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크흑… 흐읍…!”
옥상 위에서 한 중년 남성이 괴로워하며 흐느껴 울다 신발을 벗고 담벼락 위로 올라섰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푸는 순간, 뒤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또각또각.
“죽으려는 거야?”
여성의 목소리에 남성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그냥 죽기엔 아깝지 않아?”
“뭐?”
“죽기 전에 무슨 일인지 이야기나 좀 듣고 싶은데…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의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에 그 여성, 리페어는 씽긋 미소를 지었다.
그는 리페어의 표정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벌레…….”
“응?”
“회사에서 내 취급이야. 이중장부를 발견하고 그걸 고발한 이후 배신자로 낙인찍혀서 사람대접은커녕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있어.”
“아이고, 저런…….”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어도 이미 모든 회사에 내가 내부 고발을 했다는 게 밝혀져서 이직도 못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평생 이 일만 해와서…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어!”
“가족은?”
“가족…….”
그는 잠시 고민하다 실소를 터트렸다.
“가족들 생각해서 내려오라는 소리 할 거면 그냥 가지?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그들은 몰라. 아니, 세상 그 누구도 모를 거야.”
“그래서 네 목숨으로 복수하려는 거야?”
“그래. 회사 건물에서 죽으면 그놈들도 알겠지.”
리페어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런 식으로 복수하지 말고 내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뭐……?”
“인생을 회사에 바치고 충성하고, 정의로운 일을 했는데 회사에선 당신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사람만도 못한 취급을 하고 있잖아.”
“어떻게 복수하라는 건데…….”
그의 질문에 리페어는 주머니에서 약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
“이건…….”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먹어. 그럼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거야.”
“마약?”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거.”
“더 좋은 거라니?”
리페어는 그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본능에 몸을 맡기는 거야.”
* * *
그날 이후 며칠이 흐르고, 사일런스의 여자가 또다시 사무소로 찾아왔다.
“오랜만이다.”
“왜 또 왔어? 지난번처럼 함께 일하자고 말할 거면 거절할게.”
그녀는 내 대답에 불만스럽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래? 지난번 너랑 싸웠던 놈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는데, 싫으면 그냥 갈게.”
“잠깐!”
나는 나가려던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런 거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지. 일단 들어와.”
“이번엔 네가 초대한 거다?”
그녀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래… 들어와라.”
나는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커피를 내왔다.
“그래서 그놈 정체가 뭐야?”
그녀는 내 말에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완전히 특이한 케이스야.”
“특이한 케이스라고?”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다고?”
그녀는 내 말에 씽긋 미소를 지었다.
“응, 완전 평범해. 그 녀석을 포함해서 지난번 사건이 일어났을 때 복용자들 전부.”
“복용자들 전부? 그때 네가 가봐야겠다고 했던 게 약 때문이었어?”
그녀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
“공통점?”
“누군가에게 약을 받았대.”
“응? 받았다니?”
“신세계를 경험할 거라며 줬다던데? 그리고 지난번에 너와 싸운 놈을 포함해서 잡은 사람은 네 명인데, 이번에 잡은 녀석들 전부 조직은커녕 초능력자에 대한 존재에 대해서 모르는 놈들이야.”
그녀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며 입술을 만지작거렸고, 우리를 지켜보던 지은이가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이번에 잡은 녀석들이라면… 그럼 그 전엔 조직과 관련된 사람이었다는 거네?”
지은이의 말에 그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다 미소를 지었다.
“맞아. 지금까지는 초능력자와 깊은 관계가 있는 놈들이었어.”
“근데 갑자기 초능력자와는 상관없는 사람이 약을 복용했다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요한, 이 사람은 누군데 이런 걸 잘 알고 있어?”
“성현이랑 함께 일하는 녀석인데…….”
지은이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미소를 지었다.
“그것 말고는 몰라.”
“뭐?”
“통성명할 시간도 없었고, 그때 한 번 보고 말 줄 알았거든.”
내 말에 지은이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름이?”
“너무 늦게 묻는 것 같긴 한데, 한지수라고 해. 너희 둘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으니까 소개할 필요는 없어. 나는 사일런스의 일원이면서, 김성현이랑 강철호랑 같은 특별 수사팀에서 일하고 있어.”
“인사는 거기까지 하고, 지금 중요한 건 녀석들의 행동이 바뀌었다는 거잖아.”
“그렇지.”
“지난번 아루 사건 때 잡아간 놈들 중에 그것과 관련되어 알고 있는 놈들 없어?”
“그놈들도 모르는 모양이야.”
“그럼 너희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글쎄…….”
그때 지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난 후 지수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졌다.
“하아, 젠장…….”
“왜? 무슨 일인데 그래?”
“너, 혹시 지금 바빠?”
“응?”
“나랑 어디 좀 같이 가야겠다. 또 사건 터졌어.”
지수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지은이를 바라봤다.
“왜?”
“아니… 내가 항상 문제를 불러오는 것 같아서…….”
“잘 아네. 그럼 가자!”
지은이의 호쾌한 대답에 나는 피식하고 미소를 짓고 지수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 * *
장소에 도착하고 나는 녹아내린 빌딩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그러니까 내가 왔지. 내부 상황은 어때?”
지수의 질문에 곁에 있던 대원이 입을 열었다.
“확인이 안 됩니다.”
“뭐?”
“진입해보려고 했지만 발이 닿자마자 신발이 녹아 내리고, 기계를 넣어보려고 했지만 얼마 못가 녹아버렸습니다.”
“그럼 내부에 있는 사람은?”
“그것도 아직…….”
그의 말에 지수는 이를 빠드득 갈며 그를 노려봤다.
“도대체 하는 게……!”
나는 지수가 소리치려 하자 지수의 입을 막았다.
“일단 진정해. 화내봤자 변하는 건 없으니까.”
그러고는 빌딩 앞으로 향했다.
빌딩과의 거리가 10M는 됐지만, 그 안에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피부를 달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는 조금씩 빌딩을 향해 걸어갔다.
빌딩에 가까워질 때마다 온몸이 뜨거웠지만, 그래도 샐러맨더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덕분이지 ‘뜨겁다.’ 이 정도의 감각만이 느껴졌다.
“거기! 들어가면 안 돼요!”
지수의 동료 중 한 명이 내게 소리치며 달려왔지만, 나는 듣지 못한 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돼!”
그가 절망하는 듯 소리치자 지수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걱정하지 마.”
“네?”
“저 녀석도 나랑 같은 부류… 아니, 나보다 더 엄청난 녀석이니까.”
외부에서 느낀 열기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더 뜨거웠다.
‘연기가 없는걸로 봐선 불타오른 건 아닌데…….’
계단을 올라가며 나도 모르게 손잡이를 잡았다.
“앗!”
손잡이를 잡은 손바닥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뿐만 아니라, 익어버렸다.
나는 손바닥을 붙잡고, 다시 건물 위로 올라갔다.
2층, 3층…….
그렇게 올라갈수록 열기는 엄청났다.
그리고 4층에 다다르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뜨거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이 안인가?’
안으로 들어가자 안엔 열기에 실신한 사람들과 그들 사이에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의 상태부터 살펴봤다.
‘호흡이 느리긴 하지만, 죽진 않았어.’
그 남성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뭐야…? 어떻게 들어왔지?”
“당신이 이런 겁니까?”
“그렇다면?”
“그만하시죠.”
“거절하지.”
그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 약 먹은 거 맞죠?”
“너도 그 약을 알아?”
‘손목에 푸른 반점… 역시나…….’
“신세계를 경험시켜준다는 그 약… 허풍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 아아…….”
“그 약, 누가 줬습니까?”
“왜? 너도 필요해? 근데 어떡하냐? 나도 그 여자는 예전에 만난 거라 기억이 안나.”
‘여자…?’
“아뇨, 약이 필요한건 아닙니다.”
“그럼 방해하지말고 꺼져.”
‘젠장, 일반인… 그것도 중년을 상대로 힘을 쓸 수는 없는데, 내가 가진 초능력으로는 저 사람을 못 막고…….’
“내가 좀 도와줄까?”
뒤에서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너… 사진작가?”
“오랜만이야? 탐정님.”
“여긴 어떻게…….”
그는 내 질문에 씽긋 미소를 지었다.
“글쎄?”
“너, 초능력자였어?”
“맞아.”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문이 깨지며, 거센 바람이 불었다.
“여기서 멈춘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 근데 거절하면 난 진심으로 당신을 막을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진작가는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이번엔 엄청난 바람이 뒤에서 불었고, 그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벽으로 날아갔다.
퍼억!
“크억!”
“나는 저 탐정님이랑 다르게 나이가 많다고 봐주는 사람이 아니거든.”
그는 벽에 부딪히면서 큰 충격을 받아 기절해버렸고, 작가는 그걸 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걸로 한 건 해결인 건가?”
“너, 뭐야?”
“응?”
“너 진짜 정체가 뭐냐고.”
그는 내 질문에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게 중요한가? 이번 일을 네가 잘 마무리했다는 게 중요하지.”
“무슨 소리야?”
“나라가 많이 혼란해질 거야.”
“네 조직이 풀기 시작한 약 때문에?”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직에선 아직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어. 아니, 내부 상황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지.”
“뭐?”
“누군가 조직에서 만든 약을 빼돌렸어. 저 인간이 약을 먹을 수 있던 것도 누군가 약을 풀었기 때문이지.”
그의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반초능력자 단체가 움직인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움직인 거다?”
“그래, 이대로 있다간 초능력자의 존재가 세간에 밝혀지는 건 금방이야.”
“그럼…….”
“세간이 떠들썩해질 거야. 우리 같은 초능력자가 위험해질 수도 있고…….”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근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무슨 소리야?”
“약을 퍼트리고 있는 놈들을 막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그게 무슨…….”
그의 광기어린 눈빛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녀석들은 계속해서 약을 풀 거고…….”
“그게 무슨 개소리야.”
“봐봐. 국가 조직이다 뭐다하면서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놈들… 실제로 이 안에 들어와서 해결하려고 한 건 너야.”
“…….”
“내가 널 서포트 해줄게.”
“서포트?”
* * *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페어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를 악역으로 만들고 요한 녀석을 영웅으로 만들겠다라… 단단히 미친놈인데?”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알약이 들어 있는 봉투를 꺼냈다.
“뭐…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런 것도 꽤 재밌으니 봐주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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