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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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2)
허나 페릴턴에게서 놀란 기색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수긍하는 듯한 약간의 끄덕거림.
“그렇군.”
들어본 적은 있다.
아주 어렴풋이 말이지.
허나 그에게서 그 이상의 호기심은 보이지 않았다.
되레 놀람은 하르무의 몫이었다.
“이거 놀라운 걸. 개구멍을 아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어떻게 그걸 알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하르무.
하지만 이내 자신이 알 바는 아니라는 듯 주제를 돌려버렸다.
“뭐 여하튼 그건 그거고. 네가 처리를 해야 하지 않겠나? 모든 일 처리는 언제나 깔끔해야지. 안 그래?”
“흠.”
어차피 한 번 상대해 본 놈.
굳이 어려울 건 없지.
단지 조금 궁금한 게 하나가 있다.
페릴턴이 알고 싶은 것.
분명히 심장이 멈추는 걸 확인했거늘.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지?
그리고 또 하나.
심장이 뚫려버린 마수.
아니지. 자신이 직접 심장을 뚫어버렸지.
아직도 그 손맛이 자신의 손 안에 남아있거늘.
그 의문.
직접 만나보면 금방 해결이 되겠지.
페릴턴이 자신의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승낙의 표시다.
“내가 처리하겠소. 그들은 어디에 있지?”
“후후후. 그래. 그래야지. 그들은 말이지. 아니면 어차피 그리로 갈 것이니 기다려도 되긴 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럼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나?
뭐 여하튼 설명은 필요하니.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찾아온 자라이겠지?
하르무의 시선에 자라이에게로 향했다.
대신 설명하라는 무언의 지시이다.
“……”
‘…내 이럴 줄 알았지.’
허나 주인의 명령은 절대적.
자라이는 하르무를 대신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환수계가 한창 열쇠라는 존재로 인해 들썩일 즈음.
환수계의 어느 곳.
수풀이 몹시도 우거진 곳으로 보아하니 북쪽 지역의 어디쯤인 듯하다.
생명체의 인기척은 단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곳.
주변에는 환수들의 사체 즉 뼈나 먹다 남은 잔해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다.
그때.
들려오는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
부스럭- 부스럭-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그보다 더한 어두운 형체의 무엇.
하지만 빛이 들어오지 않는 이 곳에서 그 형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콰드드득-
콰득-
후두둑-
날카로운 걸로 단단한 무언가를 깨는 듯한 소리.
마치 뭐랄까…
갑각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랄까.
그 소리의 주인공.
와구와구-
쩝쩝-
주변이 지나치게 어두운 탓이겠지.
그 까닭에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식별이 되지는 않지만 쭈그려 앉아 있는 모양새하며 소리로 봐서는 틀림없이 뭔가를 먹고 있는 듯 보였다.
잔해 너머로 산처럼 쌓인 환수들의 시체들.
허나 시체의 양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중이었다.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음식을 섭취하고 있는 그저 시커먼 형체.
그것은 여전히 몸을 움직여가며 주위의 모든 것들을 빠르게 주둥이로 보이는 곳으로 가져가는 중이었다.
어둠 속에 파묻힌 인영으로부터 흘러나온 딱딱한 말투.
다소 어눌하게 들리는 말투다.
하지만 듣는 것 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허나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다른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무언가를 섭취하는 소리 이외에는 말이다.
****
한편.
이제 막 막시멈의 집에서 나온 둘.
헬캣과 체스는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그들이 남쪽으로 가는 이유.
우선은 페릴턴이라는 또 다른 관여자의 존재 때문이었다.
막시멈 왈.
일단 부르사이를 만나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지금 무작정 열쇠 쪽으로 간다면 또다시 죽음을 당하고 말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
듣고 보니 그러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체스 자신도 그렇고 헬캣 또한 이미 하나의 심장을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같은 잘못을 굳이 되풀이할 필요는 없잖은가.
그렇기에 그들은 막시멈의 말대로 부르사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남쪽은 어떤 곳이에요?”
-남쪽이라… 그러고 보니 넌 가본 적이 한 번도 없구나?
“그렇죠. 여기와 별반 다를 것 없지 않나요?”
-다르다라. 훗. 가보면 알지. 후훙~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헬캣.
괜시리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 켠이 불안해지는 체스였다.
-그나저나 달란트를 만난 소감은 어땠냐?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았다.
“아빠요?”
-그래. 그 녀석.
“소감은 무슨 소감이에요. 어차피 예전에 제 마음 속에서 지워버렸어요. 단지 충격적인 건 제 몸 안에 환수의 피가 섞였다는 것이려나.”
-꽤나 덤덤하게 이야기하는구나. 보통대로라면 충격을 받기 마련일 건데. 하긴 뭐 살아남은 것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겠지.
환수와 인간 사이의 아이.
물론 지금까지의 인간과 환수 사이의 역사 가운데에서 이런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스처럼 저렇게까지 잘 자랐던 아이들은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
보통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맞이하는 아이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몸으로 환수의 피를 이겨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체스는 살아남았다.
심지어 인간의 모습에 자신의 아비인 달란트의 특성까지 고스란히 가진 채로 말이다.
-참 네가 대단한 건지 달란트 녀석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다.
“그 사람 이야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속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거든요.”
젠장.
엄마는 왜 그딴 놈을 만나서…
“제기랄.”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체스.
그런 그의 표정을 잠시 살핀 헬캣은 더 이상 그에 대해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다시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안되겠다. 이대로 가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헬캣이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슈와아아아-
거리가 지나치게 먼 탓이었다.
지금 이들의 걸음으로 간다면 언제 도착할 지 알 수 없는 노릇.
-올라타라.
“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우리가 그렇게 여유로운 것도 아니니.
아~
헬캣의 말을 이해한 체스는 냉큼 그의 등에 올라탔다.
-잘 잡아라.
헬캣의 한 마디.
그의 말에 체스가 헬캣의 털을 꽈악 쥐었다.
그리고 체스의 손길을 느낀 헬캣의 다리 근육이 일순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빛살 같은 속도로 앞을 향해 쏘아져 갔다.
****
그때.
온통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키린의 거처.
“너 도대체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냐? 여기에서 그렇게 턱만 괴고 있으면 방법이 나오냐?”
답답한 심정을 뒤로 한 채 다다다다 쏘아대듯 빠르게 말을 내뱉는 자.
눈썹을 한껏 치켜올린 부르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