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29
029화
방금 그건 뭐였지?
마치 녀석들이 어떻게 공격할지 알려주는…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 사람이 먼저야.
나는 자리에서 몸을 털고 일어나 소년에게 다가갔다.
“어이, 꼬맹이. 녀석들은 다 도망치고 없으니까 이제 내려와.”
“…….”
그러나 그 꼬맹이는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느낌이 쎄한 게…….’
“야, 너 진짜 죽을 생각이야?”
“어차피 당신 때문에 여기서 떨어져서 뒤지지 않으면, 걔네들한테 맞아 뒤질 거야.”
그는 내게 원망이 섞인 떨린 목소리로 말한 뒤, 바닥을 내려봤다.
“왜?”
그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날 죽일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냐고?!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나는 녀석의 대답에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아니, 내 말은 왜 나 때문이냐는 거지.”
“뭐?”
“넌 내가 싸우는 동안 도망칠 기회도 있었고, 내 옆에서 같이 맞서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거기 가만히 있었잖아. 애초에 넌 기회가 있었으면서도 스스로 포기했어. 아니, 굴복했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당신이 뭘 안다고 큰 소리야!”
“잘 알지. 나도 한때 너와 같은 처지에 있었고, 나도 똑같이 그 위에 서 있어봤으니까. 그러니 네 마음도 잘 알아. 넌 살기 싫어서 이 위에 올라온 게 아냐.”
그리고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무슨 헛소리야! 다가오지 마! 진짜로 뛰어내린다?”
“넌 살기 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거야. 내 말이 틀려?”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날 바라만 봤다.
“네게 기회를 줄게.”
“무슨…….”
나는 녀석의 멱살을 붙잡고 발끝으로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몸을 난간 밖으로 밀었다.
그러자 그는 내 행동에 놀라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 있는 나의 손을 붙잡았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나는 녀석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여기서 떨어지려고 했던 거 아니야? 그래서 도와주는 건데?”
“미친 새끼야! 이거 놔!”
“진짜 놔?”
내 질문에 녀석은 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놓지 마!”
“변덕은… 내가 기회를 준다고 했지? 살기 싫은 게 맞다면 손을 놔. 그럼 풀어줄게. 근데 이렇게 살기 싫고, 변하고 싶다면 내 팔을 붙잡고 있는 힘껏 올라오는 거야.”
그는 내 말을 듣더니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떻게 이런 엿 같은 인생을 바꿔주겠다는 건데… 이미 내 인생은 끝났어…….”
“그래, 네 말대로 이런 엿 같은 인생… 더는 바꿀 수 없겠지. 근데 끝은 진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도 있어. 그 새로운 시작의 길은 이번에 네가 직접 정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야.”
그의 눈치를 살펴보니 조금씩 내 말에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이렇게 이야기 해 볼까? 너,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거 억울하지 않아? 저딴 놈들한테 당하고, 맞고, 삥이나 뜯겼잖아. 근데 말이야… 억울하지 않아? 가해자는 저 새끼들인데 왜 피해자인 네가 죽으려고 하는 거야? 그놈들은 네가 죽는다고 눈 하나 깜짝할까? 아니. 안 할걸? 오히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거야.”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그는 쥐똥만 한 눈물을 흘리며 날 죽일듯이 노려봤다.
“이용하는 거야.”
“뭐?”
“지금 네 눈앞엔 널 도와주겠다고 하는 이 이상한 녀석이 있어. 근데 뭘 믿고 따라야 할까? 믿을 수 있을까? 아니, 굳이 믿을 필요가 있나? 믿을 필요 없어. 넌 그냥 날 이용하면 돼. 이 엿 같았던 인생을 보상받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살지 않기 위해!”
그는 내 말을 듣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 위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나도 한때는 너처럼 그 자리에 서 있던 적이 있다고 했지?”
“…….”
“너랑 똑같았어. 녀석들이랑 싸울 기회가 있으면서도 일부러 피했지. 아이들의 괴롭힘에 부모님도 없고, 날 돌봐주는 사람은 항상 바빠서 얘기할 수도 없고… 그렇게 살다보니 더 이상 살아갈 용기도, 살아남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이 들어 옥상으로 올라왔을 때, 날 찾아온 아이가 있었어. 그 아이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
소년의 침묵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저런 새끼들 때문에 죽으려고 하는 거야.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잘못한 건 널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는 이 세상이고, 널 보려고 하지 않는 어른들이지. 내가 곁에 있잖아. 그러니까 그러지 마.’ 라고. 그 말을 듣고 내린 결론이 뭔지 알아? 죽기 싫어. 죽고 싶지 않아. 그치만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물론… 날 완전히 바꾼 건 그날이 아니라 내 소중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날이지만 말이야.”
나는 숨을 한 번 내쉬고 녀석을 바라봤다.
“이제 네 차례야. 넌 어떻게 하고 싶어?”
그는 내 말이 끝나자 내 멱살을 붙잡았다.
“그래… 나도 더는 이딴 식으로 살고 싶지 않아!”
소년은 힘겹게 올라온 뒤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는 나를 바라봤다.
“헉, 헉…….”
그는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입을 열었지만 힘들었는지 거친 숨만 내쉬고 있었고, 나는 봉투 속에서 음료수 두 병을 꺼내 녀석에게 한 병을 건넸다.
그는 내가 건넨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입을 열었다.
“왜 날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나는 그의 질문을 듣고 음료수를 한 입 마시고 입을 열었다.
“나도 너랑 똑같았다고 말했었잖아.”
“날 구하려고 했던 말 아니었어?”
“아니, 사실이야. 뭐… 다른 점이 있다면 넌 어쩌다가 올라갔다가 떨어지려고 했었지만, 난 자의로 올라갔었거든.”
“거짓말.”
나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 아냐. 나도 처음엔 너처럼 죽을 생각으로 올라갔었는데, 멍청한 꼬맹이가 날 붙잡아줬거든. ‘살기 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 그 애가 나한테 해준 말이야.”
“설마 그것 때문에 날 도와주려는 거야?”
“그것도 있고, 이렇게 해야 그때 그 멍청한 꼬맹이한테 은혜를 갚는 셈 아니겠어?”
이야기를 끝으로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내 말을 듣고는 실소를 내뱉으며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일단 내 사무소로 가자.”
“응.”
“아, 그리고…….”
“응?”
“나 좀 부축해줄 수 있냐?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어우… 요즘 애들 왜 이렇게 잘 싸우냐?”
“…….”
“왜? 뭐?”
“아니, 아무것도…….”
* * *
“나 왔다.”
사무소에 들어오자 진아가 놀리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반겼다.
“왔어? 야! 너 내 바이크뿐만 아니라 언니 자동차도 가지고 가서 사고 쳤다며?”
둘은 잠깐 사이에 벌써 언니 동생 할 정도로 친해진 모양이다.
“그딴 건 됐고, 지금 손님 왔으니까 너희들은 저기 방에 들어가 있어.”
나는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봉지를 진아에게 건네며 한 손으로는 방을 가리켰다.
“뭐야? 다 민트 초코야? 이딴 걸 어떻게 먹으라고!”
진아는 내가 건넨 봉지 안을 보더니 날 혐오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민초가 어때서? 그리고 지금 손님이 너희들 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그러니까 들어가라~ 근데 지은이는 어디 갔어?”
“아까 화장실 간다고 했는데… 못 만났어?”
지은이의 얘기를 듣고 놀라 사무소 문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지은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밖에 누가 왔던데?”
지은이는 옥상에서 만난 그 소년과 함께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하필이면 지은이는 마스크나 모자도 쓰지 않은 맨얼굴의 상태였고, 그 소년 또한 지은이가 세나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상당히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젠장… 지은이랑 못 만나게 하려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던 건데…….’
“하… 거기 너도 일단 여기 앉아.”
이 답답한 상황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소년은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며 아무것도 못 하자 지은이가 그의 손을 잡고 소파로 데려와 그를 앉히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건넸다.
세나에게 손이 잡혔다는 것만으로도 소년의 얼굴은 새빨개져서 잘 익은 토마토처럼 보였다.
다시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삼키고 나는 계약서를 한 장 꺼내 소년을 바라보며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능력이 나오질 않았다.
몇 번이나 시도해도 전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왜 갑자기 능력이 안 나오는 거지? 그러고 보니 지난번 의뢰 때도 이랬는데… 설마 내 몸이 이상해진 건가? 그것도 아니면 능력이 사라진 거야? 갑자기?’
능력이 나오질 않자 멍하니 소년을 바라보는 상태로 딴 생각에 잠긴 내가 영 이상해보였는지, 지은이는 내 팔을 덥석 붙잡았다.
“야, 뭐해?”
“어? 으응,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소년을 바라봤다.
“꼬맹이, 이름이 뭐야?”
“에… 아, 그게 어, 강수호…….”
지은이를 헤벌레 바라보다 갑작스러운 부름에 놀란 모양이다.
“쟤는 그냥 세나 닮은 애니까 세나라고 생각하지마. 그리고 내가 세나 직접 만나봤는데 걔 진짜 모습을 알면 바로 손절 칠 거다.”
나는 수호를 안타깝게 여기며 그를 위한 충고를 했다.
그와 동시에 나를 쏘아보는 지은이의 눈빛이 너무나도 따가웠다.
“진짜 만나봤어?! 어떻게? 어땠어? 예뻐?”
그러나 수호에게 세나의 진짜 모습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는지 세나를 만났다는 이야기에만 집중해 관심을 가졌다.
“나이는?”
나는 그의 물음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17인데… 근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야?”
“여기 오면서 간판 못 봤어?”
나는 그가 알려준 대로 정보를 적고, 그에게 계약서를 건넸다.
“보긴 했는데, 왜?”
‘아니 근데 이 자식이…….’
“어이 꼬맹이, 우리 사무소에 왔던 사람들 중에 네가 제일 어리거든? 근데 그 사람들 중에서 나한테 반말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심지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나한테 존칭을 쓰는데 최소한 예의는 지키는 게 어때?”
수호의 반말이 거슬렸던 난 그에게 약간 추궁하는 식으로 존댓말을 요구했다.
그러자.
“꼰대냐? 너도 철호 아저씨한테 계속 반말하잖아. 얘랑 너랑 겨우 8살 차이인데 이 정도면 형, 누나 하면서 반말할 정도 아닌가? 게다가 넌 이 맛 대가리 없는 민초만 잔뜩 사 왔잖아. 언니, 안 그래?”
“아니 민초는 무슨 죄가 있다고… 그리고 잘만 먹고 있으면서…….”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진아가 갑자기 수호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너, 나한테 누나라고 한 번도 안 하고 이름으로 부르잖아. 그런 놈이 무슨…….”
그리고 지은이까지 합세해서 수호를 변호했다.
“어머! 그러고 보니 아까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 언니 이름을 막 부르더라. 순간 친구인 줄~”
저 둘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지만 함께 씹어먹을 수 있는 적이 있다는 것만으로 최고의 아군이자, 최고의 친구가 되고 말았다.
물론 내겐 절망적인 이야기지만…….
“그럼 내가 굳이 존댓말 쓸 필요 없지?”
수호가 계약서에 사인하고, 난 그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며 그의 말을 토대로 정보를 작성했다.
[이름: 강수호나이: 17
아버지는 어린 시절 사고로 죽고, 어머니와 동생 이렇게 셋이서 살고 있음.
어머니는 현재 청소부로 일하고 있음.
남들이 들으면 알 만한 유명한 명문고에 다니고 있음.
기초 생활 수급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중.]
“아니 이런 놈이 동생이랑 어머니를 두고 죽으려고 해?”
나는 수호의 이야기를 다 듣고 계약서 판의 모서리로 그의 머리를 때렸다.
“악! 아프잖아! 지도 죽으려고 했었으면서…….”
수호는 책 모서리로 맞은 부분을 문지르며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나랑 너랑 같냐? 이제 필요한 정보는 없으니까 이제 집에 가라.”
수호를 향해 가라는 손짓을 하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날 바라봤다.
“이게… 끝이야? 도와준다며?”
“도와줄 거야.”
“근데 뭐 없어? 게네들 집 주소나 정보 같은 거…….”
나는 수호의 말의 의미를 생각하다 실소를 터트리며 그의 머리를 두들겼다.
“만화랑 현실은 다르단다. 나는 흥신소 사람이 아니라 탐정이야. 더 이상 필요한 건 없으니까 집에 가라~”
수호는 내 대답을 듣고는 아쉬운 듯 몇 번 우리 쪽을 돌아보다가 사무소 밖으로 나갔다.
*********** 능력을 빼앗아 성장하는 탐정-0029.t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