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ank Slate Regression for the Idol That Lost His Original Mindset RAW novel - Chapter (98)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98화(98/476)
초심 잃은 아이돌을 위한 회귀 백서 98화
“저희 알테어는 잔액 교환을…… 하겠습니다!”
차연호의 비장한 그 말에 불끈 주먹을 쥐며 소리 없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는지 웃는지 모를 수준으로 꺽꺽거리는 김도빈과 류재희를 보는 알테어 멤버들의 얼굴에 혼란이 깃들었다.
나를 툭, 친 서예현이 작게 속삭였다.
“야, 이게 진짜 되네.”
“거봐, 내가 뭐라 했어. 나만 믿으라고 했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얼굴로 서예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 그러면 서로의 잔액을 공개합니다!”
MC가 힘차게 말하며 금액을 가리고 있는 스티커를 쫙 뜯어냈다.
[레브: 5,500원] [알테어: 13,050원]“이게 뭐야아아악!”
이제 자기들의 잔액이 되어 버린 레브의 잔액을 본 케이제이가 절규했다.
“……이거 꿈 아니죠? 제발 꿈이라고 해 주세요.”
한순간의 선택으로 열심히 아끼고 절약한 돈을 다 날려 버린 차연호가 넋 나간 얼굴로 헛웃음을 흘렸다.
다른 알테어 멤버들은 타 멤버의 어깨에 얼굴을 묻거나 안겨서 등짝 두드려지며 위로받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와, 사이 좋네. 레브에서는 상상도 못 할 풍경인데.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 이어서 또 내가 알테어한테 절망을 선사해 줘 버렸군. 유감.
“연호 씨가 잔액 교환을 택했으므로 최종적으로 알테어의 잔액이 5,500원, 레브의 잔액이 13,050원입니다.”
“아직 3일 차가 남아 있으니 아직 포기하긴 이르죠, 알테어.”
MC들은 절규하는 알테어 멤버들을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차이가 저렇게 나는 이상 뒤집기는 요원해 보였다.
잔액을 많이 남겨 놓지 않아서 다행이다. 만약 아꼈다면 우리가 저 꼴 날 뻔했잖아.
중간 점검 촬영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꾸벅 제작진들과 알테어에게 다시 인사를 했다.
알테어의 리더이자 작곡멤, 케이제이가 우리에게 넉살 좋게 말을 건넸다.
“와, 다들 연기 잘하시던데요? 우리 정말 깜빡 속았잖아.”
참고로 이놈은 내가 알테어에서 제일 싫어하는 새끼였다.
남의 곡 짜깁기나 해 놓고선 뻔뻔하게 작곡멤이라고 입을 털면서 얼굴 꼿꼿이 쳐들고 다녔던 조각보 장인 겸 세탁 장인 새끼.
나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프로듀서라고 말 못 하고 다닐 텐데.
서치 퀘스트를 하다가 우연히 내가 케이제이랑 포지션 겹친다고 짜증 난다고 토로하는 알테어 팬의 글을 봤는데 짜증 나는 건 나였다.
리더 빼고 겹치긴 뭐가 겹쳐, 시발.
차연호는……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케이제이에 비하면 회귀 전에 별 사감은 없었다. 왜, 가재는 게 편이라지 않는가.
알테어는 레브와 달리 멤버들끼리 끈끈하다고 유명하기도 했고, 차연호와 케이제이는 동갑내기에 연예계 절친으로도 유명했기에 차연호가 내 앞에서 별 지랄 난리 부르스를 친 건 다아 이해했다.
나도 견하준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분명 그랬을 테니까.
지금은 계속 라이징 견제한답시고 시비를 털어 대서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좆 같은 새끼라는 최현민의 평가는 꽤 정확했다.
그래도 티 내면 초심도가 깎일 게 분명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런 나와 케이제이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차연호가 불쑥 말을 꺼냈다.
“이든 씨,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그가 대화 좀 하자며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방송국 세트장 뒤의 비상계단이었다.
차연호는 자기가 먼저 사람을 불러놓고 한참을 침묵했다.
내가 부른 장소로 도착하자마자 사람 붙잡고 매달리던 회귀 전 과거를 생각하면 매우 고까울 수밖에 없었다.
“부르신 용건이?”
“번호 좀 찍어 줄래요? 내가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는 잘 안 받아서.”
“오, 저는 일단 받고 보는데, 정반대네요.”
내 휴대폰 11자리를 찍으며 대꾸하자 제 주소록에 내 번호를 저장한 차연호가 곧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울리는 휴대폰에 차연호는 입꼬리를 슬쩍 올려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연애백서> 때는 인간 불신이 있어 보였는데 의외네요.”
“아, 제가 앞뒤 다른 사람을 좀 많이 싫어해서요. 솔직히 그런 사람이랑 계속 사귄다고 하면 당장 헤어지라고 해야죠.”
“하긴, 저도 그렇게 사귀느니 헤어지라는 쪽이긴 해요.”
“선배님도 그런 쪽인데 왜 방송에선…….”
“어쨌든 <연애백서> 스타일에는 맞춰야죠. 튀는 건 좋은데 너무 모난 돌은 정 맞아요, 이든 씨.”
“충고 감사합니다.”
“레브 노래들이 다 좋던데, 처음 듣는 노래들이 꽤 있더라고요.”
“이전부터 노래 칭찬하시면서 계속 처음 듣는 노래 강조하시는데, 기분 좋진 않네요. 그럼 레브는 어디에서 들어본 노래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소리이신지?”
“아, 혹시 기분 상했어요? 제가 워낙 음악 문외한이라.”
“시상식에서 음원 본상까지 받으신 분이 겸손한 소리를 하시네. 음악 문외한이 어떻게 연예계에 몸담고 있겠어요.”
별 알맹이 없는 대화와 내 속을 살살 긁으려 작정하는 대화가 오갔다. 적당히 예의 차려 맞받아쳤다.
“볼일 다 보셨으면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내 통보에도 차연호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저 얼굴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일그러질지 상상하자 더러웠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역시 지금 무너뜨려서 끌어내리긴 재미없지. 높이 쌓을수록 무너지는 모양새가 꽤 볼만하거든.
“이전에도 그렇고, 무슨 접점은 딱히 없었다고 하지 않았어?”
견하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내가 꼽나 본데? 내 인상이 그렇게 안 좋나?”
“상처받을 거 같으니 굳이 말은 하지 않을게.”
“괜찮아. 하도 익숙해서 이젠 그 정도 말로 상처받지도 않아.”
* * *
[3일 차 START!]중간 점검의 날에 레브와 알테어가 만나 미니게임으로 치열한 승부를 기리고, 우승자인 알테어가 선택한 잔액 교환이 악수(惡手)로 돌아온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레브가 피자파티 하는 모습을 봤는데도 순간 속아넘어갔어;;; -와ㅋㅋㅋㅋ 피자도 먹고 돈도 생기고 이게 바로 창조경제
-레브 운이 좋네ㅋㅋㅋ 머리가 아니라 운이 좋아
시청자들은 과감하게 도박 수를 둔 레브와 그것에 보기 좋게 넘어가 버린 알테어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알테어 side] [차연호: 사실은 잔액 교환 안 하고 그대로 가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고도의 심리전에 넘어가 버렸어…….] [이수민: 연기를 진짜 잘하긴 했어, 레브 분들이. 나는 진짜 우리를 안심시켜서 잔액 교환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건지 알았다니까.] [권태혁: 상상도 못 했죠. 잔액이 5,500원일 거라곤.] [케이제이: 그래도 우리 빌붙기권 하나 따냈으니까 한 끼 값은 아낄 수 있겠다.] [주형진: 그런데 문제는 영화 티켓이죠. 조조도 6천 원인데.] [차연호: 그건 걱정하지 마. 으음, 우리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케이제이: 진짜?]비록 잔액 교환이라는 악수를 두어 잔액이 5,500원으로 확 줄어 버리긴 했지만, 알테어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차연호는 자신감을 내보이며 시청자들에게 무슨 묘수가 있는 건지 궁금증을 선사해 주었다.
-와 역시 흑막연호 생각해 두신 한 수가 다 있으셨겠다?
-여기서 역전하면 역대급 역전승이다 알테어 역전승 가자!
-레브 좀 짜증 난다 이건 솔직히 배려가 없는 거지
└?잔액 교환 선택한 건 알테어였는디요? 알테어가 잔액 교환 안 택했으면 레브 얘네는 그냥 피자 양껏 먹고 잔액 5500원인 사람 됐는디?
└원래 이런 프로인데 왜 갑자기 레브 욕함? 아퀼라임?
[레브 side] [윤이든: 봤냐, 내 빅피쳐?] [유제: 솔직히 제 순발력과 연기도 한몫했죠. 예현이 형의 진실 어린 혼잣말을 교란 작전으로 만들어 버린 매직.] [서예현: 미니게임 져 놓고 무슨 소리야. 미니게임 이겨서 잔액 교환을 우리 측에서 하는 게 원래 계획이었잖아.] [견하준: 하하, 형. 우리가 언제 그런 계획을 세웠어요. 우리 교란 작전이 원래 계획이었잖아요.] [서예현: 와…… 하준아, 너는 연기해라, 진짜. 하여간, 믿었던 너마저……!]여기는 분위기가 훈훈하기 그지없는 상태.
운 70%와 기술 30%, 운칠기삼의 상황을 서로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며 잔액을 보고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견하준 진짜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구라를 치네ㅋㅋㅋ
-윤이든 저 당당한 웃음 너무 킹받아ㅋㅋㅋㅋ
-운빨 미친놈들ㅋㅋ
그리고 3일 차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미션 수행자인 차연호와 서예현, 두 사람 다 아침부터 일찍이 영화관을 방문했다.
[차연호: 혹시 포인트 사용은 금진가요? 아, 써도 된다고요?] [차연호: 평소에 포인트를 적립해 놓기를 잘했네요.] [차연호: 제가 영화 보는 게 취미라 영화관 할인 혜택이 제일 큰 카드도 만들어 놨거든요.] [차연호: 이렇게 하면…… 짠, 0원.] [서예현: 필수 구매 품목인 영화 티켓 때문에 조조 영화를 보러 왔습니다.] [서예현: 조조로 보는 게 제일 싸잖아요. 6천 원이네요.] [서예현: 어제 치즈오븐스파게티 시키지 말고 500원 더 남겨 놓을 걸 그랬나. 5천 원이면 영화 티켓도 못 살 돈인데.] [차연호 지출: 0원] [서예현 지출: 6,000원]서예현이 조조 영화로 제일 최소한의 지출을 노렸지만, 카드 할인 및 포인트 사용을 이기지는 못했다.
서예현은 6천 원이라는 큰 지출을 혼자 짊어진 상태.
-와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나 했더니 연호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진짜 이러다가 역전승 가는 거 아니야? 서예현이 점심저녁 두끼 값까지 쓰면 간당간당할 텐데
[차연호: 어제 미니게임에서 딴 빌붙기권 쓸게요. 점심 한 끼라도 지출을 아껴야지.] [서예현: 오늘 하루 식사입니다. 오이 하나. 이걸로 두 끼 먹을 예정이고요. 어제 피자를 먹어서 다행이네요.] [차연호 3일 차 점심값 지출: 0원] [서예현 3일 차 점심값 지출: 500원]양상추는 네 끼를 버틸 수 있어 현 상황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선택이 아니었기에 서예현이 생각한 대안은 바로 오이.
오이 하나를 반으로 자르고, 반 토막을 또 스틱형으로 썰어 쌈장도 없이 씹어먹는 서예현의 모습은 다시 한번 시청자들이 독기를 부르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강적이다 ㅅㅂ 오이 하나로 두끼 버티기
-연비가 ㅈㄴ 중요한 거였구나
[차연호: 도시락비 1,000원 지불하겠습니다.] [서예현: 저녁은…… 오전에 사 왔던 오이 반쪽입니다.] [차연호 3일 차 저녁값 지출: 1,000원] [서예현 3일 차 저녁값 지출: 0원]차연호는 저녁 도시락값으로 천 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서예현은 오전에 사 놓은 오이 덕분에 지출은 따로 나가지 않는 상태!
-이거 맞아? 차연호가 빌붙기권까지 썼는데도 500원 더 지출한 거 실화?
-나 진짜 불안불안하다 예현이 이 방송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져서 이 프로그램 폐지되는 거 아닌가 하고
└2일 차에 피자 먹어서 ㄱㅊ
그렇게 3일 차도 지나가고, 4일 차 아침에 세트장에 모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결과!] [차연호 잔액: 4,500원] [서예현 잔액: 6,550원] [레브 승!]레브는 서로 제각각의 모습으로 우승을 기뻐했다. 알테어는 겸허히 패배를 받아들이며 후배들을 향해 따스한 박수갈채를 보내 주었다.
-다 같이 껴안는 것도 아니고 등짝 두드리는 걸로 끝이야ㅋㅋㅋ
-벌칙 수행하냐곸ㅋㅋㅋ
[서예현: 멤버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큰 판넬에 프린트된 하와이 여행권을 단체로 든 레브가 카메라 앞에서 손을 흔들고, 다음 주 출연진이 예고편으로 공개되며 방송이 끝났다.
그리고 하루 후, 인터넷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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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선] 후배에게 무시 받은 알테어 차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