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2
002화
‘강한 사람이 되어라.’
웃기고 있네.
아저씨의 장례식이 시작하고 이틀이 지났지만,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탐정은 의뢰인이 포기하기 전까지 맡은 의뢰를 끝까지 해결한다고?
근데… 왜 아무도 아저씨를 안 찾아오는 거야?
아저씨가 도와준 사람들은 왜 아저씨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건데?!
모든 걸 잃은 눈빛으로 아저씨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중, 한 남성이 내게 찾아왔다.
“요한 씨… 맞으십니까?”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자 그는 내 감정을 모르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SL 로펌에서 나왔습니다.”
‘변호사?’
“무슨 일로…….”
그는 서류봉투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고인께서 생전 써놓은 유언입니다. 모든 재산을 요한 씨에게 상속하겠다는 내용이며, 세금에 대해서는 잘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 귀엔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서류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난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하루아침에 평생 놀아도 될 정도로 많은 돈과 아저씨 사무소가 있는 건물을 상속받았다.
이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엿 같다.
변호사는 창백한 내 얼굴을 보고 안쓰럽다는 표정과 함께 명함을 내 손에 건넸다.
“지금 이야기해도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실 것 같아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혹시나 필요하신 일 있다면 여기로 연락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변호사가 돌아가고, 다시 혼자 남게 되자 공허한 눈빛으로 아저씨 사진을 바라봤다.
‘아저씨가 지금 날 보면 무슨 말을 할까. 분명 바보 같은 자식! 사람은 언제나 죽어! 그런 일로 기죽지 마! 라고 하겠지? 근데… 죽은 사람이 아저씨야…….’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뭐해.”
“어? 이진아?”
내 어깨를 붙잡은 상대는 진아였고, 그녀는 내 얼굴을 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와서 미안. 괜찮아?”
날 위한 건 알고 있지만.
날 위해 애써 웃고 있지만…….
왤까? 기분 나빠.
“깜짝 놀랐잖아.”
“아, 미안.”
“…….”
“좋은 분이셨는데…….”
“…….”
“도대체 누가 죽인 거지?”
“몰라.”
진아는 초점이 없는 내 눈빛을 바라보다 아저씨 사진을 바라봤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뭘.”
“너 이제 혼자 남았잖아.”
“…….”
“내가 혹시 몰라서 아빠한테 부탁해봤는데…….”
이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아의 말에 나도 모르게 화가 올라오자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어디 좀 갔다 올게.”
“어? 어…….”
이런 내가 비참해 보인다.
돈?
건물?
다 필요 없어.
멍하니 터벅터벅 걸어가다 한 남성과 몸을 부딪쳐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 학생, 미안해요. 괜찮아요?”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남자.
“네… 괜찮…….”
그의 질문에 나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참던 눈물이 쏟아졌다.
‘안 괜찮아…….’
“어… 정말 미안해요, 학생. 아 이거 어쩌지…….”
그가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자 나는 그의 손을 치고 다시 밖으로 걸어나갔다.
* * *
“저… 여기 요한 학생 있나요?”
요한과 부딪쳤던 남자가 아저씨의 장례식장으로 찾아왔고, 진아는 사라진 요한을 대신해 그를 맞이했다.
“요한이라면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누구시죠?”
“그런가요? 아, 그럼 일단…….”
남성은 아저씨를 조문하고 진아를 바라봤다.
“저는 강남서에서 나온 강철호라고 합니다.”
“아. 경찰서에서 오셨구나.”
“이게… 요한 학생에게 해야 하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네…….”
둘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풍겼고,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는지 강철호가 먼저 입을 뗐다.
“요한 학생… 기분 많이 안 좋겠죠?”
“그렇겠죠. 이제 가족이 한 명도 안 남았는데…….”
그러고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아저씨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요한 부모님한테 버림받고 홀로 남아 있을 때 아저씨가 구해줬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저씨랑 같이 살고 있던 거였고… 근데 이제 아저씨도 죽었으니까…….”
강철호는 진아의 말에 안 좋은 생각이라도 한 듯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이윽고 자리를 떠났다.
* * *
‘비… 많이 내리네.’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모든 걸 다 포기한 눈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중,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와 우산을 씌웠다.
“요한 맞지?”
“누구……?”
고개를 돌리자 아까 부딪쳤던 그 남자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남서에서 나온 강철호라고 한다. 진아라는 친구에게 이야기 듣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옥상부터 가봤는데… 헛고생했네.”
‘경찰?’
“그래서?”
그는 내 무뚝뚝한 반응에 당황했는지 눈빛이 흔들렸다.
“아, 그… 마음이 좀 심란할 텐데… 그때 당시 상황에 대해서 좀 말해줄 수 있을까?”
그의 질문을 무시한 채 비를 맞으며 장례식장의 반대편으로 걸어가자 그는 당황한 듯 내게 손을 뻗었다.
“아… 저…….”
그는 머뭇거리다 내 곁으로 다가왔다.
“왜 따라와? 죽기라도 할까 봐?”
“아… 그…….”
그는 내 질문에 당황한 듯 눈빛이 떨렸다.
“농담이야.”
“일단 비가 많이 오니까…….”
‘강한 사람이 되어라…….’
“아저씨…….”
공허한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봤다.
“아…….”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강한 사람이라는 게… 도대체 뭐야. 난… 이제 내가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아저씨를 죽인 그 개새끼도 못 찾…….”
‘잠깐.’
아저씨가 살해당한 날, 사무소 복도에서 부딪쳤던 남자가 생각나 눈물을 닦은 뒤 진아에게 향했고, 그 뒤를 경찰이 쫓아왔다.
“요한!”
그래, 진아라면 그때 만났던 그 붉은 눈을…….
근데… 왜 갑자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거지?
* * *
다시 눈을 떴을 땐 한 번도 본 적 없던 새하얀 천장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고, 내 옆엔 진아가 눈물이 맺힌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 진아?”
“요한…? 요한!”
몸을 일으키자 진아는 나를 꽈악 끌어안았다.
“얼마나 걱정했다고! 이 바보야! 너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는 기억해?”
진아가 날 걱정하고 있는 건 알겠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내 귀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했다.
‘뭐지? 왜 진아 몸에서 이상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거야?’
“…….”
“요한?”
“어……?”
“어딜 보는 거야?”
“아니, 네 몸에서…….”
“응?”
진아의 몸 주변에 있는 빛을 만져보려 손을 휘저었지만, 만져지질 않았다.
“너, 뭐 하는 거야?”
“아니… 안 보여?”
“뭐 하는 거야? 아직 많이 아파?”
진아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로 다가갔다.
“뭐야?”
“내, 내 눈 왜 이래?”
“뭐?”
“아… 아니, 내 눈이…….”
손을 떨며 내 눈을 가리켰지만, 진아는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쓰러지면서 정신까지 어떻게 된 거야?”
‘뭐야 이거… 나만 보이는 거야……?’
잠시 고민하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앉았다.
‘어차피 고민해봤자 알아낼 수 있는 건 없고, 누군가에게 말해도 장난치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왜 그렇게 봐?”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던 거야?”
진아는 내 질문에 내 옆에 앉아 내 볼을 꼬집었다.
“너, 아저씨 돌아가시고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잤지?”
“아아… 아파…….”
“의사 선생님이 탈수 증상이 약간 있고, 지금 비까지 맞아서 몸살이 심하게 온 거래.”
“그래?”
진아는 내 볼을 놓고 애잔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그렇게 되고 힘든 건 아는데, 그래도 밥은 먹고, 잠도 자고… 응? 계속 그러면 네 몸만 망가진다고!”
진아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웃겨?”
“맨날 때리고 괴롭히던 애가 갑자기 날 걱정하니까 어이가 없잖아.”
진아는 화난 듯 볼을 부풀고 내 등짝을 사정없이 때려댔다.
“악!”
“걱정은 무슨… 너 같은 거 걱정한 적 없거든?”
진아의 말에 갑자기 진아의 몸에 빛나던 하얀 아우라가 붉게 물들었다.
‘응?’
“왜 그래?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어? 아… 아냐, 아무것도…….”
그러자 그때, 병실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우릴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웃음소리에 놀란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고, 아주머니는 우리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 아주머니의 몸에서도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둘이 노는 게 너무 귀여워서~ 남자친구 아프다고 해서 간호하러 온 거야?”
아주머니의 말에 진아는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시는 거예요? 얘는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이번에는 진아의 말에 진아 주변에 있던 아우라가 하얀빛으로 되돌아왔다.
‘도대체 뭐지? 허깨비는 아닌 것 같은데…….’
“야, 너 아까부터 되게 이상한 거 알아?”
“어?”
나는 이 주변에 보이는 아우라가 단순한 허깨비가 아니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 진아를 바라봤다.
“야.”
“어?”
“너, 나 좋아하지?”
“무슨… 미쳤냐? 안 좋아해.”
그러자 진아의 주변에 있던 흰색 아우라가 붉게 물들었다.
“친구로서 좋아하냐는 뜻이야.”
“이게 진짜! 사람 놀라게 만들고 있어. 그래, 좋아한다. 됐냐?!”
진아의 대답에 붉게 물든 아우라가 다시 하얗게 변했다.
‘사람의 말에 따라 빛의 색이 변한다. 어떻게 반응하는 거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나는 곰곰이 고민하다 진아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너, 오이 알레르기 있다고 했잖아.”
“응? 그건 갑자기 왜?”
“진짜 오이 알러지 있어?”
“그건 갑자기 왜 묻는 거야?”
“그냥 대답이나 해.”
“어, 있어. 그래서 보기만 해도 싫어. 됐어?”
진아의 말에 아우라가 붉게 물들었다.
‘거짓말.’
“너, 오이 알레르기 없잖아.”
“뭐래~! 나 알레르기 있거든!”
“지난번에 아저씨가 만들어 준 볶음밥에 오이 들어갔었어.”
“근데 뭐?”
“너희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진아는 내 말에 재빠르게 나의 두 손을 붙잡고 날 올려다봤다.
“그거 엄마한테 말하지 말아 주라. 응? 엄마가 그거 알면 나 죽일지도 몰라… 오이 알레르기는 없어도 나 진짜 오이 냄새만 맡아도 괴롭다구…….”
그러자 진아의 주변에 붉게 빛나던 아우라가 하얗게 빛났다.
‘알아냈다. 진실과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는 거였어.’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묻고 그래?”
“어? 아냐. 아무것도… 그냥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야! 너, 코피!”
진아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코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녀의 말에 놀라 코를 닦자, 손에 피가 잔뜩 묻어 나왔다.
‘뭐지?’
그 순간 머리를 깰 것 같은 이명과 함께 두통이 몰려왔다.
“으윽…….”
“뭐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그녀의 말에 나는 가지 말라는 듯 팔을 붙잡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지 마…….”
그리고 그 순간 통증이 사라졌고, 진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도 사라졌다.
‘원래대로 돌아온 건가…? 대체 뭐였지?’
그러나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아저씨의 빈소가 떠오른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뭐해?”
“돌아가야지.”
“뭐?”
“아저씨 빈소… 아무도 없을 거 아니야.”
“너, 방금까지 코피도 흘리고 아파했잖아. 좀 더 쉬었다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진아의 말에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 능력을 빼앗아 성장하는 탐정-0002.t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