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42
42
출발(6)
환수.
체스는 환수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았다.
늘 마수라는 말만 들어왔던 그였다.
심지어 마수에 대한 책도 마수도감이라고 작명하지 않았는가.
-환수란 말은 처음 들어봤냐?
“그…그렇지. 너희는 마수지 않냐.”
-이래서 인간들은 안돼. 그건 너희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멋대로 갖다붙인 것이라는 걸 네놈은 모르겠지. 인간들은 이 세계에서 자신들 만이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다.우리는 환수. 그리고 환수계에 사는 존재들. 그 옛날 너희는 우리를 너희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너희가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지. 우리 환수들이 자의로 인간계로 넘어오든 타의로 넘어오든 말이지.
일순 헬캣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렸다.
그 모습에 저절로 위축되어지는 체스.
자신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위축이 되는 건 왜인지…
하지만 헬캣의 말은 끝이 난 게 아니었다.
-너희는 우리의 모든 걸 얻어 그걸로 모든 생활을 하지. 거리에 비춰지는 전등. 무기. 환수의 모든 것들이 너희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신의 선물이 되는 셈이지. 아무리 신이 우리에게 강력한 육체와 힘을 주었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탐욕하는 동물들. 너희는 우리를 이용해 너희의 삶에 이용하고 정치질에 사용하고 모든 것에 우리를 끼워넣지.
“아. 그런… 것이었나. 그런데 그걸 왜 나에게…?”
체스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살고자 해서 이 길을 택한 것 뿐이었는데 왜 자신이 지금 헬캣의 모든 울분과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내 잘못은 아닌데…”
-아. 너무 흥분했군. 그래 여하튼 그렇다.
헬캣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실은 마수라는 이름은 환수에 대해 잘 모르는 인간들이 멋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마수라는 이름이 주는 임팩트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꽤나 크지 않은가.
그리고 인간들이야말로 자신들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척하고 말살하는 것이 주특기니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니.
인간들은 인간계에 산다.
평범한 인간들은 지금 자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이 곳, 인간계가 세계의 전부인 줄 안다.
물론 신을 믿는 자들은 저 하늘 위에 신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또 다른 별개의 이야기이다.
대신 이 세계에는 인간계와 연결된 또 하나의 세계가 있었다.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그런 불편한 진실인 것이지.
그 세계는 그 곳이 실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들 사이에서 마계라 불리는 세계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인간계로 넘어오는 생물들이 바로 마수였다.
한 마디로 마수라는 것은 마계의 생물.
그리고 인간계와 마계 사이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문을 통해 튀어나오는 존재들이었다.
꼭 문이 아니더라도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있었지만 그건 또다른 방법이니.
여하튼 마계라 불리는 그 세계의 실제 명칭은 환계.
그리고 마수들은 실은 환계에 사는 생물들을 일컫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체스의 눈앞에 있는 헬캣은 마수가 아니라 S급의 환수라는 말인데…
그것도 마수도감의 거의 끝부분에 기재되어 있는 강력한 환수.
하지만 굳이 왜?
도대체 S급의 환수가 왜 이곳에 그것도 자신의 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다짜고짜 나타나서는 냄새 어쩌고저쩌고 하지를 않나…
“S급…”
-S급? 아~ 인간들이 매겨놓은 우리 환수들의 등급?
헬캣은 이미 그런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그래. 넌 S급의 헬캣이잖아.”
-훗. 가소롭군. 고작 인간 따위가 우리를 평가한단 말이야? 기가 차는군 정말. 내 앞에 나타났던 모든 인간들은 아마 다 죽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그들이 내 평가를 할 수 있지?
정말 기가 차다는 표정을 한 헬캣이었다.
따지면 끝도 없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에 온 건 아니니.
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볼까?
헬캣은 다시 질문을 하려 했다.
순간 먼저 던져진 체스의 질문.
“그…그래. S급이든 아니든 그리고 환수든 마수든 간에 왜 갑자기 나에게…?”
-그래. 내가 마침 물으려 했던 걸 네가 먼저 질문해 주는군. 네 몸에 깃든 그 기운. 그것은 어떻게 얻게 된 것이냐?
“무… 무슨 기운 말이야?”
-네 몸에 있는 기운을 넌 모르는 것이냐? 그건 함부로 너희 인간들이 가져선 안 되는 기운이다.
체스는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헬캣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만도 기절초풍할 노릇이건만 다짜고짜 기운 타령을 하고 있으니.
헬캣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평생 모르고 살았을 일을 지금 이 산 속에서 듣고 있었다.
-그 기운을 나에게 넘겨라. 네가 가져서는 안 될 기운이다.
“아니. 기운이 뭔지도 모르는데 무슨 기운을 어떻게 넘기라는 거야?”
솨아아아악-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 것이냐!
일순 폭발적인 기운이 헬캣에게서 퍼져 나왔다.
그에 따라 꼬리에 붙은 손가락만한 불길도 갑자기 화악 터져 나왔다.
생긴 건 고양이 마냥 귀엽기만 한데 꼬리의 불길이 거세진 모습은 정말이지 악귀에 진배없다.
체스가 보기에는 말이다.
지금껏 빚 빼고는 무서운 것 하나 없이 살아온 체스였지만 어째 방광이 찌릿찌릿해지는 게 이번만큼은 정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잠시 A급 마수인 디아고스트와 싸웠을 때를 기억에 떠올려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절대 이렇지 않았어.’
이내 고개를 젓는 체스.
그 녀석과 싸울 때도 물론 긴장되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몸에 따끔따끔하게 느껴지는 이 정도의 위압감은 아니었다.
정말 비명이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헬캣이 뿜어내는 기세에 채 지르지도 못한 비명은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갔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겁을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체스였지만 여기서 한 마디만 삐끗하더라도 곧장 하늘에 있는 엄마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럼 한번 볼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순식간에 체스의 코앞까지 다가온 헬캣은 앞발을 쓱 들었다.
그의 앞발은 정확하게 체스의 심장 부근을 발톱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의 발톱을 따라 움직인 체스의 시선.
그 발톱은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꾹 누르고 있다.
‘확실하군. 이건.’
체스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헬캣은 그의 심장을 누르는 순간 알았다.
그의 몸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 있는 그 기운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같은 것임에 분명했다.
-내가 지금이라도 힘으로 빼내고 싶지만 함부로 인간을 죽여선 안 되기에 참는 것 뿐이다. 그러니 너의 자발적인 참여를 바란다.
“지…진짜 그게 왜 내 몸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줄도 몰랐고 어떻게 빼내는지도 몰라…”
체스의 얼굴은 순식간에 울상으로 바뀌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