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15
214
남쪽(1)
남쪽으로 들어온 체스와 헬캣.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부르사이.
우연 아닌 우연으로 부르사이를 만나게 된 둘은 그녀를 따라왔다.
그렇게 시작된 동행.
분명히 그랬다.
처음 만난 부르사이의 말대로라면 이건 극진한 대접을 받는 초대가 되어야 했다.
거 왜 있잖은가.
테이블에는 지금껏 맛보지 못한 고급스러운 음식이 잔뜩 깔려 있고 하루 종일 누군가가 시중을 드는 그런 환대.
헌데!
자신들을 데리고 올 때만 해도 그렇게나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던 그녀가…
지금 체스의 앞에서 저리도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건 대체 어떤 연유 때문인가.
체스와 헬캣이 그녀를 찾아온 이유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아는 그녀였다.
자신들이 뭔가 제안을 하기도 전에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흔쾌히 승낙을 해주던 이유가 다 있었다.
한 마디로 꿍꿍이가 있었단 말이지.
그리하여 시작된 것.
지금 이 상황이었다.
그녀 왈.
체스의 몸 안에 있는 키린의 기운.
거기에 부르사이 그녀의 기운을 더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소위 단짠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둘의 기운 또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거기에 추가된 한 마디 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릴 것이라는 말 또한 잊지 않던 그녀였다.
물론 거기까지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체스도 조금씩 느껴가고 있었다.
중단에서부터 시작되는 키린의 한 가닥 기운은 한번씩 온 몸을 휘감을 정도였으니.
게다가 아무렴 주인이라는 자가 사기를 치겠나.
그럴 리는 없으니.
헌데 방법.
방법이 꼭 저렇게 할 필요는 없잖은가.
그녀가 탐스럽게 쓰다듬고 있는 것.
자신의 꼬리쪽 깃털이었다.
허나 깃털이라면 응당 떠올리는 게 하늘하늘한 무언가가 아니겠는가.
물론 처음에는 그러했다.
헌데 지금 저기 그녀가 들고 있는 건 좀 달랐다.
지나치게 빳빳해 보이는 아니 오히려 한 대 두들겨 맞으면 바로 골로 갈 것만 같은 저것.
“…설마 그걸로 뭘 어떻게 할 건 아니죠?”
조심스레 물어보는 체스.
그의 말에 부르사이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오호호호호. 당연하지. 내가 이걸로 뭘 하겠니?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눈꼬리가 반달을 그리기 시작하며 그녀의 입꼬리가 실룩실룩거렸다.
참을 수 없다는 듯 너무나도 희열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마치 꼭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 마냥.
-그거 확실하긴 한 거…죠?
헬캣조차 의구심을 품은 채 질문을 던졌다.
“오호호호. 괜찮지. 그럼. 게다가 몸.도. 단단하잖아.”
곁눈질로 체스의 몸을 훔쳐보는 부르사이.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자~ 갈게~”
체스에게로 살랑살랑 날아오르는 부르사이.
환희에 찬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더욱 빛이 나는 지금.
그녀의 한 손에는 들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꼬리 깃털 하나가 들려 있었다.
****
부르사이가 가볍게 팔을 내리쳤다.
휘익-
거기에 얼마나 많은 힘이 실린 건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체스의 귀에 너무나도 생생하게 들려오니.
체스의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아났다.
순수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체스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다음 상황.
체스는 몸의 방향을 약간만 틀어 내리치는 그녀의 깃털을 슬쩍 피해냈다.
일순 부르사이의 눈에 떠오른 이채.
“호오. 피해??? 피했단 말이지???”
저건 키린의 능력.
“그랬던 것이었군.”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부르사이.
하긴 맞아야 된다고 해서 그냥 두들겨 맞기만 하면 재미없지.
이렇게 발버둥치는 게 좀 있어야 재미가 있지.
실은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긴 했다.
하지만 간만에 손 안에 들어온 장난감을 놓치기도 아까우니.
그녀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샥-
쿵-
스아악-
쿠우웅-
깃털이 한 번 땅을 내리칠 때마다 움푹 패이는 바닥.
그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녀의 담금질.
그리고 거의 본능적으로 그걸 피해내는 체스의 이마에는 어느 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한 대라도 맞는다면 온 몸이 성치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하악- 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그녀의 공격을 피하기에 여념이 없는 체스였다.
****
“여기가 어디입니까?”
“여기? 여기는 환수계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수들. 그것들의 원래 세계,.”
“네? 우리… 빚 받으러 가는 것 아니었나요?”
“후… 나도 내 생전 여기를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에……”
두런두런 말을 하는 검은 복장의 둘.
이들은 추심조.
빈센트와 그의 부사수인 그램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여기를 올 수 있는 건가요?”
옆에서 입을 조잘조잘거리는 녀석은 추심조에 들어온 지 2년 정도 된 녀석이다.
아직 짬밥도 위에 제대로 안착이 되지 않은 애송이라는 말이다.
연신 자신이 오게 된 이 동네가 신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느라 정신도 없는 그램.
“…과거 협회장 님이 살아계실 때 말이지.”
“네? 그럼… 협회장 님이 죽은 게 확실한 거에요?”
협회장이 죽은 것.
아직도 공식적으로 공표가 된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그저 쉬쉬하고 있을 뿐 솔직히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아. 여기 제대로 모르는 녀석이 한 명 더 있지 참.
“후. 몰라. 이 녀석아. 나중에 어련히 알게 될 것을.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 하나.”
빈센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손바닥에 딱 감길 정도의 크기의 무엇이다.
“오오오오. 저 이거 사용하는 거 처음 봐요.”
그램이 빈센트가 꺼낸 장비를 보자 두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빈센트의 손에 들린 것.
“이거?”
솔직히 인간계에서는 쓸 일이 없는 장치다.
소량의 마정석으로 움직이는 이것.
일명 탐색기라 불리는 이 것은 오로지 이들 만이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그것도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지금처럼.
누가 만들었다고는 하던데 기억도 딱히 나지 않고 확실한 건 개발자가 더 이상 인간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리며 개발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장치라 마수 사냥꾼 협회에도 3대 밖에 남아있지 않은 아주 귀중한 물건이었다.
점. 점. 점.
어설프게 그려진 화면 위에 점 하나.
탐색기 안에는 환수계에 도착하자마자 나타난 점 하나가 푸른 빛을 내며 계속 껌벅거리는 중이었다.
“여기에 있나 보네요.”
“맞아. 그런데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네. 근처에 가면 뭐 어떻게든 반응을 하겠지.”
탐색기를 닫은 빈센트가 다시 전방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들어온 흰 집 하나.
“일단 저기로 간다.”
“네.”
군말없이 그의 말을 따르는 그램.
그리고 둘의 걸음이 동시에 한 곳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