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94
193
막시멈(1)
“아이구… 삭신이야.”
오두막의 문이 열리고 초로의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들고 있던 봇짐을 툭 내던지며 의자에 풀썩 앉는 남자.
결국 만나기로 한 남자는 만나지 못했다.
“만나기로 했으면 거기에 있어야 할 것 아냐? 가뜩이나 지금 이렇게 세상이 흉흉한데 어? 이 몸이 친히 거기까지 가줬는데 말이야.”
연신 투덜대는 남자.
그가 바로 자라이가 찾아 마지 않던 이 집의 주인.
환수계에서는 일명 기록하는 자라 불리우는 막시멈이었다.
그의 정체.
제대로 알려진 게 하나도 없다.
언제부터 이 곳에 살았는지 어떤 일을 하며 먹고 사는지.
심지어 인간인지 환수인지조차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이 곳에 살고 있는 자.
항상 이 곳에 있었고 항상 이 곳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자였다.
집 안에 들어와 짐을 풀던 그의 눈에 문득 이채가 발했다.
“이 놈들 보게?”
누군가 자신의 집에 왔다.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이 온 것이다.
테이블의 흔적.
그리고 코를 찌를 정도로 지독한 환수의 냄새.
“하르무 녀석인가보군.”
뻔하다.
그는 직접 보지 않아도 이미 모든 걸 안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나 이 곳에서 싸울 수 없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테고…”
자신이 있는 이 지역.
환수계에서 이 곳은 유일하게 그 어떤 분쟁도 허용되지 않는 지역이다.
심지어 주인들조차 이 곳에서는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들도 이 곳 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지.
자신이 이렇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도 말이다.
“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자신 또한 환수계와 인간계가 이어지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 아닌가.
하지만 자신은 기록하는 자.
직접적으로 손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긴 손을 쓰기에는 또 너무 늦어 버렸지.
“그러게 처음부터 잘 막았어야지. 에잉…”
영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막시멈.
일부러 인간계에까지 다녀왔건만 헛걸음만 해버린 그였다.
“에잇.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벌러덩 침대에 누워버린 그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음냐 음냐.
한창 꿈 속을 헤매고 있을 시기.
“영감! 영감! 막시멈!”
지진이라도 난 양 자신의 몸이 마구 흔들린다.
으음…?
“…뭐냐???”
아직 잠에 취한 탓에 쉬이 눈이 떠지지 않는다.
간신히 실눈을 뜬 채 그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니.
“일어나. 왜 여기에서 자고 있어. 분명히 거기에서 만나기로 했잖아.”
그런 자신의 몸을 마구 흔들어 대는 자.
바로 인간계에서 보기로 했던 자였다.
순간 몸을 벌떡 일으킨 막시멈.
“네 이 녀석!!!!!! 왜 이제야 오냐???”
허나 그 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테이블에 털썩 앉더니 눈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꿀꺽꿀꺽꿀꺽-
한 병에 든 물을 다 마신 후에야 이제야 좀 갈증이 가신다는 표정.
그 사이 막시멈 또한 정신을 차린 채 그와 마주 앉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몰골이 영 말이 아니다.
애가 얼굴도 완전 핼쑥해진 게 어디 가서 꽤나 고생한 듯한 몰골이다.
“…무슨 일 있었냐?”
대충 짐작은 간다만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냐며 잔소리를 하려던 막시멈의 목소리가 쏙 기어 들어갔다.
“죽을 뻔했죠. 아니 거의 죽었었죠.”
“흠. 하려던 게 잘 안 되었나보네. 하긴 딱 보니 알겠더만.”
“이건 안 된 정도가 아니에요. 그 전에 이걸 막을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하르무의 계획을 막으려던 일은 대실패로 끝이 났다.
열쇠가 만들어져 버렸으니.
“하르무가 직접 왔더라구요.”
“그 녀석 주인이라는 녀석이 참 잘 돌아다닌단 말이야. 그래. 직접 붙어보니 어떻디?”
“말도 마세요. 목숨을 한 세 번은 걸어야겠던데요?”
기억을 떠올리면 진저리가 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떠는 그 남자.
“그래도 아직 반전의 기회는 있죠. 그 왜 얘기하셨던 거. 관여자. 그게 이제 저희 마지막 희망이라면서요.”
“글쎄. 관여자가 과연 열쇠를 어떻게 할 지는 좀 시간이 자나봐야 알겠지.”
“아무래도 다른 주인들을 좀 만나봐야겠어요. 그나저나 거긴 가봤어요?”
“아 그래. 그거. 네가 너 온다고 해서 거기까지 가서 허리에 디스크만 더 도지고 온 것 아냐?????? 온다고 했으면 와야할 것 아니냐. 한참을 기다렸구만.”
“그게… 그 때는 거의 죽어 있어서. 혹시… 거기에 그 뭐 어떤 아이 없었나요?”
“누구?”
별다르게 특이한 기억은 없었는데.
넘어온 환수들을 좀 해치우고 덕분에 원하지 않던 사람들을 살리고.
뭐 그 정도?
여자애 하나 만난 정도이려나.
그 외에 딱히 특별하다고 할 만한 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니.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흐음. 그럴 리가 없는데…”
자신이 거기까지 막시멈을 불렀던 이유.
헌데 없다라…
그때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인기척.
“불청객이 왔나보네요.”
“뭐 뻔하지. 그 녀석들이겠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슬쩍 고개를 돌리는 막시멈이었다.
****
끼이이익-
조심스레 문이 열렸다.
순간 주위의 공기가 가볍게 일렁거렸다.
곱디 고운 흰 색의 로브를 두른 채 후드를 뒤집어 쓴 아이.
그다지 큰 덩치는 아닌 듯했다.
“안…녕하세요?”
후드의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낭창하고 맑은 목소리.
수줍은 듯 인사를 건네는 그 자였다.
“에… 누구…?”
집주인을 제외한 둘은 서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 인사를 나누었다.
정작 주인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새로운 손님을 지그시 응시하는 중이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로 온 것이지?”
심드렁한 말투.
“아니. 누구길래… 서로 아는 사이에요? 나만 모르는 사람인가?”
둘을 번갈아 가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남자.
그때 새로 들어온 자가 후드를 슬쩍 걷었다.
새하얀 머리에 고운 얼굴.
몹시 앳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그리고 그 자를 보는 순간.
두 눈이 튀어나올 세라 휘둥그레지는 남자의 두 눈.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인데…
“아…아…ㄴ…ㅣ…”
말조차 제대로 못 잇는 남자.
그런 그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방실방실 웃음을 짓는 불청객.
완전 해맑은 표정의 그는 입가에 미소를 씨익 띠며 붉은 앵두 같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말을 했다.
“이 분은 처음 뵙네요. 오랜만이에요. 막시멈 님. 헤헤.”
“오랜만이지. 10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생기면 오는구만? 배코. 이제는 배코 님이라 불러야 하나?”
다섯 지역의 주인 중 마지막 주인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