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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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4)
타닥-
-여기가 남쪽 지역이다. 그만 내려라.
헬캣이 걸음을 멈춘 곳.
온통 붉은 색 일색이다.
주위를 맴도는 불그스름한 빛들.
게다가 이 열기.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절로 열기가 느껴진다.
드디어 부르사이가 다스리는 남쪽 지역에 도착한 것이다.
샤샤삭-
헬캣의 등장에 일제히 자신의 흔적을 감추는 남쪽 지역의 환수들.
자신보다 강한 환수의 등장에 본능적으로 몸을 사리는 그들이었다.
-쫄기는. 자식들.
빠르게 주위를 물러나는 환수들을 보며 헬캣이 피식거렸다.
그는 전혀 이 열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 보였다.
그저 여유로워 보이는 헬캣의 표정.
걸음을 멈춘 헬캣의 말에 그의 등 언저리에서 인기척이 일어났다.
그제야 몸을 일으키는 체스.
덕분에 별다르게 힘을 들이지 않고 무사히 남쪽 지역에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이야. 이거 승차감이 장난 아니네요?”
심히 만족감을 느낀 체스가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무의식 중에 헬캣의 다리를 두들겼다.
“은퇴하면 노후에 이런 걸로 밥벌이하셔도 되겠는데요?”
-그렇지? 내가 원래 좀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긴 하지. 아니. 야. 이게 한 번 태워줬더니 아주 마차 취급하고 있네??????
분명히 체스의 말만 들었을 때에는 칭찬이긴 하다.
허나 그 말인즉슨.
이런 운전수 역할이 제격이란 말에 진배 없지 않은가.
체스의 말을 곱씹어보니 미묘하게도 왠지 기분이 개운치 만은 않은 헬캣이었다.
“에이~ 농담이죠 농담. 헬캣 님처럼 대단하신 분은 노후에는 후진이나 양성하면서 쉬셔야죠.”
-그래. 암. 당연하지. 고작 운송 수단이나 하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아깝지.
“예~예~ 그러시겠죠~”
또 시직된 잘난 척에 체스가 얼렁뚱땅 대답을 흘렸다.
그때.
그제야 느껴지는 무언가.
등에서 내려온 순간에야 깨달았다.
이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열기.
마치 햇볕 바로 밑에 온 몸을 내맡긴 듯한 이 강렬한 뜨거움.
‘뭐야. 이 동네.’
어느 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온 몸이 땀에 젖어버린 체스였다.
고작 몇 마디 나눴을 뿐인 시간 동안에 말이다.
허억- 허억-
빠르게 움직이는 헬캣의 속도에 적응하기도 힘든 판에 입과 코를 통해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
숨쉬기조차 곤란할 정도의 뜨거운 열기였다.
“어우… 하악. 하악… 죽겠다. 여기 뭐에요 도대체? 이게 남쪽 지역이에요…?”
-원래 지역마다 특징이 있지. 그 주인들의 특성에 따라서 말이야. 이 곳은 부르사이가 다스리는 지역이니 당연히 뜨거울 수 밖에 없지.
당연한 소리를 왜 하냐며 더워 죽겠다며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대는 체스를 한심한 듯 쳐다보는 헬캣.
그나저나 이 녀석.
왜 이리도 응용력이 떨어지는지 원.
-멍청한 녀석아. 네 몸 안에 기운을 더듬어 봐라.
“하악 하악… 네?”
숨이 턱턱 막히는 듯 연신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던 와중.
헬캣의 말에 체스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헬캣을 쳐다 보았다.
허나 대답 대신 고개만 슬쩍 처올리는 헬캣.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저렇게 저렇게 하라고 이놈아.
발짓. 발짓. 발짓.
앞발과 뒷발을 이용해 설명을 하는 헬캣,
“…아~ 그렇군요.”
헬캣의 설명에 그제야 뭔가를 이해한 듯한 체스.
체스가 중단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스르릉-
푸른 빛이 감도는 체스의 몸.
그의 몸에 완전히 녹아든 키린의 기운이 힘을 발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푸른 빛이 체스의 온 몸을 감쌀 즈음.
“와… 신기하네요.”
자신의 몸에서 뿜어낸 푸르스름한 빛이 다시 자신의 몸 안으로 스며 들어갔다.
순간 눈에 보일 정도로 뜨거운 이 열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침식해 오던 열기가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헬캣 님이 더위를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이었네요.”
연신 감탄을 내뱉는 체스였다.
-말해 뭐하냐. 에휴…
그만 고개를 돌려버린 헬캣.
그런 그의 시야 너머 저 멀리 남쪽의 주인 부르사이의 성이 보였다.
-저기다. 우리가 가야 할 곳.
헬캣의 앞발을 따라 체스의 시선 또한 움직였다.
그의 눈에도 확 들어온 성.
“저기가 그 주인인 부르사이가 사는 곳인가 봐요.”
그런데 정말 엄청나게 화려한 곳인 듯하다.
꽤나 멀어 보이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저리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라니.
-그렇지. 저기가 바로 그곳이지. 우리가 가서 도움을 받을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뭐 여기에서 저기까지는 대충 1주일 정도? 그리 긴 시간도 아니지 그 정도면.
……생각보다 훨씬 거리가 먼 곳인 듯 하다.
무려 1주일이나 걸린다니…
바로 그때 그들의 눈앞에 화려하기 그지없는 누군가가 날개를 퍼덕이며 허공에서부터 내려왔다.
“오호호호호~ 여러분 모두 안녕~~~”
새로이 등장한 환수 한 마리가 자못 즐거운 표정으로 인사를 던졌다.
허나 체스와 헬캣에게는 불청객일 따름.
“……누구에요? 왠지 정신이 좀 이상한 여자로 보이는 것 같네요.”
-이 여자가 바로 남쪽 지역의 주인 부르사이다.
아~~~
소개를 들으니 딱 봐도 알 것 같다.
그녀가 왜 남쪽 지역의 주인이라 불리는지.
여러 모로 말이다.
그러는 사이 부르사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반가워. 오호호호호. 꼭 만나보고 싶었어.
“네? 저를요,,,? 왜요?”
뜬금없는 부르사이의 말에 꿈쩍 놀라는 체스.
-듣던 대로 너무나도 귀여운 얼굴이네.
부르사이가 진심으로 체스의 외형에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그를 쳐다 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수집 컬렉션에 넣고 싶지만…
“…그래서 왜 여기까지 온 거에요…?”
다시 질문을 던지는 체스.
왜 갑자기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오게 된 것이란 말인가.
그 이유를 몹시도 알고 싶은 체스였다.
훗-
잠시 한쪽 입꼬리를 밀어올린 그녀.
그리고는 짧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
“보자. 어디에 있는 것이냐?”
오로지 그 녀석을 죽이기 위해 열쇠의 공간을 벗어났던 페릴턴.
그렇게 그는 환수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둘이 남쪽 지역으로 향한 것은 꿈에도 모른 채.
바로 그때 그의 기감에 걸리는 무엇.
무언가를 콰드득 씹어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나 별로 급한 것도 아닌 듯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그 쪽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기는 드.
그리고 페릴턴이 느낀 기감의 종착역.
그 곳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시커먼 어떤 환수 한 마리가 말이다.
연신 무언가를 뜯어먹는 듯 쉬지 않고 섭취하는 데에 온 신경을 다 쏟고 있는 환수.
“넌 뭐냐?”
페릴턴이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