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05
204
이니아(1)
화려한 복장의 한 여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간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
참혹하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 널부러진 시체들.
불타오르는 건물들.
자신이 지금껏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일거에 무너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 곳은 캉고르단의 본거지.
급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자들에 의해 이 곳은 이제 회생 불가의 상태였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누가 쳐들어 온 것이란 말이냐!”
캉고르단을 이끄는 자.
이니아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다소 놀란 듯하지만 한 집단의 수장 답게 면밀히 작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떨려오는 목소리까지는 숨길 수가 없다.
지금껏 이 곳이 이렇게 침략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단연코 말하건대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헌데 오늘…
도대체 어떤 작자들이 이 곳에 와서 저딴 짓을 일삼고 있단 말인가.
아니 그 전에 캉고르단 정도를 이렇게 공격할 수 있는 집단이 있었던가?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는 그녀.
적어도 그녀가 아는 바로는 이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루비온 왕국이나 마수 사냥꾼 협회 정도라면 모를까.
잠깐.
…설마…?
“제프!!! 시프!!!”
다급한 그녀의 목소리.
이니아가 자신의 아이들을 목청껏 소리 높여 불렀다.
하지만 오지 않는 아이들.
그녀의 마음 속에 불안감이 몽글몽글 피어 올랐다.
“제프!!! 시프!!!”
다시 한 번 자신의 아이들을 부르는 이니아.
그때.
그녀의 외침을 들은 제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헉… 헉…
“아들!!! 괜찮니? 시프는?”
“난 괜찮아. 엄마.”
그의 온 몸은 이미 피로 칠갑이 된 상태.
“다친 거야? 괜찮니??? 어디 보자.”
“후우… 아냐. 다친 거 아냐. 시프는 지금 쳐들어 온 자들과 싸우고 있어.”
“도대체 저들이 누구냐? 왜 우리를 쳐들어 온 거야?”
“마수 사냥꾼 협회 같아. 엄마.”
“뭐??? 그들이 왜???”
그녀의 얼굴이 놀람으로 가득 찼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그들이 자신들을 공격한단 말인가?
…이것들이…
우습게 보였구만.
이니아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그녀가 온 몸에 기운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마수 사냥꾼 협회라 한들.
“제프. 가서 시프를 도와줘라. 그리고 다치지 말아라.”
“응. 엄마. 걱정하지 마.”
획-
제프가 다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이니아가 기운을 터뜨리려는 찰나.
콰아아아아아아앙-!!!
집채 만한 무언가가 그녀가 있는 곳을 아주 빠른 속도로 내리쳤다.
****
먼지가 자욱하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다시 전방으로 시선을 옮기는 그녀.
방금까지 그녀가 있던 곳의 대리석 계단은 아예 박살이 나버렸다.
“…뭐지.”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 놓여진 것.
커다란 발이다.
정확히는 몇 십 배는 확대된 듯한 사람의 발.
“뭐냐? 바…ㄹ?”
그러고 보니 약간 구린내도 나는 듯하고…
그때.
슈슈슈슉-
발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랭킹 13위의 페실린이었다.
“후후훗. 당신이 이니아야?”
“…넌 누구지? 네가 아까 그 공격을 한 발… 발의 주인이냐?”
“아아~ 그렇지. 난 빅풋이라 불리는 페실린이라고 해. 반가워. 뭐 딱히 반가워할 상황은 아닌 듯하지만 말이야.”
“…네놈들. 마수 사냥꾼 협회에서 나온 것이냐?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선량한 시민을 이렇게 공격하는 것이냐???!!!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그녀가 소리를 질러대자 주변의 공기가 요동을 치는 듯 일렁거렸다.
절로 이니아의 기운이 목소리에 실린 것이었다.
“워우~ 진정해. 듣던 대로 우렁찬 목소리네.”
페실린이 귀를 살짝 손가락으로 막았다.
“당신들 말이야. 오픈도어와 함께 일하지? 벌써 다 알고 왔으니 발뺌할 생각은 말고.”
“…오…픈도어?”
그게 뭐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순간.
아…
그녀가 나지막히 탄성을 내질렀다.
문득 그녀의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얼핏 들은 듯한 한 조각의 기억.
자신이 시프에게 맡겼던 일이었다.
분명히 임무에서 돌아온 시프가 자신에게 했던 보고 중에 오픈도어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허나 당시 시프에게서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미친 놈들인 건 알 수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후로 딱히 의뢰도 없었을 뿐더러 자신들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알긴 안다만은. 왜 엄한 곳에서 뺨을 맞고 우리에게 와서 화풀이를 하는 것이지?”
“뭘 엄한 곳에서 뺨을 맞아. 너희들이 한 짓을 잊은 건 아니겠지? 납치 및 마수와의 결탁. 그것 만으로도 중죄야. 너희들은. 수배도 걸려 있고 우리 협회와 왕국 사이의 계약으로 잡으러 온 거야.”
“…뭔…?”
“자세한 건 일일이 말할 시간도 없고 그건 잡혀간 뒤에 거기에서 다 말하도록 해. 혹여나 억울하다면 말이지. 그리고 보자……”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페실린.
“그래. 가급적이면 반항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우리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싶거든? 랭커가 나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말이야.”
“흥. 웃기고 있네. 제대로 붙으면 아무리 랭커라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깊게 숨을 들이키는 이니아.
후우우우우우우우우웁-
주변의 공기가 쏴아 빨려 들어간다.
모아진 그녀의 입 안으로.
‘뭘 하려는 것이지?’
페실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순간 그녀의 입이 쩌억 벌려졌다.
그리고 동시에 폭포가 흐르듯 터져 나오는 우렁차고도 높은 목소리.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있는 힘껏 힘을 모은 이니아의 공격이었다.
오롯이 페실린을 향해 집중된 그녀의 공격.
헙-
저 여자 주변의 공기가 요동치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는가.
하지만 저기에 그저 당해줄 자신이 아니지.
부릅-
짧게 숨을 들이킨 페실린이 눈에 힘을 팍 줬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
페실린의 발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리고 일순 허공을 가르는 그의 발.
쿠과과과과과과광-
커다란 발이 옆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동시에 이니아의 공격을 상쇄해 나가는 그의 발.
오롯이 페실린에게만 집중된 그녀의 공격이 깨어져 나간다.
‘아니. 뭐 저런 놈이 있…지? 저 발은 무슨 강철인가…?’
이니아의 떨리는 눈동자.
그 사이 페실린이 다시 움직였다.
어느 새 바닥을 내려찍었던 그의 발에 힘줄이 불룩 솟았다.
타압-
동시에 허공으로 페실린의 몸이 빠르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