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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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2)
“협회장은 어디에 있소???”
바로 본론이다.
괜한 시간 낭비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 훅 치고 들어오는 페실린.
“흠…”
브로드의 눈살이 약간 찌푸려졌다.
대충 예상은 했었다만…
‘이걸 어떻게 하나…?’
흠…
하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 일으킬 필요는 없는 법.
일단은 원칙적으로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자네. 이 곳이 어딘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 곳에 들어올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와 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인지하고 있을 테고. 그에 따른 처벌 또한 감안하고 있는 것이겠지?”
“아오. 거기에 대한 처벌은 뭐 알아서 내리시오. 대신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그러니 그것에 대한 대답만 들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상관 없으니 그건 걱정 말고 질문에나 대답해 주시오. 물어볼 권리 정리는 있지 않소.”
저 눈빛.
웬만해선 부러지지 않을 듯한 눈빛이다.
진심인 건 알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느낄지라도 나머지는?
진심이야 어찌 되었든 간에 곡해하면 다소 건방지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 주위를 슬쩍 둘러보니…
이미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 듯 보였다.
페실린의 말투에 이미 발끈하기 시작한 나머지 상위 랭커들.
어디 건방진 놈이 감히!
눈을 부릅뜬 채 순간 테이블을 탕 치며 상체를 일으키는 그들.
하지만 잠자코 있던 브로드가 그들을 제지했다.
뭔가 말을 할 심산의 그였다.
하지만 거기에 페실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하지 못했다.
아직 알려져선 안 된다.
협회장의 시체.
협회장을 그리 만든 자의 정체도 이미 알고 있다.
그 과정에 오픈도어라는 집단의 존재 또한 알게 되었다.
그렇게까지 정체를 숨긴 거대 집단이 있었을 줄이야.
충격적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지.
“협회장 님은 모종의 임무를 진행 중이시네. 곧 돌아오실 것이니 걱정 말고 기다리게.”
“진실을 알고 싶은 것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오. 그러니 진실을 알려주시오.”
“내가 말한 게 곧 진실. 아무렴 내가 이런 중요한 걸 두고 거짓말을 하겠는가?”
순간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진실을 알려 달라는 자와 이미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는 자.
잠시 동안 불꽃이 튀는 듯한 그들의 눈싸움.
브로드의 눈꼬리가 아주 미약하게 흔들거리는 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따지기에는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후…
낮은 한숨.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페실린이었다.
“…알겠소.”
마지못해 대답하는 페실린.
칫.
이건 자신이 원한 대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쪼아댄들 속 시원히 들을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닌 듯하다.
이미 상대는 진실을 이야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
“…그럼 우리는 회의를 계속 해야 하니 그만 자리를 좀 비켜주겠나?”
말을 곱게 할 뿐 명백한 축객령이다.
‘혼자 알아봐야겠군. 이제 어디를 뒤져야 하나.’
더 이상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한 페실린.
그는 잔뜩 구겨진 얼굴을 한 채 무거운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쾅-
그가 나간 후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제야 입을 떼기 시작하는 랭커들.
“이거 언제까지고 숨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소? 어떤 식으로든 알려야 할 것 같은데. 마냥 숨길 수도 없고.”
누군가의 말에 브로드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맺혔다.
구구절절 늘어놓았던 말에 틀린 부분은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이 일을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할 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우선은 해결이긴 한데…
오픈도어와 페릴턴.
브로드는 이마를 감싼 채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사이 서로의 의견을 내며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방 안.
떠들어 대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며 브로드의 눈은 다시 깊숙이 가라앉았다.
****
-다 왔다.
헬캣의 발걸음이 멈췄다.
“여기가 어디에요?”
생전 처음 보는 곳.
주위의 풍경은 눈으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허나.
미묘하게 다른 느낌.
이상하게도 주변의 모든 사물이 일렁이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발을 디디는 곳마다 생겨나는 파문.
그 까닭일까.
마치 물 위에 서있는 듯한 느낌조차 들곤 했다.
대륙 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생전 들어보지 못했다.
체스는 호기심 반짝이는 눈으로 헬캣을 쳐다보았다.
-여기는 뭐랄까… 흠… 어떤 표현이 좀 좋으려나?
그의 시선을 느끼며 헬캣이 조막 만한 입을 열었다.
허나 거기에 적당히 어울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듯 미간을 약간 찡그린 헬캣.
그의 앙증맞은 얼굴에 세 줄기 주름이 잡혔다.
그때.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한 그의 얼굴.
-아! 그렇지. 그거면 되겠다. 개구멍. 여긴 개구멍이야.
“에?????? 개구멍이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단어의 출현에 체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일명 개구멍.
헬캣이 선택한 단어.
체스가 몰라서 그렇지 지극히 적절한 단어였다.
현재 인간계와 환수계를 연결하는 통로는 잠시 막힌 상태.
마치 번데기처럼 말이다.
그 통로를 오갈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다면 아예 인간계와 환수계 간의 통로를 오갈 수 없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딱 단 한 곳.
환수계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긴 했다.
물론 조건이 있다는 건 아는 이가 별로 없겠지만.
그 조건이란 것들은 우선 개구멍을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은 S급 이상의 마수들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두 번째 조건.
이건 정말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
개구멍을 통해 연결된 환수계 안의 지역.
단지 아무 것도 없는 지역이라면야 아무 상관이 없지.
하지만 환수계의 그 곳에는 이미 그 지역을 점유를 하고 있는 자가 있었다.
주인도 아닌 주제에 말이다.
뭐 그 말인즉슨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라는 말이긴 하겠지.
즉 한 마디로 개구멍을 통해 환수계로 들어가더라도 그 자의 허락이 없다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뭐 딱히 개구멍이라고 할 것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어딜 가거나 하는 거에요?”
-자. 잘 봐라.
샤아아아아-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헬캣이 한쪽 앞발을 스윽 들어 올렸다.
‘뭘 하려는 것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헬캣의 행동에 체스의 눈에 물음표가 서리는 찰나.
헬캣의 앞발이 허공에다 대고 무언가를 그려대기 시작했다.
스아아아아-
순간 명랑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이들의 몸을 사악 감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