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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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아시시(8)
퍼억-!!!
심하게 내동댕이쳐지는 체스의 갸냘픈 몸뚱아리.
으아아악-
대검을 끼운 탓에 도망을 가지 못한 체스였다.
덕분에 양껏 휘두르는 마수의 머리통을 피할 틈이 없었다.
박치기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충격 흡수고 나발이고 그딴 게 어디있나.
그나마 그 와중에 팔을 들어 막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심사장의 벽 쪽으로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가는 체스.
티잉-
순간 클링어의 줄이 팽팽해지고.
허공에 뜬 체스의 몸이 멈칫거렸다.
하지만 마수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대검도 클링어도 어느 것 하나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턱이 빠져라 입을 벌린 채 머리를 마구 흔드는 마수.
그렇게 대검과 클링어를 모두 빼낼 심산인 듯했다.
뱅뱅 빠르게 돌아가는 마수의 머리를 따라 지배력을 잃어버린 체스의 몸도 마수의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워어어어어어-
정신도 못 차리고 있는 와중에 팽팽 돌아가는 몸에 죽을 맛인 체스였다.
‘나 좀!!!!!!’
하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원심력 때문에 입 밖으로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그리고 그걸 빤히 지켜보는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
그들은 들어갈 타이밍을 놓쳐버린 탓에 잠시 공격을 멈춘 상태였다.
피해는 둘째치고 지금이라도 들이대자니 저기 매달려 있는 저 녀석이 또 신경이 쓰이고.
슈욱-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수의 입 안에서 대검이 쑥 빠져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툭 빠지는 클링어.
몇 바퀴나 돌아간 건지…
속마저 메슥거렸다.
그리고 마치 줄이 끊어진 연 마냥 힘 없이 관중석 쪽으로 날아가는 체스.
“아니!!! 안 도와줄 거요오오오오오오~~~???”
그의 울부짖음이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심사장에 이어졌다.
****
그리고 열심히 돌아가는 체스를 보고 있는 아벤의 눈.
‘거참 질긴 놈이네. 급이 달라서 그런가… 지금쯤 둔해질 때가 되었는데.’
아벤의 눈동자는 그대로 이동을 해 마수 쪽을 보았다.
매섭게 치켜든 눈동자.
마수의 조그만 변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움직임 하나하나를 쫓고 있는 그의 눈이었다.
“야. 아벤. 우리 저거 잡긴 잡을 수 있냐?”
“뭐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역시 강하긴 한데 말이지.”
“그건 썼어?”
“독?”
“그래. 독.”
“발려 있었지. 혹시나 해서 말이야.”
필수다.
아벤은 사냥을 나설 때면 언제나 자신의 쌍검에 독을 발라두곤 했다.
하나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
나머지 하나는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독이었다.
모두 아벤이 직접 제조하는 독이었기에 제조법도 혼자 알고 해독하는 방법도 혼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사냥하는 날과 진배없는 날이니.
여지없이 자신의 쌍검에는 두 종류의 독이 발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효과가 드러날 때도 훨씬 지난 것 같은데…
…설마 저게 약해진 건 아니겠…지?
게다가 저기 다리.
잘려진 다리 부분에는 어느 새 새로운 다리가 돋아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새빠지게 잘랐더니.
이것 참.
공략법이 보이질 않네.
독도 통하지 않고 칼도 통하지 않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벤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여만 갔다.
****
하지만 아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하나의 눈을 못 쓰게 만들었을 때 독은 이미 어스아시시의 눈으로 스며든 상태였다.
그리고 그 독은 어스아시시의 눈 안으로 파고 들어 혈관을 타고 또 타고 온 몸을 도는 중이었다.
‘크흡. 젠장. 이거.’
머리를 흔들던 어스아시시가 동작을 멈췄다.
그래도 몸에 꽂혀 있던 것들이 툭툭 떨어져 나간 것을 보니 자신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그럼 이번에는.
어스아시시는 자신의 몸 안을 빠른 속도로 치달리는 독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이까짓 독.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독이었다.
인간들이 만든 것 정도로는 자신의 몸을 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도 S급인데.
하지만 지금은 전투 중 아닌가.
일단 이건 여기를 정리한 후에 뽑아내기로 한 어스아시시는 우선 독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이것을 계속 냅두었다가 혹여나 만에 하나라도 잘못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빈대 잡으려다 집 하나 다 태우면 그것이야말로 지랄맞은 상황 아니겠는가.
주위의 인간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얼른 끝을 내야 한다.
어스아시시는 잔뜩 경계하는 자세를 갖춘 채 인간들이 모르게 조금씩 독을 한군데로 모으기 시작했다.
****
한편 공중으로 날아간 체스를 기다리는 건 관중석의 차디찬 바닥이었다.
쿠우우웅-
먼지가 뭉글뭉글 피어 오른다.
그와 동시에 쩌억 부서지는 관중석의 바닥.
“아이고오… 허리야…”
몸을 약간 일으키자 바닥의 잔해가 후두둑 떨어진다.
“으윽…”
답답한 신음소리가 체스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어우… 아파라…”
울컥-
피를 한 움큼 토하는 체스.
그 사이 어스아시시는 독을 한 군데로 모두 몰아 넣었다.
그다지 약한 독인 줄 알았더니.
이런 하찮은 것도 뭉쳐놓으니 무언가 상호작용이 벌어지는 듯 한 게 느낌이 영 찝찝하다.
빨리 빼내지 않으면 뭔가 안 좋아질 것만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이 자신을 지배했다.
-어디냐? 어디에 있냐?
어스아시시는 체스의 기운을 좇아 머리를 틀었다.
마침 관중석에서 몸을 힘겹게 일으키는 체스의 모습이 어스아시시의 시야에 들어왔다.
-거기냐?
어스아시시가 몸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샤샤삭-
몸을 꿈틀대는가 싶더니 그대로 체스에게 돌진하는 어스아시시.
그 모습은 체스에게도 똑똑히 보였다.
자세도 채 못 갖췄는데 자신에게 입을 쩍 벌린 채 머리를 들이대며 달려오는 마수.
‘니기미… 인생에 재미도 못 봤는데… 젓이네…’
****
하지만 그걸 놔둘 마수 사냥꾼들이 아니지.
맨 처음 움직인 건 마리안느였다.
촤라락-
자신의 양팔의 쇠사슬을 촥 펼치는가 싶더니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자신의 양팔에 칭칭 감았다.
그리고는 냅다 도약하는 마리안느.
하아아아압-!!!
몰라보게 두꺼워진 마리안느의 주먹이 달려가는 어스아시시에게 그대로 작렬했다.
퍼어어어어억-!!!!!!
캬라아아악-!!!
순간 어스아시시의 몸이 휘청였다.
생각보다 강한 충격 탓이었다.
-뭐. 뭐냐?
예상치 못한 공격에 일순 방향이 뒤틀어졌다.
그리고 그건 한 방으로 끝나지 않았다.
퍽- 퍼억- 퍼어억-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퍼부어지는 그녀의 주먹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마리안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돕기 위해 다시 달려가려던 다른 마수 사냥꾼들이 약간 멈칫거렸다.
서슬 퍼런 그녀의 기세에 되레 깜짝 놀란 탓이었다.
‘오늘따라 왜 저렇게 적극적…이지?’
그리고 그 와중에 누군가의 중얼거림.
“…저게 사람이야? 아니 그 전에 여자가 맞긴 맞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