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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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급심사(3)
아벤이 가리킨 그 곳.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
저기 저 등껍질.
도르도라의 특징이었다.
엄청나게 두꺼워 보이는 저것.
그리고 날카로워 보이지는 않지만 그 등껍질 위에 촘촘히 박혀있는 가시들.
이들의 나이 측정은 바로 저 가시의 수로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보이는 도르도라의 등껍질 부분의 가시는 남는 공간 하나 없이 빽빽하게 가득 차 있었다.
저 등껍질 부분의 뭉특한 가시들만 조심하면 될 듯한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
그렇게 단순히 생각하고 접근을 하는 순간 바로 큰 낭패를 보는 게 바로 저 도르도라였다.
도르도라는 자신이 위협을 느끼는 순간 바로 몸을 둥글게 말아버리는 습성이 있었다.
그리고는 맹렬하게 회전을 시작한다.
그래서 도르도라가 지나간 자리에는 마치 굵은 바퀴가 땅을 휩쓸고 간 듯한 자국이 남는 게 특징이었다.
남아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은 물론 덤이다.
괜히 B급의 마수가 아닌 것이다.
“저거 만약에 잡으면 B급 마수를 또 잡아와야 하는 거 아냐?”
“글쎄. 그건 우선 저 녀석이 도르도라를 이겼을 때에 생각해 봐도 될 것 같은데.”
“아~ 하긴 그렇지. 어차피 탐색꾼들이 계속 탐색을 하고 있을 거니. 크크크.”
보통 심사장에는 등급별로 심사용 마수를 포획해 두고는 했다.
라이손 성도 물론 마수 사냥꾼들의 심사가 가능한 곳이었기에 기본적으로 B급 마수들까지는 포획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포획이라…
일반적인 사냥에 비해 훨씬 어려운 일이다.
뭐 간단히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시체를 끌고 온다와 살아있는 걸 끌고 온다고 생각을 하면 되지.
한 마디로 마수들을 포획하는 일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다.
시작은 우선 마수 탐색꾼들이 광범위하게 지역을 탐색한다.
그리고 마수의 흔적을 찾으면 추적을 시작해 마수가 머물고 있는 위치를 파악한다.
이 때에 사용되는 것은 마수들의 배변이나 영역 표시 등의 흔적이었다.
전문적인 마수 탐색꾼들은 대충 지형만 보고도 마수를 쉽게 찾아낸다고 하긴 하나 그 정도의 실력은 몇 명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마수의 위치가 확실해지면 마수의 등급에 맞춘 포획대가 출발을 한다.
그 일은 마수 사냥꾼들이 담당했다.
그 중에서도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닌 보통 실버 이상의 마수 사냥꾼들만이 이 일에 해당이 되었다.
포획을 위해서는 다수의 인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높은 생존률에 반해 이 일을 꺼리는 마수 사냥꾼들도 많았다.
의뢰보다 보수도 적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합은 그러한 공백을 막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아예 마수 사냥꾼들이 일 년에 몇 번의 포획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조항을 만들어 둔 것이었다.
마수는 점점 늘어나고 마수 사냥꾼을 하려는 이들은 많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에 나중에는 자격증까지 박탈이 되니.
지금 심사장 안에 들어온 도르도라도 아벤 일행이 직접 잡아온 심사용 마수였다.
이걸로 올해의 마지막 포획을 마쳤기 때문에 확실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저거 웬만한 실력이 되지 않으면 힘들 건데.”
아벤이 중얼거렸다.
당시 저 도르도라가 하도 여기저기 굴러 다니는 바람에 꽤나 고생을 한 자신이 문득 생각이 나는 아벤이었다.
“보자. 어떻게 싸우는지. 실력이 딸리면 죽는 거지 뭐.”
모두는 체스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보기 위해 심사장을 내려다 보았다.
****
드르르륵-
체스는 쇠창살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서 관객들이 함성을 지르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지만 그의 눈은 쇠창살 너머에 있는 어둠 속에 묻힌 무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저건… 도르도란가…?”
직접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어우씨… 크네.
분명히…
체스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도르도라의 특징에 대해 열심히 끄집어 내기 시작했다.
‘이야… 저거 잡을 수 있으려나? 제발 심사에 통과해야 할 건데…’
체스는 검을 든 채 왼손의 클링어를 다시 한 번 만지작거렸다.
쿵- 쿵- 쿵- 쿵-
걸어오는 소리가 온 심사장을 울린다.
눈이 약간 풀린 듯한 게 마수 특유의 야생성을 죽이기 위해 무언가 약물을 사용해 둔 듯했다.
크와아아아앙-
고개를 세차게 한 번 흔들며 괴성을 내지르는 도르도라.
그제야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예의 야생성을 회복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 시선이 향한 곳에는 심사장 한가운데 서있는 체스가 있었다.
푸르륵-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다음 행동은 단 1의 망설임도 없었다.
도르도라는 이미 체스를 적으로 인식한 듯 보였다.
머리 부분에 달린 가시로 그대로 받아버리겠다는 듯 머리부터 들이대는 도르도라.
달려오는 속도에 땅이 절로 두두두두 뒤흔들려갔다.
샥-
또 이런 건 피해줘야 제맛이지.
체스는 재빨리 옆으로 피한 후 냅다 도르도라의 뒤로 내달렸다.
그럼과 동시에 왼손에 달린 클링어를 누르는 체스.
푸슉-
장치를 누르자 클링어에서 튀어나온 건 날카로운 화살.
빠른 속도로 화살은 도르도라의 꼬리 부분으로 날아갔다.
그가 발사한 화살에는 끈이 달려있었다.
하지만 괜히 B급 정도의 마수가 아니다.
그 정도도 못 알아차릴 도르도라가 아니지.
도르도라는 날카롭게 느껴지는 살기가 실린 화살을 알아차리자마자 뭉특한 꼬리를 좌우로 재빠르게 흔들었다.
틱-
화살은 부질없이 허공을 날아가고.
체스는 재빨리 화살을 다시 왼손의 장치로 회수했다.
어차피 처음 한 번의 시도로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음 동작을 위한 회수였다.
하지만 미처 화살이 채 돌아오기 전.
순간 체스를 향해 날아오는 도르도라의 굵직한 꼬리.
무게감이 실려서 그런지 날아오는 꼬리의 기세는 자못 위협적이었다.
우와아악-!!!
‘아으~ 이건 도망을 못 가겠다.’
좌우로 흔들어 대던 도르도라의 꼬리였다.
그것은 대검을 치켜든 자신의 오른쪽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온다!”
힘이 가득 실린 오른쪽.
카아아아아아앙-
체스의 대검과 도르도라의 꼬리가 부딪혔다.
일순 불꽃이 튄다.
그의 검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엄청나게 묵직한 공격이었다.
‘막았다.’
하지만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어디 저 정도의 마수가 보통의 무게겠는가.
꼬리를 막아냈다 생각한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체스의 발은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순전히 타의에 의한 움직임이었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