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24
223
과거(1)
막다른 길에 막혀버린 페릴턴의 몸.
절망으로 물들어버린 그의 얼굴 한켠이 분노로 실룩거렸다.
“꼬마야. 이제 너 밖에 안 남았다.”
“그러게 왜 너 혼자 살아 남아서 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 아~ 이놈 이거 짜증나네 진짜.”
“아무나 정리해. 난 먼저 내려 갈란다.”
페릴턴의 앞을 가로막은 다섯 명의 병사들이 떠들어 대는 소리.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라고는 단 1도 없었다.
어차피 조그만 꼬마아이 한 명이다.
누가 처리하던 간에 금방 끝이 날 일.
스릉-
“내가 처리하지. 빨리 하고 집에 가자.”
병사 무리들의 끝자락에 서있던 병사 중 한 명이 자신의 칼을 뽑아 들었다.
숲 속을 파고드는 햇빛에 반사된 탓인지 더욱 날카롭게만 보이는 그의 칼.
윽-
정확하게 페릴턴의 눈을 가격하는 반사된 빛.
페릴턴이 일순 강렬하게 눈 속을 파고드는 빛에 팔로 얼굴을 막았다.
그 탓에 잠시 페릴턴의 시야가 가려지고 말았다.
순간.
자박-
땅에 발을 가볍게 대는 소리가 페릴턴의 귀에 들려왔다.
그 소리에 황급히 가렸던 팔을 내리는 페릴턴.
바로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
힘차게 발을 굴리는 칼을 든 병사의 모습이었다.
타앗-
헙-
너무 놀란 탓에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혀버린 페릴턴.
그에게 찾아온 절체절명의 순간.
스으으으으-
바람을 가르며 그의 가슴팍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칼.
‘아… 안돼. 우…움직여…!”
겨우 정신을 차렸다.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땅을 데구르르 굴르며 칼을 겨우 피해내는 페릴턴.
하지만 완벽하게 피해내지는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딱히 몸을 지키기 위한 무언가를 배운 적도 없거니와 단련된 병사들을 이기기에는 터무니 없이 약한 그였기 때문이다.
그의 가슴팍을 주욱 긁은 병사의 칼.
킬킬킬-
뒤에서 병사들의 비웃음이 들려온다.
“뭐야? 그거 하나 못 죽여?”
“역시 저 놈이 그렇지. 하여간 잘난 척 앞설 때부터 알아봤지.”
“그렇지? 부끄럽네. 부끄러워. 자신 없으면 물러서던가. 킬킬킬.”
동료들의 비웃는 소리에 병사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시끄러!!! 이 놈이 감히 내 칼을 피해…?”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른 얼굴로 페릴턴에게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병사.
이딴 녀석 하나 한칼에 못 죽이다니.
젠장.
이를 으득 깨문 병사.
다시 페릴턴에게로 눈을 가져가는 그였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페릴턴.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다.
다행히 재빨리 피한 탓에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그가 거기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우선 눈에 보이는 투박해 보이는 나무라도 집어 드는 그.
“…오…오지 마…!”
페릴턴이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나무 몽둥이를 앞으로 가져갔다.
순간.
서걱-
가볍게 반으로 잘려 나가는 나무 몽둥이.
‘제…젠장…’
그리고 병사의 팔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만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페릴턴.
…끝이다.
****
헌데 비명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슬그머니 눈을 뜨는 페릴턴.
그리고 그의 눈앞에 보인 광경.
데구르르-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는 병사.
분명히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던 그 자였지.
도대체 누가…?
헌데 남은 병사들의 상태도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허옇게 질려버린 병사들의 얼굴.
…뭐지?
생명이 경각에 달린 급박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페릴턴의 눈에 호기심이 어린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이동하는 페릴턴의 시야.
으어어어어어어어엇…???!!!!!!
…마수다…
아니 잠깐.
마아아아아수우우우우우…??????
아픔도 잊은 채 그저 입을 떡 하니 벌린 페릴턴.
그 사이 마수는 눈앞에 있던 병사들을 차례차례 죽여나가기 시작했다.
찢겨져 나간다.
한 움큼의 피가 튀고 살점이 조각조각 나고 온 몸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하는 병사들.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자신을 향해 그렇게나 살기를 뿜어대던 병사들이 저렇게 어린아이 마냥 당하는 꼴을 보니 뭔가 허탈하기 그지없다.
그 사이 모든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단지 남은 건 페릴턴 그리고 마수.
덜덜덜덜덜-
사시나무 떨듯 온 몸이 떨려온다.
마수가 뿜어내는 순수한 투기 그 자체는 고작해야 8살에 불과한 페릴턴이 감히 견뎌내기 힘든 것이었다.
그때.
[호오~ 대단하군.]마수의 입에서 흘러 나온 한 마디.
위압감이 넘쳐나는 마수의 눈은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기에 바쁜 페릴턴을 똑바로 응시하는 중이었다.
거친 듯 탁한 목소리.
마수의 입이 페릴턴의 목덜미를 덥석 물었다.
슈악-
육중한 덩치로 땅을 박차며 날아오르는 마수.
페릴턴을 물고 날아오른 마수는 순식간에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져 갔다.
그렇게 페릴턴과 마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
제 2의 부모.
어느 순간부터 서로는 둘을 부모와 자식 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에 의해 온 가족을 잃어버린 페릴턴,.
그리고 인간을 사냥하며 살아온 마수.
기묘한 인연이었다.
마수는 마수의 생태를 가르쳤다.
페릴턴은 그걸 하나씩 습득해 나갔다.
떄로는 강하게 엄하게.
떄로는 부드럽게 한없이 포근하게.
그렇게 둘은 유대를 쌓아갔고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수가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들이 머물던 곳을 벗어난 페릴턴.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페릴턴의 눈에 상처가 그득 넘치는 마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헉!!!!!!
놀란 토끼눈을 뜬 채 얼른 그에게 달려간 페릴턴.
허나 상처는 위중했다.
겨우 실날 같은 생명만 이어질 정도의 생명력만 남은 마수.
“뭐야! 이거! 왜 이래!!!!!!”
페릴턴은 얼른 그의 상처를 살폈다.
하지만 이미 그른 듯하다.
[…도망가라. 인간들이다.]
당시는 마수들이 그다지 흔하지 않을 때.
대신 보이는 족족 마수 사냥꾼들에 의해 사냥을 당하던 그들이었다.
지금처럼.
슥-
슥-
슥슥-
숲 속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다름 아닌 마수 사냥꾼들이다.
상처 입은 마수의 핏자국을 따라온 것이었다.
“뭐야? 한 마리 밖에 없어?”
이들은 마수의 씨를 말려버릴 생각이었다.
그래서 귀소 본능을 가진 마수가 무리를 향해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여 쫓아온 그들이었다.
헌데.
인간 아이 한 명 밖에 없다니.
그리고 더욱 이상한 것.
인간 아이가 자신들을 향해 끝이 없는 적대감을 보이는 중이다.
“쟤는 뭐야? 얘야~ 위험해. 얼른 이리 와라~”
마수 사냥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릴턴을 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