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3
013화
세나의 사무실에 도착해 한정우 이 녀석을 어떻게 구워삶을지 고민하던 중 세나와 한정우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아이들이 앵콜을 몇 번이나 부르던지…….”
“아니에요. 얼마 안 기다렸습니다.”
세나와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한정우를 바라봤다.
그는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고, 나는 그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넌 이제 엿된 거야.’
한정우가 날 보고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아니, 죄를 지은 게 맞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눈빛이 떨리고 있었다.
“정우 씨, 괜찮으세요? 식은땀도 흘리고,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한정우에게 손을 내밀자 그는 당황한 듯 내 손을 치고 뒤로 물러섰다.
“아… 아닙니다. 괜찮아요.”
“괜찮을 것 같지가 않은데… 일단 뭐, 알겠습니다.”
“예?”
“아뇨, 괜찮은 것 같지 않다구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고, 세나도 한정우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그와 멀리 떨어져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리더니 한 남성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이 무슨 일로……?”
한정우는 그를 보고 놀라 곧바로 고개를 숙였고, 그는 사무실을 한 번 훑어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세나 옆으로 갔다.
“그거야 세나 스토커 사건 때문이지. 그래서 이분이 그 사건을 해결해주실 탐정님?”
“네, 요한 탐정님입니다.”
나는 세나의 소개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고개를 꾸벅였다.
“요한 탐정 사무소의 요한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YH 엔터 대표 박필용이라고 합니다.”
그와 인사를 나누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일단 세나 씨 스토커는 경찰이 붙잡았습니다.”
“그럼… 끝난 거 아닌가요?”
대표의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한정우를 바라봤다.
“어디서부터 말하는 게 좋을까… 한정우 씨?”
“네, 네?!”
“경찰 쪽 정보원이 한정우 씨가 신고했던 사실을 파악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곧바로 취하했던데… 왜 그러신 겁니까?”
그는 내 말에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의 행동에 세나는 한정우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건 나도 묻고 싶은데? 오빠, 나도 처음엔 탐정님 말 안 믿었는데…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까 진짜 취하가 되었더라고? 그래서 내가 직접 신고했어.”
대표는 세나의 말에 놀라 깜짝 그녀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이야?!”
“네.”
“저,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경찰 쪽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착오는 무슨… 놀고 자빠졌네.’
나는 그의 말에 핸드폰을 꺼내 메세지를 보였다.
“그럼 저한테 보낸 의뢰 취소하겠다는 문자는 왜 보내신 건가요?”
“제가요? 그런 적이 없는데… 아, 친구가 장난을 친 모양입니다.”
“친구가 보내요? 이 메세지… 한정우 씨가 신고 취하할 때와 같은 내용이던데요.”
한정우는 내 말에 입술을 깨물고, 눈빛이 흔들렸다.
“아, 아까 스토커 잡으셨다고 말씀하셨죠? 그럼 의뢰비 드리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이미 한정우의 태도는 이 안에 있는 우리에게 그가 범인과 공범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대표가 화가 나서 책상을 치고 일어나려고 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를 붙잡고 작게 속삭였다.
“진정하시죠.”
그러고는 한정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의뢰비 받으러 왔어요.”
“여기 나머지 의뢰비 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내 말을 들은 한정우는 떨리는 손으로 5만 원 뭉치를 꺼내 내게 건넸고, 나는 그가 건네준 돈 뭉치를 작은 책상 위에 올렸다.
“제 말을 제대로 못 들으신 것 같은데, 저는 마무리를 하고 받겠다고 말했거든요.”
“네?”
“대표님, 거기 달력 옆에 있는 상자 한 번 열어보시겠어요?”
대표는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달력 옆에 있는 상자에 다가가 상자를 열었고, 내용물을 보자 놀라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으악!”
상자 안에 있는 건 고양이 모양의 인형 하나와 세나의 사진이었다.
물론 그렇게만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상자 안은 알 수 없는 새빨간 액체로 범벅되어 있었고, 고양이 인형 또한 배가 뜯겨 그 안에서 솜이 빠져나와 고양이 시체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대표가 놀라 날 바라보자 난 그에게 진정하라는 제스처와 미소를 지었다.
“진정하세요. 제가 안 가져왔어도 며칠 뒤, 회사로 왔을 겁니다.”
“뭐?”
“제가 택배가 올 걸 미리 알고 빼 왔다는 소리죠. 어떻게?”
그렇게 물으면서 한정우를 바라봤다.
“제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한정우 씨?”
“그, 그걸 왜 저에게 물어보시는 거죠?”
“당신은 알고 있을 테니까?”
“전혀 모르겠는데요?”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천천히 한정우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보냈으니까.”
“그게… 무슨…….”
“그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보낸 택배들 전부 네가 보낸 거 아냐?”
한정우는 내 말에 떨리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즈… 증거 있어?!”
“증거라.”
나는 천천히 책상으로 걸어가 달력을 들었다.
“여기 달력에 적힌 세나의 일정들, 그리고 네가 나한테 줬던 택배의 운송장 번호… 알아보니까 이 택배들을 보낸 곳이 세나의 일정과 같은 장소에서 보냈던 거였더라? 발신 위치만 다르게 보내면 모를 줄 알았어?”
한정우는 내 말에 눈동자가 더 빠르게 흔들렸고,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게. 다. 가. 지금까지 택배를 보낸 장소들의 CCTV를 확인해 본 결과 똑같은 사람이 영상에 찍혔더라고? 170 초반에 안경을 쓰고 있고, 평범한 남성보다 통통한 체형의 남자가. 더불어 이번에 갔던 편의점에서 받은 CCTV 영상에 당신과 똑같은 옷에 당신과 똑같은 체형의 사람이 이 택배를 보냈네? 어떻게 된 일일까?”
휘익!
한정우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는 그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자세를 잡았다.
“치잇.”
“아주 둘 다 똑같은 녀석들이네?”
“뒤져!”
다시 한번 녀석이 내게 주먹을 내질렀고, 나는 그의 주먹을 가볍게 붙잡았다.
“자기가 불리하다고 느껴지면 주먹부터 내던지는 거… 너무 뻔한 클리셰 아냐?”
그러고는 녀석의 품 안에 들어가 멱살을 붙잡고, 그대로 책상에 엎어 쳤다.
“끄아아아악!”
“이번에는 그냥 안 당하지.”
한정우의 비명이 문밖까지도 들렸는지 밖에서 아저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가 탐정 일하면서 너보다 더한 놈들 많이 봤거든? 너 같은 놈은 열 트럭이 와도 그냥 묵사발 낼 수 있어.”
크게 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자 아저씨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어? 아저씨 왔어?”
아저씨는 사무실을 훑어보며 상황 파악을 한 뒤, 한정우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후우… 이걸로 의뢰는 끝난 건가?’
“그럼, 이걸로 끝난 모양이네요.”
나는 책상 위에 올려둔 돈뭉치를 들고 세나에게 다가갔다.
“이건 돌려드릴게요.”
“네?”
세나의 질문에 나는 세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게 속삭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직접 주세요. 술값도 함께~”
세나의 손에 돈을 쥐여준 뒤, 사무실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왔다.
뒤에서 세나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사무소로 돌아갔다.
* * *
한정우는 학창 시절부터 이와 비슷한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전적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의 명예 때문에, 그리고 당시 촉법소년이었다는 이유로 해당 사건은 조용히 묻혔고 결국 그는 아무런 문제 없이 여자 연예인의 매니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세나를 스토킹한 이유는 너무나도 단순했다.
좋아해서.
한정우와 그의 동료는 죄질이 무거운 스토킹 죄로 구속되었다.
그리고 아저씨 말로는 그들은 처음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며 부정했다고 하는데, 하지만 부정하려야 할 수 없는 증거가 쏟아져 나오자 바로 범죄를 하게 된 계기를 상대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질 않고, 또한 범행 수법이 악질이라 감형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다.
이번 일로 세나가 스토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매니저가 그 스토커였다는 사실까지 밝혀지게 되면서 세나는 어쩔 수 없이 휴식기를 가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세나 회사의 대표 또한 이번 일로 화가 나 한정우와 그의 동료들을 형사 재판이 끝나면 곧바로 민사 소송까지 준비할 생각이라고 한다.
세나가 지금까지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 명예훼손, 그리고 세나가 이번 일로 인해 휴식기를 가지게 되면서 광고 계약 해지 비용 및, 그동안 돈을 벌지 못하게 될 것에 대한 것을 전부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나 급의 연예인이니… 최소 억 단위에서 몇십억 단위가 왔다갔다 할 정도의 재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 *
며칠 후.
“진짜 이상한 사람이었다니까? 일하는 방식도 수상하고, 내가 부르는데 대답은커녕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갔어.”
세나는 한 여성과 전화를 하며 입고 나갈 옷을 고르고 있었다.
―너, 지난번부터 계속 그 탐정 얘기만 하는 거 알아? 지난번에 술 마실 때도 그 탐정 불렀잖아.
“내가? 그 탐정 이야기를 계속했다고?”
옷 두 개를 들고 하나씩 몸에다 비교하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어딘가 이상하네, 눈 색이 변했네 뭐… 별소리를 다 했잖아.
“맞아, 그때 눈 색이 확 바뀌었어. 그래서 어렸을 때 봤던 그 남자애가 아닐까라고 의심을 하고 있긴 하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해.”
―또 그 얘기야?
“또라니?”
―지난번에도 어떤 남자 눈 색이 바뀌었다고 해서 확인해 보니까 그냥 컬러렌즈 낀 거였잖아.
“이번엔 달라. 진짜로 바뀌었다니까? 내 눈앞에서 검은색 눈동자가 노란빛으로!”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세나는 옷을 다 갈아입고,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하긴 직접 찾아가서 물어봐야지. 설마 내가 물어보는데 말 안 해주겠어?”
―글쎄… 만약 내가 눈이 변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말 안 할걸? 널 뭘 믿고 알려줘?
“왜?”
―그거야 넌 그저 손님으로 온 사람인 데다가… 그 탐정이 너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잖아.
“아는 게 없기는… 대한민국에서 날 모르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이미 그 사람 집에서 한 번 잤는데, 뭐 그거면 말 다 했지~ 그리고 안 알려준다면… 돈으로 해결하면 돼~”
―내가 하려는 말이 그게 아니잖아. 지은아. 네 친구라서 하는 말인데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로 네 성격대로 행동하지 마. 알았지?
“에이, 나도 너한테만 그러지 설마 다른 사람한테 하겠…….”
―왜 대답을 안 해?
“탐정한테 살짝 보인 것 같기도 하고…….”
상대는 지은이의 물음에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그 탐정님의 앞날이 불쌍해지는 게 조금씩 보인다…….
“에이~ 내가 뭐… 내가 어린애도 아닌데, 사고치… 진 않겠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래서 만약에 그 탐정이 네가 찾던 아이가 맞다면 어떻게 할 거야?
지은이의 상대방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글쎄… 아직 확실하지도 않으니까 뭐라고 말을 못 하겠네. 나머진 이따 갔다 와서 얘기해줄게.”
세나는 전화를 끊고, 요한의 사무소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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