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63
62
어스아시시(1)
시작은 라이손 성 외곽에서부터였다.
미세한 진동은 저 멀리서부터 빠른 속도로 땅 속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리고 그 진동은 점점 라이손 성으로 가까워져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갔다.
일직선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규모의 진동.
“뭐여. 뭐여. 지진이야?”
“몰라! 엎드려. 살고 봐야지!”
경계를 서고 있던 자들도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진동이었다.
그들은 경계고 나발이고 무기도 냅다 던져 버린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성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진동은 지면과 가까워지는 듯했다.
약하게 지어진 몇몇 건물들은 그대로 폭삭 주저앉을 정도였으니.
그 사이 진동은 라이손 성의 성벽을 넘어 안쪽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진동은 심사장 안에 있는 모두에게까지 전달이 되고 발바닥 밑에서부터 드드드 올라오기 시작했다.
점점 강해지는 진동.
두두두두-
심사장 전체가 마치 무너질 듯한 격한 진동이 밀려온다.
헬캣이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뭐지?”
“무… 무슨 일이야?”
“지…지진이야? 이게 다 뭔 일이래?”
“우…우리 지금까지 이런 적 없었지 않아?”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내륙 안쪽인 이 곳에서 도대체가 이런 지진이 왜 갑작스레 오는 건지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어느 새 점점 더해진 진동은 그들의 안전마저 위협할 정도였으니.
관전의 열기는 어느 새 식어버렸다.
둘의 대결을 한창 즐기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불편한 당황스러움이 드러났다.
아벤을 비롯한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다.
관람석에 앉은 채 편안하게 심사를 보고 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들의 표정은 일반인들보다 조금 더 심각했다.
아마도 닳고 닳은 경험 탓이겠지.
그들은 이미 이 진동이 어째서 오는 것인지 알고 있는 듯했다.
“이건…”
“…이런 적은 없었지 않아?”
“…야. 큰 거다.”
마수 사냥꾼들은 진동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심사장을 향해 밀려온 진동.
곧이라도 심사장은 무너질 듯한 정도의 격함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두-
뚝-
갑자기 진동이 멈췄다.
순간 싸늘한 침묵이 심사장 전체를 감쌌다.
지나칠 정도로 기분 나쁜 조용함이다.
“이제야 끝났나본데?”
“휴. 그냥 지진이었나봐.”
관중들은 그제야 멈춘 진동에 안심이 되는 듯 다시 심사를 재개하라며 여기저기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는 기스.
그의 손은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도 그를 보며 바짝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순간,
터졌다.
푸화아아아아악-!!!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심사장의 바닥에서부터 무언가가 땅을 뚫고 나타났다.
****
헉-!!!!!!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이런 심사장에 이 무슨 일이…
또다른 마수의 출현이다.
갑자기 홱 튀어나온 마수에 심사를 즐기고 있던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혼비백산했다.
크르르르르르르-
땅에 꼬리를 깊숙이 박은 채 몸을 흔들흔들거리고 있는 마수.
끼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악-!!!
아까까지만 해도 열광적으로 응원을 퍼붓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열기를 띈 응원은 없었다.
심사장 안은 이제 함성 대신 사람들이 질러대는 비명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을 파악 못 할 정도로 멍청한 관중이 아니지.
그들은 상황을 읽자마자 저마다 자기 한 몸 건사하겠다며 미친 듯이 심사장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관중들의 서로 살겠다는 이기심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히이이이이이익-
심사장 곳곳은 아비규환이었다.
누가 밟히건 신경도 쓰지 않고 도망가기 바쁜 사람들.
아마도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서로 밀치고 밀쳐지는 난리통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자나 몸이 약한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밀려 넘어지고 세상 난리가 이런 난리도 없을 정도였다.
“이런 니기미.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구만. 이거 정리 좀 해야 하지 않아?”
“기다려. 우리는 더 중요한 게 있다.”
기스가 심사장 안에 튀어나와있는 마수를 주시했다.
그의 말이 너무나도 정답이었기에 아벤은 입술을 깨물었다.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도 얼굴을 찌푸리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기스의 말마따나 주변의 상황보다는 마수의 처리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라이손 성에서 자신들이 없다면 마수를 잡을 사람이 없으니.
그들은 마수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아벤을 비롯한 마수 사냥꾼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보기 싫은 상황인 것만은 확실했다.
아마도 마수만 없었다면 당장에라도 사람들을 구했겠지.
그 사이에도 사람들이 움직이는 심사장 곳곳에서는 계속해서 비명과 욕설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아아악!”
“엄마아아아아아아아!!!”
아벤의 뒤편에서 들리는 엄마 그리고 아이의 비명소리.
아벤의 귀가 쫑긋거렸다.
그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엉덩이를 살짝 떼는 찰나.
“이런 샹!!!!!!”
아이의 비명소리에 아벤의 뒤에 있던 동료 하나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재빨리 그 곳으로 몸을 날렸다.
아벤이 뒤를 돌아보니 그와 같은 등급인 벤토르였다.
“하여간 유부남 아니랄까봐 저런 건 또 제일 빠르지.”
아벤이 중얼거리는 사이 벤토르는 어느 새 여자아이에게 가있었다.
그가 보니 이제 갓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도망가던 와중 잡고 있던 엄마 손을 놓쳐버린 아이인 듯했다.
그 탓에 아이는 뒤에서 밀려드는 사람들에 의해 그대로 깔려버린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옷 여기저기에 찍힌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며 벤토르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에게도 어린 딸이 2명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괜찮아? 엄마는.”
말해 무엇하나.
엄마는 아이의 손을 놓치자마자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에 밟혀버렸는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그저 훌쩍일 뿐.
충격을 너무 받은 듯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모습이었다.
“옳지. 옳지. 그래. 크게 심호흡을 하렴. 아저씨가 왔잖니. 이제 괜찮아.”
벤토르가 아이를 안은 채 쓰러진 엄마에게로 가 용태를 살폈다.
다행히 밟힌 게 얼마 되지 않아 정신만 살짝 잃은 듯했다.
하악. 하악.
“어…엄마… 이…ㄹ…어나…”
말을 더듬더듬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이.
“비켜! 이 새끼야!”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높고 굵은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