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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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아시시(3)
온통 본능에 지배된 듯한 어스아시시의 눈동자다.
하지만.
모든 환수가 다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약해빠진 보잘것없는 환수들에게나 적용되는 말.
A급 이상의 환수들은 어느 정도 그것을 제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어스아시시는 S급.
그 정도를 제어하는 것은 어스아시시에게 있어 땅을 파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한 마디로 충분히 제어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S급 환수인 어스아시시가 이 곳까지 올 이유는 딱히 없을 터인데.
인간을 죽이거나 그런 욕망도 충분히 제어가 가능하다면 말이다.
그 이유인즉슨 바로 이것.
인간계에 있던 어스아시시는 지하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체스가 가진 바로 그 기운이 자신의 기감에 포착되었다.
그것은 땅 속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자신의 몸마저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뚜렷이 느껴지는 단 하나의 기운.
파괴하고픈 욕망을 넘어설 정도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그 기운은 감히 자신이 거부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하긴 그게 누구의 기운인데.
어스아시시가 알기로는 그 기운의 주인은 분명히 자신의 지역에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히 임자가 없다는 말.
자신이 분명히 탐욕을 부려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겠지.
뭐 게다가 거부할 수도 없으니.
저 정도의 기운은 자신이 거부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취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기운으로 녹이는 것은 금방이니.
그래서 열심히 달려온 이 곳.
어스아시시가 느낀 기운의 진원지는 바로 여기.
라이손 성의 심사장이었다.
-어딨냐. 그 기운은 어디에 있냐?
도르도라 따위.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약해빠진 데다가 인간에게 잡혀버릴 정도로 연약한 녀석은 이미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딴 것도 환수라고.
도르도라를 터뜨려버린 후 어스아시시의 양 갈래로 가늘게 찢어진 4개의 눈이 쉴 새 없이 뒤룩거리며 심사장 안을 살폈다.
-야! 어이~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자신의 욕망을 마구 표출해내던 어스아시시의 몸이 일순 멈췄다.
‘…사념…?’
자신에게 이 정도의 사념을 발산할 수 있을 정도라면 최소한 자신보다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는 말인데.
기운을 찾던 행동을 멈춘 어스아시시는 4개의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며 소리의 발산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멈췄다.
4개의 눈이 고정된 곳은 심사장의 제일 높은 곳.
그 곳에서부터 강력한 기운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누구냐?
****
어스아시시는 잔뜩 긴장한 채 낮고도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념을 날릴 정도라면 보통 녀석이 아니니.
-개나 소나 노리는 녀석들이 넘쳐나는구만. 꺼져라. 하던 대로 너의 욕망을 발산하고 환수계로 돌아가라.
단호한 말투의 헬캣이었다.
그리고 그 정체를 확인한 어스아시시.
4개의 눈동자가 꿈틀거렸다.
-아니? 너…너는? 헤…헬캣… 네 놈도 그걸 노리고 있느냐?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는 어스아시시.
자신을 위에서부터 내려다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녀석 중 하나 아닌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 한 가지 확실하게 아는 건 적어도 네 건 될 수 없다는 것 정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심사장의 제일 높은 곳에 있었다.
어스아시시를 내려다보는 헬캣.
헬캣의 2개의 눈동자는 매우 차가운 시선을 띈 채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어스아시시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할까? 말까? 과연 무엇이 더 이득일 것인가.’
어스아시시의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계산이 돌아갔다.
그 이유는 뭐 단 하나지.
헬캣.
지금이야 저렇게 조그만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게 본 모습일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환수계에서도 이름이 자자한 환수.
헬캣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시비가 붙으면 곧장 도망을 가야 하는 게 정석.
하지만 눈앞의 떡이 어찌나 커보이는지.
번득-
어스아시시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더니 최종 결론이 나왔다.
‘빨리 그걸 취하고 땅 속으로 도망가서 내 것으로 녹이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욕망에 충실할 때.
-이건 내 것이다!
-…죽고 싶은 게로구나? 욕심을 부릴 걸 부려야지. 지금 그 떡이 커보이지? 체할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거지? 참나.
-이걸 가지면 장차 한 구역의 주인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걸 포기하란 말이냐?
-미친 놈.
헬캣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저 녀석 완전 지금 정신이 반쯤 나가있다.
눈앞의 욕망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게지.
-너 따위가 그 분들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냐? 네가 그걸 먹어서 하늘이 두 쪽나더라도 절대 넌 이길 수 없어. 나도 못 이기는 놈이 무슨. 기가 차네. 진짜. 크흐흐흐.
빈정거리는 투의 사념이 어스아시시에게 흘러 들어왔다.
-적어도 넌 이길 수 있겠지. 헬캣.
-후후후후후후후. 우리 환수들은 인간을 죽이면 죽일수록 점점 그 살의에 오염이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지금 인간들이 네게 달려드는구나. 잘 해봐라. 네가 얼마나 하는지 지켜보지.
-…그럼 넌 끼어들지 않겠다는 것이냐…?
-굳이 내가 아니라도 인간들이 처리를 해줄 건데 무에 걱정이냐? S급의 환수라는 놈이 그리도 생각이 없어서야 원. 네 주변이나 걱정해라. 멍청한 놈아. 쯧쯧.
헬캣의 말에 어스아시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야에 관중석에서부터 무기를 든 채 달려오는 인간들이 보였다.
자신을 보고도 대들 정도라면 마수 사냥꾼이겠지.
하지만 이내 콧방귀를 뀌는 어스아시시.
어느 정도의 등급인지 알 수 없는 인간들이지만 달려오는 뽄새를 보아하니 고만고만한 녀석들인 것 같다
-고작 저 정도로?
어스아시시는 콧방귀를 꼈다.
저 따위 것들 금방이지.
그때.
‘으음…?’
그의 민감한 후각이 아주 달콜하고도 이질적인 향기를 잡아챘다.
그 향기의 주범은 심사장 안쪽 벽에 엎어져 있는 인간.
그 인간에게서 자신이 찾아 마지않던 짙은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 나왔다.
‘이 먼 길을 오게 한 녀석이 바로 저 녀석이구나!’
목표를 확인하고 재차 헬캣을 확인하는 어스아시시.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위에서 관람을 하는 중이었다.
-…끼어들지 마라.
-맘대로 해라.
‘좋아.’
확신이 생겼다.
어차피 헬캣은 참여를 안 할 것이다.
만약에 자신을 죽이러 오더라도 그 전에 모든 인간들을 죽여버리고 기운을 취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어스아시시는 확실하게 마음을 정한 듯 심사장이 떠나갈 만큼 괴성을 질러댔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