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rporate Underling Who Excels at Work RAW novel - Chapter (132)
대기업 말단이 일을 잘함-132화(132/357)
132화. 시장 흔들기 (3)
J건설의 주식에 걸린 파생 상품은 사는 것이 이득이었다.
한민규의 판단에도 그랬다.
마음속 한구석에 께적지근하게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이성적으로 보면 사야 했다.
커다란 기회였다.
‘오르는 것도 확인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정보 확인도 마쳤다.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도 확인했다.
무조건 호재였다.
J건설 주식을 사도 이득이고 상품을 사도 이득이다.
J건설은 오른다.
그런 답이 나왔다.
이건 무조건 타야 하는 버스였다.
한민규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올인을 눌렀다.
웬만한 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한민규는 자신을 믿었다.
공매도를 쳤을 때도 이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으로 돌아왔다.
도박이 아니었다.
확실한 근거가 있었고 과감한 판단이 있었다.
한민규는 지금도 그럴 때라고 생각했다.
‘이건 실제 주식 투자가 아니니까.’
실제가 아니기에 더욱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호재와 악재가 정보로 풀린다는 것.
그리고 증권사 역할을 하는 주최 측에서 올라온 리포트라면 믿을 수 있다.
한민규는 혹시 모를 종자돈 조금을 남겨두고 모조리 파생 상품 매수를 눌렀다.
그가 사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와 같은 판단을 한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그것이 선택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오른다!’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틱, 틱, 틱.
붉은 기둥이 세워졌다.
13만 원을 넘어선 주가는 15만 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식당에서 식사가 끝나고도 돌아가지 않은 사람들이 한창 앱을 들여다보며 환호성을 외쳐댔다.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로비에서 머물거나 밖으로 나가거나.
그래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다들 주식 투자에 열중이었다.
리포트도 진짜고 유료 정보에도 J건설이 호재라고 나와 있다.
실제로 J건설은 오후 1시가 넘은 시점에도 쭉쭉 오르고 있었다.
13만 원에서 시작한 주가가 17만 천 원까지 올랐다.
포지션 정리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그래프가 우뚝 멈췄다.
더 올라가야 할 그래프가 시간 정지라도 걸린 것처럼 같은 자리에 맴돌고 있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주가가 올라갈 거라 믿었다.
그 순간.
-틱.
아주 조금이지만 파란색 기둥이 생겨났다.
아직까지도 혼란은 없다.
다들 주식을 들고 있는 상태다.
-틱.
다시 한번, 파란 기둥이 생겨났다.
이번엔 전보다 조금 더 높은 폭으로 하락했다.
‘아닌데. 분명 오른다고 했는데.’
1시 반, 다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기쁨도 잠시. 이번엔 누군가 대량의 물량을 던진 것처럼 주가가 뚝 떨어졌다.
-틱, 티틱, 틱.
“어? 이거 왜 이래?”
어디선가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동기들일 리는 없다.
대부분이 오른다에 건 사람들이니까.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말이 있다.
그럼 혹시 지금이 어깨라고 판단해서 파는 사람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시장이 흡수 가능한 물량일 것이다.
이 정도는 받아줄 수 있다.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돈을 털어 J건설 주식의 매수를 눌렀다.
그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몇 있었나 보다.
그래프가 소강상태를 그린 것도 잠시.
‘이때다.’
누군가 외친 것 같은 환청이 들렸다.
그래프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량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최소 기관, 아니면 공매도인 것이 분명했다.
작은 시장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다들 팔지 말고 자리를 지켜야 해!’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J건설을 팔지 말라고.
다들 갖고만 있으면 하향세도 잠시, 주가가 다시 오를 거라고.
그러나 상황은 한민규가 걱정한 대로 흘러갔다.
자꾸만 떨어지는 그래프를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물량을 던졌다.
-티딕.
또 떨어졌다.
이제 시장은 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다.
한민규 같은 방어 세력이 주식을 사서 주가를 막는 것도 한계였다.
“안 돼!”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게 신호탄이었다.
-와르르.
주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패닉 셀이었다.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던지자 주가가 떨어지고, 또 그걸 보고 참지 못한 누군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고 물량을 던졌다.
사는 사람은 없고 파는 사람만 나오니 그래프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손가락으로 제방을 막는 거나 다름없었다.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자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안 돼! 떨어진다!”
“빨리 팔아!”
이젠 걷잡을 수 없었다.
손절하려는 것이다.
이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팔아 재끼기 시작했다.
동기들의 심정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손실이 적을 때 팔아서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팔아버리면 파생 상품은 무용지물이 된다.
-째깍.
오후 2시.
행사해야 할 때가 왔다.
[행사하시겠습니까?]네 / 아니오
팝업창이 떴다.
J건설의 주식을 12만 원에 살 수 있는 권리.
한민규는 J건설의 주문 창을 보았다.
지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실시간으로 J건설은 떨어지고 있었다.
16만 원, 15만 원…….
그리고 12만 원 선을 돌파했다.
기관에 더해 2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제히 던지는 물량을 받아줄 사람은 없었다.
‘행사…… 포기.’
옵션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행사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미 산 파생 상품의 프리미엄은 돌려받지 못한다.
한민규는 눈물을 머금고 행사를 포기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J건설로 크게 손해를 본 사람들이다.
J건설 76,500원
J건설의 주가는 8만 원 아래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그 하락세를 멈췄다.
* * *
“야호!”
나재홍의 방이었다.
박혜나는 나재홍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둘이 의기투합하는 일은 꽤 보기 드문 일이었다.
그만큼 오늘 일이 힘들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다.
“오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채경준 씨가 수고하셨죠.”
박혜나가 춤이라도 출 것 같은 기세로 방방 뛰었다.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냐?”
“당연하죠. 나재홍 씨는 안 좋아요?”
“크흠, 나도 좋지.”
둘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다시 하이파이브를 했다.
꺄아! 하는 환성이 터져 나오고 그 다음, 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 하셨어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둘이 눈을 빛내며 물어보았다.
중간까지는 둘에게도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이번 모의 투자는 시간이 생명이었다.
나중에는 일단 내가 지시를 내리고 그다음에 설명해 주기로 했다.
그 결과가 지금 이것이었다.
채경준 1,283,612,000원
박혜나 851,780,410원
나재홍 850,214,750원
채경준이 약 13억, 박혜나와 나재홍이 8억 5천이다.
압도적인 수익이었다.
아마 이번 장에서 우리처럼 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차분하게 처음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맨 처음 시작하자마자 공매도 친 건 이해하시죠?”
“네. 이 시장이 현실이 아니라 모의 투자라서 가능했던 거잖아요. 아무도 손에 들고 있는 주식이 없는 상태니까 공매도 치면 무조건 하락하게 되어 있죠.”
박혜나가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녀도 거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다음이 문제다.
“거기서 저는 정보 중에서 가장 싼 값의 정보를 샀습니다. 아주 간단히 호재, 악재 정도만 알려주는 정보라 100만 원밖에 안 했어요.”
“실제로 건설업계가 호황인 건 맞는 정보였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일부러 그걸 고른 거야. 그래야 남들이 돈 주고 정보를 샀을 때 이게 맞다고 철석같이 믿을 테니까.”
“미끼구나. 의심하지 않고 들어올 수 있게 만든 미끼.”
만약 누가 시장 상황을 의심하고 정보를 사려고 한다 치자.
시작 첫날일 뿐더러 랭킹을 봤을 때 많은 돈을 들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종자돈도 있어야 하니 기껏해야 100만 원, 300만 원 같은 저렴한 호재, 악재 정보를 살 거라 생각했다.
그 정보에 의하면 건설업계가 호황인 건 사실이니 의심 없이 J건설에 들어올 것이다.
그다음 단계.
나는 기관의 동향 정보를 샀다.
“처음 공매도를 쳤을 때 저는 물량을 받아주는 기관의 존재를 눈치챘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기관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샀어요. 꽤 비쌌습니다.”
무려 기초 자금의 두 배인 2천만 원이었다.
그리고 그만한 값을 했다.
1시 40분, 기관은 J건설을 대량 매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일부러 오후 2시에 J건설의 주식을 12만 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팔았다.
옵션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가격이 15만 원을 넘어섰을 때 한 번 더 공매도를 쳤다.
그 물량마저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수준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관이 아닌 내가 가진 물량은 2천 명이나 되는 시장의 매수세를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거기서 기관, 즉 주최 측이 나섰다.
오후 1시 40분, 대량 매도가 시작되었다.
그 물량도 2천 명이나 되는 시장은 버겁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시장이 조금 하락하고 그쳤을 것이다.
그때였다. 내가 지시를 내린 것은.
-세 분 다 J건설 전부 다 던지세요. 그러고도 매수세가 안 꺾이면 공매도 치세요.
주식은 심리전이다.
기관의 매도세가 끝나갈 즈음, 막타를 친 거나 다름없었다.
시장은 금방 패닉에 휩쓸렸다.
너도 던져? 나도 던진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이번 작전에서 중요한 건 한 가지였다.
옵션? 아니다.
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가 옵션을 사놓고도 행사하지 못하면 그 프리미엄은 그대로 내 차지가 된다.
나는 처음부터 시장에 올라탈 생각이 없었다.
시장을 내게 유리하게 흔들 생각이었다.
그것이 제대로 먹혀 들어간 것이다.
이번 옵션 건은 내 손 위에서 시장 전체가 놀아난 거나 다름없었다.
“주가조작은 하나도 없었다는 게 신기하다, 야.”
나재홍이 후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도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나재홍과 박혜나는 이번에 발품을 많이 팔았다.
그 특유의 친화력과 인맥으로 곳곳에 J건설이 오른다는 소식을 흘렸다.
사실 거짓말도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를 숨겼을 뿐이다.
기관의 매도 동향.
내가 그에 맞는 값을 주고 치른 것이다.
이번에 그 정보값을 비싸게 이용해먹었다.
“이제 오후 장이 남았네요. 오후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만큼 벌었으니까 끝?”
박혜나 역시 지친 듯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후엔 아마 많은 세력들이 우리를 따라하려 할 겁니다. 그걸 깨부숴 줘야죠.”
나재홍이 환한 얼굴로 웃었다.
“이야, 그거 재밌겠는데! 깽판 치기!”
이번 모의 주식 투자에서의 목표는 1등 하기다.
나만 잘 벌어서 1등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남들이 벌지 못하게 시장을 뒤흔든다!
오후 장도 내 손아귀에 쥘 생각이었다.
“그럼 잠시 쉬었다가 오후 장도 한 번 가볼까요?”
우리는 각자 잠깐 동안의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연회장으로 내려갔다.
기관 역할을 하는 임원진이 있는 곳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내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도 옵션을 걸고 싶은데요.”
“어? 그쪽도?”
임원진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오전에 있었던 시장 뒤흔들기에서 배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옵션을 이용한 작전은 무용지물이 된다.
아까의 시장 흐름은 2천 명이나 되는 사람이 모두 J건설과 그 파생 상품을 들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낭패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시기가 이미 지났어요. 이젠 소용없는 작전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릴 작전이었다.
이젠 따라할 수 없는 작전이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나재홍이 미친놈 보듯 날 보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작전을 짠 거야?”
“그럼요.”
박혜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채경준 씨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요? 아마추어처럼. 원래 이런 사람이었잖아요.”
“맞아. 원래 이랬지.”
고개를 끄덕이는 나재홍을 보며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다음 작전이나 하자고.”
다음은 아주 쉬웠다.
깽판 놓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