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72
71
심사 후(1)
후우우-
이제야 끝났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아벤이 만신창이가 된 심사장을 둘러 보았다.
으으윽-
골골대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꽤 많은 수의 부상자들이 보인다.
이 난리에 휩쓸린 민간인 사망자도 제법 보이고 말이다.
하긴 저런 게 튀어나올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만에 하나를 대비해 자신들이 있긴 했지만 예측을 넘어선 마수의 등장이었다.
S급이라…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게 그나마 다행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아벤은 발 앞에 있는 어스아시시의 시체를 툭툭 찼다.
그리고는 무언가 확인하듯 고개를 획 돌리는 아벤.
아벤의 시선은 심사장의 어느 곳으로 향해 있었다.
그 곳에는 허리를 두들기고 있는 체스가 있었다.
분명히 몇 번이나 처박히는 것도 봤는데 딱히 다친 곳도 없어 보였다.
‘확실히 튼튼하긴 하네. 실력도 저 정도면 아이언 등급은 확실히 아니고.’
하긴 S급 마수의 덩치를 끌어당길 정도의 힘이 어디 정상인가?
힘 만으로 치면 여기 그 누구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는걸.
저 놈.
얘기를 좀 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아벤이었다.
그런 생각에 한창 빠져있던 아벤의 눈에 문득 들어오는 이상한 광경.
마리안느였다.
그녀는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체스에게 전력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응??????
쟤가 왜 저래?
달려올 거면 우리한테 달려와야 하는 것 아닌가?
힘든 전투는 우리가 다 했는데?
왜 저 녀석에게 달려가는 것이지?
아벤이 생각에 빠진 사이 마리안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체스에게 달려가는 중이었다.
궁금하기는 체스도 마찬가지.
저 여자가 왜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이지?
그 사이 어느 새 자신에게 달려온 마리안느.
그녀는 체스가 왜냐며 채 묻기도 전에 질문을 다다다 던졌다.
“괜찮아요? 어때요? 아픈 데는 없고? 아유~ 이 멍 좀 봐.”
체스의 몸을 이리저리 홱홱 돌리는 마리안느.
덕분에 더 정신이 없어진 체스였다.
“이…이거 좀…”
겨우 이어진 체스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얼른 진료소부터 가야지.”
그녀는 자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체스를 덜컥 들처맸다.
그리고는 냅다 어디론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그녀였다.
어이없지 않나 정말?
멀리서 그 꼴을 바라보던 아벤의 얼굴에 황당함이 서렸다.
“…쟤 뭐야?”
하지만 이미 바람 같이 사라진 그녀.
단지 들려오는 건 저기 들처매진 체스의 비명소리 밖에 없었다.
“야. 아벤. 마리안느 왜 저래?”
벤토르가 아벤에게 다가와 툭 쳤다.
“몰라. 나도 처음 보는데 뭘.”
“쟤 머리가 헤까닥 돌아버리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냥 약간 돌아버렸나보지뭐. 저 쪽은 신경 끄고 우리는 이거나 정리하자. 얼른.”
아벤이 눈앞에 죽어있는 마수에게로 눈길을 옮겼다.
이미 나머지 등급이 낮은 마수 사냥꾼들은 부상자들을 옮기고 시체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건 저런 등급의 녀석들이 하는 일이고…
자신들은 해야할 일이 있다.
아벤이 기대감에 손을 샤샤샥 비볐다.
“으흐흐흐흐.”
“야야. 아벤. 이거 얼마나 하려나? 겁내 비싸겠지???”
어스아시시의 사체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기대감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멍청한 놈.
헬캣은 어스아시시가 목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무리 분에 넘치는 것을 탐했다고 한들 어쨌거나 같은 환수.
도와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어스아시시의 최후를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걱정이군. 저런 놈들이 더 많아질 테니… 설마 주인들이 오지는 않겠지…?’
그의 걱정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에 치고 들어온 어스아시시도 그렇고 어글리불도 그렇고.
그래도 지금이야 자신이 어떻게든 견제를 할 수는 있지만 자신보다 상위의 환수들이 올 경우에는 아예 이야기가 달라졌다.
주인들.
만약 문이 완전히 열린다면 바로 넘어오겠지.
그들이 오게 된다면 더 이상의 방법은 없었다.
아직은 그들끼리 눈치를 보고 있지만 그 눈치가 사라진다면?
그 열쇠가 될 수 있는 게 바로 저 녀석이었다.
-저 녀석도 그 책임감을 좀 알아야 할 텐데.
체스를 생각하면 머리만 지끈거리는 헬캣이다.
-에휴. 그냥 죽여버릴까?
…아니지.
그래도 그럴 수는 없지.
그저 자신의 오지랖이 문제지.
고개를 내저은 헬캣이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를 쭉 폈다.
끄어어어어어-
으차.
생각을 복잡하게 해봤자 좋을 것 없으니.
헬캣은 탁탁 가볍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차차.
마무리가 남았지.
헬캣이 걸어가던 몸을 멈췄다.
그리고는 어스아시시의 사체가 있는 곳을 보더니 한 발을 들어 허공에다 대고 몇 번 슥슥 그었다.
사르르르르-
먼지처럼 흩어지는 어스아시시의 사체.
헬캣의 마지막 배려였다.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인간에게 이용당하지 말라는.
그리고 그의 눈에는 흩어져 가는 마수의 사체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선명히 들어왔다.
헬캣은 체스에게 가볼까 했지만 이내 생각을 고쳤다.
마음도 영 불편하고 말이다.
체스가 묵는 여관으로 발길을 돌린 헬캣..
폴짝-
타박타박-
헬캣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심사장을 뒤로 한 채 꼬리를 살랑이며 여관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
심사장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정리가 안 된 상태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사망자 중 자신의 혈육을 찾는 이.
부상 당한 남편을 치료하느라 정신 없는 마누라.
길바닥에서 엄마를 찾느라 울어제끼는 아이.
-거 빨리빨리 정리 좀 하지. 늦어터져서는.
헬캣은 영 마뜩찮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여간 참 약한 존재들이다.
환수들에게는 딱히 그런 감정이 없었다.
그나마 인간계에 오래 머문 환수들에게는 생겨나는 감정이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환수들에게는 감정이라는 부분이 별로 존재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본성이 이성을 앞선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자신은 인간계를 자주 들락날락거리다보니 그런 감정에 익숙하긴 했다.
그래서 방금 어스아시시도 자신이 고이 보내주지 않았던가.
아주 친절하게.
허나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
-끌끌끌. 뭐 인간들이니.
혀를 찬 헬캣은 다시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사장의 주변을 벗어나자 펼쳐진 성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몇 개의 길모퉁이를 돌자 확 펼쳐지는 번화가.
심사장에 있던 관중의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타박타박 걸음을 가볍게 옮기는 헬켓.
순간.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 소리가 온 거리를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