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7
007화
의뢰인… 아니, 의뢰인의 대리인이 사무소를 떠나고, 나는 의자에 앉아 그가 건넨 봉투를 뜯어봤다.
봉투 안엔 운송장 번호가 적인 서류와 편지,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편지 한 장을 펼쳐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살펴봤는데, 입으로 차마 담기 힘들고 사탄도 고개를 저을 정도로 욕설과 음담패설이 잔뜩 적혀져 있었다.
‘이게 진짜 사람 새끼가 쓴 글이라고? 안 되겠네. 쓴맛을 좀 보여줘야지.’
나는 가장 먼저 매니저 한정우의 거짓말을 알아내기 위해 강철호, 지금은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저씨?”
―이 자식이… 형이라고 하라고 했지! 평소엔 내가 전화하기 전엔 연락도 안 하더니,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
“혹시 YH엔터테인먼트에서 세나와 관련된 일로 신고 들어간 거 있는지 알아 봐줄 수 있어?”
―뭐…? 갑자기 왜 그런걸… 너 혹시 세나와 관련된…….
나는 아저씨가 쓸데없는 말로 이어나갈 게 뻔하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아저씨는 다 좋은데,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니까~’
1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아저씨에게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나야.
“어땠어?”
―어, 지금 알아보고 있는데, YH엔터 쪽에서 악플 신고한 것 말고는 없어.
“그럼… 세나 이름으로는?”
―혹시 몰라서 그것도 알아봤는데 없었어.
나는 아저씨의 말에 잠시 생각에 빠지다 한정우의 명함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한정우의 명함을 손에 쥐고, 아저씨에게 말했다.
“그럼… 한정우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봐. 전화번호는 010 ―XXXX ―XXXX.”
―한정우…? 잠깐만… 아, 있다! 근데 10분도 안 되어서 신고 취하되었는데?
“어떤 신고가 들어왔었는데?”
―그게, 스토킹…….
“그래, 알겠어. 고마워.”
아저씨의 말을 끊는 동시에 전화를 끊었다.
싸가지가 없어 보이긴 해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신고를 했다가 취하했으니 거짓말로 나온 거였구나… 그럼 나머지 거짓말은 택배… 일려나?’
아저씨와 연락을 끝낸 나는 곧바로 한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요한 탐정입니다.”
―아… 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가요?
“지금 의뢰를 진행하다가 어딘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연락드렸거든요.”
―이상… 이상한 부분이요?
“네, 그래서 이거에 대해 좀 말을 좀 나누고 싶은데요.”
―죄송한데 저희가 지금 스케줄 때문에 나와 있거든요. 그래서 혹시 이상한 부분이 무엇인지 제게 말씀해주시면…….
‘내가 너한테 말하겠냐?’
“아뇨, 이건 직접 보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따로 세나 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고요.”
―…….
“설마 안 되는 건가요?”
―어… 그게…….
“의뢰에 대한 건데 의뢰인을 볼 수 없다니… 이상하네요?”
―아뇨, 알겠습니다. 두세 시간 정도 걸리는 일이니까 이따 사무소에서…….
“아뇨, 제가 세나 씨 사무실로 가겠습니다. 세나 씨가 이런 일 때문에 탐정 사무소에 들락거린다는 소문이 나면 안 되잖아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직원들에게 설명해놓을게요. 그리고 사장님 말고 다른 직원들은 이번 일을 모르고 있다 보니까…….
“네, 제가 탐정이라는 건 말하지 않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역시나 이상해.
한정우.
그놈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이상할 정도로 역한 냄새가 풍겼다.
한정우가 있을 땐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어.
* * *
다행히도 다 연락이 되어 있었는지 수월하게 사무실 안으로 안내받았다.
사무실은 간부급, 그 이상이 쓰는 곳 같은데…….
책상 위에 놓여있는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1월 20일 음악방송 (여의도)] [3월 18일 예능 (청주 문암동)]‘스케줄 일정인가?’
천천히 살펴보던 중 밖에서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달력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아니… 오히려 이러면 더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세나와 한정우가 들어왔다.
“저희가 많이 늦었죠?”
나는 세나의 외모에 놀라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연예인이라 그런가?
외모가 차원이 다르네.
이래서 다들 세나 세나 거리는 거였어?
나는 이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도착했거든요.”
“혹시… 그쪽이 이번에 스토커를 찾아주겠다고 하신 탐정님이신가요?”
나는 세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건넸다.
“네, 요한 탐정 사무소의 요한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세나는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근데 제가 생각했던 탐정 이미지와는 다르네요. 깔끔하시고, 단정하신 데다가 너무 잘 생기셔서 처음 봤을 때 연습생인 줄 알고 착각했어요. 근데… 이름이 요한이에요?”
나는 세나의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네, 이름이 요한입니다. 성 없이 그냥 요한이요.”
“아~ 신기하다~ 성이 없으신 분은 처음 봐요.”
나는 세나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부모 없이 탐정 아저씨 손에 길러졌거든요. 그때 받은 이름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세나의 손을 놓는 동시에 능력을 사용했고, 세나는 내가 능력을 사용하자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왜 그러시죠?”
“예? 뭐가요?”
세나는 내 질문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 눈빛… 아닙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세나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도 될까요?”
“아… 네.”
세나도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앉았다.
“혹시 세나 씨의 집에도 협박 편지나 택배가 왔었나요?”
“아니요, 다행히 집에는 그런 물건들이 온 적 없었어요.”
그녀의 대답에 아우라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진실.
“그럼 혹시 세나 씨의 집 주소를 아는 사람은 누가 있나요?”
“어… 그게 일단 매니저 오빠랑 사장님, 그리고 소속사 사람 중 일부만 알고 있고, 그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려준 적 없어요.”
‘이번에도 진실이네… 그럼 가족한테도 안 알려준 건가?’
“가족들한테는요?”
내 질문 한 마디에 갑자기 공기가 싸해졌다.
“저… 탐정님, 세나한테는 부모님이 안 계십니다.”
한정우의 말이 끝나면서 세나가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사고로 부모님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지내던 보육원에서도 사고가 나는 바람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다 죽었구요.”
세나의 말을 듣고 주변에 일렁이는 아우라를 봤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진실.
이런 등신 새끼.
나도 고아면서 왜 이딴 질문을 한 거야.
“죄송합니다. 이런 민감한 말을 꺼내게 만들어서…….”
“아니에요. 조사하는데 필요한 이야기인걸요. 그리고 탐정님 과거도 얘기해주셨잖아요.”
세나는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며 미소를 지었지만, 입꼬리가 떨리고 있었다.
‘내가 실수한 게 맞구나.’
“뭐… 일단 사전조사는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세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자 그녀는 당황한 듯한 눈빛을 보였다.
“네? 연락처요? 매니저 오빠한테 연락처 못 받으셨나요?”
“매니저님 번호를 받긴 했는데, 이런 일은 당사자가 직접 듣는 게 좋거든요. 그리고…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한정우를 바라보자 그는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역시 수상해.’
“혹시… 절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는 내 말에 당황했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날 바라봤다.
“아, 제가 오해를 하게 만들었군요. 그런 뜻이 아닌데,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아니라는 보장은 없으니깐요.”
“아니, 제가 세나 스토커면 탐정님께 의뢰를 하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경찰서에 신고도 세나랑 함께 했습…….”
한정우가 흥분하며 내게 다가오려고 하자 세나가 내 핸드폰을 가져가 번호를 찍었다.
“제 연락처 드릴게요. 오빠가 내 걱정 해주는 건 고맙지만, 탐정님의 말처럼 직접 듣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잖아.”
“어… 그래…….”
세나에게 핸드폰을 받고 과거 세나의 인터뷰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일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한발 물러섰다.
* * *
사무소로 돌아와 넥타이를 풀고 의자에 기대 쉬던 중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덩치 크고 험상궂게 생긴 괴물… 아니, 아저씨가 서 있었다.
“뭐하냐?”
“아이 씨… 깜짝이야! 아저씨, 인기척 좀 하고 오라고 했지. 그리고 그 험상궂게 생긴 얼굴 좀 치워!”
아저씨의 얼굴을 손으로 치우자 아저씨는 내 말투에 불만인 표정을 지었다.
“이놈의 자식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그런 상처 주는 말 할 거야? 근데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거야?”
“아이… 키워주긴 누가 키워줬다고 그래? 내가 아저씨를 키운 거면 몰라도… 그리고 의뢰인의 신상정보는 기밀인 거 몰라?”
“의뢰인? 설마 이런 곳에도 의뢰인이 찾아와?”
“입조심 해. 여긴 원래 내가 아니라 아저씨가 일하던 곳이었으니까. 여길 욕하는 건 아저씨를 욕하는 거랑 똑같아.”
철호 아저씨는 내 말에 웃으며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소파에 앉았다.
“그 성격 여전하다니까~ 설마 내 곁에 있던 게 탐정이 되려고 했던 거라니… 주변에 있던 애들도 너 탐정한다고 하니까 아쉬워하더라.”
“내가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던 적도 없는데 뭘. 그나저나 근무시간 아냐?”
“맞는데, 네가 하도 이상한 부탁을 하길래 무슨 일이라도 있나 확인해 보려고 온 거지.”
“한 마디로 땡땡이라는 거네.”
아저씨는 내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나저나 아까 못한 말 있잖아. 신고 철회했다는 거… 그거 그냥 직원이 장난친 거였다고 하더라.”
“그래?”
아저씨의 말을 듣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한정우가 내게 건네준 운송장 번호가 적힌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저씨.”
“응?”
“혹시 운송장 번호를 알고 있으면 택배를 어디서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글쎄, 나도 알아봐야겠는데… 그래도 불가능하진 않을 거야.”
나는 운송장 번호가 적힌 서류를 아저씨에게 건넸다.
“그럼 좀 알아봐 줘.”
“야~! 그러다 들키면 모가지야. 안돼, 못 해줘. 차라리 서장님한테 부탁해. 카지노건 일하면서 서로 안면 텄잖아.”
“사실 서장님한테 나중에 일 한 번만 도와달라고 말했던 적이 있거든. 근데 겨우 이런 일에 쓰기엔 너무 아깝단 말이지… 그러니까 아저씨가 좀 도와줘. 아저씨 정도면 그런 거 했다고 큰일 안 나잖아. 내가 아저씨랑 붙어 다닌 게 몇 년인데… 진짜 못해?”
“아, 진짜… 이건 안돼.”
아저씨의 말에 잠시 곰곰이 고민하다 미소를 지었다.
“세나 친필사인이 들어간 앨범.”
“가지고는 있어?”
“얻을 수 있어.”
그러자 아저씨는 미소를 지었다.
“크흠… 절대 그거 때문에 해주는 거 아니다. 네 보호자로서 원하는 걸 해주는 거야. 절대 그거 갖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다. 아, 그렇다고 주지 말라는 건 아니다.”
아저씨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서류를 들고 사무소에서 나갔다.
“참… 단순한 아저씨야.”
세나 이름만 나오면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그나저나.
누님이 허락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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