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24
123
협회(2)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것이지?
다시 한 번 입을 여는 회장에게 멀어지던 시선이 다시 집중되었다.
“그…랭킹전 말일세.”
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
요즘 또 하나의 이슈를 불러 일으키는 한 명.
얼마 전 랭킹 11위로 올라선 자에 관한 이야기인 듯했다.
“염편이 죽었다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된 회의실.
“맞는가 보군. 흐음… 랭킹전을 하는 건 좋네만 자네들은 상위 랭커라는 걸 잊지 말게. 이해관계가 얽혀서 랭킹전을 벌이거나 하는 것까진 협회에서도 막지 않겠네만… 그게 염편 그 녀석처럼 죽거나 그러면 곤란하네.”
한 마디로 죽지 말라는 이야기다.
걸어오는 싸움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전력을 보존하라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레스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아직까지는 마수들이 우리가 잡을 수 있는 범주의 녀석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혹여나 마수도감에 있는 그런 극상위의 녀석들이 다수 출현했을 경우에는 많이 곤란하지 않겠나? 나는 자네들을 다시 이 자리에서 또 보고 싶다네.”
마지막 말은 거의 부탁에 가까웠다.
회장의 말을 이해한 좌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천지에 죽고 싶어하는 자들이 누가 있겠나?
칼밥 먹고 사는 자들이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그럴수록 더욱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게 바로 이들이었다.
게다가 회장의 말마따나 지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데 굳이 마수를 잡을 수 있는 전력을 엄한 데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정도의 말을 못 알아들을 그들이 아니다.
저마다 알겠다는 대답에 회장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럼 이제 끝내지. 내가 할 말은 다 했으니. 거 좀들이 쑤셔 죽겠지? 그럼 내가 얘기한 것들만 다 지켜주게. 나머지는 자네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으니. 어험.”
그 말을 끝으로 로스티는 단상에서 내려왔다.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은 내비둔 채.
****
“그래. 알아봤나?”
자신의 집무실에 돌아온 로스티였다.
그가 질문을 던진 건 자신의 앞에 서있는 마수 사냥꾼.
브로드에게였다.
“그게 알아는 봤는데 딱히 자세한 정보가 안 나왔습니다. 출생도 불분명하고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흐음… 베일에 싸인 자란 말인가? 그런데 그걸 그렇게 모를 수가 있나? 자네가 직접 움직이는데도 말이지. 게다가 랭커를 잡았단 말일세.”
지금 그들이 알아보는 건 페릴턴에 관한 정보였다.
상위랭커들의 정보 정도는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하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페릴턴 그 자는 정보를 알 수가 없다.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조차 말이다.
말 그대로 정말 불쑥 튀어나온 자였다.
그 자의 기세로 보아 분명히 상위랭커에게까지 도전을 할 것은 안 봐도 뻔한 사실.
그렇기에 일부러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워낙에 열정이 넘치는 마수 사냥꾼들이 아닌가.
괜히 도발에 응했다가 정말 상위 랭커들의 순위가 바뀌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또 큰일이니.
지금 같은 이 시국에 말이다.
“일단 잘 좀 알아보게. 어떤 자인지 어디서 뭘 하다 온 자인지. 직접 본 적이 없으니 이건 뭐 영 답답하기만 하구만. 그렇다고 내가 먼저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명색이 협회장인데.”
“죄송합니다. 제가 좀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정말 꼭 명심해야 하네. 불필요한 충돌은 피해야 하네. 확실한 정체를 모르는 이상 말일세.”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목례를 한 브로드는 방을 나갔다.
따악- 따악-
책상을 탁탁 두들기는 로스티의 손가락.
그가 깊은 생각에 빠질 때 하는 버릇이었다.
“흐음… 페릴턴이라…”
그렇게 방에는 회장의 나지막한 중얼거림만 계속 맴돌았다.
****
덜컹-
문이 열렸다.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에 건물 안에 있던 자들이 눈앞에 놓인 무기를 들고 벌떡 일어났다.
이 곳은 아는 자도 드물 뿐더러 허락이 없이는 들어올 수도 없는 곳이거늘.
더군다나 누군가 온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지 않나.
챙- 챙-
무기를 뽑아드는 소리.
“누구냐…?”
잔뜩 경계하는 목소리가 건물 안에 있는 자들로부터 흘러나왔다.
진득한 살기가 묻어 있는 소리다.
여차 잘못 대답하면 바로 목을 날려버리겠다는 분위기다.
“아휴~ 무서워라. 저에요. 저. 오호호홍.”
“아… 불 님이십니까?”
그제야 무기를 들었던 사내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자.
비치는 햇살을 등에 업은 채 들어온 자는 보라색 연미복을 입은 멋쟁이 어글리불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그제야 어글리불을 확인한 사내들이 엉거주춤 선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못 올 데를 왔나봐요?”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재빨리 손을 절레절레 내젓는 남정네들.
“오호호호홍. 그렇죠? 그런데 덴테 씨는 안에 있나요?”
“네. 안쪽에 있습니다.”
“호옹~ 그래요? 그럼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아. 네네네.”
어글리불은 할 말이 끝난 듯 휘적휘적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나머지 남자들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뿜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위… 위험했지? 시불.”
자신도 모르게 목 주변을 쓰다듬는 남자.
“…어… 까딱 잘못했으면 오늘 골로 갈 뻔했다야.”
“…저 보라색을 알아차렸기에 망정이지 색맹이었으면 어쩔 뻔했냐?”
이들이 이러는 이유.
저 불이라는 작자 때문이었다.
가끔씩 들르기는 하지만 올 때마다 누구 한둘 죽어나가는 건 예사였다.
벌써 몇 명이나 죽어나갔던지.
사람 목숨 하나 정도는 저 치에게는 날파리보다 못한 목숨에 불과했다.
게다가 저 눈빛.
완전 아랫것 보는 듯한 눈빛에 또 눈 안에 이글거리는 저 뭔가는 마치 맹수의 그것처럼 어찌나 무서운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저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본능적인 두려움이겠지.
이 곳의 높으신 간부들과는 편하게 대화를 나누긴 하지만 자신들이야 어차피 핫바리들이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도 몸에 절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어휴… 빨리 안 가려나.”
“갈 때도 인사 잘 해야 된다. 괜히 목 달아날라…”
“그래. 살아야지. 살아야 해.”
중얼거리면서도 괜시리 자신의 목을 한 번 더 스윽 쓰다듬는 남자들이었다.
****
똑똑똑-
노크소리.
“누구냐?”
“나에요~ 오홍홍홍.”
이 목소리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목소리다.
“들어오시오.”
딸깍-
그의 허락에 문이 열리고 어글리불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띤 채 방 안으로 들어왔다.
“잘 지냈죠? 오홍홍홍.”
오랜만에 친우를 만난 듯 아주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어글리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