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90)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90화(90/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90화
방송국 복도에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류재희를 발견하고 곧장 다가가 어깨에 팔을 턱 얹었다.
“뭐 하냐, 막내야?”
“번호 교환이요!”
보니까 우리보다 8개월인가 9개월인가 먼저 데뷔한 선배 보이그룹 멤버였다.
“안녕하십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눈을 내리깔고 쓱 앞에 있는 놈을 내려다보며 인사하니 놈이 움찔하며 내 시선을 피했다.
대가리 컬러가 분홍색이어도 인상은 중화가 안 되는 모양이다.
상대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한 류재희를 툭 잡아끌었다.
“가자.”
“연락하세요!”
놈이 멀어지자마자 휴대폰을 손에서 뺏어 바로 번호를 삭제했다.
“아, 왜요! 저도 인맥 만들고 싶단 말이에요!”
“인맥 쌓고 싶으면 건실한 놈들이랑 교류해. 저런 놈 말고.”
저놈은 회귀 전 최현민이 속해 있던 남돌 친목모임 멤버였다.
류재희가 저런 놈들이랑 어울려서 클럽 죽돌이가 되는 꼴을 보느니 초심도 좀 깎이고 저놈들 대가리를 깨고 말지.
내 충고에 눈을 가늘게 뜬 류재희가 물었다.
“왜요? 형 혹시 뭐 아는 거 있어요?”
“최현민이랑 친하잖아, 쟤.”
“제가 아는 KICKS 현민? 음, 알 것 같음요. 끼리끼리는 사이언스죠.”
역시나 눈치 빠른 놈답게 한 번에 찰떡같이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인 류재희는 놈의 번호로 온 문자에 적당히 답장을 보내고는 미련 없이 삭제했다.
오늘은 [HI-Light] 4주 활동의 마지막 음방.
레브는 오늘도 1위 후보에 떡하니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오늘 레브가 1위를 한다면 서로를 업고 앵콜곡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MC들의 옆에 서서 카메라 앞에서 레브 89회 회의에서 나왔던 1위 공약을 읊었다.
뮤직캠프와 뮤직센터에서 한 번씩 1위를 상대 걸그룹에게 뺏긴 덕분에 아쉽게도 트리플 크라운은 날아갔지만, 올해 연말 시상식 음원 부문 2분기 본상 정도는 노려볼 성싶었다.
는 음원 차트에서도 11일간 1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손가락 하나를 펴서 1번에 투표해 달라는 의미로 카메라를 향해 흔들었다.
대기실로 돌아와 머리에 쓴 스포츠 헤어밴드를 슬쩍 위로 올리니.
딱 맞춰 씌워 놨는데, 그걸 왜 만지냐며 코디가 한바탕 잔소리를 쏟아 냈다.
“너 올나잇올라잇 뮤비 촬영할 때 이거 어떻게 계속 쓰고 있었냐. 위로 시원하게 까고 싶어 미치겠네.”
“그쵸, 은근 거슬리죠, 그거.”
뮤비 촬영 내내 스포츠 헤어밴드를 쓰고 있어야 했던 류재희가 격한 공감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방 무대 맨 앞 순서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레브는 이제 제법 뒤쪽 순서를 받았다.
[네가 원하는 곳어디든지 데려다줄게
그저 말만 해 My Love]
경쾌하고 통통 튀는 느낌의 노래이다 보니 안무는 앞서 서예현이 투덜거린 대로 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안무에서도 다섯 번씩은 실수하던 서예현은 이제 무대 위에서 실수를 세 번 이상으로 하지 않았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런데 이제 다음 활동에서 서예현이 자기가 호언장담한 대로 칼군무를 실수 없이 소화해 낼 수 있느냐가 문제지.
[너도 나처럼 두근거리면부디 그렇다고 말해 줘
So let me love you]
총을 쏘는 제스처를 날리며 가볍게 윙크했다.
이제는 쪽팔림을 느낄 단계도 지났다. 처음으로 상큼한 곡으로 무대에 서서 어색하게 웃는 게 최대치의 애교라 우기던 과거의 윤이든은 죽었다.
이번 활동 마지막 음악방송이다 보니 다른 멤버들도 평소보다는 애드리브가 확연히 늘었다.
류재희는 거의 재롱잔치 수준의 끼를 떨고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와 모니터링까지 마치고, 대망의 1위 발표 시간.
“4월 셋째 주 영광의 1위! 주인공은 바로…….”
바로 전 활동까지만 해도 발표 직전에 초조해 죽으려 하더니만, 이제는 긴장한 기색도 없이 의연하게 서 있는 멤버들을 보자 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축하드립니다, 레브!”
펑! 컨페티가 휘날렸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받고는 자연스럽게 서예현한테 마이크를 넘겼다.
서예현의 수상소감에 한층 더 커진 함성을 들으며 팬석에 있는 데이드림을 향해 트로피와 꽃다발을 흔들어 보였다.
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앵콜곡 무대에서 1위 공약을 지킬 시간이었다.
누구에게 업힐까 고민하는 사이 잽싸게 내 쪽으로 달려온 류재희가 펄쩍 뛰어, 내 등에 업혔다.
순간 등에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에 휘청할 뻔했지만 겨우 버텨냈다.
“에이씨, 내가 업히는 쪽 하려고 했는데.”
견하준의 파트를 틈타 투덜거리자 곧 내 파트라고 제가 든 마이크를 내 입가에 가까이 대주며 류재희가 키득거렸다.
“이미 하준이 형은 도빈이 형이 선점했잖아요.”
“너한테 업히려 했지.”
마이크를 쓱 치우고 대꾸하자 류재희는 잃어버린 내 양심을 찾아 댔다.
원래 없었다는 말로 가볍게 응수해 주고 내 파트를 이어 나갔다.
견하준의 등에서 내려온 김도빈이 빨빨거리며 혼자 있던 서예현에게 다가가 냉큼 업히는 모습을 보며 한숨 덜어 냈다.
서예현 왕따설 나오기 전에 류재희 털어 내고 서예현 등에 업혀 주려 했는데 잘됐네. 또 방에서 어색해질 뻔.
* * *
-유제 진짜 리더형 좋아하네ㅋㅋㅋ 다들 눈치게임 하고 있는데 망설임 하나 없이 윤리다한테 곧바로 직진
-하준이랑 예현이는 도빈이 업히니까 잠깐 휘청거리던데 이든이 굳-건
└유제가 도빈이보다 더 작고 가벼워서 그런 거 아니야?
└유제랑 도빈이랑 몸집 차이 얼마나 난다고ㅋ
└아 예예 그래요 하준이랑 예현이는 하체운동도 안하는 약골 멸치고 윤이든은 3대 1000은 거뜬히 치는 존나센 헬창이세요
-도빈이 왜 이렇게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멈무같지ㅎㅎ 예혀니 혼자인 거 보자마자 바로 하준이 등에서 내려서 달려가는 거 멈무 그자체
오늘도 70%의 혼잣말과 30%의 싸움질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덕질판.
싸움에 참전할까 말까 고민하던 김 모 양은 휴대폰 상단에 뜬 OA앱 라이브 알림에 고민을 집어치우고 곧바로 달려갔다.
[On Air] 합법적 치팅데이! (Feat. 맏형의 허가)“안녕, 데이드림. 활동 마지막 날 기념 먹방 라방입니다.”
불쑥, 화면에 이든의 얼굴이 나타났다.
카메라를 꽉 채우고 있던 이든의 얼굴이 멀어지더니 숙소 거실에 펼쳐진 탁자에 한 상 가득 차려져 있는 치킨과 피자, 오븐 스파게티, 족발 등의 배달 음식이 보였다.
평소 예현이 얼마나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팬들은 예현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어라 지금 시간 6시 넘었는데] [예혀니 어디 있어? 말벌아저씨처럼 달려올 예혀니 찾아요] [예현이 저거 보고 기절한 거 아니야?] [반대할 거 미리 알아서 어디에다가 묶어서 가둬놓고 넷이서 시킨 거 아님?ㅋㅋㅋ]“참고로 예현 형의 허가 아래 이루어지는 촬영입니다.”
“저녁 6시 이후에 뭘 먹는 건 오랜만이네여. 6시 이후 물을 제외한 음식 섭취가 그냥 불가능에 가까웠던…….”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는 도빈의 저격성 말에 부엌에서 샐러드가 담긴 보울을 들고 오며 예현이 반문했다.
“아, 며칠 전에 먹었던 과자는 먹을 게 아니야?”
“그건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형이 이해해 주시기로 했잖아여.”
억울해하는 표정과 어조에 예현이 순순히 물러났다.
[예현이가 이해할 만한 사정이면 저혈당? 울 멈무 저혈당 있어?] [아…… 설마…… 그…… ] [그 사건 때문이 아닐까…… 한데…… ]대충 사정을 짐작한 팬들은 더는 말 얹지 않고 착잡한 눈으로 탁자 위 음식들을 바라보는 예현을 놀리는 것으로 노선을 틀었다.
[머릿속으로 칼로리 계산 중ㅋㅋㅋ] [사실 예현이 눈에 칼로리 스카우터 있었던 거임]“이야, 4주 빠르네요. 벌써 이번 앨범 활동이 끝이라니.”
“맞아요, 데이드림이랑 더 오래오래 보고 싶었는데.”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후속곡 활동 가보자고] [한 달은 해야지 4주가 뭐야 4주가] [막냉이 어디갔어?]“유제표 라면 등장이요!”
마침 타이밍 좋게 등장해 냄비 하나를 들고 온 유제가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냄비 하나를 더 들고 왔다.
[라면 종류가 달라?] [너무 양이 많아서 나눈 거야?]“아, 왜 냄비가 두 개냐면요. 푹 퍼진 면파랑 꼬들 면파랑 한 번 싸운 후로는 그냥 나눠서 끓이고 있어요. 저희 막내 라인 둘이 꼬들한 면 파고, 하준이 형이랑 이든이 형이 푹 퍼진 면 파. 예현이 형이요? 예현이 형은 라면 안 드셔서 논외예요.”
개인 폰으로 라이브 채팅을 확인하며 유제가 질문에 대답했다.
“싸웠어? 언제?”
어리둥절해하는 이든의 모습에 유제가 삿대질했다.
“형, 형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왜 라면을 덜 익혀 오냐고 먹던 라면 가져가서 다시 끓이다가 쌈판의 서막을 여신 분이!”
“내가?”
이든이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며 물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한 그 표정에 유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데뷔 전 일이라고 해도 2년도 안 지난 일이거든요.”
[오늘부로 윤이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불어터진 면 강요는 선넘음 ㅅㄱ] [가져가서 다시 끓였다는 게 너무 어이없음ㅋㅋㅋㅋ 취좆 ㄹㅈㄷ] [어쩌다가 싸움까지 번진 건데]유제의 옆에서 함께 슬쩍 채팅을 보던 도빈이 입을 비죽였다.
“솔직히 싸움이라 하기에도 억울한 면이 있죠. 저희가 일방적으로 쥐어 터진 거라.”
“도빈이 형, 말을 그렇게 오해하게 하면 어떡해. 물리적이 아니라 정신적…… 아니, 이것도 말이 좀 이상한데…….”
말이 길어질수록 이상해진다는 걸 감지한 유제가 횡설수설하며 볼을 긁적이고 있자 하준이 급히 수습했다.
“아무튼, 취향이 갈린다는 걸 안 후로는 따로 끓여 먹고 있습니다.”
[이든이 다른 건 다 져 줘도 라면은 못 져 주나 봄ㅋㅋㅋ] [훈훈한 취존엔딩] [애들아 그러지 말고 꼬들면 먹을 만치 먼저 덜고 나머지를 더 끓여 먹어]“아, 그런 방법이. 안 그래도 설거지거리 많아져서 귀찮았는데.”
“예현이 형, 치킨 닭가슴살 부위 샐러드에 넣으실래요?”
“괜찮아. 형은 이걸로 충분해.”
채소밖에 없는 샐러드를 본 도빈이 슬쩍 닭가슴살 부위를 들어 권했지만, 예현은 역시나 거절했다.
일부러 예현과 먼 곳에 두었건만 기어이 몸을 일으켜 냄비 안의 심연을 본 예현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아 보여? 이거 다 몇 봉이야?”
“한 냄비당 네 봉씩요.”
“두 명이서 네 봉을 먹는다고?”
그렇지 않아도 큰 예현의 눈이 더욱 커지자 유제가 소심하게 반박했다.
“치킨이랑 피자도 시켜서 평소보다 적게 끓인 건데요.”
[나 왜 지금까지 애들이 다 소식좌인지 알았지,,, 너희도 한창때의 남자애들이구나,,,] [두 명이서 네 봉이 적으면 대체 평소에는 얼마나 먹는다는……?] [예현이 표정 지금 기절 직전] [얼마나 예현이 눈 피해서 몰래몰래 먹었으면 예현이 저렇게 충격받은 건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