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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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2)
“아. 그렇지.”
험험-
이제야 다시 체스에게로 눈을 맞추는 아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좀 해볼까?”
그 와중에 들려오는 헬캣의 울부짖음.
-놔라. 인간아! 야! 체스. 좀 말려봐라 좀!
눈을 부릅뜬 헬캣.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던 그의 털은 어느 새 반 새집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저 우왁스러운 마리안느의 손에 잡혀 조물조물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는 중인 헬캣.
캬오오오오오오옹-
체스의 귀에는 똑똑히 들리는 헬캣의 울부짖음이었다.
그래봤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앙칼진 울음소리로 들리겠지만.
체스는 그의 울부짖음에 귀를 닫은 채 다시 아벤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뭐라구요?”
****
“그래. 그 뭐지. 너 있잖아. 수도에 가본 적 있냐?”
갑자기 웬 수도 이야기?
그런 얘기를 하려고 부른 건가?
체스의 눈에 의문이 서렸다.
“수도요? 나스 말하는 거죠? 가본 적 없죠. 당연히.”
“그렇지?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말인데. 같이 가지 않을래?”
“나스요? 거길 왜 가는데요?”
“너 그거 못 들었구나? 실은 이거 남들은 다 쉬쉬하는 고급 정보이긴한데 말이야…”
그리고 체스가 다시 질문을 채 던지기도 전.
아벤의 입이 다시 열렸다.
무슨 딱따구리가 나무라도 찍어내는 양 다다다다 대화를 이어가는 아벤.
그리고 아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시시각각 바뀌는 체스의 표정.
전혀 몰랐다.
수도에 마수가 쳐들어 왔을 줄은.
그의 이야기인즉슨 왕궁에 쳐들어 온 마수가 있다는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
게다가 인간처럼 행동하고 인간처럼 말을 했다는 그런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흠…”
말하는 마수야 바로 여기에도…
체스가 헬캣을 힐끗 보았다.
지금은 마리안느가 주는 간식을 먹고 있는 헬캣이었다.
어쩐지 조용하다 싶었다.
여하튼 자신의 동거묘…를 봐왔으니 그거야 새삼 놀랍지도 않지만.
그나저나 수도에 마수가 쳐들어 왔다라.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큰일이 아닌가?
대충 생김새를 들어보니 그때 자신을 노리던 어글리불이라는 녀석인 것 같았다.
“그 놈인가…?”
“응? 무슨 그놈이야? 알아? 너 뭐 아는 거 있냐? 이거 나도 건너 건너 들은 아주 고급정본데. 수도에서는 일부러 소문이 안 퍼지게 입을 막느라 정신이 없다던데.”
“아~ 아니에요. 처음 들었어요. 그냥 혼잣말이에요.”
말을 뭉개는 체스를 보며 아벤이 고개를 약간 갸웃거렸다.
“그래. 뭐 그건 알 리가 없겠지. 그래서 너도 알다시피 마수 사냥꾼 협회가 수도에 있지 않냐? 곧 공표를 하겠지만 혹시나 몰라서 수도 쪽에 우리처럼 소속이 없는 마수 사냥꾼들을 좀 불러 모을거라고 하더라고.”
“아~ 그래서 거기서 일을 좀 하자는 거죠?”
“맞아. 내가 아는 지인도 있고 말이지. 아마 양질의 의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어차피 너 돈 많이 벌어야 한다며. 그럴 거라면 차라리 거기에 가는 게 훨씬 낫지.”
“그런데 왜 하필 절 데려가려는 거에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자신을 이렇게 잘 챙겨주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고향인 마을에서야 당연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 태반이라 사이가 좋을 수 밖에 없지만 그간 많은 일이 있었던 자신이 아닌가.
죽음 비스무리한 것도 당해보고.
지금까지 겪어온 이들을 보느라면 순전히 호의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 같기는 하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렇기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뒤통수를 맞아본 사람들은 알다시피 사람이라는 게 믿을 수 없는 동물이지 않나.
당장 자신의 아버지에게서도 뒤통수를 맞아본 체스였다.
그런 체스로서는 당연히 들 수 밖에 없는 의구심이었다.
“뭐 별다른 이유는 없어~ 그렇지? 기스.”
팔짱을 낀 아벤이 몸을 의자에 깊숙이 파묻으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바통을 기스에게 넘기는 아벤.
“넌 이런 낯 간지러운 걸 날 시키려고 하는군.”
“에이~ 왜 그래. 너 말 아주 잘 하잖아. 그리고 묘하게도 네 말이 설득력이 좋더라고.”
볼멘 소리를 하는 기스에게 아벤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 모습에 기스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
“일단 간단히 말하면 마음에 들었다. 네가.”
뭐야.
무슨 선 보는 것도 아니고.
고작 그런 이유로 날 데려가려 하는 거야?
그런 이유라면야 당연히 안 가지.
실력도 점점 늘어가고 있고 더군다나 자신에게는 나름 듬…직…한 헬캣도 달라붙어있지 않나.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겠네요. 그럼 어디선가 다시 만나는 걸로 해요. 전 따로 움직일게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체스.
좋게 봐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자신은 솔직히 할 일이 많지 않은가.
“아직 내 말은 안 끝났다.”
“에…?”
체스는 엉거주춤 일어난 자세 그대로 멈췄다.
“더 있다. 그러니 앉아.”
“네? 더… 있다구요?”
“뭐랄까. 흠… 승급 심사를 할 때에도 봤고 자이앤트 토벌을 할 때도 네 활약은 들었고 말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본 체스는 그랬다.
기스가 보기에 체스가 온다면 자신의 팀에 있어 최적의 구성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실력도 처음 심사를 할 때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것도 얼핏 보이고 순간의 판단력과 실력.
이 모든 게 자신이 체스를 평가한 결과였다.
한 마디로 말해 합.격.
“그래서 함께 해줬으면 한다.”
“흠…”
고민이 된다.
체스가 열심히 계산을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건 정식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거니까 모든 수익은 공평하게 분배를 하되 넌 특별히 좀더 쳐주도록 하지. 내가 얼핏 알기로는 꽤나 경제적으로 곤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심조가 너에게 가는 것도 보았고 말이지.”
순간 체스의 귀가 쫑긋거렸다.
계산을 더 쳐준다라…
이거 왠지 솔깃한 제안 아닌가?
헬캣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잠시 고개를 돌리는 체스.
“아. 물론 네 애완동물을 데리고 가도 된다. 어차피 숙소도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고정비용도 줄어들 것이고 아무래도 너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리고 대도시야. 여기 이 도시 정도는 수도에 비하면 완전 시골 깡촌이지.”
“아…”
의견을 좀 물어볼랬는데…
이 인간들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나보네.
하긴 이들은 헬캣이 어떤 존재인지 모르니.
흠. 그래도 뭐…
나쁘지 않네.
“좋아요. 그럼 가는 걸로 하죠. 까짓 거 가보면 알겠죠.”
드디어 결정을 내린 체스.
순간 묵직한 소리가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나도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