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일단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건… 이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나 때문이야. 이 실험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나거든.”
“왜… 왜 그랬어?”
“네 엄마의 재생 능력을 보고 이 능력으로 사람들을 돕는 데 쓸 수 있을 줄 알았어.”
그의 말에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노려봤다.
“그런 것 치고는 당신이 말한 거랑 지금 일어난 일이 엄청 다른데?”
“사람이 많아졌거든.”
“뭐?”
“사람이 많아지면 욕망도 커지면서…….”
“실험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거야?”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려던 실험은 점차 그 본질이 변질되어 자신들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초능력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험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우리들이라고?”
“그래.”
그의 말에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네 엄마는 실험이 바뀌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금방 기운을 차리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할 수 있는 것?”
“실험에 이용된 아이들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돕는 것.”
엄마는 마지막까지도…….
“그러나 힘에 취한 아이들은 네 어미가 하는 일에 불만을 가졌고…….”
“폭동을 일으켰다?”
“그래.”
그의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건가?
만약 그때 그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리벤지라는 조직도, 사일런스라는 조직도 없었겠지?
피해자들도 생겨 반초능력자단체도 없을 테고…….
리벤지에 있던 녀석들도 범죄자가 되는 일이 없었을 거야.
내가 암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그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미안하다.”
“뭐?”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어. 너도 많은 상처를 받았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잘 아네.”
“항상 속죄하면서 살고 있었고, 속죄하면서 살 거야.”
그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봤다.
“언제나…….”
“이미 지나간 일이야. 당신이 속죄한다고 해도 과거가 변하진 않아.”
“알아.”
이강산의 눈을 보고 나는 아직도 그가 과거에 알아차리고,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속죄해도 너무 과거에 얽매이진 마. 그건 속죄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속박하는 일이니까.”
그는 내 말에 눈을 크게 떴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 엄마였다면 그렇게 말했을 거야.”
그는 내 말에 고개를 돌렸고, 어딘가를 응시하다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 병실 밖으로 나왔다.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고생했다는 건 알겠어.’
* * *
그날 이후 시간이 흐르고.
초능력자 법이 개설되어 초능력자가 되는 약이 더 이상 유통되지 않도록 막고, 국가 기밀조직이었던 사일런스는 더 이상 기밀조직이 아닌, 초능력자 협회가 되어 초능력자들을 관리하고 초능력을 이용한 범죄를 막는 단체가 되었다.
또한 초능력자라는 존재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면서 각 나라에선 우리나라와 같이 초능력자 범죄 집단이 있는지 조사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 일본의 신카이, 중국의 해일회, 독일의 네오 나치 등의 범죄 집단을 확인 및 검거했다.
“오랜만이야 요한.”
오랜만에 진아를 만났다.
“그러게.”
“어떻게 지냈어?”
“어떻게 지냈겠어. 보면 몰라?”
진아는 내 질문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설마 내 친구가 초능력자였다니…….”
“왜? 무서워?”
“내가? 널? 왜?”
“초능력자잖아.”
진아는 내 대답을 듣고는 깔깔거리며 내 등짝을 후려쳤다.
“아, 아파!”
“너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뭐?”
“너랑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잖아. 그동안 봐 왔던 넌 좋은 사람이었어. 근데 초능력자인 걸 안다고 네가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될 리가 없잖아.”
진아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아닌가?”
“응?”
“지금까지 초능력자라는 걸 감추고 있었는데… 세나 언니가 갑자기 너한테 빠진 것도 그렇고… 이거, 생각해보면 위험한 녀석 아냐?”
진아의 말에 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크게 웃었다.
“장난이야 장난~ 아, 진짜 너는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널 무서워하거나 피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 장난은 사양이야.”
“알았어~”
진아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는 날 바라봤다.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뭘?”
“앞으로 뭘 할지 생각해봤어? 정부에서 초능력자 협회 만들었다는데, 거기 들어갈 거야?”
진아의 질문에 나는 눈을 감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그리고는 눈을 뜨고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탐정 일이나 계속할 생각이야.”
“뭐?”
“더 이상 내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싶진 않거든. 아, 그리고 바이크랑 자동차 잘 썼어.”
나는 그녀에게 그동안 빌린 바이크와 차 키를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카페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는 순간 지은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디야?
“오랜만에 진아 만나고 방금 헤어졌어. 왜?”
―음… 우리… 데이트할래?
“어……?”
―그동안 사건 사고가 많다 보니까 사귀는 사이인데도 뭐 한 게 없었잖아. 그러니까… 드라이브라도 좋으니까 어디 놀러 가자고.
지은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알았어. 그럼 조금만 기다려. 사무소로 갈게.”
나는 말을 마치고 다시 카페로 들어가 진아에게 달려갔다.
“뭐… 뭐야?!”
당황하는 진아를 뒤로하고,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차 키를 다시 쥐었다.
“야, 나 차 좀 빌린다?”
“뭐?”
“미안, 나는 차가 없잖아.”
“이런 미친…….”
* * *
허겁지겁 사무소로 달려가자 지은이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달려와 안겼다.
“요한!”
“많이 기다렸어?”
“아니.”
“다행이다.”
지은이는 고개를 들어 올려 나를 바라봤다.
“뛰어왔어?”
“응.”
“에이, 천천히 오지.”
지은이는 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고, 나도 모르게 지은이의 손을 붙잡았다.
“왜?”
“그냥.”
그러고는 살며시 지은이에게 다가가 입술을 포갰다.
입술을 떼자 지은이는 새빨개진 볼로 날 바라봤다.
“좋아해.”
“뭐… 뭐?!”
“좋아한다고.”
지은이는 내 대답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녀의 눈을 피했다.
“내가 누군가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거…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마지막이 되고 싶어.”
“뭐……?”
지은이의 당황스러워하는 말투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냥… 그렇다고. 말해두는 거야.”
“그걸 왜 갑자기…….”
“몰라, 그냥 말하고 싶으니까. 이, 이럴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가자.”
나는 새빨개진 얼굴을 숨기고 지은이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이번엔… 진짜 데이트지?”
“응?”
“그… 지난번처럼 방송 나오고, 그런 거 아니지?”
지은이는 내 질문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거 아냐.”
“그치?”
* * *
지은이와 함께 바닷가로 향했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탓인지 해는 이미 떨어지고 하늘엔 달이 반짝였다.
“밤이네…….”
“그러게.”
지은이는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그냥… 연애하고 첫 데이트인데, 아무것도 못 하고 벌써 밤이 되었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첫 데이트인데 아무것도 못 하고 이렇게 끝나버리면…….”
나는 침울해하는 지은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못 하기는…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지.”
“뭐 할 건데?”
지은이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며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바다하면 밤바다 아니겠어? 보니까 구두도 안 신었는데, 산책이라도 할까?”
지은이는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바닷가를 걷던 중 지은이 입을 열었다.
“우리… 다 끝난 거 맞지?”
“응. 왜?”
“그냥 안 믿겨져서…….”
“어떤 게?”
지은이는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있던 일들 전부?”
지은이의 대답에 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만 같아. 너를 만난 순간부터…….”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무서워.”
“뭐가?”
“이게… 진짜 꿈일까 봐.”
내 말에 지은이 내 앞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그대로 내 볼을 붙잡았다.
“뭐… 뭐 하는 거야?”
“확인해봐.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그러고는 내 입술을 향해 그녀가 다가왔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어때? 아직도 꿈같아?”
“어……?”
지은이의 질문에 나는 입술을 만지다 얕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럼 다행이네.”
지은이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응?”
“우리가 한 번도 손잡고 걸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렇네?”
지은이는 내 말에 방긋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꼬옥 잡았다.
“그나저나 넌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뭘?”
“이제 사건도 다 끝났는데, 연예계로 다시 복귀해야지.”
“너는?”
지은이의 질문에 나는 씽긋 미소를 지었다.
“나야 뭐, 지금처럼 탐정일 하면서 살지 않을까?”
“그럼 나도 네 옆에 있을래.”
“그럼 연예계 생활은?”
“글쎄?”
지은이의 대답에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옆에 있어서 잘 알잖아. 나랑 다니면 또 위험한 일이 한가득일걸?”
“맞아. 너랑 다니면서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네 옆에 있을 거야.”
“뭐?”
“네가 사고치면 옆에서 수습해줄 사람이 필요할 거 아냐.”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감당 못 할 사고를 치면?”
“여태 감당 못 할 사고만 쳐댔잖아.”
“그렇긴 해.”
“지금까지 잘 견뎠는데, 이보다 더한 사고라도 감수해야지.”
우리는 이야기를 마치고, 미소를 지으며 근처 숙소로 향했다.
* * *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지은이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잘 잤어?”
“응. 너도 잘 잤어?”
“응.”
지은이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핸드폰을 바라보는데 성현과 상현에게서 수십 통의 연락이 남아 있었다.
쎄한 느낌에 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너 지금 어디야?
“왜? 무슨 일 생겼어?”
―네가 급하게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생겼어.
“아… 진짜 너희 나한테 왜 그러냐?”
―부탁 좀 할게.
“무슨 일인데?”
―예고장을 받았어.
“무슨 예고장?”
―괴도X라는 놈이 우리 초능력자 협회에 한국박물관에 있는 인어의 눈물을 훔치러 오겠다는 예고장.
‘괴도와 탐정 조합이라니… 이거 재밌어지겠는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재밌겠네. 어디야?”
―협회로 와.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고 지은이를 바라봤다.
“왜? 무슨 일 생겼어?”
“어, 재밌는 일이 하나 생겼어. 가자.”
지은이는 내 말에 씨익 미소를 짓고 침대에서 일어나 나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