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48
147
진(5)
터져나오는 페릴턴의 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운을 담은 채 미친듯이 공간 자체를 장악해 나간다.
그가 담고 있는 관여자로서의 기운.
마치 악귀와도 같은 일그러진 얼굴을 한 페릴턴.
그는 덜려드는 헬캣에게서 거리를 띄우기는커녕 오히려 불쑥 그의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헉. 뭐냐???
순간 놀라버린 헬캣.
하지만 기세는 이미 탄 상태.
헬캣은 자신의 앞발에 더욱 힘을 실어가며 힘껏 내리쳤다.
그러나 이미 페릴턴은 자신의 목표지점에 존재하지 않았다.
목표물을 잃은 채 허공의 바람만 반으로 가르는 헬캣의 앞발.
단지 그의 잔뜩 날이 선 발톱에 걸린 건 그저 재수없게 걸려든 먼지 정도일 뿐이었다.
절로 식은 땀이 흐른다.
왜냐하면 페릴턴은 어느 새 자신의 품 속 깊숙이 와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젠장…’
그 사이 스윽 보드라운 헬캣의 배 부분에 얹혀지는 페릴턴의 손.
가벼운 페릴턴의 동작.
투우우웅-
슬쩍 미는 정도였다.
하지만 헬캣이 받는 충격은 오장육부가 다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뇌까지 다 흔들리는 듯하다.
퉁- 퉁- 투우웅-
땅에 몇 번이나 튕기며 한참을 주르륵 밀려난 다음에야 사정없이 처박히는 헬캣의 육중한 몸.
커헙-
헬캣은 연신 피를 토해냈다.
이건…
그간 느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느낌의 충격이었다.
환수계에서도 거의 최상위의 먹이사슬에 존재하던 자신이 이렇게 사정없이 바닥에 처박힌다라…
게다가 피까지 토하면서?
-너 이씨…
하지만 헬캣의 말은 끝까지 채 이어지지 못했다.
페릴턴이 자신에게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은… 괜찮으려나…?’
젠장.
너무 아무런 정보 없이 덤볐다.
이런 녀석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부추기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뒤에 데몬 스코르피가 있지만 지금은 오로지 눈앞에 있는 저 인간을 신경써야 한다.
헬캣은 제대로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추스리며 일으켰다.
****
“홀홀홀. 경치가 참 좋구나~”
나이 든 노인 한 명이 뒷짐을 진 채 콧노래마저 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간만에 나온 외출이 몹시도 즐거운 듯한 표정의 그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여러 명의 마수 사냥꾼들.
수는 꽤 되어 보였다.
“그런데 브로드.”
문득 자신의 옆에 찰싹 붙어 따라오는 남자에게 말을 거는 남자.
“네. 협회장님.”
“이제 거의 다 와가지 않나? 생각 같아서는 조금 더 풍경을 감상하고 싶은데 되려나?”
그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는 브로드.
‘놀러온 거야 뭐야?’
이들은 데몬 스코르피를 정리하러 온 마수 사냥꾼 협회 및 마수 사냥꾼들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자신도 오겠다며 말을 한 까닭에 여기에까지 협회장을 데리고 오게 된 브로드.
하지만 수가 꽤나 된다고 들었던 터라 회장과 함께 움직이니 든든한 건 맞다.
그런데!
이건 뭐 일을 하러 가는 건지 회장을 모시고 산책을 나온 건지 모르겠다.
하긴 회장 정도 되니 저런 여유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좀 빨리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거리가 꽤나 가까워졌을 것 같은데.”
“아~ 브로드. 자네 말도 맞긴 맞지. 그래도 이 날씨 좋은 날 풍경을 좀더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쉽구만.”
“…그 설마 할 일을 잊으신 건 아니겠죠?”
“에이~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나도 요즘 운동을 하도 안 해서 가슴팍이랑 좀 처진 것 같더라구. 이게 말이지. 나이가 먹었다고 운동을 안 하거나 게을리하면 안돼. 사람이 아예 못 쓰게 되어버린다니까?”
자신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영 신경이 쓰인다는 듯 중얼거리는 로스티.
“그럼 이번에 가는 것 전부 회장님이 처리하시면 되겠네요. 저희는 그저 뒷처리만 하면 되겠네요. 그럼.”
“예끼~ 자네. 날 너무 부려먹으려는 것 아닌가? 연장자 우대 뭐 이런 것도 없나? 허허허.”
“어휴… 회장님. 누가 들으면 오해합니다. 데몬 스코르피 정도는 몇 백 마리도 다 씹어드실 분이 지금…”
다소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브로드였다.
정말 누가 이 얘기를 듣는다면 박장대소를 할 지도 모르겠다.
랭킹 1위.
그 숫자가 보여주는 그 힘을.
그런 사람이 지금 저렇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수도 쪽은 괜찮은 거 맞죠?”
“그럼. 그건 걱정말고. 자네는 그저 우리 협회의 일이나 생각하면 되네~ 껄껄껄.”
손을 절레절레 내저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로스티.
하지만 그를 쳐다보는 브로드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이번에 이 의뢰를 마수협회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왜 협회장 자신이 직접 나선다고 했는지 들은 이야기가 좀 있었다.
근래에 마수들의 수가 굉장히 급증했지 않나.
그렇게 됨에 따라 당연히 마수 협회의 입김이 세지는 건 당연한 이치.
누군가가 잘 되면 누군가 질투, 시기를 하는 사람들 또한 당연히 생겨날 것이고.
그게 바로 왕궁의 높으디 높으신 대신들이었다.
지금이야 마수 협회의 힘이 필요하기에 발톱을 숨기고 있다지만…
추후에 사태가 진정이 된다고 하면 이들이 제일 먼저 숨통을 조여올 일순위는 분명히 마수 협회.
아마도 눈에 불을 켜고 마수 협회의 목줄을 움켜쥐기 위해 달려들겠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마수 협회의 힘을 줄이겠다는 게 그들의 진정한 속내였다.
그래서 보다시피 이렇게 영감님이 직접 참여를 하게 된 것이고…
“왜 그러냐? 홀홀홀.”
사람 좋은 얼굴을 한 협회장의 웃음.
“아닙니다. 빨리 가시죠.”
“원 사람 싱겁기는~”
****
퍼어어어어어어억-
데구르르르르-
헬캣의 큰 덩치가 그대로 땅을 뒹군다.
이미 승패는 결정이 났다.
만신창이가 된 헬캣의 몸.
고개를 억지로 들어 보이는 헬캣.
-끄으으으으…… 너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강한…것이지? 관여자가 이리도 강한 것이었나…?
“내가 강한가?”
나지막이 말을 내뱉은 페릴턴.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하다라…
강한 건 이 정도로 강하다고 할 게 아니지.
주인들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강하다고 할 수 있지.
심지어 자신에게 이렇게 힘을 준 것 또한 그들 중 한 명이 아닌가.
“난 강하지 않다. 아직 멀었다.”
-관여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냐?
“넌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오늘 이긴 것은 순전히 요행. 아마 이 힘이 없었다면 오히려 내가 바닥을 뒹굴고 있겠지.”
-내…가 본 힘을 다 낼 수만 있었어도…
“그렇지만 그렇게 못 하지.”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페릴턴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움직이는 건 등 뒤에 꽂혀 있는 만병들.
스르륵-
그의 의지에 따라 공중으로 떠오른 만병들은 공기를 가르며 체스와 헬캣에게로 사악 꽂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