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타다닥!
한 남성이 무언가에 쫓기듯 정신없이 놀이공원에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도망치고 있다.
“허억허억, 허억… 빌어먹을… 도대체 왜 쫓아 오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의 옆으로 천천히 걸어 나와 미소를 지었다.
“안녕?”
“뭐… 뭐야?!”
그의 질문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고, 그는 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나를 향해 겨눴다.
“오… 오지 마! 오면 죽여버릴 거야! 너, 짭새냐?”
“경찰은 아닌데, 네가 갖고 있는 거… 출처를 알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야.”
그 말과 함께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나를 향해 나이프를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살짝 젖히는 걸로 나이프를 가볍게 피한 뒤,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퍼억!
“크억!”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배를 부여잡더니 바닥에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그거, 어디서 났어?”
“알려줄 것 같아?!”
그러고는 그는 주머니에서 알약 하나를 삼켰고,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곁에서 떨어졌다.
“이런 젠장!”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노려보는 순간, 그의 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때? 이런 거 처음 보지?”
그러고는 내게 달려들어 주먹을 내지르자 나는 오른팔 주먹에 불꽃을 감싸고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뭐? 이런 거?”
녀석은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나는 그의 몸을 수색하다 알약이 담긴 봉투를 찾아냈다.
“찾았다.”
* * *
며칠 전.
“여보세요?”
―탐정님?
“누구……?”
―세나 소속사 대표입니다.
“아… 네.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지금 조금 큰일이 났습니다.
“예?”
―세나, 연애설 사진이 찍혔습니다.
그의 말에 깜짝 놀라 잠이 달아났고,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체 누구와 찍힌 사진입니까? 사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어떤 새낀지 면상 한번 보자!’
확인해 보니 그 어떤 새끼는 다름 아닌 나였다.
어젯밤 지은이와 헤어질 때 사과하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 파파라치에게 찍혀버린 것이다.
―이거 탐정님 같은데, 탐정님 맞으시죠?
“어… 맞는 것 같은데… 요?”
―아이고야… 이거 어떻게 할 겁니까?
“죄송합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죄송하다고 말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아시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해든 뭐든 일단 풀어야죠. 회사로 오세요.
그와 전화를 끊고 나는 옷을 재빨리 갈아입은 뒤, 세나의 소속사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소속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드디어 오셨군요.”
소속사 대표는 내가 오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정확히 무슨 일입니까? 오면서 보니까 아직 기사는 나지 않은 것 같은데.”
“세타패치라고 아시죠? 연예인들 루머 생성하는 악질 신문사. 그런데 그곳에서 세나가 복귀한 뒤로 계속 파파라치를 붙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제 이런 사진을 찍더니 오늘 아침에 사진을 보내오며 저희한테 거래를 제안하더라고요. 복귀하자마자 열애설로 세나의 연예계 인생을 종지부 찍고 싶지 않다면 다른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든가, 돈을 달라고 말이에요.”
‘이런… 어떻게든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안일하게 평소처럼 행동해버렸어. 만약 여기서 내가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열애설 인정하고, 그냥 사진도 터트리죠.”
고민하던 사이 지은이가 입을 열었다.
“뭐?!”
“어?”
“굳이 그런 저급한 거래에 휘둘릴 필요 없잖아요? 다른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라니, 다른 사람을 짓밟으면서까지 숨기고 싶지 않아요. 진짜로 좋아하니까.”
그녀의 말에 대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은아, 이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지금 복귀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열애설이 떠? 게다가 너 지금 데뷔한 지 딱 7년 차야. 지금 열애설이 터지면 열애설뿐만 아니라 소속사와의 결별이네, 재계약이 파투났네, 문제가 커진다고. 지금 이거 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해.”
“상관없어요. 요한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그리고 저는 계속 여기와 계약 할 거니까요. 안되면 뭐 은퇴하지.”
지은이의 말에 대표는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렸을 때는 뭐고, 은퇴는 또 뭐야?”
“요한, 저하고 같은 보육원 출신이에요.”
“네가 지내던 보육원에서 화재 사건이 일어나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하지 않았어?”
“네, 그런 줄 알았죠. 근데… 저를 제외하고 생존자가 몇 명 더 있었어요. 그 생존자 중엔 요한도 포함되어 있구요. 그래서 저는 제 연예계 인생 전체를 걸더라도 요한을 포기할 수 없어요.”
지은이의 말에 대표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그게 사실입니까?”
“저는 어린 시절 기억이 없어서 확답을 못 드리겠군요. 그런데 지은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녀석이 한 명 있긴 합니다. 그 녀석도 저와 지은이의 어린 시절 친구라고 말하고 있구요.”
그는 내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대답했다.
“연애설 인정합시다.”
“네?”
“물론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서 팬이 빠져나가긴 하겠지만, 지은이가 자기 연예계 인생 전부를 걸었는데 어떻게 여기서 더 말릴 수 있겠습니까.”
“아니, 잠깐만요.
그 뒤로는 엄청나게 빠르게 사건이 진행되었다.
소속사는 세타패치와의 거래를 승낙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세타패치는 열애설을 터트리겠다고 협박했지만 소속사는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세타패치가 터트리기 전에 먼저 나와 지은이의 열애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성현은 날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이야,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웃지 마라.”
“너네 아무렇게나 스킨십 할 때부터 ‘이 새끼들은 갈 때까지 가겠구나~’ 싶었다고.”
그의 말에 나는 손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가렸다.
“저걸 진짜…….”
“아, 근데 진짜 토할 것 같다.”
“뭐 이 새끼야?”
“생각해봐. 전에도 말했지만 친한 친구 둘이 갑자기 와서는 ‘우리 둘이 사귄다?’ 이러면 기분 어떨 것 같아?”
성현의 말을 듣고 상상하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거봐. 내가 딱 그 기분이라니까? 그래서 네가 고백한 거야?”
“안 했는데?”
“그럼 지은이가 한 거야? 이야…….”
“아니, 안 했어.”
성현은 내 대답에 미소가 점점 굳어졌다.
“뭐야. 그럼 고백도 안 하는데 사귀는 거야?”
“아니, 우리 안 사귀는데?”
“고백도 안 했고,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머리를 쓰다듬는다고? 그게 가능해? 심지어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공식 커플이야?”
성현의 질문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하니까 되던데?”
“이거 완전 개새…….”
“왜?”
성현은 한숨을 크게 쉬고는 날 바라봤다.
“너, 걔 좋아하긴 하냐?”
“뭐?”
“지금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넌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는 나쁜 새끼로밖에 안 보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플러팅만 하고 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안 좋아하면 그냥 안 좋아한다고 말하고 끝내. 근데 좋아하면 제대로 좋아해. 고백도 안하고,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건 사람 마음 갖고 노는 거야.”
성현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래야지. 너무 질질 끌었어.”
그러고는 성현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너, 안 바쁘냐? 이번에 사일런스가 강력에서 마약으로 옮겼다면서, 남의 사무소에 와서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있어?”
“특정이 안 되니까 사건이 진행이 안 돼. 사일런스 놈들도 같은 조직원한테 뭔 놈의 비밀이 많은지 약을 먹으면 푸른 반점이 생긴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알려줘. 이래서야 뭐, 잡으라는 건지 말란 건지.”
“푸른 반점이라…….”
성현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요한.”
“왜?”
“약을 뿌리는 놈 말이야… 진짜 정체가 뭘까?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그거야…….”
“응?”
“그거야 그놈 잡아서 직접 물어봐야지.”
“그래. 그래야지.”
* * *
지은이에게 진짜 내 마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기회가 찾아왔다.
“나 꼭 방송 출연해야 해?”
“너 저번에 촬영 중에 나가버렸었잖아. 그러니까 한 번 정도는 다시 나와주는 게 매너지. 게다가 이참에 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 바꿔주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내가 사고 친 거 수습해주는 거니까…….”
그러고는 지은이를 바라봤다.
“저기 말이야.”
“응?”
“내가 생각해봤는데 지금까지…….”
“야!”
“우왁!”
갑자기 나타난 희진에 지은이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둘이 공식 커플 됐다고 이젠 아예 대놓고 꽁냥거리고 있는 거야? 근데 어쩌냐, 이제 촬영 시작한다는데. 빨리 와! 탐정님도 빨리 오세요.”
“알았어~”
지은이는 희진를 따라 스태프가 있는 곳으로 갔고, 내 손을 붙들고 있었기에 나 또한 지은이가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스태프는 놀이기구까지 가는 동안 근황 토크와 놀이기구를 타는 씬을 촬영하기 위해 이동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타고 싶은 놀이기구가 있으면 고르고 있어 달라면서 스태프는 우리에게 놀이공원 지도를 주고는 잠시 자리를 떴다.
우리는 스태프 말대로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정하기 위해 놀이공원 지도를 펼쳤다.
희진은 방송 메인 진행자인 만큼 주로 방송에 나오기 적합해 보이는 놀이기구를 고르려는 것 같았는데, 그런 희진을 향해 지은이가 불쑥 외쳤다.
“너는 놀이공원까지 와서 그런 걸 고민하냐? 오랜만에 놀이공원까지 왔는데 방송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자유롭게 놀자! 어차피 우리가 격한 놀이기구 타고 망가져 있으면 방송은 알아서 잘 나올 거야!”
낙관적인 지은이의 말에 희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대답했다.
“그러네, 오랜만에 왔는데 조금은 즐기는 게 좋겠네. 지은이 너는 아무거나 다 잘 타고, 탐정님은 혹시 못 타는 거 있나요? 아, 오늘은 친구 컨셉이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되죠?”
옆에 서서 두 여자를 쳐다보던 내게 희진이 말을 걸었다.
“아뇨, 전 아무거나 다 잘 타니까 편하신 대로 고르셔도 괜찮습니다. 말도 편하게 하셔도 괜찮고요.”
“맞아, 요한은 아무거나 다 잘 타. 그러니까 롤러코스터 어때?”
간만에 놀이기구를 탄다는 기쁨에 제일 먼저 이 놀이공원에서 가장 무섭기로 유명한 롤러코스터를 지도에서 찾아 가리키며 타자는 지은의 말에 희진이 약간 창백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롤… 롤러코스터? 처음부터 타기에는 조금 하드하지 않나?”
“그런가? 그치만 빈속에 타야 탈이 안 날 텐데, 무서워서 그래? 그러면 바이킹은 어때?”
“그… 처음부터 너무 과격한 놀이기구는 조금 부담스럽지 않아? 회전목마나 회전컵, 범퍼카 같은 건 어때?”
놀이기구를 못 타는 게 맞는 듯 희진은 들고 있던 지도를 거의 찢어버릴 것처럼 부여잡고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치만, 원래 무서운 놀이기구는 놀이공원에 들어서자마자 달려가서 타야하는 게 국룰이라고! 회전목마나 회전컵 같은 건 줄이 짧으니까 나중에 타도 괜찮아.”
“그렇…지… 그래! 바이킹을 타러 가자!”
지은이의 설득에 희진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큰 다짐을 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바이킹으로 이동하겠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스태프들에게로 달려갔다.
희진이 멀어지자 지은은 내게 살짝 기대며 밝게 웃었다.
“히힛! 재밌겠다.”
그런 지은이 조금은 귀여워서 나도 따라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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