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8
18
엘윈마을(9)
‘순록 여관’
술집을 지나온 체스가 여관의 문 앞에 멈춰섰다.
가뜩이나 험상궂은 인상인 체스의 얼굴은 완전 찐빵처럼 부어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고 흠칫 흠칫 놀랄 정도였으니.
진짜 칼등으로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다.
어찌나 실컷 두들겨 맞았는지 분명 눈을 뜬 상태이거늘 코 옆은 눈 대신 선 2개만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여하튼 체스는 고개를 올려 현판 쪽을 힐끗 올려다 보았다.
입구의 문 바로 위에는 ‘순록 여관’이라는 이름의 현판이 걸려 있었다.
현판 위에 순록 머리가 걸려있는 탓에 순록여관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쳇… 언제 봐도 작명 센스는 참…”
체스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는 여관의 문을 열었다.
역시나 현판에는 순록 머리가 떡 하니 걸려있다.
본인이 사냥에 성공했다는 증거로 걸어놓은 순록 머리.
하긴 저게 이 곳의 특징이긴 하니.
여관의 테이블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숙박객이 꽤나 되는 듯 이미 절반 정도가 차있었다.
“분명 여기랬는데…? 잘못 알려준 건 아니겠지?”
고개를 둘러 디오스 일행을 찾는 체스.
디오스를 비롯한 그의 일행들은 여관 1층의 구석진 테이블에 모여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저런 위치에 있다.
어째 구석에 처박혀 있는 게 뒤가 좀 구린 녀석들 같은데…
‘저기 있네. 어딜 가도 의도가 불순한 것들이 저렇게 구석에 짱박혀 있던데… 그나저나 남의 얼굴은 이렇게 만들어 두고 지네는 팔자좋게 저러고 있구만.’
그들은 뭔가를 먹으며 무슨 비밀회의라도 하는 양 몰래 쑥덕거리는 중이었다.
“에휴…”
체스가 그들의 테이블로 향하려던 찰나.
슈아아아악-
어디선가 정체불명의 밀대가 날아와 체스의 머리를 직격했다.
퍽-
악-!
부은 곳인데.
또 같은 부위를…
체스는 아픈 머리를 움켜쥔 채 주저앉았다.
“아오…씨…”
“너 또 한 판 했다며? 꼴을 보니 실컷 쥐어 터졌구만~ 넌 어? 무슨 일이 있으면 재깍 나한테 와서 보고를 해야지 어? 그리고 이 누나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말랬지? 어?”
주저앉은 체스에게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날아와 꽂힌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익숙한 목소리다.
그녀가 내지르는 소리는 인정사정 없었다.
가뜩이나 실컷 두들겨 맞아서 아파 죽겠는데…
고막에서 피가 날까봐 걱정이 들 정도다.
하지만 체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소심한 반항 만이 가능할 뿐이다.
“야… 말로 좀 하면 안 되냐…?”
“이게 또 어디서 잘 했다고? 어?”
그녀가 주먹을 위로 치켜올렸다.
스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이다.
그녀의 이름은 디어.
체스와 소꿉친구다.
체스의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옆에서 가장 많은 위로를 해준 존재였고 앞에서는 무심한 척해도 자신을 제일 많이 챙겨준 것도 그녀였다.
또한 그렇기에 엘윈 마을에서 체스를 막 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이기도 했다.
체스가 한 번이라도 대들라손 치면 그 갑절을 두들겨 맞으니…
그렇기에 만약 체스에게 죽기 전 누구에게 쌍욕을 날리고 싶냐고 물으면 단연코 1순위가 바로 그녀였다.
동시에 죽기 전에 꼭 때리고 싶은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체스에게 있어 그녀는 무조건 1순위로 뽑힐 존재였다.
지금도 봐라.
딱 그렇지 않은가.
당연하다는 듯이 밀대를 던져버리는 그녀…
후…
소리를 꽥 지르며 소심한 반항을 하였지만 그녀의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어느새 성큼성큼 걸어와 머리를 싸맨 채 주저앉아 있는 체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여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 둘에게 쏠렸다.
체스는 그녀가 다가오자 또 맞을까봐 지레 겁을 먹은 듯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쯧쯧쯧. 이거 또 얼굴 봐라. 얼굴. 에휴~ 내가 항상 조심하라고 얘기하지 않냐?”
디어는 체스의 얼굴에 손을 갖다댄 채 그의 얼굴을 요리조리 훑어 보았다.
“아…아파!”
“앙탈은. 확씨~ 이건 사람한테 맞은 몰골인데? 마수한테 당한 상처가 아닌데? 가뜩이나 못난 얼굴이…쯧쯧쯧.”
“야! …나름 호남형이거든?”
“놀고 있네. 너나 마수나 얼굴 면에서 다를 게 뭐냐? 아니다. 그럼 마수한테 욕인가?”
“어우씨… 내가 상대를 말아야지. 마수보다 네가 더 무서운데…나는.”
“어디 확~ 누나한테 이게!”
“야야. 치워~”
체스가 그녀의 손을 밀친 채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나려 했다.
그녀는 체스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허리춤에 손을 탁 올린 채 입을 다시 열었다.
“…너 이젠 하다하다 사람들한테도 맞고 다니냐?”
“…남이사.”
갑자기 디어가 손을 홱 들어 올렸다.
히이익-
체스가 재빨리 손을 들어 머리를 막았다.
또 어딘가 쥐어터질 것 같았다.
덕분에 일어나려던 그의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났지만.
디어가 갑자기 체스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조심 좀 해. 이 멍청아! 으이구…”
그리고 그녀는 몸을 홱 돌려 아까 던진 밀대를 주워 주방으로 돌아갔다.
“…저게 왜 저래? 안 하던 짓을 하네…”
끄응-
체스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따라 행동이 좀 다르긴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디 저렇게 변덕을 부리던 게 하루이틀인가.
이내 다른 생각을 접은 그는 곧장 디오스 일행의 테이블로 향했다.
털썩-
디오스 일행은 아까의 상황을 본 탓인지 킬킬대며 웃고 있었다.
단,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한 겔리온을 제외하고는.
“여어~~ 왔냐?”
디오스가 환영한다는 듯 체스의 어깨를 두들겼다.
“킬킬. 너 좀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네가 있는 곳마다 조용할 틈이 없네. 약간 관종끼도 있는 것 같고 말이야.”
“뭐라는 거야? 참나~”
체스가 기가 찬다는 듯 혀를 찼다.
“좋아~ 좋아. 걸어다니는 걸 보니 몸은 괜찮은 것 같고.”
디오스가 체스의 몸을 보더니 다시 한번 그의 얼굴을 보았다.
“뭐 어쨌든. 우리 파티에 끼워주지. 약속은 약속이니. 그럼 우리가 뭘 하는지 말을 해줘야겠지?”
“그래. 궁금하네. 내가 뭘 들어서 한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다시 한 번 이야기해봐.”
체스는 팔짱을 낀 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자세를 취했다.
“우리는 힐리안 산맥에 있는 A급 마수 디아고스트를 잡으러 갈 거다.”
“????”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한 체스의 팔짱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에이~ A급 마수라니. 너희 분명히 내가 알기로는 실버 등급이라고 알고 있는데? 장난치지 말고 다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빨리 까놓고 이야기해봐. 뭘 자꾸 거짓말을 하려고 그래.”
“뭘 잘못 들어. 디아고스트를 잡으러 간다니까 뭘 그렇게 놀라는 거야?”
!!!!!!!!!!!
디오스의 표정은 확고했다.
저 눈은 절대 거짓말을 하는 표정이 아니다.
맙소사.
체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