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36
036화
“이건…….”
그는 내 질문에 확인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고, 나는 봉투의 내용물을 꺼내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 안엔 몇 명의 신분이 적혀있는 서류, 클럽의 입구 사진과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의 사진, 그리고 알 수 없는 약물 사진이 있었다.
“이게… 대체 뭐죠?”
그는 내 질문에 사진과 서류를 하나씩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일단 이 약물은 신종 물뽕, AXB입니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GHB와는 다르게 마시거나 흡입하게 될 경우 5분 이내에 잠들고, 10시간 동안 있던 일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약이죠. 뿐만 아니라 이후 혈액을 채취해서 분석해도 전혀 탐지가 되지 않는 데다 탐지기에도 감지되지 않는 신종 마약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눈썹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봤다.
‘마약? 이런 일을 탐정한테 맡긴다고? 애초에 이런 큰 일을 이 녀석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비밀리에 조사 중이라 아직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조사하면서 알아낸 피해자만 한둘이 아닌 데다가 피해자 중에는 유명인들도 몇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여성들의 사진을 훑어보자 확실히 방송에서 본 적 있는 여성도 있었다.
‘어느 순간 방송에 안 나오는 연예인들도 있네. 왜 안 나오나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클럽에서 유통이 시작되었다는 것과 지금도 계속 퍼져나가 다른 곳으로 판매된다는 것, 그리고 여기 있는 이 녀석들이 전부 그 마약과 관련된 관계자인 데다 경찰 간부 중 누군가 이 녀석들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 이게 전부입니다.”
나는 그가 건네준 서류를 전부 훑어보고는 책상 위에 던지듯 다시 올려놨다.
“그래서 제게 의뢰하고 싶다는 건 뭐죠? 이야기를 들었을 땐 단순 범죄 조직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 약물을 구해다 주는 것입니다. 마약 밀매에 관련된 문제에 관련해선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구요.”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선금 오천에 의뢰를 완료하면 오천을 추가로 주죠. 그 외에 또 다른 정보를 구한다면 추가 정보료도 더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턱을 쓸었다.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녀석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아까 했던 말도, 녀석에게 느껴지는 이질감도…….
하지만 이 일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큰 일인 데다가 일개 탐정 따위에게 맡길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숨을 크게 내쉬고는 책상 위에 있던 돈 봉투와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의뢰… 진행하겠습니다.”
그는 내 말에 미소를 지었고,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 그의 눈빛이 푸르게 빛났다.
‘뭐지, 방금……!’
분명하다.
녀석도 나와 같은…….
그때, 복도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구두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지은이가 아저씨와 함께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내 눈앞의 남자를 보고 놀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김성현?!”
‘김성현?’
“저를… 아세요?”
녀석이 지은이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미소를 짓자 지은이는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며 천천히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뭐야?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
“응? 너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아까 아저씨 사무실에 갔을 때 경찰증을 봤거든. 김성현 경사, 이번에 발령받았다던데?”
‘경찰? 하긴, 이런 걸 개인이 알아내는 건 힘들지.’
지은이의 말에 아저씨가 그의 앞으로 다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김성현? 출근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는데, 왜 여기 있는지 설명 좀 해볼까?”
“그게… 아! 요한이랑 어렸을 때 알던 사이었는데, 이쪽으로 발령받으면서 오랜만에 찾아왔거든요.”
“요한에게 친구가 한 명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도 나랑 아는 사이고.”
‘아저씨! 그렇게 팩트로 때리는 게 어디 있어! 그나저나 이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아저씨의 심문이 계속 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만해. 중학교 때 함께 놀던 친구 맞아. 아저씨가 날 알고 지내던 건 고등학생 때부터잖아. 그리고 난 얘가 경찰인 줄도 모르고 이 근처에 있다고 하길래 내가 오라고 했던 거야. 그러니까 징계는 줘도 여기서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마.”
“…….”
“그리고 지은이 너도 그만 좀 노려봐. 그러다 눈알 튀어나오겠어.”
“뭐, 네가 그렇다고 하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하지만 김성현, 넌 오늘 땡땡이 친 벌로 야근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으윽… 넵.”
김성현과 아저씨는 대화를 마치고 사무소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려가 복도에서 아저씨를 붙잡았다.
“아저씨!”
“응?”
“저 녀석한테 할 말이 남았는데, 아저씨 먼저 가줘.”
“뭐, 알겠어. 대신 빨리 끝내야 한다.”
“알았어.”
아저씨가 내려가고 나는 그를 노려봤다.
“어차피 친구 사이라고 했으니까 말 놓을게. 경찰이면서 왜 나한테 이런 일을 맡기는 거야?”
그는 내 말에 미소를 씨익 지어 보였다.
“그럴까? 어차피 나이도 비슷해 보이니까. 그리고 왜 맡겼냐면…….”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날 바라봤다.
“내가 돈이 많아. 근데 경찰로서는 실력이 없네? 그러니까 실적 달성을 위해 널 이용하려는 거야. 어때?”
나는 그의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현재 능력을 쓸 수는 없어도 녀석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이야기는 끝났냐?”
“어…….”
아저씨와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소로 돌아오자 지은이가 김성현에게 받은 자료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넌 안가? 다시 복귀하게 된 것 같은데 무슨 스케줄 같은 것도 없어?”
나는 지은이가 훔쳐보던 자료를 빼앗았고, 지은이는 날 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혼자 있다고 걱정돼서 아저씨랑 함께 와줬는데… 너무해.”
“아아니, 왜 이런 걸로 삐지고 그래. 미안해.”
울먹이는 지은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그녀는 약 올리듯 미소를 지었다.
“설마 내가 그런 일로 울 거라고 생각한 거야? 네 옆에서 널 본 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설마 겨우 이런 걸로 울 리가 없잖아. 참 순진하다니까, 하~ 프 보일드 탐정 씨?”
‘그래. 넌 그런 해맑은 녀석이었지. 잠시나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내 자신이 참으로 멍청하게 느껴지는구나.’
“그리고 이번 의뢰로 내 이름이 잠깐 올라와서 학교폭력 홍보대사로 잠깐 있었을 뿐이지. 휴식기라는 건 여전하다고~”
잠시 방심하고 있던 사이 지은이가 내가 정리하고 있던 문서와 사진을 훑어보다 클럽 입구의 사진을 빼앗았다.
“응? 여기 블루문 아냐?”
“블루문?”
지은이는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여기 한신우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이름 유명한데… 못 들어봤어?”
‘한신우? 아, 그 아이돌?’
“그래?”
나는 지은이가 가져간 사진을 다시 빼앗고 사진을 바라봤다.
“블루문이라…….”
“왜? 무슨 의뢰길래?”
지은이의 질문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미소를 지었다.
‘굳이 다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그냥. 여기서 물건 좀 찾아달래.”
“아까 김성현이 부탁한 거 맞지?”
“어…? 어, 그런데 왜?”
지은이는 내 말을 듣더니 미소를 지었다.
“경찰이 클럽 가서 놀았다는 걸 들키면 부끄러워지게 될 테니까 너한테 부탁한 거구나?”
“아… 뭐, 그렇지.”
나는 지은이의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 드러눕고 눈을 감았다.
“뭐해?”
“뭐하긴, 가기 전까지 쉬려고.”
“엥…? 지금 안가?”
나는 지은이의 질문에 한쪽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이 몇 시야?”
“지금이… 오후 5시?”
“지금 시간에 문 여는 클럽은 헬스 클럽밖에 없거든?”
“그래도 준비해야지.”
“준비…? 그냥 이 상태로 가면 되는 거 아냐?”
“얘는 무슨 블루문이 어디 동네 노래방인 줄 알고 있나 보네? 그렇게 입고 갔다간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게 될걸?”
나는 지은이의 말을 듣고 옆에 놓여있던 거울을 들여다봤다.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넥타이
정장 바지에 구두까지.
괜찮은데 뭐가 문제야?
지은이는 내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깊은 한숨을 쉬고 날 바라봤다.
“따라와.”
지은이는 나를 한 뷰티샵으로 끌고 왔다.
“여긴 내가 촬영할 때마다 오는 곳이라 잘 해주실 거야.”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지은이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말 잘해놨으니까 여기서 메이크업 좀 받고 있고…….”
지은이는 말끝을 흐리다 갑자기 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지갑을 뺏어갔다.
“그리고 카드 좀 빌릴게~”
“어? 야!”
지은이를 향해 소리쳤지만, 지은이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샵 밖으로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지은이의 뒤를 쫓고 싶었지만, 날 애처롭게 바라보는 직원의 눈빛에 어쩔 수 없이 직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헤어 커트와 머리 정리는 물론 메이크업이 완벽하게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지은이가 쇼핑백을 한가득 가지고 샵으로 들어왔다.
“너……!”
“헐.”
지은이는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고는 놀라 들고 있던 쇼핑백을 떨어트리고 입을 벌렸다.
“뭐야… 왜? 그렇게 이상해?”
“아, 아니, 좀 놀랍네. 너, 평소에도 이렇게 꾸미고 다녀라.”
지은이의 말에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아니지. 이게 아니라 너! 도대체 뭘 샀길래 500만 원이나 넘게 나온 거야?!”
“아, 이거~”
지은이는 내 질문에 바닥에 떨어트린 쇼핑백을 들고 내게 건넸다.
“어?”
“시계는 내 돈 주고 샀어. 전부 입고 나와.”
나는 지은이의 말에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쇼핑백을 들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쇼핑백 안에는 여러 벌의 명품 옷과 시계 등 많은 옷가지가 있었고, 나는 이것들 중 가장 무난해 보이는 옷을 꺼내 입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지은이는 날 보고는 놀란 눈빛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와아…….”
“왜?”
“너, 제발 평소에 정장 말고 이렇게 입어주라.”
“뭐?”
“아니 이렇게 입으니까 완전 다른 사람이야.”
지은이의 말에 나는 피식하고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바라봤다.
‘지금이 10시니까, 이 녀석 사무소에 데려다주면 11시쯤 될 것 같네.’
“사무소까지 데려다줄게. 넌 집으로 돌아가.”
지은이는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다.
“뭐?”
“왜?”
“아니, 그냥 집으로 가라고?”
“그럼?”
“나도 같이 갈래!”
“야, 유명 연예인이 클럽에서 노는 걸 보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나는 지은이의 말에 한숨을 내쉬고 검지로 지은이의 머리를 툭툭 쳤다.
“게. 다. 가. 어린 꼬맹이가 밤 10시가 넘어가는데 잠도 안 자고… 그러다가 너, 키 안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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