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37
037화
“아오 열 받아! 야, 내가 너보다 누나야! 그리고 짜증 나게 키 가지고 그러기야? 이미 키는 다 컸거든!”
나는 지은이의 말에 비웃기라도 하듯 지은이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가 내 머리 위에 올리는 손짓을 반복하며 놀렸다.
“이놈의 자식이…….”
“어쨌든 이번 의뢰는 네가 들어가기엔 너무 위험… 하다기보단, 민간인에게 노출될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지은이는 불만 가득한 눈빛과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네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네 말대로 할게. 대신에 키 작다고 한 건 취소해라.”
나는 지은이의 말에 미소를 짓고 작게 속삭였다.
“키 작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너도 네가 키가 작다는 건 알고 있었구나?”
“야!”
* * *
지은이를 집으로 데려다주고 나는 다시 클럽 근처로 돌아왔다.
이미 하늘은 깜깜해졌지만, 클럽 주변은 간판 때문에 대낮처럼 밝게 빛났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클럽 안으로 입장하자, 클럽 내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큰 음악이 시끄럽게 귀를 울리고 화려한 조명으로 반짝거렸다.
나는 사람들의 틈 속으로 들어가 주변에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나 장소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봤지만 그런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건전… 이라고 하기엔 장소가 건전하지 못했다.
그저 술 마시고 춤추러 온 사람들, 이성을 꼬시기 위해 온 사람들은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꽤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수확이 없어 바에서 술 한 잔 홀짝홀짝 마시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응?”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엄청난 외모를 가진 장발의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날 바라보면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누구?”
여자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손을 내 어깨에 올리더니 날 끌어당기고 작게 속삭였다.
“당신 혹시 짭새야?”
“뭐?”
“여기저기 둘러보는 폼이 어딘가 수상해 보이거든.”
여자의 질문에 나는 평정을 가장해 입가를 부드럽게 당기고 잘 모르겠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두 눈을 응시했다.
“글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
“흠… 아닌가? 꼬마야, 네가 여기에 왜 왔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술 마시러 왔으면 술만 마시고, 여자를 꼬시고 싶으면 여자만 꼬시고 가. 다른 사람들에게 의심 살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특히 이곳에선 말이지?”
여자는 자기 할 말만 하더니 내 볼을 톡톡 건드리고 그대로 가버렸다.
‘저것 봐라?’
나는 여자를 따라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뭐 하는 거지?”
나는 여자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턱을 붙잡았다.
“네 말대로 여자 꼬시러 왔는데, 영 물이 안 좋아서 그냥 가려고 했거든? 근데 여기 떡이 알아서 굴러와 주네?”
‘클럽에서 누가 두리번거린다고 짭새냐고 생각할까? 아마 본인이 무슨 일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겠지?’
“설마 짭새가 취향이다, 뭐 그딴 개소리를 지껄이지는 않겠지?”
서로 눈을 바라보다 여자가 미소를 짓고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짭새가 내 취향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녀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허리춤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그딴 거 내 알 바가 아니긴 한데, 설마… 짭새를 좋아하는 클럽녀도 있나?”
여자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크게 웃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돌아올 테니까.”
그러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후우… 괜찮았지? 왠지 죄짓는 기분이 드는데?’
잠시 후 여자가 돌아오더니 내 손을 붙잡았다.
“나갈까?”
나는 그녀의 말 한마디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한 번도 겪어본 적도 없… 아니, 애초에 클럽 자체를 처음 와봤지만 분명히 이건…….’
침을 삼키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여자가 내 볼을 꼬집었다.
“아직 애기네. 얼굴이 내 취향 아니었으면 내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을 텐데… 술 마시러 가자고. 설마 이상한 거 생각하는 거 아니지?”
그러다 갑자기 여자의 입술이 볼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작게 속삭였다.
“그건 술 마시고 정신없을 때 하는 거야.”
여자의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다.
새빨개진 이 볼만 어떻게 숨길 수만 있다면…….
여자는 나를 데리고 클럽 밖에 있는 근처 술집으로 향한 뒤, 취할 때까지 잡담이 이어졌다.
“그나저나 아까 어디 갔다 온 거야?”
“응? 아아~ 그냥 우리 애들한테 나 꼬시는 놈이랑 술 마시고 온다구~”
“우리 애들?”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을 회피하고 헤벌레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너, 캔디 좋아해?”
“캔디? 사탕?”
여자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짓고, 내 볼을 꼬집었다.
“아으~ 귀여워. 사탕 말고, 캔디~”
“캔디가 한국말로 사탕이잖아.”
여자는 내 말에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 모르는 게 약이지. 먹을 땐 달콤하지만 입안에 있는 캔디가 사라지는 순간 지옥이 펼쳐지니까.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가여워 보이는 거 알아? 어떤 캔디든 그 맛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지옥으로 만들어버리니까. 이런 걸 보면 금단의 열매가 아닐까 싶어…….”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생각났다! 김성현이 내게 보여줬던 그 문서…….’
[이름: 한지수나이: 28
블루문 마약 유통 간부 중 한 명]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낯이 익다 싶더니…….
그럼 우리 애들이라고 했던 건 조직원들이고, 캔디는 마약의 은어인 건가?
‘어떤 종류든’이라고 말한 걸 보면 물뽕이 아니라 다른 종류도 있다는 건데…….‘
한지수는 이 말을 끝으로 술에 완전히 뻗어 잠들어버렸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근처 모텔로 그녀를 데려갔다.
‘간부라는 녀석이 이렇게 쉽게 약점을 보이는 게 말이 되나?’
일이 너무나도 쉽게 풀리는 게 의심스럽긴 했지만, 한지수를 침대에 눕히고 가방 속에 있던 모든 소지품을 전부 꺼냈다.
그녀의 가방 속엔 화장품과 핸드폰, 그리고 책 한 권이 전부였다.
“책?”
‘설마…….’
책을 뒤적이던 중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깨어난 한지수가 갑자기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나.”
떨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한지수는 날 보며 씨익 웃더니 책의 페이지 하나를 뜯어서 내게 건넸다.
“너도 이거… 필요한 거 맞지? 그래서 나한테 접근한 거잖아.”
‘뭐지?’
그녀는 내 볼을 붙잡고 고개를 돌려 진하게 키스를 하고는 날 바라봤고, 내가 놀란 표정을 짓자 그녀는 불만인 듯 볼을 부풀렸다.
“뭐야? 정말로 그것 때문인 거야?”
그녀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입술을 닦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맞아. 고맙다.”
그래도 모텔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뒤에서 한지수가 갑자기 날 끌어안았다.
“난 당신에게 진심인데?”
“그래? 그것참 불쌍하게 됐네. 이건 고맙게 잘 쓸게.”
그녀를 뿌리치고 나가려던 순간, 그녀가 뒤에서 꽈악 끌어안았다.
“이래도… 아무 느낌 없어?”
잠시 놀라긴 했지만, 나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아쉽지만 넌 네 스타일이 아니야.”
한지수는 내 말에 입술을 깨물고 날 노려봤다.
“너 고자야? 어떻게…….”
“그냥 너한테 관심이 없는 걸 어떻게 해? 비켜.”
그녀는 내 말에도 끄떡하지 않고 날 노려보다 날 꼬옥 껴안았다.
“그래, 근데… 난 한 번 노린 건 절대 포기 안 해!”
그러고는 자신의 명함과 수표를 내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어 날 바라봤다.
“그 약, 또 먹고 싶으면 연락해. 하지만 그땐 이렇게 쉽게 안 줄 거야.”
‘다행이다. 어떻게 간부가 된 건지 모르겠지만… 멍청한 녀석이네.’
* * *
잠시 후 한지수가 있는 모텔방에 김성현이 찾아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
“요한… 아니, 진우는 어땠어?”
한지수는 성현의 질문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땠냐고? 최고야! 물론 능력 쓰는 걸 보진 못했지만, 직접… 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지금 벅차오르고 있어!”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 라. 지금 내 마음은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형이 능력을 쓰는 걸 보여주질 않으니 데려올 명분이 없네.”
성현은 한지수의 말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킹, 네가 명분이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할 사람은 아닌데?”
그리고 한지수는 성현의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그치. 명분이 없으면 명분을 만들어야지. 사업장을 없애버리더라도…….”
* * *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모텔방에서 빠져나와 김성현과 사무소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벌써 알아낸 거야?”
나는 그의 질문에 지친 기색으로 자리에 앉아 한지수에게 받은 수표와 찢어진 페이지를 꺼냈다.
“녀석들은 책에 적셔서 약을 몰래 팔고 있었어. 이건 조직원이 건넨 수표야. 그리고…….”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그를 바라봤다.
“너… 진짜 정체가 뭐냐?”
“응?”
그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 초능력자지?”
그는 내 말에 씨익 미소를 지었고, 나는 안주머니에서 돈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의뢰비는 필요 없어. 대신 내 질문에 대답해. 너,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지?”
“글쎄다…….”
그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확실해. 이 새끼는 나에 대해 알고 있어.’
“아저씨를 죽인 범인, 누군지 알아?”
그는 내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커피를 빨아 마셨다.
‘이 새끼가…….’
“그럼 날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어떻게 알아냈냐고?”
그는 내 큭큭 웃으며 날 푸른 눈빛으로 노려봤다.
“설마 우리가 네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해?”
“우리?”
“그래, 우리.”
내가 당황해서 입술을 깨물자 녀석은 내 손을 톡톡 치며 미소를 지었다.
“진정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하나. 나는 널 지켜주기 위해 왔다는 거야.”
“그 말은…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긍정한다는 거지?”
“그렇게 되는 건가?”
그는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은 너 가져. 어차피 나한테 필요 없는 거니까… 아, 아저씨가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가서 필요 없으려나?”
“너……!”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을 쳐다봤지만 이미 그는 카페에서 나간 후였고, 그가 앉았던 자리엔 다른 돈 봉투가 놓여 있었다.
“오천만 원…….”
‘의뢰비의 나머지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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