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
001화
5살.
울고 있는 내가 보인다.
도대체 왜 울고 있었을까?
그때 내게 한 소녀가 다가와 손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겁먹지 마. 내가…….”
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짐작할 수 있었다.
어디 기댈 구석이 없던 내가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소녀의 말에 어린 나는 미소를 지었고, 그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건물이 불타오르기 시작하며…….
꿈에서 깨어나 버렸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난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
‘젠장. 또 그 꿈이야. 젠장…….’
* * *
“요한.”
“…….”
“요한!”
“…….”
“일어나!”
곤히 자고 있던 요한에게 한 남성이 다가오더니 이불을 빼앗으면서 소리쳤다.
“아, 5분만 더…….”
“5분만은 무슨. 너, 오늘 진아랑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
‘진아?!’
아저씨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바라봤다.
“아! 맞다. 지금 몇 시야?”
“7시.”
‘7시? 만나기로 한 시간은 10시니까… 아, 뭐야. 좀 더 자도 되잖아.’
다시 침대에 누우려고 하자 아저씨는 날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는 잔소리를 시작했다.
“미리 일어나서 준비해야지.”
“준비할 것도 없어. 안 그래도 이상한 꿈 꿔서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이상한 꿈이면… 네가 항상 말하던 그 꿈?”
“응.”
아저씨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내 뒷목을 붙잡고 식탁으로 끌고왔다.
“헛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피곤하다니까 진짜…….”
나는 반쯤 뜬 눈으로 수저를 들고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맛은 있네.’
내 이름은 요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고3.
아니, 남들과 다른, 아주 특별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평범한 생활을 살고 있는 고3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나는 고개를 돌려 커피콩을 볶고 있는 아저씨를 바라봤다.
왜 아저씨라고 하냐고?
그는 아주 어린 시절 부모 없이 홀로 남겨져 있던 내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직업은 탐정이다.
‘그나저나 오늘도 정장을 입은 걸 보면 출근인 것 같네.’
“아저씨는 뭐, 쉬는 날도 없어?”
“어쩔 수 없잖아. 탐정은 의뢰인이 포기하기 전까지 의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존재라는 거.”
아저씨의 말에 아쉽다는 듯 나는 볼을 부풀렸다.
“옛날에는 놀이공원도 같이 가고, 동물원도 가서 놀아줬으면서 요새는 일한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안 놀아주고… 너무하네.”
“그때는 네가 너무 어렸으니까 돌봐주기 위해 그랬던 거야. 지금은 다 컸잖아? 그리고 친구 만나서 놀라고 카드도 주고, 현금도 줬는데 뭐가 더 필요해?”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나는 한숨을 내쉬고 식탁에 얼굴을 기댔다.
“내겐 가족이라고는 아저씨가 전부인데, 고등학교 와서는 아저씨랑 함께 했던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잖아.”
아저씨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주에 같이 낚시라도 가든지.”
“정말이지~? 약속했어?”
“그래.”
아저씨는 내 말에 대답하며 커피를 건넸다.
“그나저나 아직 성장기인 학생한테 커피를 줘도 되는 거야?”
“싫으면 마시지 말든가.”
내 말에 아저씨는 내게 건네준 컵을 다시 가져가려 했고, 나는 아저씨가 뺏어갈 수 없도록 몸을 돌려 그의 손을 피했다.
“누가 싫대?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커피를 직접 볶는 거야? 밖에 파는 곳도 많은데…….”
“커피는 탐정의 상징이야. 그리고 나는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보다 내가 운전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거든.
“뭐?”
아저씨는 피식하고 웃으며 날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어린애라 이해를 못 하는구나.”
“어린애 아니거든?!”
“그나저나 너는 언제까지 그놈들한테 맞고 다닐 생각이야?”
“응?”
아저씨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빛이 흔들렸다.
‘설마 알아차린 건가? 어떻게? 상처는 없을 텐데?’
“눈빛… 여전히 포커페이스는 못 하는군.”
“에이씨. 또 어떻게 안 거야?”
“진아가 말해줬다. 일진 녀석들이 때렸다면서? 힘도 있고, 맞고 다니지 말라고 호신술도 알려줬는데 왜 자꾸 맞고 다니는 거야?”
나는 아저씨의 말에 피식하고 웃으며 폼을 잡았다.
“싸움을 하게 된다면 누군가를 피해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닌,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 이유가 되어라, 라고 아저씨가 알려줬잖아.”
“자기 자신을 지키지도 못하는 녀석이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그 새끼들이 자꾸 나보고 가족도 없는 고아 새끼라고 하잖아! 내가 고아는 맞지만, 가족이 없는 건 아니잖아?”
아저씨는 내 말에 마음에 들었는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부모가 없다고 가족이 없으란 법은 없지. 그런데 스스로를 지키는 일을 언제까지 남에게 맡기지는 마.”
아저씨는 말을 마치며 중절모를 썼다.
“아, 아저씨! 설거지는 내가 할게.”
“그래. 그럼 다녀오마.”
* * *
“요한!”
뒤에서 한 여성이 내게 달려와 목을 졸랐다.
“켁켁, 야! 이진아! 놔!”
진아는 놓으라는 말에 날 바닥에 쓰러트리고 ‘켁켁’ 거리는 날 한심하게 바라봤다.
이진아.
아까 아침에 아저씨가 말하던 ‘진아’가 저 녀석이다.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만난 애인데, 어느새 내 곁에 붙어서 항상 아저씨와 날 비교하면서 놀리고 있다.
“아저씨는 그렇게나 멋진데, 너는…….”
“중년이 다 된 아저씨가 멋지기는 무슨. 그리고 나는 뭐?”
“한심하게 애새끼들한테 처맞기나 하고.”
‘지는 앞뒤가 다른 녀석이면서.’라고 작게 욕하자 진아는 살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으응? 뭐라고?”
“응…? 아, 아냐 아무것도… 그나저나 황금 같은 주말에 왜 만나자고 한 거야?”
“어머, 얘 좀 봐라? 나처럼 예쁜 애가 만나자고 하면 고마워해야지.”
“고맙기는. 나는 이렇게 성격 사납고 힘센 여자애가 만나자고 하면 벌벌 떨거든?”
“이 자식이…….”
진아는 내 말에 멱살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더니 다시 한번 날 메쳤다.
콰앙!
“크어억……!”
“이렇게 아름답고, 가녀린 소녀에게 말을 참 함부로 하네.”
‘소녀는 무슨, 너랑은 목욕탕도 같이 들어갈 수 있거든? 그리고 가녀린? 놀고 자빠졌네!’
“네가 너무 약하니까 애들한테 맞는 거야. 오늘 아빠한테 말해놨으니까 우리 체육관으로 따라와.”
나는 그녀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문지르며 그녀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안 그래도 되거든?”
“되기는 무슨? 너 지켜준다고 내가 씨… 이미지까지 망쳐야 되냐고!”
나는 진아의 말에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진짜! 아침부터 아저씨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넌 신경 끄억?!”
진아는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주먹을 피하느라 말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했다.
“뭐, 뭐 하는… 으윽. 허리…….”
“역시나.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갑자기 내가 뭘 숨긴다는 거야……?’
“숨기긴 뭘?”
“너, 눈빛 다 흔들린다? 어떻게 중년미 넘치고 멋진 탐정 아저씨랑 같이 살면서 포커페이스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아이씨, 또 그 말이야.’
아저씨만 알고 있는 비밀이 하나 있긴 하지만,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으니까.
“없거든!”
“흐음~?”
“어쨌든 그 말 하려고 부른 거면 난 그냥 집에 간다앍?!”
진아는 그냥 돌아가려던 내 목을 끌고 미소를 지었다.
“네가 숨기든 말든 신경 안 쓸 거고, 어쨌든 아빠한테 부탁했으니까 넌 체육관으로 가야 해!”
“싫어! 싫다고!”
* * *
는 무슨.
열심히 훈련 당해 버렸다.
진아는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내게 물병을 하나 던지고는 옆에 앉아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나는 그녀가 건넨 물병을 받고 자리에 앉아 물을 들이켰다.
“너, 기분 좋아 보인다?”
“내가? 음… 기분 탓일 거야. 너는 어때?”
“뭐가. 기분? 지금 당장 널 죽이고 싶은데?”
“할 수는 있고?”
나는 진아의 말에 헛웃음을 내뱉으며 손을 휘저었다.
“아니. 조금만 더 움직이면 토할 것 같아.”
“푸하하하! 뭐래~”
진아는 웃음을 터트리며 내 등을 때렸다.
“아악! 때리지 마! 아파!”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일어나.”
진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뻗자 나는 떨리는 몸으로 진아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 * *
집으로 돌아가던 길.
아저씨에게서 문자가 하나 왔다.
[전해줄 게 있으니까 사무소로 와.]“왜 그래?”
“응? 아, 아저씨한테 문자가 와서. 별일이네. 사무소에 오라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인간이…….”
진아는 반가운 듯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가 와달래? 나도 같이 가!”
“아… 귀찮게 왜?”
진아는 내 말에 살기를 가득 담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봤다.
“귀찮아? 내가?”
“아 아니, 귀찮을 텐데 왜?”
“아~ 난 괜찮아. 빨리 가자.”
진아는 내 팔을 붙잡고 아저씨가 일하고 있는 사무소로 달려갔다.
사무소가 있는 건물 계단을 올라가던 중 한 남자와 부딪혀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그는 날 보고는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야!”
“죄송합니다.”
‘붉은 눈?’
“괜찮아?”
“어……?”
진아는 넘어진 내게 손을 건넸고 나는 진아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 아까 훈련한 것 때문에 몸에 힘이 없어서 넘어진 거야. 그나저나 저 남자 눈 봤어?”“응? 눈이 왜?”
“붉은색이었잖아.”
진아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랬나? 아닌 것 같은데…….”
“아냐, 완전 새빨간 눈이었어.”
“그러니까 충혈된 것처럼?”
“아니~ 눈동자가. 그러니까 여기!”
나는 진아에게 눈동자를 가리키며 설명했지만, 진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그랬는데…….”
“그랬다니까?”
“안 그랬다고!”
진아와 말다툼을 하는 사이 아저씨의 탐정 사무소 앞까지 도착했고, 왠지 모르게 사무소 입구에서 싸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느낌… 별로 안 좋아.’
“야, 왜 그래? 왜 갑자기 멈춘 거야? 손은 왜 떨고 그래?”
“어? 아냐, 아무것도…….”
‘왜 이러지? 이상하게 싸한 공기가…….’
떨리는 손을 붙잡고 문을 열자, 아저씨가 책상에 몸을 기댄 채 쓰러져 있었고, 아저씨의 입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저씨!”
쓰러진 아저씨에게 달려가자 양복 뒤에 숨겨져 있던 칼이 아저씨의 복부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요한…….”
나는 재빨리 칼이 꽂혀있는 복부를 손으로 막았고, 아저씨는 피가 묻은 손으로 내 얼굴을 만졌다.
“아저씨,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사무소 입구에 놀라 가만히 서 있는 진아에게 ‘1… 119! 빨리 119 불러!’라고 소리치고 눈물을 흘리며 아저씨를 바라봤다.
“피가 멈추지 않아… 아저씨…….”
아저씨는 떨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 미소를 지었다.
“미안하다… 낚시… 못 가겠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차피… 틀렸어.”
“웃기지 마!”
“강한… 사람이… 되어라…….”
아저씨는 이 말을 끝으로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아저씨… 장난이지? 어? 눈 뜨라고!”
그러나 아저씨는 편안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아저씨의 복부를 부여잡으며 아저씨에게 정신 차리라고 몇 번이나 소리쳤지만, 결국 아저씨는 ‘강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다.
능력을 빼앗아 성장하는 탐정 (연재)
지은이 | 라피드
발행인 | 성열관
발행처 | 어울림 출판사
신고번호 | 제2015-000062호
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무궁화로 43-55 성우사카르타워 801호 (10364)
대표전화 | 031-919-0122
팩스 | 031-919-0127
전자우편 (작가투고) | [email protected]
ISBN | 978-89-992-8507-3 (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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