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60
159
문(4)
탁-
타닥-
드디어 통로를 벗어났다.
인간계로 들어온 자라이를 비롯한 모두들.
조금 전까지 격렬한 싸움을 치르고 온 그들이었다.
자라이가 모두를 둘러보니 1/3 정도의 수가 줄어 있었다.
생각보다는 피해가 좀 큰 것 같아 왠지 하르무에게 욕을 얻어먹을 것 같아 신경이 좀 쓰이긴 했다.
확실히 환수계에서 인간계로 넘어올 때 싸우는 것은 여러모로 단점이 많다.
아무런 방해 없이 넘어올 때야 상관이 없지만 방금처럼 다수 대 다수의 싸움이 벌어질 때에는 그런 식의 전투가 쉽지가 않았다.
아마 그래서 피해도 더 컸겠지.
쓰읍-
“…이거 혼나지는 않겠지?”
그래도 자신의 주인은 대인배라 별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일만 제대로 완수하면 되는 것 아닌가?
“가자. 얼른 끝내고 돌아가게.”
볼을 긁적이던 자라이가 어글리불과 약속이 되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렇게 자라이를 비롯한 환수들이 머물던 자리를 떠나고.
꽤나 시간이 흘렀다.
아마 지금 쯤이면 그들은 산 하나 정도는 넘어가고도 남겠지.
그때 갑자기.
슈르륵-
누군가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저 남자.
익숙한 모습이다.
혼자 인간계로 건너온 남자.
통로를 벗어나 환수계에서 인간계로 건너온 것은 바로 자라이의 주인인 하르무였다.
“아~ 이것들. 눈치를 챘나 보네.”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자라이가 움직인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그들 전부가 분명히 움직일 것이라 생각을 했거늘.
결국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쥐새끼 같은 것들. 간만에 힘 좀 쓰는가 했더니. 에잉~”
혀를 끌끌 차던 하르무는 이내 뒷짐을 진 채 휘적휘적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
잠시 후 자라이가 떠난 곳에서부터 몇몇의 인영이 불쑥 몸을 드러냈다.
약 10여 명의 남자와 여자가 섞인 무리였다.
“갔냐?”
“갔네요.”
“저 영악한 놈 보게 진짜.”
말을 꺼낸 건 그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남자.
인간들로 치더라도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남자였다.
“저 녀석 저거. 우리가 당연히 나타날 것이라 생각해서 뒤에 나타난 거야.”
“그렇죠. 딱 봐도 진짜 그 짝이네요.”
“그렇지? 어후…”
“대장 정도나 상대가 되죠. 우리는 아마 순식간에 죽을 걸요?”
“왠지 느낌이 싸하더라고. 안 기다렸으면 골로 갈 뻔했네 진짜.”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바로 자라이가 이야기하던 이른바 잔챙이들.
공식적으로는 헤이사라는 집단이었으나 하르무 이하 부하들에게는 늘 잔챙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헤이사의 목표는 오로지 단 하나.
환수계와 인간계의 연결을 막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그나저나…
“그럼 보낸 아이들은 다 죽었겠네?”
“그렇죠. 대장.”
“…젠장. 하르무 자식.”
“그렇죠. 하긴 괜히 주인이겠어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덩치 좋은 남자 옆의 남자.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그들의 실력으로 하르무를 막는다는 것은 짱돌로 바위를 치는 정도려나?
섣불리 덤비는 순간 몰살은 기정 사실이었기 때문에 헤이사는 언제나 은밀하게 움직였다.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그리고 강하게.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동료가 줄어드는 것은 또 곤란하다.
인원수로도 정신적으로도 말이다.
침통함이 깔린 대장의 얼굴.
잠시 침묵을 지키던 대장이 슬쩍 입술을 뗐다.
“일동. 먼저 간 동료들을 향해 묵념.”
그의 말에 모두는 고개를 숙였다.
모두 똑같은 심정이다.
언제나 죽음 혹은 소멸이라는 것과 마주 하고 살아가는 그들이었지만 막상 조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동료가 죽었다는 것에 대한 애도는 늘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었다.
제길-
몇몇의 동료들은 고개를 숙인 채 욕을 뱉어낸다.
괜시리 화가 치밀어 오른 탓이었다.
“그만.”
침울해진 분위기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대장의 한 마디.
대장의 말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올리는 모두들.
“…이대로 쫓아가는 건 무리겠지?”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는 다른 동료.
“흠…”
고민이 된다.
집단을 이끄는 수장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었다.
어떻게 하는 게 맞을 것인가?
“일단 가보자. 안 들키게 움직이면서 상황을 보자.”
대장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내 모습을 감추는 그들.
그들은 그렇게 그 자리에서 모습을 지워갔다.
****
“아직도 못 찾은 거냐?”
화가 잔뜩 난 목소리가 홀 전체를 울린다.
도리안 왕의 목소리였다.
공주가 사라진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공주를 찾을 수가 없었다.
왕도 데프트를 따라 성 밖으로 공주를 한참 찾아 헤메었으나…
발에 바퀴라도 달린 듯 어디론가 향하는 데프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했던 말이 아마…
꼭 공주를 찾아 오겠다는 말이었지?
안절부절하는 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송구스러운 듯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대신들.
“죄… 죄송합니다. 전하. 당최 어디에 있는지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하아… 로레인… 살아는 있겠지?”
“당연합니다. 전하. 공주님은 무조건 살아계실 겁니다.”
“야. 나가. 나가. 나가!!!”
두 눈을 부릅뜬 왕이 냅다 고함을 내질렀다.
왕의 고함에 혹여나 불똥이 튈까봐 부리나케 도망을 가는 대신들.
꽁지가 빠져라 물러나는 꼴이 기가 찬다 기가 차.
“내가 진짜 저것들을… 로레인을 찾으면 데프트 빼고 다 잘라버리던가 해야지 진짜…”
이것들.
한 나라의 대신이라는 것들이 저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지 원.
뭐라도 결론을 가져오고 나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데프트의 소식은 없냐?”
“네. 아직 없습니다.”
왕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근위병.
그래도 데프트라면 믿음직하다.
좀 보기에는 믿음직과는 전혀 거리가 멀지만 의외로 이런 일에 대해서는 또 데프트 만한 인재가 없었다.
“전하.”
그때 밖에서부터 홀로 들어온 기사 한 명이 자신을 불렀다.
대답 대신 고개만 들어 그를 바라보는 왕.
“마수협회 협회장인 로스티가 전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로스티가???”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왕궁에 들어오길 극히 싫어하는 로스티가 아닌가.
남들은 자신과 로스티가 사이가 나쁜 줄 안다.
하지만 자신들 둘은 서로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였다.
유일하게 말이다.
그런 그가 자신을 보러 일부러 왕궁에까지 들어왔다면 분명히 뭔가 할 말이 있을 터.
“얼른 들라 해라. 둘만 있게 다들 나가고.”
왕의 허가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