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9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96화(96/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96화
레브에게 드디어 완전체 예능 제의가 들어왔다.
바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2만 원으로 살아남기>.
옛날에 다른 이름으로 하다가 폐지되고 몇 년 전에 이름만 살짝 비틀어서 부활한 프로그램이었다.
연예인들이 돈 몇 푼에 구질구질해지는 걸 보는 게 셀링포인트라나 뭐라나.
물가가 올라 예전처럼 만 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건 불가능했기에 물가를 반영해서 금액을 올리고 기간을 줄였다.
2만 원으로 사흘을 살아가는 게 미션인 만큼 미션 수행자는 사흘 동안 개고생 예약이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24시간 일거수일투족 감시로 유명했으므로 새벽에 몰래 먹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건 당연히 예현이 형이 미션 수행자 해야지.”
“나? 왜?”
“원래 이런 건 팀 내 얼굴마담이 해야 하는 거야.”
“네가 나를 칭찬할 리가 없잖아. 사실대로 말해.”
“야, 봤냐? 얘들아, 봤냐? 좋은 말을 해 줘도 이러는데 내가 좋은 말이 나가겠냐? 형은 나한테 맨날 막말한다고 뭐라 할 게 아니라니까? 동생의 선의도 무시하는데, 어?”
내가 눈을 부릅뜨며 큰소리를 치자, 휴대폰을 보고 있던 막내가 심드렁하게 진실을 말했다.
“이든이 형이 예현이 형은 양상추 하나로 며칠 버틸 수 있으니까 무조건 예현이 형이 미션 수행자 해야 한다 했어요.”
건수 하나 잡았다고 한껏 의기양양해진 표정으로 서예현이 턱을 치켜들었다.
“그것 봐. 다 목적이 있었잖아.”
“재희야, 너 이거 배신이다.”
굳게 믿고 있던 막내에게 뼈아픈 배신을 당한 나는 축 처졌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이런 건 리더가 해야지.”
“이럴 때만 리더 찾아.”
“그 말은 네가 평소에 리더의 권위를 전혀 내세우지 않았을 때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응, 아니야.”
“세상에, 이게 스물두 살과 스물한 살이 할 만한 대화인가요.”
“뭐, 너도 이 나이 먹어 봐. 사람이 드라마틱하게 철드나.”
물론 나는 스물일곱 찍고 시간을 거슬러 왔긴 했지만, 그냥 따지기 귀찮으니 다시 현재 나이인 스물한 살 하기로 했다.
회귀 전 나이까지 더해서 계산하면 서예현이 내게 형이라 불러야지.
“그런데 우리 상대편 누구예요?”
그 물음에 예능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나를 찝찝하게 만들었던 원인을 입에 담았다.
“알테어.”
그렇지 않아도 레브를 견제하는 듯한 티를 내는 그룹이었다.
일단 내게 대놓고 티 낸 건 차연호 하나뿐이었지만, 회귀 전 KICKS 놈들에게 전해 들었던 말-정확히는 뒷담 –에 따르면, 라이징 견제가 심하다 했으니 다른 놈들도 차연호와 별반 다른 노선을 타진 않을 터였다.
지난번 <연애백서>에 이어 예능이 또 겹친 게 우연인지, 아니면 저쪽의 입김이 들어간 건지.
그렇지 않아도 <연애백서>에서 차연호가 내게 꼽 줬던 게 알테어의 팬들에 의해 나를 향한 역공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그 방송에서 보여 준 사이다 면모가 더 커서 묻혔지만.
“와, KICKS 아니어서 다행이다. 만약 KICKS였으면 누가 미션 수행자로 걸렸든 일단 이든이 형이랑 하준이 형이 돈 한 푼도 못 쓰게 하면서 쫄쫄 굶겼을 듯.”
심란한 내 속도 모르고 김도빈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늉을 하며 대놓고 안도했다.
“야, 준이는 몰라도 나는 그 정도로 극악무도한 사람은 아니다.”
“반대 아니고요?”
“그야 우리 준이는 KICKS만 엮이면 눈 돌아가는걸.”
내 말에 싱긋 웃은 견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은 못 하겠네.”
아무튼, 우리는 오늘까지 미션 수행자를 정해서 제작진 측에 알려 주어야 했다.
“이런 건 리더가 하라니까.”
“팀 내 비주얼이 해야 한다고. 카메라에 많이 비춰서 얼굴로 홍보를 해야 할 거 아니야.”
“막내가 할래?”
“형들에게 기꺼이 양보할게요.”
“도빈아, 네가 해라, 그럼.”
“저는 하루 만에 만 원을 다 써버리고도 남을 인간이에요. 자기객관화 하나는 제가 기가 막히게 잘하거든요.”
“하준아, 한번 해 볼래?”
“아, 형은 왜 안 그래도 식사 담당하느라 힘든 애한테 식사 제한까지 시키려 그래.”
“미안하다, 하준아…….”
결국 치열한 미루기 끝에 정해진 미션 수행자는……!
“양상추 하나 사서 사흘 먹어. 그러면 우리가 이기는 거야. 알았지, 형?”
“미치겠다. 내가 아무리 식단 조절을 한다지만 그것만 먹고는 못 살거든.”
맏형이 살신성인의 자세를 몸소 보여 주기로 했다.
레브의 입덕요정 및 얼굴, 파이팅.
* * *
<2만 원으로 살아남기> 알테어 vs 레브 편.
2만 원으로 사흘 살기 프로젝트!
1군으로 우뚝 선 6인조 보이그룹 알테어와 라이징으로 한창 떠오르고 있는 신예인 5인조 보이그룹 레브의 출연에 제법 관심이 쏠렸다.
[차연호: 안녕하세요, 알테어에서 미션 수행자를 맡게 된 연호입니다.] [케이제이: 연호가 알테어에서 제일 짠돌이라서 만장일치로 미션 수행자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쭉 보니까 옆에서 코치해 주는 것보단 그냥 짠돌이가 맡는 게 더 유리하겠더라고요.] [차연호: 짠돌이라니. 기왕이면 근검절약이라 해 줘.] [주형진: 맞아요. 우리 연호 형이 얼마나 절약 정신이 뛰어난데. 할인이나 쿠폰, 이런 것도 다 챙기고 어디서 막 기프티콘 공짜로 받아 오고, 신용카드도 다 혜택 비교해서 만들고.] [김서균: 전 연호가 정말 존경스러워요. 저는 피곤해서 절대 저렇게 못 사는데.] [권태혁: 연호 형이 솔직히 5천 원은 넘게 남길 수 있을 거라 저는 자부합니다.] [이수민: 그런데 그렇게 남겼다가 상대팀이랑 잔액 체인지 걸리면 어떡하지?] [차연호: 일단 그 정도 남기고 나면 그때부터 걱정하자, 얘들아. 나 벌써부터 부담돼.]이제까지의 방송을 모두 시청하고 철저히 계획을 짜서 나온 알테어.
[서예현: 안녕하세요, 레브에서 미션 수행자를 맡게 된 예현이라고 합니다.] [윤이든: 예현이 형을 미션 수행자로 뽑은 이유요? 제일 연비가 좋아서. 우리 팀 제일가는 소식좌입니다, 이 형이. 왜 웃어, 도빈아?] [김도빈: 아니, 너무 웃겨서요. 뭐, 절약을 잘한다거나 그런 이유도 아니고 제일 연비가 좋아서. 무슨 자동차 이야기하는 거 같잖아요.] [유제: 이게 밥값만 아껴도 반은 성공이에요. 그러니 이건 충분히 이 대결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죠.] [견하준: 다른 건 우리가 옆에서 도와주면 되니까.] [유제: 그런데 우리 그룹에 할인이나 멤버십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 있나?] [윤이든: 없지. 우리 배달앱 할인 쿠폰 말고는 그런 거 안 챙기잖아.] [서예현: 다들 믿음이 안 가, 믿음이…….] [윤이든: 나도 형이 식비 빼면 믿음이 안 가.] [서예현: 저기, 지금이라도 미션 수행자 바꿀 수 있나요.]오직 식비 절약만을 밀며 아무 생각 없이 나온 레브.
그리고 서로의 인트로 영상을 시청한 알테어와 레브는 각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케이제이: 이분들 뭐지……? 밥값만 극한으로 아끼시겠다는 거야?] [차연호: 전 자신 있습니다. 필수 구매 항목들이 있으니까요. 밥값만 아껴서 되는 게임은 아니죠.]밥값만 아끼겠다는 후배들의 패기에 입을 떡 벌린 케이제이와 자신만만하게 우승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차연호.
[윤이든: 내가 봤을 때 우리는 다른 거에서 못 아껴. 다섯 명 다 막 할인 챙기고 멤버십 챙기고 이런 스타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는 밥값에서 극한으로 아끼자고.] [서예현: 그 정도 극한으로 아끼려면 하루 한 끼 먹어야 하는 수준인데. 문제는 규칙이 하루 두 끼를 꼬박 챙겨 먹어야 하는 거라니까.] [윤이든: 우리는 다 생각이 있죠? 아하하.] [서예현: 아니야, 우리 생각 없어. 망했다, 진짜. 지금이라도 미션 수행자 못 바꿔요?]강력한 자린고비 상대의 내력을 듣고도 꿋꿋하게 밥값 원툴을 밀고 가는 윤이든과 벌써 패배를 직감하고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하는 서예현.
그런 그들의 앞에 공통 규칙과 이번 회차의 필수 구매 품목이 발표되었다.
[규칙 1. 굶는 건 절대 엄금! 밥은 두 끼 이상 꼭꼭 챙겨 먹기!규칙 2. 주변인들이 미션 수행자에게 음식을 양도하려면 무조건 500원 이상의 가격대를 매겨서! 집밥을 먹으려면 배정된 도시락통에 담아서! (도시락통 1,000원) 규칙 3. 필수 구매 품목은 대리 계산, 지인 찬스 불가!
규칙 4. 중간 점검은 2일 차에!] [필수 구매 품목: 1일 차-커피, 2일 차-주변인들에게 식사 대접, 3일 차-영화 티켓]
규칙이 발표되고, 점심 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점심 식사를 하지 않으면 패배가 확정이었기에 미션 수행자들은 수중의 돈 2만 원으로 점심값을 계산했다.
[차연호: 도시락을 싸서 다니려고요. 두 끼 먹으면 하루에 2천 원이니까 사흘이면 6천 원. 도시락값은 미리 빼놔야겠네. 천 원 지불하겠습니다.] [서예현: 2천 원짜리 양상추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이걸로 사흘간을, 하…… 이틀 정도는 먹겠네요.] [차연호 1일 차 점심값 지출: 1,000원] [서예현 1일 차 점심값 지출: 2,000원]-서예현 무슨 토끼임? 드레싱도 토핑도 없이 양상추로만 네 끼 버티기 ㄱㄴ?
-독하다 진짜ㅋㅋㅋㅋ
한 끼를 박박 우겨 500원씩 내고 얻어먹고 다녔던 출연진도 있었지만, 저렇게 양상추 하나로 이틀을 버티겠다는 출연진은 또 처음이었다.
오늘의 필수 구매 품목을 구해 오라는 미션이 그들에게 떨어졌다.
[차연호: 제 신용카드가 이 프랜차이즈 50% 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라. 네, 굳이 여기를 고집한 이유가 다 있었죠.] [서예현: 숙소 근처 카펜데요,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가 천오백 원입니다.] [두 사람 다 1일 차 필수 구매 품목인 커피 구입 완료!] [차연호 지출: 2,250원] [서예현 지출: 1,500원]-서예현 운빨 쥑인다ㅋㅋㅋㅋ
-집 앞 카페에서 커피 사 온 놈보다 걸어서 30분 거리 카페에서 50% 할인받아서 커피 사 온 놈이 더 손해인 매직
[알테어 side] [권태혁: 연호 형, 과자 드실래요? 5백 원에 팔게요.] [차연호: 아, 그럴까? 오늘 나름 많이 아꼈으니까.] [권태혁: 맞아요. 솔직히 형보다 더 아낄 수는 없을걸요.] [아직 상대방의 지출을 모르는 상태!] [레브 side] [김도빈: 형, 배고프지 않으세요? 혹시 제가 과자 한 봉지를 트면 그걸 저랑 5백 원에 함께 나누어 먹을 의향이 있으신지?] [서예현: 저녁 6시 이후에 먹긴 뭘 먹어.] [이쪽은 지출을 신경도 쓰지 않는다]두 사람 다 자신이 쓸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을 쓰며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 날, 그들에게 성큼 다가온 첫 번째 시련, 주변인들에게 식사 대접!
[차연호: 우리 알테어 멤버들은 무리 가지 않을 선에서 부탁할 거라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서예현: 벌써 상상이 가네요. 오늘 돈 다 털어 버리고 필사적으로 잔액 체인지 따내자고 우길 동생들의 모습이. 하…….]3일 차의 영화 티켓까지 고려하여 지출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