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6
16
엘윈마을(7)
“거 뭐 대단하지도 않구만. 잘난 척이래?”
체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의 말이 기가 찬 듯 피식 웃어제끼는 겔리온.
“그럼 차이를 좀더 느끼게 해줘야겠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겔리온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다리 근육이 수축되는가 싶더니 용수철처럼 파앗 튀어 올랐다.
웃…
이런 압박감.
겔리온의 기세가 사못 달라졌다.
주변의 관객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체스는 느낄 수 있었다.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도 체스의 몸을 덮쳐가는 겔리온은 씹어 삼켜버리겠다는 기세로 돌진하는 중이었다.
‘위…위험해!’
슈와아아악-
정면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검.
까아앙-!!!
체스는 그대로 넓은 검면을 들어 막았다.
그나마 검면이 좀 넓었기에 망정이지 까딱 잘못하면 유효타를 내어줄 뻔했다.
그러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그그그그그극-
검면을 타고 올라오는 겔리온의 검이 긁히는 소리에 절로 소름이 돋는다.
그 사이 검면을 타고 올라온 겔리온의 검은 그대로 체스의 가슴 쪽을 찔러왔다.
‘이런 씨… 이게 B급인가?’
슈왓-
검을 찔러오는 속도는 순식간이었다.
다시 한 번 힘겹게 막아내는 체스.
검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자신처럼 둔한 대검으로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사이 다시 검의 진로를 바꾸는 겔리온.
정확히 가슴을 찔러오던 검은 순식간에 체스의 목을 향해 위로 쳐 올라갔다.
황급히 자신의 허리를 힘껏 뒤로 젖히는 체스.
그의 허리 부근의 근육들이 두둑 소리를 내며 아우성을 쳤다.
담이 올 정도로 뒤로 바싹 당겨진 근육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체스는 이를 악물고 겨우 참아냈다.
순간.
빡-
겔리온이 칼등으로 체스의 어깨를 세게 쳤다.
언제 또 진로가 바뀐 거지?
이번에는 그의 동작을 아예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쿵- 쿵- 쿵-
영문을 모를 표정을 한 채 체스는 서너 발자국 뒤로 밀려났다.
“이제 한 번 죽었다? 너무 약하잖아~ 어제 그 큰 소리는 단지 술김이었나? 이래서 한 번이라도 건드려 보겠냐~ 크크.”
겔리온이 한 쪽의 입꼬리를 말아올린 채 비아냥거렸다.
****
그 사이 둘의 싸움을 날카롭게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심판을 보는 디오스였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눈매는 차갑게 가라앉은 채로였다.
‘아. 거참. 조금 부족한데…’
디오스는 원하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할 법한 녀석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었다.
테이블을 부술 때의 힘.
더군다나 굵은 나무 심지 같은 버티는 힘.
맷집은 몹집을 보니 당연히 좋을 터.
그 정도면 뭐.
자신이 원하는 용도로 쓰기에 딱 좋았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없는 시간까지 만들어 가며 결투를 만든 것이었는데.
하지만 영…
저거 딱히 써먹을 데가 없을 것 같다.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있어야 써먹던가 말던가 하지.
저렇게 간단한 것도 못 막아서야 원.
디오스는 혀를 끌끌 찼다.
순수하게 싸움 구경은 재미있지만 그가 원하는 퀄리티가 너무나도 떨어졌다.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니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디오스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둘을 보았다.
****
“…웃기고 있네. 아이언 등급이라고 무시하는 거냐?”
체스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검을 다시 부딪혀 갔다.
겔리온은 밀릴 수 없다는 투로 체스가 만들어 내는 검의 진로마다 그의 검을 맞대어 갔다.
챙- 챙- 채챙- 끼리릭-
또 자신의 대검이 그 부분에 끼어버렸다.
하…
저 검…
영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다.
특히나 톱날처럼 생긴 한쪽 날.
저기에 자꾸만 자신의 대검이 끼여 공격이 끊어진다.
‘하. 젠장맞을.’
그래도.
체스가 자신의 검을 살짝 비틀었다.
순간 훅 들어온 체스의 힘에 겔리온의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아올랐다.
‘얼레? 크으윽… 이 놈 보게. 뭔 놈의 힘이…’
온 힘을 다해 버텨보려 했지만 이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겔리온의 검이 비틀리며 겨우 약간의 틈이 만들어졌다.
체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겔리온의 검을 힘껏 쳐낸 후 공간을 가로지르며 그대로 겔리온의 목 부근을 향해 찔러갔다.
하지만 그것마저 가볍게 피해버리는 겔리온.
‘이 정도면 브론즈 등급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는데. 아이언 정도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강하군.’
겔리온은 검을 피해내며 생각했다.
노림수는 충분히 칭찬해 줄 만했다.
하지만 너무 단순하다.
역시 등급이 등급이다 보니 염통이 쫄깃해지고 오줌을 지릴 정도의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슬슬 끝을 내야겠구만. 지겹네~ 크흐.”
****
그 사이 체스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집중하자. 체스야. 집중!’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상대는 무려 자신과 두 등급이나 차이가 나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잡 생각을 섞은 채 만만하게 싸울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얕잡아 볼 때 한 방을 먹어야해! 뼈를 주고 살을 취한다! 어차피 죽이자는 싸움이 아니니.’
체스는 크게 검을 휘둘러 공격을 한 방 크게 날리며 약간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냅다 검을 반대편 사선으로 긁어갔다.
역시나 이번에도 노리는 곳은 겔리온의 얼굴 부근.
마수를 사냥할 때 급소를 노리는 습관이 체스의 검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슈악-
하지만 재빨리 몸을 비튼 채 허리를 뒤로 눕혀 아슬아슬하게 체스의 검을 피하는 겔리온.
겔리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감히 아이언 등급 주제에 이 몸의 얼굴을 노려?
그는 몸을 움직이는 속도를 더 올렸다.
체스가 감히 그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는 사각지대를 이용해 칼등으로 체스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차마 죽일 수는 없으니.
콰직-
퍽- 퍽- 퍽퍽퍽퍽-
순간 체스의 몸에 무수한 공격이 퍼부어진다.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체스를 두들기는 겔리온의 공격은 점점 격렬해져 갔다.
머리, 어깨, 옆구리, 무릎 할 것 없이 온 몸이 예외없이 겔리온의 공격에 노출되었다.
콰앙-!!!
마지막으로 칼을 다른 손에 옮겨쥔 겔리온의 꽉 쥐어진 주먹이 체스의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커억-
피유우우우웅~
겔리온의 전광석화 같은 주먹에 체스의 코에서 터진 코피 두 줄기.
코피는 그대로 공중으로 아치형의 포물선을 그려냈다.
그야말로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포물선이었다.
체스의 몸과 함께.
1초… 2초… 3초…
허공에 떠오른 몇 초가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대로 땅에 처박혀 버리는 체스.
쿠당탕탕-
일순 광장이 침묵으로 가득 찼다.
누군가를 응원하던 소리는 끝나버린 전투를 따라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이게 차이다. 덩치만 큰 애송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겔리온이 침을 퉤 뱉었다.
“디오스. 넌 이런 녀석을 나에게 붙이는 거야? 격 떨어지게 진짜. 참내.”
빈정이 상한 겔리온이 디오스에게 투덜거렸다.
그의 시선은 땅에 벌러덩 자빠진 체스를 향해 있었다.
“어으으으…”
체스의 신음소리.
진심 장난 아니고 너무나 아팠다.
끄으으-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체스가 꿈틀거리며 상반신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연다.
“… 그래도 내가 이…겼다. 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