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15
015화
나는 세나가 가져온 인형의 머리를 툭툭 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네가 인테리어를 망치고 있다고… 모던함에서 나오는 탐정스러움이 사라졌잖아.”
“탐정스러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언제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잠깐, 이걸 내가 왜 설명해야 하는 건데! 이 인형들이나 치워!”
세나는 내 행동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예쁘잖아~ 그리고 그게 탐정스러운 거면 너랑은 정반대인걸?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다면서 계속 나한테 화내고 있잖아?”
“네가 자꾸 내가 화를 내게 만들고 있잖아! 너 때문에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그러자 세나는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일을 한다고?”
세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뭘 하고 있었어? 이건 뭐, 아무리 망한 가게도 이것보단 손님이 많겠다.”
‘저, 저 기지배 말하는 것 좀 보게?’
세나는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순수한 표정으로 사무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둘러보다 아저씨의 모자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와~ 중절모~!”
“만지지 마!”
세나가 아저씨의 모자를 만지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래?!”
나는 세나의 질문에 아저씨의 모자를 손에 쥐고, 바라봤다.
“이 모자는… 소중한 사람 거야.”
말을 마치고 나는 의자에 앉아 모자로 얼굴을 덮었다.
“뭐래…….”
세나는 내 말에 흥미가 없다는 말투로 다시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했고, 나는 고개를 돌려 세나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에휴… 한심하게 드라마나 보고 있네…….”
“한심하다니! 이 드라마 여주인공이 내 친구야!”
“네~ 네~ 참 잘난 친구 두셨네요.”
나는 다시 모자를 얼굴에 덮어쓰고 세나에게 불편하다는 듯 말을 걸었다.
“야, 너 집에 안 가냐?”
“야? 너, 방금 나한테 ‘야’라고 한 거 맞아?”
세나는 내 말에 모자를 벗기고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어… 왜… 그렇게 보는데?”
“너, 몇 살이냐?”
“그, 그건 갑자기 왜?”
“네 얼굴 견적이면 20대 초반 같은데… 난 25이거든? 꼬마야, 넌 몇 살이니?”
“너… 너랑 비슷해!”
‘23이나 25이나 겨우 두 살 차이인데… 이 정도면 똑같지…….’
세나는 내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앞으로 누. 나. 라고 불러. 지은이 누나~ 라고 하면 돼.”
나는 세나의 말에 이를 꽉 깨물고 올라오는 오른손을 애써 참았다.
‘진정해. 탐정 일하면서 이 정도의 진상은… 처음이지만 앞으로 겪게 될 일이야.’
“웃기고 있네. 아침부터 할 짓 없이 남의 사업장에서 깽판 치는 인간한테 내가 뭐하러 누나 소릴 하겠냐? 그리고 넌 연예인이라면서 일도 없어?! 왜 자꾸 사무실에 기어들어와서 깽판을 치고 가는 건데!”
“내가 말했잖아? 이번 일로 휴식기를 가지게 되었다구. 아니… 아직 말 안 했나?”
“안 했거든! 그리고 휴식기라고 진짜로 쉬는 건 아닐 거 아니야!”
세나는 내 말에 헤실헤실 웃었다.
“아냐, 네 덕분에 진짜 휴식기를 가지게 되었거든.”
“뭐?”
“그게, 그러니까…….”
세나는 갑자기 진지한 눈빛과 표정을 짓고
“당신들이 붙여준 매니저가 이런 사고를 쳐서 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으니 1년간의 휴식기를 주지 않는다면 이번 계약이 마지막이 될 거야… 라고?”
그러면서 세나는 다시 헤실헤실 멍청한 미소를 지었다.
‘와.’
세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온몸이 얼어붙었고, 세나는 내 어깨를 두들기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된 건 다 탐정님 때문이야. 그러니까 나 책임져야 한다?”
“그, 그게 무슨 개소리야?”
“힝… 세나 너무 힘들오~”
세나의 애교를 보고 나는 입술과 주먹을 다시 한번 세게 쥐었다.
“너, 내 앞에서 애교부리지 마라. 죽는다?”
세나와 티격태격을 하던 중 아저씨에게 전화가 오고, 내게 머리를 들이미는 세나의 머리를 붙잡고 아저씨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요한이지? 혹시 지금 일 들어온 거 있어?
“아니, 한가해. 무슨 일이야?”
“한가하다 못해 망해가는 중입니다!”
뒤에서 세나가 약 올리듯 소리치자 재빨리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읍…! 읍!”
―옆에 누구야?
“아무것도 아냐. 근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
―우리 쪽으로 청소년 실종 신고가 들어왔는데, 실종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래? 그럼 일단 가서 얘기마저 들을게.”
―그럼 경찰서 입구에서 신고자랑 기다리고 있을게.
“그래, 금방 갈게.”
아저씨와 전화를 마치고, 나는 세나의 입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무슨 사건이라도 생긴 거야?”
세나는 내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기대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사건… 아니, 의뢰 앞에선 함부로 웃는 거 아니야. 네 스토커 사건처럼 타인에겐 가벼운 일인 것처럼 보여도 당사자에겐 심각한 일이니까.”
“앗, 미안.”
“미안한 거 알면 됐어.”
나는 말을 마치고 사무소의 문을 열려고 하자 세나가 갑자기 가로막았다.
“나도 데려가!”
“데려가긴 어디 가는 줄 알고 데려가?”
“너, 일하러 가는 거잖아.”
나는 세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검지로 세나의 머리를 눌렀다.
“너 같은 꼬맹이가 어른의 세계를 알겠냐? 허튼소리 하지 말고, 집으로 가라?”
나는 세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오… 짜증나! 어린놈의 자식이 건방지게…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날 두고 가겠다는 거야!”
* * *
바이크 올라타 헬멧을 착용하고 나가려던 순간, 세나가 바이크 앞에 서서 날 막았다.
“나도 데려가.”
“장난치러 가는 거 아니라고 말했지? 비켜.”
“나도 알아. 혼자보단 둘이 나을 거 아냐. 나도 도와줄 수 있어.”
실종 골든 타임은 48시간.
아저씨의 말대로 단순 가출일 수도 있고, 혹은 납치일 수도 있는 상황.
여기서 시간을 끌어봤자 손해다.
“마음대로 해. 그렇지만 짐이 된다면 그 즉시 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나는 벽에 걸려 있는 다른 헬멧을 하나를 꺼내서 그녀에게 던졌다.
“우와, 공룡 그림… 유치해.”
“빨리 쓰고 타기나 해.”
세나가 헬멧을 착용하고 내 허리를 잡은 걸 확인하고 바이크에 다시 시동을 걸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속도를 올리는 순간 세나가 소리쳤다.
“꺅! 멈춰!”
“왜? 무슨 일인데?”
“너, 너무 빨라 조금만 천천히!”
세나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제 겨우 10키로 밟았다?”
“그렇지만 너무 빠르게 느껴졌단 말이야…….”
“하아… 별거 없으면 그냥 출발한다.”
다시 출발해 속도를 올리니 세나가 또다시 비명을 질렀고, 한계점에 다다른 나는 바이크를 세웠다.
“내려.”
“응?”
“내리라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세나를 도로 한복판에 버리고 난 경찰서로 향했다.
* * *
도로 한복판에 버려진 세나는 떠나가는 요한을 바라봤다.
‘그래도 헬멧은 뺏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는 무슨!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가운뎃손가락을 들며 저 빌어먹을 탐정 놈을 향해 소리쳤다.
“저 미친 새끼! 버리겠다고 말만 하는 놈은 봤어도 진짜 버리고 가는 놈은 처음 보네! 이거나 먹어라! 이 개 같은 탐정놈아!”
세나는 요한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나저나 운전을 뭐 저렇게 험하게 한대?
내가 탈 땐 얌전하게 운전하는 것처럼 보이더만 날 쫓아내더니 이리저리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네.
멍하니 요한이 지나간 길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옆에서.
“자기야, 저 오토바이 봤어? 와… 진짜 멋있다. 선수 아냐? 근데 저 여자는 좀 불쌍하다.”
라고 수군거리는 커플의 이야기가 세나의 귀에 들렸다.
‘부, 불쌍…? 내, 내가?’
커플의 말에 당황해서 멍하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가씨! 남자친구한테 버려진 심정은 알겠는데 뒤에 차 밀리잖아~ 비켜!”
‘남자친구? 버려져? 내가? 버려도 내가 버리지 누가 누굴 버렸다는 거야?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진짜!’
그에게 다가가 아니라고 따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앉아 있을 땐 보이지 않았던 택시 간판을 보고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잘만하면 따라갈 수 있겠는걸?’
세나는 눈가에 눈물을 맺힌 상태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도와주세요.”
“응…? 뭐, 뭐야?”
“저… 버려진 것 맞아요. 제가 버려진 건 괜찮은데…….”
세나는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배를 쓰다듬었다.
“저… 저 아주 못된 새끼네! 아가씨! 타! 내가 저 녀석에게 데려다줄게.”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를 속인 건 미안하지만… 그 빌어먹을 탐정 놈만큼은 절대 용서 못해!’
* * *
아저씨가 근무 중인 강남 경찰서에 도착해 입구로 다가가자 아저씨와 함께 중년의 남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바이크를 세우고 아저씨에게 가는 동안 세나가 생각났다.
‘내가 너무 심했나? 아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걘 끝까지 따라와서 방해만 했을 거야.’
세나를 생각하면서 철호 아저씨에게 다가가던 중 누군가 뒤에서 내 머리를 후려쳤다.
깜짝 놀라 뒤통수를 손으로 문지르며 뒤를 돌아보니 누군지도 모르는 아저씨가 서 있었다.
“누구세요?”
“야 이 새끼야. 자동차 쌩쌩 다니는 도로 한복판에 여자를 버리고 가? 그것도 모자라서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함부로 싸지르고 지랄이야?”
‘무슨… 소리야?’
아저씨의 고함 소리에 경찰서와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우릴 쳐다봤다.
“아가씨, 내려요. 이 새끼 맞지?”
아저씨의 말에 택시에서 누군가 내려 고개를 끄덕였다.
‘저 티라노 대가리… 세나, 이 미친…….’
“야… 너 이 새……!”
내가 세나를 향해 검지를 치켜들며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아저씨가 내 앞을 가로막고 다시 내 머리를 위에서 아래로 후려쳤다.
“얌마! 어딜 보는 거야! 어른이 얘기하면 들어야지!”
“네?”
“내가 경고하는데, 너 지켜볼 거야. 저 아가씨 끝까지 책임져! 알겠어?!”
‘도대체 무슨 소리야? 책임지라니?’
주변에 날 바라보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날 욕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고, 세나는 자신의 배를 손으로 만졌다.
‘저… 미친 기지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야?’
당혹감에 눈을 크게 뜨고 세나를 바라보자 앞에 있던 아저씨는 또 한 번 내 머리를 후려쳤다.
“알겠어?!”
“아니,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그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내 머리를 후려쳤다.
“오해는 무슨! 어른이 말하면 ‘네!’ 하고 대답해야지! 알겠어?!”
“아… 네.”
“더 크게!”
“네!”
그는 내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세나를 바라봤다.
“아가씨 잘 정리했으니까 만약에 저 자식이 또 아가씨 버리면 연락해요. 도와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 중년의 아저씨는 택시를 타고 떠났고, 세나는 택시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작게 속삭였다.
“한 번만 더 나 버리고 가면 그땐 이것보다 더 심할 테니까 각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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