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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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급심사(6)
아벤의 지적은 딱 정확했다.
하긴 프로 중에서도 프로인 아벤 아닌가.
대충 봐도 견적은 척이지.
저 녀석처럼 아이언 등급의 마수 사냥꾼이 B급 마수를 만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당연히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모름지기 하나의 마수를 상대할 때는 수십 번을 상대를 해봐야 그 마수가 익숙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움직임이 좋다 뿐이지 도르도라에 대한 상대법은 전혀 모르고 있는 듯했다.
내심 기대감에 차있던 아벤의 눈매가 다시 식어갔다.
뭔가 잘 하기는 하는데 이게 뭔가 좀 부족한 느낌 있잖은가.
나름 선방을 하기는 하는데 그 선을 넘기기에는 아직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체스였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 지금 저 녀석의 움직임대로라면 혹시 또 모르지. 도르도라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단, 운이 함께 해야겠지만 말이야.”
턱에 손을 괸 채 기스가 중얼거렸다.
“뭐. 네 말이 틀린 적은 없으니.”
아벤도 다시 여유롭게 다시 심사장 안의 체스와 도르도라의 전투 장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
체스가 한창 도르도라와 싸우고 있을 무렵.
헬캣은 심사장의 제일 꼭대기에 엎드린 채 심사장을 내려다 보는 중이었다.
정확히는 도르도라.
그는 지금 심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자신도 환수의 일종인 헬캣.
지금 보이는 도르도라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환수이다.
왜 하필이면 도르도라 저 녀석은 이딴 곳에 끌려와서 저런 거지같은 꼴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헬캣의 기준 안에서는 환수로서 가장 치욕이라 할 정도로 수치스러운 죽음이었다.
본디 환수계는 모든 것이 약육강식이다.
자신도 환수도감에 환수로 분류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그러한 생활을 해왔다.
비록 지금은 인간계에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저녀석도 분명히 그런 삶을 거쳐왔을 터인데…
하긴 어찌 알겠는가.
이 곳이 평생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곳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터.
환수계에서의 죽음은 곧 새로운 삶으로의 시작을 의미했다.
어떤 종족의 어떤 환수로 태어날 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새로운 환수로의 탄생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비록 죽음은 슬플지언정 환수계 내에서라면 새로운 삶이 보장되어 있는 게 환수들이었다.
반면 지금 도르도라의 경우와 같이 인간계에서 환수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인간계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환수의 모든 것은 인간계의 양분이 될 뿐이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말이다.
환수의 모든 것은 낱낱이 까발려지고 해체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은 인간들의 소유.
그런 치욕적인 죽음이 세상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특히나 환석.
인간들이 제일 갖고 싶어해 마지않는 물건이었다.
환석은 그 활용도를 따지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인간계 곳곳에는 환석이 적극 활용되고 있었다.
비행선, 전등 등 전반적인 사회 기능에 모두 사용되는 것이 바로 환석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마수들만큼 폭발적으로 마수 사냥꾼들도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뭐 지금 보이는 도르도라의 상황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환수의 활용도가 인간계에서 높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멍청한 놈. 눈알 풀린 거 좀 봐라. 저딴 약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인간 따위에게 잡혀서 저 꼴을 당하지.
영 마뜩찮아하는 표정의 헬켓.
헬캣은 도르도라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중이었다.
저기 심사장 안에서 체스와 함께 발버둥을 치는 도르도라는 이미 인간에게 잡힌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듯했다.
환수에게서 볼 수 있는 환수 특유의 눈매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곱게 보내주고 싶긴 하네. 저런 녀석은 환수의 수치이거늘.
아직은 누가 이길 지 알 수 없었다.
현재까지는 저렇게 발버둥은 치고 있지만 체스가 밀리는 추세였다.
하지만 헬캣은 적어도 도르도라가 여기에서 살아나가지는 못 할 것이라 100% 예상하고 있었다.
체스에게는 그것이 있으니까.
보아하니 조금씩 빨라지는 체스의 움직임을 봐서는 그것이 조금씩 체스에게 스며드는 중인 것 같았다.
정작 그것을 다루는 본인만 깨닫고 있지 못할 뿐.
스윽-
순간 헬캣의 옆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
-좋은 말로 할 때 가라.
“오호홍. 관전은 어떠신가요?”
사라진 줄 알았더니 계속 주변을 맴돌고 있었나보다.
그는 손에 든 무언가를 연신 집어 먹으며 헬캣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런 걸 보면 역시 좀 그렇죠? 가슴 한 켠이 막 좀 짜증나고 그렇죠? 오홍홍.”
-……
헬캣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어글리불.
“뭐 당신도 환수니까요. 말은 않지만 저런 꼴을 보면 화도 날 것이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그래서 제가 더욱 이해가 안 가긴 해요. 왜 저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인지. 그냥 가져가게 내비두면 될 것을 왜 이렇게 옆을 지키고 있는 건지 원. 오호홍.”
-… 적어도 너희처럼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더군다나 그건 엄연히 주인이 있는 것. 너희가 함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단 말이다.
“오호호호. 그 무슨 말을 그리도 재미있게 하세요? 주인이 그걸 넘겼으니 이제 저 인간이 주인인 것이죠. 듣다듣다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듣겠네.”
-미쳤냐?
“미치다니요. 이렇게 지극히 정상적인 말을 하고 있는데 전 오히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이 이해가 안 가네요. 오호호홍.”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도 모르냐?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진다면야 아무리 나라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지극히 강제적인 개입이 아니냐? 그리고 다른 주인들이 가만히 있지도 않을 것이고.
“오호호호홍. 그건 두고봐야 알겠죠.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붙어 있는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저도 저 나름대로 지켜보죠.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궁금하네요.”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저건 손에 넣을 수 없을 것이다. 광대 녀석아.
“후훗. 기대하겠습니다.”
슈르륵-
어글리불은 그대로 형체를 지워갔다.
-…역시 재수 없는 놈이야.
그 사이 심사장은 더욱 달아오르는 중이었다.
도르도라는 자신의 몸을 돌돌 만 채 미친듯이 심사장 안을 휘젓고 있었다.
그리고 체스는 그걸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는 중이었고.
헬켓은 다시 둘의 대결을 보기 위해 몸을 엎드렸다.
순간 귀를 쫑긋 움직이는 헬캣.
-음…?
갑자기 헬캣의 감각에 뭔가 익숙하고도 더러운 느낌이 걸려든 탓이었다.
이것은 분명히…
-…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또 늘었네.
그대로 엎드린 채 중얼거리는 헬캣.
쿠구구구궁-
순간 어마어마한 진동과 함께 심사장 바닥이 굉음을 내며 터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