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23
222
재회(3)
주르륵 밀려버린 페릴턴의 몸.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생전 처음 겪어 보는 경험에 페릴턴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감정이란 게 있기는 했네요. 그런 급격한 표정 변화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마치 도발하는 듯한 체스의 말투.
“…어떻게 한 것이지?”
“뭐~ 별 거 아니에요.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러다 보니 하나씩 제 걸로 만들어 지더라구요. 글쎄. 이제는 당신이 그다지 무섭지 않네요. 알고 나니 더욱 자세하게 보이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그렇네요.”
건방지다.
마치 자신이 우위를 점한 듯한 광오한 말이다.
단지 한 번 주르륵 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페릴턴의 눈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늪이로 치켜 올라져 있었다.
그 사이.
‘…처음은 요행이었겠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페릴턴.
만병들이 다시 두웅 떠올랐다.
그리고 시작된 그의 공격.
“어디 이 것도 한 번 받아봐라!”
****
파바밧-
파바밧-
페릴턴의 공격은 매섭다.
오로지 체스 하나 만을 쓰러뜨리겠다는 그의 집념이 포함이라도 된 듯 그의 공격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피할 수 없을 정도로 퍼붓고 있었다.
하지만 페릴턴이 행하는 아니 행할 모든 게 체스의 머릿 속에서 맴돌고 있다.
페릴턴의 만병이 어디를 공격할 것인지.
그리고 막혀 버린 후 다음에는 그가 어떻게 진행을 할 지 말이다.
“이놈. 맞아라!!!”
외마디 고함을 질러 대는 페릴턴.
순간 체스의 몸에서부터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듯 쏟아져 나왔다.
어느 새 체스의 지척까지 도달했던 페릴턴의 만병들은 덜그럭소리를 내며 땅에 힘없이 처박혔다.
하지만 아직 하나가 남았다.
그 사이 체스의 시야를 속인 페릴턴의 공격.
그가 두 손에 꼭 쥔 대검은 그대로 체스의 몸을 꿰뚫어 버리겠다는 듯 강한 기운과 함께 폭사되듯 뿜어져 나왔다.
채애애애애애애애앵-
고막이 따가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쇳소리가 허공을 침식해 들어갔다.
하지만 체스의 표정은 너무나도 여유롭다.
반면에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지는 페릴턴의 얼굴.
회심의 일격까지 막아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하아아아압-!!!
커다란 함성과 함께 체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챙- 챙- 챙- 챙-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페릴턴 주위의 만병들이 하나씩 힘을 잃어갔다.
‘이런… 젠장…’
같은 관여자 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실력이 차이가 나게 되어비린 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르륵-
식은 땀이 절로 흐른다.
그 순간에도 체스의 공격은 매섭게 이어졌다.
이번 기회에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기운을 터뜨리고 있는 중이었다.
콰앙-
일순 움푹 패어 버린 구덩이.
체스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심하는 사이 연거푸 몰아치는 체스의 공격.
절대 쉴 틈을 주지 않을 생각인 듯 보였다.
이익…
이를 꽉 깨무는 페릴턴.
연속으로 체스의 공격을 피하다 보니 더 이상은 도망갈 곳이 없다.
젠장…
그리고 체스의 공격이 휘몰아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 오른다.
그리고 체스가 팽그르르 회전을 한 후 지상에 착지를 했다.
-너… 뭐냐?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체스를 향해 놀란 듯 어버버 입을 여는 헬캣.
이 정도로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부르사이가 이 정도까지 이 녀석을 단련시켰을 줄이야.
“네? 뭐가요?”
-언제 이렇게까지 실력 차이가 나버린 것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되네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체스의 얼굴은 여전히 페릴턴이 있는 곳으로 향해 있었다.
잠시 후.
먼지가 가라앉았다.
헉- 헉- 헉- 헉-
먼지가 걷힌 그 곳의 모습.
아주 커다란 구덩이 하나가 생겨난 상태다.
그리고 그 구덩이의 정중앙에 파묻혀 버린 페릴턴의 몸.
그가 자랑스러워해 마지 않던 만병들은 여기저기 날이 나간 채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일부러 냉정을 유지하던 페릴턴의 얼굴은 아예 깨져 버렸다.
연신 고함을 질러대며 파묻혀 버린 땅 속에서 빠져 나오려는 페릴턴.
하지만 무슨 장난을 쳐놓은 것인지 아무리 용을 써도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다 끝난 것이죠?”
“네 놈……”
그때 더 이상 입을 열고 있지 않던 헬캣이 끼어 들었다.
-관여자는 하나여야 한다.
“알고 있어요.”
??????
체스의 대답 또한 이상하다.
그걸 어떻게 아는 것이지?
그는 인간이 아닌가.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머릿 속에서 외쳐주고 있네요.”
말을 마친 체스는 페릴턴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끝을 봐야겠죠?”
담담한 어조로 말을 하는 체스다.
“사… 살려다오. 내가 평생 널 위해 무기를 드마! 난 아직 이런 곳에서 죽을 정도가 아니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하요. 당신도 날 죽이기 위해 이 곳까지 절 찾아온 것이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알다시피 관여자는 하나여야만 해요.”
더 이상은 아무런 말도 듣지 않겠다는 체스.
그는 자신의 대검을 높이 치켜 들었다.
그 모습을 본 페릴턴의 눈가에는 그간 자신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
페릴턴.
그는 그저 평범한 가정의 어느 아이였다.
단지…
단지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찢어질 정도로 가난하다는 것 정도…?
그 외에는 여느 다른 집안과 다를 바 없는 가족이었다.
비록 가난할지언정 매일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는 집.
고된 삶이라도 그 정도는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 그리고 신뢰.
페릴턴의 가족들에게는 그러한 게 있었다.
지금 당장 어려우면 어때.
어차피 나아질 거.
허나.
불행의 신이 행복의 신을 늘 질투한다 했던가.
남 잘 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는 불행의 신이 움직였다.
정말이지 행복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건만 단지 반란을 일으킨 자와 같은 마을에 산다는 그 이유.
그것 하나 만으로 가족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오직 페릴턴을 제외하고 말이다.
페릴턴을 억지로 밖으로 도망치게 한 덕분에 그는 살 수 있었다.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처참한 몰골로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지만.
물론 페릴턴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몇몇의 병사들이 도망치는 자신을 끈질기게 쫓아왔기에 여기저기 잔 상처들이 그의 몸에 넘쳐났다.
이대로라면 필경…
그리고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는 외진 곳이 페릴턴의 발걸음을 막을 때.
그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