리를 읽었기에 더더욱.
말문을 잃은 얼굴로 김도빈을 쳐다보자 그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 완전히 닮았다는 게 아니고 몇몇 면모가 좀…….”
“뭔데! 빨리 말해, 고치게!”
김도빈의 어깨를 붙들고 다급히 말하자 눈동자를 다시 데구루루 굴린 김도빈이 꾹 다문 입술을 슬그머니 열었다.
“자기 말이 무조건 맞는다는 독선적인 태도랑…….”
“아니, 그건 진짜 내 말들이 맞았……!”
“지금 이런 태도들…….”
말끝을 잔뜩 흐리면서도 꿋꿋이 할 말 하는 모습에 지끈거리는 미간을 문지르며 계속 말하라고 고개를 까딱했다.
“저보고 씹덕이라고 타박이랑 눈치 주는 거랑…….”
“내가 언제 눈치 줬냐?”
“만화냐 애니냐 물어보는 것도 눈치 주는 거예요. 보통 만화를 애니로 만들어요. 그리고 원피스는 씹덕 만화가 아니에요, 형. 형도 정상 전쟁이랑 에이스는 알잖아요.”
“……그래, 알겠다.”
사실 몰랐다. 내 기억은 알리바스타에서 끝이었다. 에이스가 주인공 형이었던가, 동생이었던가.
하지만 그걸 꼬집어 줄 기력도 지금의 내겐 없었다.
“사람 무시하는 말 무신경하게 툭툭 내뱉는 거랑…….”
“내가?”
“가슴에 손을 얹고 형의 이때까지의 발언들을 생각해 보세요. 답이 나올 거예요.”
어째 점점 저 녀석 기가 살아나는 것 같은데.
잔뜩 기죽은 채 웅얼거리던 모습은 어디 가고 점점 의기양양해지는 표정에 눈가만 꿈틀거리다가 결국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래, 기죽어 있는 모습보다는 저렇게 기 살아난 모습이 훨씬 낫지.
“도비라고 별명 부르는 거랑.”
“하…… 내가 그놈이랑 똑같은 뇌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거에 자괴감 든다.”
“너무 충격받진 마세여. 중딩 때도 제 별명 도비였거든요.”
“그럼 그건 인간적으로 빼자.”
“그치만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도 계속 부르는 건 이제윤이랑 형밖에 없었어요.”
“그래. 내가 미안하다.”
도비라고 계속 부르면 입 꾹 다물었던 게 이런 이유였냐고.
“자기 기분 나쁘면 정색해서 주변 분위기 가라앉히는 것도.”
“내가 진짜 그런다고?”
“예전에는 심했는데 지금은 좀 덜해요.”
진실의 물약은 아주 열일했다.
김도빈과 나의 사이 개선도가 40%대인 이유를 김도빈이 제 입으로 줄줄 뱉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회귀 전, 김도빈은 서예현 다음으로, 그러니까 따지자면 멤버들 중 두 번째로 나를 손절했었다.
영문도 모르고 손절당했던 그때는 기분이 더러웠지만, 내막을 알고 나니 이해는 됐다.
제가 싫어하는 사람과 닮은 면모를 계속 보이는 이를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심지어 상대는 두 살 위의 어려운 형이자, 그룹 리더다.
게다가 그때의 나는 망돌 시절과 소속사의 트롤짓 등, 여러 이유가 겹쳐 예민하고 날카롭기 그지없었으니 나를 바꾸는 것보다는 조용히 나랑 관계를 끊는 게 더 나으리라 생각했겠지.
눈앞으로 흘러내려 핑크빛 시야를 만드는 앞머리를 거칠게 헝클이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고치려고 노력할게.”
크게 뜬 눈을 두어 번 깜빡인 김도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든이 형 맞죠……? 혹시 빙의한 다른 사람 아니죠?”
노력한다고 다짐한 지 1분도 안 되어 내 각오를 깨부수는 건 어찌 보면 재능이었다, 재능.
또 오타쿠 같은 말 한다는 타박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어금니를 깍 깨물어 겨우 참아 냈다.
누가 스승과 제자 사이 아니랄까 봐 서예현도 똑같은 말 하더니.
내 미간이 꿈틀하자 입을 헙 다문 김도빈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당장 피해자에게 연락해 볼게요. 혹시 해명해 줄 수 있느냐고.”
“그래, 일단 연락해 보고 그쪽에서 거절하면 바로 형한테 말해. 다른 방법 찾아야지.”
내 말에 김도빈이 당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에이, 벌써 플랜 B도 생각해 놨죠. 제 친구들에게 부탁하면 돼요. 완벽하게 덮이지는 않고 신빙성도 좀 떨어지겠지만, 걔들도 저 1학년 때 있었던 일 대충은 알고 있으니까.”
“그 정도면 해명은 되겠군.”
“이제윤 데뷔한다는 기사 보고 친구들이랑 나눈 카톡도 있어요. 그거 캡쳐해서 첨부하라 하면 돼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아무리 시스템이 퀘스트 페널티로 회귀를 걸어 봤자 코웃음밖에 나지 않았는데 이번처럼 무한회귀가 확 닿은 적은 처음이었다.
너도 많이 놀랐을 텐데 쉬라고 김도빈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김도빈이 덥석 내 옷자락을 잡았다.
고개 돌려 뒤를 돌아보자 머쓱하게 웃으며 김도빈이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고마워요, 형. 믿고 이야기 들어 줘서.”
“뭘, 이 정도로. 같은 멤버에 리더로서 당연한 거지.”
난 네가 학폭 가해자 및 방관자가 아니란 게 너무너무 고맙다, 짜샤.
무한회귀 위기에서 무사히 벗어나게 해 준 보답으로 네가 했던 끔찍한 스폰 오해 앙금은 이제 풀어 줄게.
이 정도쯤 했으면 사이 개선도가 올랐겠지. 여전히 그대로면 흔들다리 효과 방법이라도 써서 올리든가 해야지. 김도빈이 겁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서예현(69%)
-견하준(95%)
-김도빈(68%)
-류재희(80%)]
드디어 김도빈과의 사이 개선도가 20%나 올랐다.
또 이걸 80%대까지 끌어올리려면 또 무슨 개고생을 해야 할까 걱정부터 됐다.
역시 흔들다리 효과 방법이 답인가.
* * *
김도빈과 이번 일 관련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난 지 하루 후.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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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닉스 이제윤 학폭 피해자입니다
20xx.04.06 21:30 조회 181,872
화살이 애꿎은 곳까지 향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해명글을 몇 자 적습니다. 현재 학폭 가해자와 방관자로 몰리는 레브 김도빈은 방관자도, 학폭 가해자도 아닙니다.
오히려 도빈이는 저를 향한 괴롭힘이 단순 시비였을 당시, 무리 내에서 유일하게 이제윤을 말리거나 시비가 걸리면 대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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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김도빈이 이제윤 무리에서도 막 대해지는 것이 대외적으로 보였다는 점과 폭로글 수준의 괴롭힘이 이루어지기 전에 무리에서 나갔다는 것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비록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에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용기를 내주었던 김도빈을 응원한다는 멘트로 글을 마무리했다.
-동창인데 ㄱㄷㅂ 그 무리에서 만만해서 괴롭힘당하는 롤 맞았음 그래서 그 무리 나오고 전공도 브레이킹에서 얼반으로 바꾼 거
-아니 당사자인 피해자가 방관자 아니라고 땅땅했는데 아가리대법관들 왜 계속 지랄임?
-결국 학폭 가해자랑 친구였다는 건 팩트 아니야?
└난독있어? 도빈이도 피해자였다잖아
-그래 사진 한 장만으로 전후상황 안 따지고 무조건 가해자/방관자라고 패는 건 좀 아니었어
-이럴줄 알았어ㅠㅠㅠ 울 도빈이 얼마나 순한데ㅠㅠ
피해자가 올린 해명글 덕분에 김도빈을 향했던 날카로운 여론은 쏙 들어갔고, 다시 지닉스 제윤에게만 화살이 집중되었다.
소속사에서 루머 유포 고소 공지를 때리며 강경히 대응한 것도 한몫했다.
결국 학폭 가해자였던 제윤이 지닉스에서 탈퇴하며 김도빈의 학폭 방관자 소동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저 진짜 레브 4인조 되는 거 아닌가 엄청 걱정했어요. 마음고생으로 살 쫙 빠진 것 좀 봐 봐요.”
조금 더 날카로워진 턱선에 손바닥을 올리며 류재희가 한탄하듯 말했다.
막내 라인 두 놈이 시선을 딱딱 교환하는 걸 우리가 잡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고생한 도빈이 형과 저를 위해서, 일상에 행복함을 더하고 싶다면 오늘 저녁은 치-.”
류재희를 툭 쳐서 말을 끊고 서예현 쪽을 향해 턱짓했다.
어디 한번 계속 말해 보라는 듯 팔짱 끼고 미소 짓는 서예현의 모습에 류재희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심드렁하게 서예현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래, 막내야. 활동 기간에 뭔 놈의 치킨은 치킨이냐. 왜 굳이 예현이 형이 성질낼 소리를 해.”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했음요. 서로 으르렁거리던 시절로 돌아가 주세요, 두 분.”
막내의 한탄에 서예현과 쓱 시선을 마주하고는 동시에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사이가 충분히 편한데 굳이?
차분한 시선으로 멤버들을 둘러본 견하준이 괜히 무겁게 분위기 잡으며 입을 열었다.
“도빈이 말고 다른 사람들은 학폭 관련 이슈는 없지?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 과거 이야기는 거의 안 하고 살았으니…….”
우리 다섯이 LnL에서 데뷔조로 모여 연습생 생활을 한 기간은 고작 5개월이었다.
견하준이 8개월, 내가 7개월, 서예현과 류재희가 6개월, 김도빈이 5개월.
연습생 경력자 3명, 신입 2명, 이렇게 다섯 명 모아 놓고 5개월 만에 데뷔시킨 거다.
진짜 어영부영 돌아가는 소속사란 걸 다시 한번 느끼는군.
그래서 우리는 데뷔 준비에나 급급했지 서로의 자세한 과거는 잘 몰랐다.
내가 언더 출신이라거나, 류재희가 대형 기획사 연생 출신이라거나, 이런 거나 겨우 알았지.
“나야 당연히 없지.”
제일 먼저 냉큼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회귀 전에도 모두 학폭 관련 이슈는 없었다.
서예현은 학창 시절에 얌전하고 조용한 친구였다는 평만 들려왔었다.
그 얌전하고 조용한 친구가 내 앞에서는 왜 치와와처럼 짖어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류재희는 학폭이 아니라 전 소속사에서 있었던 일이 문제였고.
“나도 없어. 행동이라도 조용히 해야 존재감이 좀 죽었거든.”
서예현의 얼굴을 보니 충분히 납득은 갔다. 저 얼굴이 류재희에게 갔으면 아마 1000%로 활용하고 살았을 텐데.
“……없어요. 학교는요.”
평소라면 깝죽거리며 자기가 학생임을 어필하거나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풀어 놓았을 류재희는 어두운 얼굴로 머뭇거리며 굳이 학교라는 말을 덧붙였다.
류재희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확실히 성가신 일이었긴 했지만…….’
회귀 전에도 한 번 해결했던 경험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한결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거다.
그날이 나름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