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0
20
엘윈마을(11)
체스의 집은 순록여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아까 받아온 돈 꾸러미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그는 의자에 앉아 턱을 괸 채 돈꾸러미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이것만 쳐다본 게 벌써 몇 시간 째인지 모른다.
모든 욕심의 근원.
재앙이 될 지 행복이 될 지 모를 바로 저 것.
디오스에게 받은 계약금 10000G.
큰 돈이다.
저런 일만 잔뜩 처리해도 빚을 갚는 것은 순식간이다.
아니지.
순식간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오 씨…”
체스의 두 눈에는 엄청나게 갈등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번 일은 정말이지 보수 만으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자신이 지금껏 마수 사냥꾼을 하면서 단 한 번에 이 많은 돈을 벌어본 적이 있었던가?
고작 몇 백 골드.
많아봤자 천 얼마.
그것 이상은 벌어본 적이 없는 체스다.
물론 마수 사냥꾼으로서의 등급이 더 오른다면야 당연히 더 벌 수 있겠지만 아직은 머나먼 이야기이다.
할까? 말까?
해버려?
아니지.
그냥 접을까?
하아…
몇 번이나 마음이 왔다갔다거린다.
현실을 생각하면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왠지 불안한 촉이 마음 한켠에 맴돌고 있다.
체스는 아침에 있었던 겔리온과의 싸움을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5년 간 쌓아 올렸던 경험과 몸으로 습득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보았다.
몇 번을 돌려도 이기기에는 버거운 상대다.
그런데도 이걸 하려고 한다?
지금 그에게 드는 의문은 과연 그들 4명이 A급 마수인 디아고스트를 잡을 수 있을까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글쎄…
오히려 까마귀 밥이 안 되면 다행이겠지.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A급 마수를 잡는다는 것이지?
아무리 자신이 가세한다고 해도 한 대나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거늘.
지금껏 왜 낮은 등급의 의뢰만 처리해 왔는데.
안 죽으려고 그렇게 한 것 아니겠는가.
밥.
삼시세끼 잘 챙겨먹으면 좋다.
그걸 맛있게 먹으면 더욱 좋다.
하지만 밥도 그 사람에게 맞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모름지기 본인에게 안성맞춤인 식단에 꼭꼭 씹어 먹어야 뒤탈이 없는 것이다.
체스의 경험상으로는 이런 건 딱 체하기 십상인 일이었다.
돈에 현혹되었다가 생명을 잃는 마수 사냥꾼들을 얼마나 수도 없이 봐왔던가.
이 마을에서 괜히 자신 만이 유일한 마수 사냥꾼으로 남아있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 마을에도 몇 명의 마수 사냥꾼들은 있었다.
하지만 하나 둘.
의뢰를 떠난 후 돌아오지 않는 이가 늘더니 어느새 이 마을에는 자신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체스는 그들과 다르다.
실력도 없는 자신이 5년 동안 어떻게 살아남았겠는가.
그것은 이 직업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지만 가늘고 길게 욕심을 안 부리고 살아온 탓이었다.
물론 그 까닭에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엄마의 빚은 다 갚을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거절을 해야겠지?”
돈의 유혹은 컸지만 사람이 때로는 물러설 때도 알아야 한다.
체스는 일단 자신의 지갑을 보았다.
지갑 속에는 200 G 남짓 남아 있다.
“뭐 일은 다시 하면 되니 거절하기 전에 맛있는 거나 좀 먹어야겠다. 그러게 왜 술은 그렇게 처먹어서…”
체스는 자신의 마음을 정한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테이블에 놓여진 돈꾸러미를 힐끗 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놓여져 있는 계약금.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그것을 놓아둔 채 밖으로 나갔다.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
꺼어억~
심해의 동굴에서나 들릴 법한 깊고도 깊은 트림소리.
자신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체스가 낸 소리였다.
“아이고~ 취한다.”
체스는 또다시 술에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다.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오는 체스.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업혀올 정도로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빚을 갚느라 한동안 술을 마시지 못한 탓일까.
거의 매일을 술을 마시느라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체스는 거울 앞에 섰다.
얼굴이 퉁퉁 부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여전히 얼굴은 가라앉지 않은 상태.
거기에 술까지 마신 탓에 도깨비같은 몰골의 체스였다.
“놔름 호감형인뒈… 이 좔난 얼굴을.”
혀가 꼬부라진 채 혼자 중얼거린 체스는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 보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 또한 체스의 장점이 아닌가.
그는 테이블에 놓여진 돈 꾸러미를 힐끗 확인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털썩 누웠다.
쳇.
돈 꾸러미를 보니 갑자기 술이 확 깨는 느낌이다.
빚…
“저 돈이 있으면 그래도 빚은 확 까이긴 하겠네…”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저런 돈 하나 먹자고 목숨을 버릴 수는 없는 일.
5년 간 개같이 일한 보람이 사라지긴 했지만 등급도 좀 올리고 하면 더 빨리 갚을 수 있을 것이다.
“하오… 씨… 1웍 G라뉘…”
뭐 갚기는 갚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저것을 이용한 방법은 아니다.
체스는 저 돈에 대한 관심을 껐다.
옷만 여기저기 툴툴 벗어 던진 채 다시 침대에 누운 체스.
‘아.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 엄청 강하던데. 정말 그걸 잡는 거 아냐?’
체스는 잠들기 전 자신과 맞붙었던 그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겔리온과 맞붙어 보니 실버 등급이라는 존재만 해도 아직은 넘지 못할 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머지는 어차피 겔리온과 다 비슷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디오스.
으으으-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그의 그 낮고 차가운 목소리.
아직까지도 그 목소리가 귀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듯하다.
고작 단 두 글자의 말이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소름이 끼치는지…
마치 잘 벼려진 한 자루 칼 앞에 발가벗겨진 채 놓여진 느낌이었다.
“…나이는 얼마 차이 나지도 않는 것 같은데 뭘 먹고 그렇게 센 거지? 어우 끔찍하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
체스는 괜히 복잡한 것이 싫었다.
어차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자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빚을 까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하자 어느 순간 잠이 밀려왔다.
쿨-
체스의 방은 이내 고요한 적막만 깔리고 그가 숨을 내뱉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
누군가는 잠에 곯아 떨어진 그 때.
또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달도 겨우 형체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밤.
별조차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자신이 가진 빛을 마음대로 내뿜지도 못할 정도로 어두운 밤이었다.
샥샥-
타악- 타악-
귀를 자세히 기울여야 겨우 들릴 정도로 아주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눈을 크게 뜨고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거의 날아가다시피 하는 하나의 인영이 보인다.
들려오는 발소리는 그 자의 소리인 듯했다.
탁탁탁탁-
점점 빨라지는 걸음소리.
그 자의 목표는 어느 건물인 듯했다.
잠시 후 멈춰선 채 건물을 스윽 올려보는 정체불명의 남자.
그리고 그는 움직였다.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