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24
024화
그날 이후 오랜만에 의뢰인이 찾아왔다.
이번에 찾아온 의뢰인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으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어서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그녀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이상할 정도로 꺼림칙해 커피를 건네면서 능력을 사용했더니, 그녀의 아우라는 다른 사람들보다 약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빛이 이렇게 흐릿하게 보이는 건 처음인데…….’
“사람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네?”
그녀는 내 질문에 사진을 한 장 꺼내 내게 보였다.
본인과 다른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
‘이때는 밝아 보이는데, 지금은…….’
“이 남자분을 찾아달라는 건가요?”
“네.”
“혹시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전… 남자친구예요.”
그녀의 대답에 주변에 흐릿하게 빛나는 아우라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진실.
“찾으시는 이유가 있나요?”
“꼭 말씀드려야 하나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만 말씀해주지 않으면 솔직히 의뢰는 받기 힘들 것 같습니다. 복수를 위해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서… 여기는 탐정 사무소지, 흥신소가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신 상태는 누군갈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표정이 안 좋아요.”
“…….”
침묵이 이어져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요.”
“마지막이요?”
“네.”
그녀는 가방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보였다.
병원에서 떼온 진단서로 보였고,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영어가 적혀있어서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건네준 종이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위암 4기 진단서입니다. 그에겐 말하진 않았지만, 헤어지게 된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어요. 마음을 정리하려고 다짐해도 계속 잊히지 않아서… 수술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고 싶어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그녀가 모자를 벗자 나는 그 모습에 놀라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는 항암치료의 영향인지 머리카락이 전혀 없었고, 그녀의 말 또한 전부 진실이었다.
‘이래서 빛이 흐릿하게 보였나? 아우라가 흐릿한 게 몸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던 거야?’
“저 돈 많아요. 얼마든지 드릴 테니까… 못 찾아도 괜찮아요. 그냥 희망이라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찾아온 거니까 찾아주겠다고만 대답해주세요.”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는 척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뒤,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의뢰 진행하겠습니다. 총 의뢰 진행비는 사백만 원. 선금 이백만 원이고, 나머지는 후불입니다. 의뢰 진행 도중 추가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만 명심해주세요.”
그녀는 내 말에 처음 왔을 때보다 표정이 아주 약간 밝아진 것처럼 보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녀에게 계약서를 건네자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기…….”
“네?”
“만약에 그가 절 만나고 싶어하지 않다고 한다면… 굳이 데려와 주실 필요는 없어요.”
그녀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가려던 순간 나는 그녀를 부르고 미소를 지었다.
“의뢰인님.”
“네?”
“저는 의뢰인께서 포기하지 않는다면 저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내 대답에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를 짓더니 사무소에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뒤에 있던 옷장에서 지은이가 튀어나오더니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퍼억!
“악!”
“너, 저런 사람들한테도 돈 받는 거야? 돈도 많다는 놈이 너무하네!”
나는 얼얼해진 뒤통수를 붙잡고 지은이를 노려봤다.
“나는 저 여자한테 의뢰를 받은 게 아냐. 희망을 준 거지.”
“말하는 것 좀 봐? 뻔뻔하네?”
지은이가 다시 한번 내게 다가오려 하자 나는 그녀의 머리를 붙잡았다.
“저 여자에게 돈보다 필요한 건 한 줌의 희망이야. 나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고 그녀가 원하는 걸 주는 것. 그게 바로 탐정이야.”
“탐정… 놀고 자빠졌네.”
지은이와 말싸움을 끝내고, 의뢰인이 건네준 사진과 자료를 열람했다.
[이름: 한성준나이: 27
직업: 사진작가
의뢰인과 헤어지고 집, 전화번호 등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을 싹 다 바꿨다.]
그리고 의뢰인의 이름은 김하늘, 나이도 동갑이며, 둘이 헤어진 지는 이제 한 달이 넘어간다고 한다.
“이거 완전 모래성에서 바늘 찾기잖아? 전화번호도 모르고, 집 주소도 모르고…….”
옆에서 함께 훑어보던 지은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자료를 살펴봤다.
“그걸 알면 본인이 직접 찾았겠지.”
나는 지은이가 들고 있던 자료를 뺏고, 흐트러진 자료들도 정리했다.
“아저씨 찬스 어때?”
“아니. 지난번 스토킹 의뢰랑 하루 실종 의뢰는 진짜 범죄 사건이라 아저씨와 함께 했었지만 이번엔 내 일이야. 위험한 일도 아닌데 남한테 기대는 건 사양이라고.”
이야기를 마치고 좀 더 자료를 훑어보던 중 지은이가 뜻밖의 발언을 내뱉었다.
“여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지은이가 보여준 사진은 둘이서 어느 한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어디?”
“앗!”
“왜?”
“여기 작년 대학교 축제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는데… 저기 오른쪽 구석에 보이는 호수 보이지? 축제 때 봤던 기억이 있어.”
“와…….”
“어때? 나도 너 도와줄 수있다니까~”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더니.”
“뭐? 지금 나 욕했지?”
“아니, 칭찬이야. 근데 일단 한성준의 집에 먼저 가볼 거야.”
“이미 이사했다잖아. 이미 텅 비어 있을 텐데… 가서 뭐 하려고?”
나는 세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사람은 머물던 장소에 흔적을 남기는 법이야. 물건이든, 사람이든, 정이든.”
이야기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던 중 지은이가 날 부르더니 차 키 하나를 던졌다.
“뭐야?”
“생각해봤는데 이런 일 하면서 차 한 대는 필요할 것 같아서 한 대 샀어.”
“샀다고? 뭐하러?”
“그럼 운전할 때마다 엉덩이 아파 죽겠는데, 오토바이 타고 다닐 거야? 힘들다며 투정 부리는 내 어리광 다 받아줄 수 있어?”
“음… 인정.”
그녀의 마지막 말에 단번에 수긍하고 차에 올라탔다.
* * *
지은이의 말대로 한성준의 집은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먼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고, 깨끗하게.
“이것 봐. 괜히 시간 낭비만 했잖아.”
“글쎄…….”
방 한가운데 서서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던 중.
누군가 집 문을 열며 들어왔다.
“여기가 지하철역에서 제일 가깝고, 지난번 방주인이 엄청 깨끗하게 썼거든. 열쇠가… 어라? 열려 있네?”
집에 들어온 여성은 날 보자마자 놀라 소리쳤다.
“어머! 누구세요?!”
문밖에는 집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명과 20대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같이 서 있었다.
“혹시 이 집 주인되십니까?”
“누구시죠? 누구신데 제 건물에…….”
“저는 요한 탐정 사무소의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요?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가세요!”
“진정하시고 얘기를 좀 들어주시겠어요? 이 집에 살던 남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거든요.”
“학생! 경찰에 신고해! 얼른!”
당황해서 내 말을 듣지 못한 그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한성준 씨가 사라졌습니다!”
“네?”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했고, 난 한 번 숨을 크게 내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요한 탐정 사무소의 요한이라고 합니다. 한성준 씨의 여자친구인 김하늘 씨가 한성준 씨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요청해서 지금 찾고 있는 중입니다.”
“아니… 성준 총각이 사라졌다구요?”
“네. 그래서 한성준 씨에 대해 알고 계신 게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내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잠시 혼란스러운 듯 보였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함께 온 남성을 보내고 자리를 만들었다.
나는 그녀가 건네준 커피를 한 잔을 마시고, 아주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능력을 사용했다.
“성준 총각… 참 착한 총각이었어요. 월세도 꼬박꼬박 내고, 항상 웃으면서 인사도 하고…….”
“혹시 한성준 씨에게서 이상한 낌새 같은 게 없었나요?”
그녀는 내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손뼉을 쳤다.
“아! 그러고 보니 방을 빼기 한 달 정도 표정이 많이 어두워 보였어. 평소에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던 총각이 인사도 하지 않고, 며칠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그래서 걱정했었는데, 방을 빼면서 이번에 해외로 이민 간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아, 부모님이 먼저 가서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고도 했어.”
‘이민? 아우라가 반응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진실인데…….’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한성준 씨가 짐을 어디로 옮긴다거나 그런 얘기는 없었나요?”
“음… 가지고 있던 짐이 적은 데다 방 빼기 전에 이미 필요한 물건들은 부모님에게 택배로 보냈다고 했고, 나머지는 싹 다 버렸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도 아우라가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진실이다.’
“방을 뺀 지는 얼마나 됐죠?”
“그게… 얼마 안 됐어. 이제 겨우 일주일 됐나?”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다 미소를 지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나 한성준에 대한 또 다른 정보가 있으면 연락 부탁드려요.”
나는 그녀에게 명함을 건네주고 지은이와 함께 그 집에서 나왔다.
“혹시 벌써 이민 간 건 아니겠지?”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지은이는 흥분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모르지. 만약 벌써 갔다면 이걸로 끝!”
“그럼 의뢰인한테는 뭐라고 말하게! 네가 말했잖아. 의뢰인이 포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고!”
지은이의 말에 나는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네 말대로 의뢰인이 포기하지 않으면 난 목표가 어디에 있든 찾아갈 거야. 걱정하지마. 그리고 아직 한성준에 대한 정보는 다 찾지도 않았어.”
* * *
이번엔 지은이가 알려준 학교에 도착하고 학교 주변을 둘러보며 알려준 호수를 찾았다.
그러나 사진 속에 있던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사진 속 건물이 있던 곳은 다른 건물이 세워져 있자 지은이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작년에 여기 축제 왔었다면서? 그때도 이 건물 없었어?”
“그게, 호수가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서…….”
대책 없이 건물을 멍하니 바라보던 중 교수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을 발견하곤 아까 봤던 한성준의 자료를 머릿속으로 훑어봤다.
“아까 우리가 보던 자료에 의하면 한성준도 여기 대학 출신이었지?”
“몰라… 기억 안 나.”
“아니, 여기 출신 맞아.”
“알면서 왜 묻는 거야? 근데 그건 왜?”
“의뢰 내용이 뭐였지?”
“한성준 씨를 찾아달라는 거?”
나는 그녀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맞아, 우린 한성준을 찾는 거야. 사진 속 건물을 찾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 건물만 생각해서 순간 혼동한 거야.”
“그럼?”
“성준은 이 대학교를 중퇴하기 전 사진 동아리에도 가입했었다고 적혀 있었으니까, 한성준이 중퇴하기 전 동아리 교수로 있었던 사람을 찾아내서 한성준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면 돼.”
지은이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감탄과 함께 손뼉을 쳤다.
“와… 너 생각보다 똑똑하다. 손기술이랑 말빨만 믿고 탐정하는 게 아니었구나?”
“난 손기술과 언변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똑똑하기까지 한 거야. 일단 동아리부터 찾아보자.”
지은이는 내 대답에 얼척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나르시시스트냐?”
우린 서로 떨어져서 건물 하나씩 뒤져보며 사진 동아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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