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27
027화
오전 11시가 되고나서야 지은이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음~”
“일어났냐?”
나는 이제야 일어난 지은이에게 커피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음… 향 좋다. 어디서난 거야?”
“그냥 믹스커피야.”
“그렇구나.”
지은이는 헝클어진 머리로 눈을 감고 내가 건넨 커피를 마시다 무언갈 잊은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왜?”
“음… 뭔가 잊은 것 같아서.”
“한성준?”
“아! 맞아! 그 남자는?”
“벌써 갔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너도 얼른 일어나. 우리도 이제 돌아가야지.”
“뭐?! 그럼 우리 의뢰는?”
“뭐 별수 있나? 못 찾았다고 하자.”
“그럼 돈은?”
“못 찾아도 준다고 했잖아.”
“쓰레기…….”
지은이의 말에 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이야. 네가 자고 있는 사이 내가 다 알아서 했다.”
* * *
나는 김성준이 찢으려고 하는 사진을 한 손으로 붙잡고 미소를 지었다.
“만약 당신의 전 여자친구인 김하늘 씨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당신의 전 여자친구 김하늘 씨에게서 당신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우연히 들른 장소에서 만날 줄은 몰랐지만 말이죠.”
“개소리하지마. 내가 질렸다고 말한 그 여자가 날 왜 찾아달라고 하는건데!”
“하얀 거짓말이라고 아세요?”
그는 내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하얀… 거짓말?”
“타인을 위해 하는 거짓말이라고 하죠.”
“그게 왜?”
“당신은 정말로 하늘 씨가 질려서 헤어지자고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뭔데?”
나는 그의 질문에 사진에서 손을 떼고, 품 안에서 명함을 한 장 건넸다.
“그녀가 당신에게 숨긴 진실을 알고 싶다면 제 사무소로 찾아오시죠. 그때 그 상자도 돌려드리겠습니다.”
* * *
그리고 돌아가는 차 안.
“그래서 넌 한성준이 우리 사무소로 올 것 같아?”
“얻다 대고 우리 사무소야? 내 사무소거든! 그리고 그 남자는 반드시 올 거야.”
“정말 드럽고 치사하네~ 근데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의뢰인을 이미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고 했잖아.”
나는 지은이의 말에 미소를 짓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한성준 본인에게 있어서 의뢰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이야.”
“뭐?”
“아니~ 아무것도 아냐. 못 믿겠으면 내기라도 할까?”
“됐어~ 그 잘난 초능력으로 어찌어찌해서 오게 하겠지.”
“증거나 대고 말하라니까?”
그리고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누구시죠?”
―혹시, 요한 탐정님 번호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접니다. 한성준.
나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왔다.’
“기다렸습니다.”
―혹시 오늘 좀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러죠. 그럼 제가 장소를 알려줄 테니 그곳으로 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그와 전화를 끊고 씨익 웃으며 지은이를 바라봤다.
“왜 기분 나쁘게 그런 표정으로 봐.”
“내가 말했지. 한성준이 날 찾아올 거라고.”
“설마 방금 그 전화 한성준이야?”
“응.”
나는 지은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앞에 앉았다.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
“부탁이라면… 의뢰인을 데려올까?”
지은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의뢰인 곁에 있어 줘.”
“응?”
“지난번에 너도 봐서 알 거 아니야, 의뢰인의 몸 상태. 그 몸으로 우리 사무소까지 다시 오는 건 힘들 거야. 그러니까 네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뢰인이 건네준 서류를 꺼내 지은이에게 건넸다.
“그녀 곁에 있어 줘.”
지은이는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었다.
“응, 알았어.”
* * *
지은이에게 의뢰인을 맡기고, 나는 한성준과 만나기로 한 카페로 들어왔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며 능력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또 무슨 말썽인지 능력이 제대로 발휘가 되지 않았다.
눈을 몇 번이나 찡그리며 겨우겨우 능력을 발현시켰고, 이번엔 지난번보다 더욱 흐릿하고, 희미하게 능력이 발동되었다.
“저… 무슨 일 있습니까?”
그는 내가 계속 눈을 찡그리며 다가오자 어딘가 이상하다는 듯 날 바라봤다.
“아, 아닙니다.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많이 기다리셨죠?”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이네요.”
“어제 당신의 얘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고… 하늘이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나는 그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지난번에 물어봤던 질문, 다시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만약 헤어지던 날…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는 내 질문에 고개를 숙였다.
“하늘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저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돈도 못 벌고, 내가 부족하고 못났기 때문에 잡고 싶어도 못 잡았거든요. 근데 어제 당신의 얘기를 듣고 나서 하늘이와 함께 했던 날들을 생각해봤어요.”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들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날따라 하늘이의 행동이 이상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만약 하늘이가 진짜 원한다면 헤어질 겁니다. 그렇지만 그게 하늘이의 진심이 아니라면 끝까지 붙잡을 겁니다.”
그의 말은 전부 진실이었다.
그의 진심을 듣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번엔 진짜 본심을 말해주시는군요.”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요한?
“무슨 일 있어?”
―그게… 의뢰인이 의뢰를 그만 끝내고 싶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수술 들어간다더라.
나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시!”
―6시에 수술 시작한대.
“알았어. 위치 보내줘!”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최소한 수술 시작 한 시간 전엔 도착해야 둘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된다.
“한성준 씨!”
“네?”
“김하늘 씨를 보고 싶다고 하셨죠?”
“네? 네.”
“그럼 따라오세요.”
나는 김성준을 차에 태우고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도, 도대체 어딜 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가보면 알게 될 겁니다. 꽉 잡으세요.”
나는 의뢰인이 있는 병원으로 엑셀을 세게 밟으며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 * *
현란한 운전 실력 덕분인지 그게 아니면 그냥 과속한 덕분인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30분 만에 돌파하여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의뢰인이 입원하고 있다는 병실 입구에 도착한 뒤, 그를 위해 한 걸음 물러났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자 병실엔 지은이와 의뢰인이 함께 있었다.
한성준은 의뢰인의 모습을 보더니 당황해서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렀다.
의뢰인은 그런 한성준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의뢰인과 함께 있는 지은이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고, 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뒤에서 지켜봤다.
한성준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의뢰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게 뭐야… 이러려고 헤어지자고 한 거야?”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지금 이 모습이 뭐 어때서? 내 눈엔 예쁘기만 한데…….”
나는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다 지은이와 함께 자리에서 벗어났다.
“어디 가?”
“의뢰는 이걸로 끝났으니까 돌아가야지.”
“이대로 가도 되는 거야?”
“그럼?”
“아니, 만나서 데려왔다고 말이라도 하는 게…….”
“됐어. 우리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저 둘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쉽네. 저런 러브스토리 재밌는데…….”
지은이는 몸을 돌려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내 옆으로 돌아왔다.
“흐음… 이런 게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라는 거야?”
“글쎄다.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 그래도 이런 기분 나쁘지 않잖아?”
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지은이도 씽긋 웃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의뢰인 김하늘은 웃고, 한성준은 울고 있었지만 마음은 서로 반대였을 것이다.
김하늘은 이런 모습을 한성준에게 보여줘서 미안하고, 이런 자신을 사랑해줘서 고마워 속으로 울고 있을 것이고, 한성준은 김하늘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아직 사랑해주고 있다는 걸 느껴 웃고 있을 것이다.
* * *
며칠 후.
“요한! 미친 탐정 놈아!”
의자에 누워 쉬고 있던 내게 지은이가 내게 화난 표정으로 달려와 얼굴을 향해 종이를 던졌다.
“갑자기 왜 성질이야?”
“갑자기? 야 이 탐정놈아 태평하게 잠이 오냐? 도대체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닌 거야?!”
“뭐가?”
나는 지은이가 던진 종이를 펼쳐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과속? 어휴… 좀 잘 좀 운전하지 그랬냐.”
말을 마치고 아저씨의 모자로 얼굴을 덮으려고 하자 지은이는 모자를 빼앗고 소리쳤다.
“나는 그 차 한 번도 안 몰았거든? 도대체 뭐 하고 다녔던 거야!”
“아… 그래? 근데 최근에 뭘 하고 다닌 기억이 없는데…….”
“그럼 이건 뭔데?”
“그러게…….”
지은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사무소의 문을 두드렸고, 나는 노크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게 지은이의 머리를 눌러 책상 밑으로 넣어버렸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한성준이었고, 나는 그의 얼굴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반겼다.
“실례합니다.”
“오랜만이네요.”
“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뭐, 사는 게 똑같죠.”
“하늘이랑 만나게 해주신 날 차를 엄청 빠르게 몰던데 괜찮았나요? 딱지라도 오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아, 맞다. 까먹고 있었네. 그날 그것 때문에 딱지가 날아온 거였구나…….’
그의 말을 듣고 책상 밑을 쳐다보자 지은이가 나를 향해 죽일 듯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네, 다행히 별일 없었어요. 하늘 씨 수술은 어떻게 됐나요?”
“그게… 사실 저랑 만나는 날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 수술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의 말을 듣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책상 밑에 숨어 있던 지은이도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다.
“그런 표정 지으실 필요 없어요. 하늘이 말로는 수술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은 5퍼센트라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5년 생존률이…….”
그 말을 듣고 내 표정이 많이 어두워 보였는지 그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아, 그래도 탐정님 덕분에 하늘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해를 풀 수 있었어요. 그리고 수술을 포기한 이유도 5퍼센트의 확률에 목숨을 거는 것보다 남은 시간을 함께 행복한 추억을 쌓기 위해 포기한 거예요.”
‘5퍼센트의 확률보다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그렇군요…….”
“네, 그리고 이건 하늘이가 의뢰비라며 전해주라고 하네요.”
그는 가방 속에서 하얀 봉투를 하나 꺼내 내게 건넸다.
나는 그들에게 이 봉투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 때문에 수술을 포기했다는 생각과 죄책감 때문에 쉽사리 받을 수 없었다.
“탐정님이 처음 만났을 때 하시는 일이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이라고 하셨죠?”
“네?”
“솔직히 처음 탐정님이 그 말을 했을때 ‘진짜 바보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탐정님께서 저의 눈물을 닦아주셨어요. 만약 탐정님이 없으셨다면 계속 하늘이가 죽기 전까지 원망하며 살았을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원망하고 후회하며 울었을 거구요. 이 돈은 그냥 돈이 아니라 저희들의 마음입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잡았다.
이상하게… 눈물이 흘렀다.
“탐정님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선물을 주신 거예요. 그러니 울지 마시고, 이 돈은 웃으면서 받아주세요.”
눈가는 눈물로 촉촉해졌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걸로 의뢰 마치겠습니다.”
탐정이란 그 어떤 일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하며,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야 하는 것.
난 늘 스스로 탐정이라며 자만했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깨달았다.
난 아직 탐정라는 단어를 쓰기엔 부족하고, 나에게 탐정이란 단어는 무겁다는 것을.
*********** 능력을 빼앗아 성장하는 탐정-0027.t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