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4
4
우르브독(3)
이 세계에는 마수라는 존재들이 존재했다.
어디로부터 오는 지는 모르지만 늘 존재했고 인간들에게는 두려움의 존재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것은 무작정 인간들을 습격하지 않는다는 것.
간혹 인간의 마을에까지 내려와 습격을 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것은 드문 케이스였다.
그 중 이 들개처럼 생긴 마수들의 이름은 우르브독.
등급이 제일 낮은 E급의 마수라 체스가 잡기에 무난한 마수들이었다.
이번 의뢰의 주인공들이기도 한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들개처럼 생겼다고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상대해 보면 알겠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수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마수라 불리우는 그 호칭에 걸맞게 힘, 속도 등 모든 면에서 일반 들짐승과는 급을 달리 하는 우르브독이다.
그렇기에 이런 마수들만을 전담으로 사냥하는 마수 사냥꾼이라는 직업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엄두조차 못 낼 마수들이기에.
연못 앞에 모여있는 것처럼 이 우르브독들은 항상 무리를 지어 다녔다.
무리를 짓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들 무리는 사냥할 때 먹잇감을 한 곳으로 몰아넣는 것이 특기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빠른 속도를 무기로 먹잇감을 옴싹달싹 못하게 만든 후 사냥을 한다.
그것이 바로 이 마수들이 무리를 짓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무엇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그들의 갈기.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동물의 털처럼 보이지만 분노, 사냥 혹은 전투 상황이 되면 그것은 단지 털이 아니었다.
사냥 혹은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느낄 때면 그들의 털은 부채꼴로 바싹 세워져 날카로운 칼날 모양로 변했다.
그렇기에 적응이 되지 않은 초보 마수 사냥꾼들은 때때로 그 사실을 망각하여 그 갈기에 당해 목숨을 잃곤 했다.
뭐 대충 그런 특징이 있고 그렇게 알려져 있는 게 바로 이 우르브독이다.
하지만 체스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그가 잡아본 마수들 중 제일 만만한 게 이 녀석들이니.
“후후. 와라. 이 자식들아. 내가 너희를 찾으러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아냐?”
체스는 칼을 단단히 쥔 채 그들의 공격에 대비했다.
마수들은 체스를 순식간에 둘러쌌다.
역시나 시작은 집단 공격이다.
무리들 중 한 마리가 먼저 발을 살짝 움직인다.
먼저 간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체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조용한 걸음으로 거리를 좁히는 마수.
뚜둑-
근육이 팽팽해지는 소리가 체스의 귀에 들려왔다.
‘곧이구만.’
그 마수는 뒷다리를 잔뜩 움츠리는가 싶더니 일순 활시위를 떠난 화살마냥 체스에게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앙-
두어 걸음 만으로 삽시간에 체스와의 거리를 좁힌 녀석이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찬 입을 양껏 벌렸다.
마수의 벌려진 입에서 내장이 썩은 듯한 악취가 역한 냄새를 풍긴다.
‘충치는 안 받는다. 자식아!’
체스의 미간에 솟아오른 혈관이 꿈틀거린다.
약간의 악취가 체스의 코로 흘러 들어간 듯했다.
악취 또한 나름 훌륭한 무기.
하지만 거기에 정신을 팔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곧 죽음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익숙한 마수들이라고는 해도 그런 아마추어 같은 짓은 해서는 안된다.
체스는 재빨리 몸을 숙여 악취가 흐르는 이빨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차캉-
마수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고 체스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순간 마치 느린 화면 마냥 둘의 몸이 서로를 살짝 스치고.
체스의 몸이 마수의 공격을 비켜내는 순간 우르브독의 갈기가 빳빳하게 섰다.
스걱-
부채살 마냥 만개한 날카로운 갈기는 그대로 체스의 피부를 긁으며 지나갔다.
일순 불에 화악 데인 듯 체스의 피부가 화끈거렸다.
‘아차. 너무 오랜만이라 젠장… 이걸 까먹었네.’
탁- 탁-
재빨리 거리를 벌린 체스가 상처를 쳐다보았다.
근육을 뚫지는 못한 듯 다행히도 단순히 긁힌 상처였다.
피가 약간 나지만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다.
“쳇. 시작도 전에 긁혀버렸네.”
이딴 마수들에게 긁히다니.
이거 영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데.
체스는 혀를 끌끌 찼다.
말을 하는 사이 세 마리가 동시에 체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서로 한 번의 스침을 통해 간은 본 상태이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녀석이라는 건 확실히 안 듯한 움직임이었다.
저 정도의 단순한 공격에 상처를 입는 걸 보면 덩치만 그럴듯하지 대단한 실력은 아니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이왕 먹이 하나가 제 발로 굴러 들어왔다면 그런 먹이를 놓칠 수야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이것들이?”
피식 웃은 체스는 흐르는 피를 닦지도 않은 채 이제 봐주는 건 없다며 재빨리 칼을 들어 앞서 달려오는 마수의 발톱을 막았다.
남은 한 손은 주먹을 쥔 채 힘을 꾸욱 모으는가 싶더니.
옆에 나란히 달려오던 한 마리의 옆구리를 그대로 주먹으로 찍어버렸다.
퍼어억-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예상치도 못했던 엄청난 고통이 마수의 옆구리로부터 온 몸으로 퍼져 나갔다.
분명히 주먹으로 때렸을 뿐인데 가죽이 터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캐애애애앵-
높은 데시벨의 소리가 숲 전체를 울렸다.
그저 만만하게만 보던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터에 고통에 얼룩진 마수에게서는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한편 달려오던 우르브독은 체스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지며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는 부지불식 간에 나란히 덮쳐나갔던 마수와 심하게 부딪혔다.
다행히 연못 주변이라 땅에 풀들이 자라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필경 심한 부상을 입었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 공격은 도미노 마냥 바로 옆의 마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캐에에엥-
또 한 마리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텅-터엉-
바닥에 맥없이 뒹구는 우르브독.
특히나 옆구리를 세게 얻어맞은 우르브독은 충격이 꽤나 큰 듯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제대로 일어서지조차 못했다.
“헹~ 어떠냐? 이것들아.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지? 작것들이 아주 호구로 보고 있네~”
피식 웃은 체스.
방금의 한 방으로 마수들의 표정이 싹 바뀐 게 마음에 들어 마지않는 얼굴이었다.
체스는 바로 다음 행동을 이어갔다.
그는 저렇게 나뒹구는 꼴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초보가 아니었다.
저런 꼴을 보고도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마수 사냥꾼이라 할 수 없지.
속전속결!
여세를 몰아 체스는 발톱을 막고 있던 칼을 그대로 스윽 그어 뺐다.
그리고는 뒤에서부터 큰 원을 그리며 냅다 칼을 내리꽂았다.
슈우우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