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74
73
심사 후(3)
“뭐야? 바빠 죽겠는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엘리나가 말했다.
“뭐 좀 도와줄까?”
“돕긴 뭘 돕냐? 사라지는 게 도와주는 거다.”
말 그대로였다.
그녀는 지금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폰이 시킨 일마저 하려니 몸이 열 두 개라도 모자랄 것만 같았다.
“혹시 그 녀석…은 안 왔지?”
“그 녀석이 누군데?”
“오늘 화제의 주인공.”
아~
그 녀석.
그러고 보니 심사 중에 난입한 마수로 인해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죽…지는 않았겠지?
“그 사람. 죽은 건 아니지?”
“어? 어. 죽지는 않았을걸. 마리안느가 미친 듯이 들처메고 가던데?”
“마리안느가???”
엘리나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남자 보기를 돌 같이 하는 마리안느가 남자를 들처메고 갔다?
이건 이거 나름대로 빅 뉴슨데…?
그녀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마리안느가 왜???”
“모르지 그거야. 미쳤나보지. 그나저나 그러면 그 녀석 승급시험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 맞다 그거. 모르겠네. 어떻게 처리를 할 지. 고.맙.네. 할 일을 상기시켜줘서.”
“에헤헤. 고맙긴 뭘. 우리 사이에.”
심사가 중간에 멈춘 탓이었다.
그걸 인정을 해야할 지 아니라고 할 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밑에 직원을 좀 뽑아 달라니깐! 부사수는 왜 안 뽑아주는 거야? 도대체. 일이 너무 많아 죽겠네! 진짜.”
“내가 좀 도와줄까?”
“아서라. 너 있으면 오히려 방해다. 저리 안 가냐?”
그때 둘의 사이에 잠시 기스가 끼어 들었다.
“엘리나. 안녕.”
“어머~ 기스~”
기스의 등장을 몹시도 반가워하는 그녀였다.
“…야. 온도차가 너무 심하잖아.”
“야. 너랑 기스랑 똑같은 줄 아냐? 아벤 너 같은 놈팽이랑 기스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와… 아무리 옛 연인이라고 해도 그건.”
읍읍읍-
순간 아벤의 입을 틀어막는 벤토르.
지금 아벤이 하려는 말은 둘 사이의 관계를 아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명을 재촉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미…미안. 엘리나.”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재빨리 아벤을 끌고 가는 벤토르였다.
“하. 정말 짜증나.”
짜증이 난 기색이 역력한 엘리나.
그녀를 보며 기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한창 전투 중일 때 누구 새로운 자가 없었지? 가령 다이아 등급이라던가.”
“응? 다이아 등급? 그 정도 등급이나 되는 마수 사냥꾼이 왜 이 곳을 오겠어. 없었지 당연히.”
“흐음… 그럼 도대체 뭐였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럼 수고해. 엘리나.”
“응. 기스. 내 도움이 필요한 건 뭐든지 물어봐. 기스 네가 부탁하는 거라면야 다 알아봐 줄 수 있지.”
확실히 아벤보다는 기스가 훨씬 믿음직하다.
저 무뚝뚝한 모습에도 매력이 철철 넘치고 말이다.
매일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며 뺀질거리는 아벤보다야 아무렴 기스가 훨 낫지.
에휴.
눈이 삐었었지.
이런 기스를 냅두고 그놈에 얼굴에 빠져서는…
“그래. 고맙다. 그나저나 아벤이랑 다시 안 만날 거야?”
…미친 놈.
그녀의 표정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취소다.
이 녀석이 아벤에 비해 훨씬 낫다는 것.
그 나물에 그 밥이지.
기스 이 녀석은… 눈치가 없다.
아니 응당 눈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을 할 게 있고 하지 않을 게 있지.
에휴. 말을 말아야지.
“… 가라.”
“그래. 수고해라.”
자신이 할 말만 한 기스는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가 자리를 잡았다.
“에휴…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야!!! 내가 제대로 하랬지???!!!”
그녀의 짜증이 역력한 소리가 홱 터져 나왔다.
가만히 있다가 봉면을 당한 사람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괜히 나한테 난리야. 이씨.’
다른 이에게 괜히 분풀이를 하는 엘리나였다.
****
“우와아아아악~~~~”
한편 마리안느에게 들처매어진 체스.
지금 체스는 그녀의 어깨에 매달려는 있지만 격한 반동으로 인해 토할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좋지도 않은 몸 상태다.
느낌상도 그렇고 말이다.
게다가 자신만한 정도의 덩치를 가진 여자가 들소 마냥 질주를 하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뚝-
성의 거리로 들어와 한참을 달려가던 그녀가 갑자기 멈춰섰다.
여기가 목적지인가보다.
쾅-
마리안느가 힘차게 문을 열어젖혔다.
일순 집중되는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
모두는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가 누군지 알고 있는 눈치긴 했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다.
마수 사냥꾼들이 이곳에 오는 건 너무나 빈번한 일이었으니까.
다만 웬 자신의 덩치만한 사람을 한 명 들처메고 있는 게 좀 드문 일이긴 하다만은.
“환자야!!!”
우렁찬 목소리로 다급하게 외치는 그녀.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모두는 귀만 틀어막고는 여전히 눈만 뻐끔뻐끔거릴 뿐이었다.
마치 쟤가 왜 저러냐는 눈빛으로.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환자는 넘쳐난다.
아까 있었던 일 때문에 병원에 있는 침대는 이미 만석이었다.
그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한 번 고함을 꽥 질렀다.
“환자라니까! 치료 안 할 거야???”
그제야 간호사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조용히 좀. 여기는 병원이라구요.”
아차.
체스의 치료를 위해 황급히 이 곳으로 달려온 그녀였다.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 속에는 단지 체스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차있었으니까.
“일단 자리가 없으니 여기로…”
간호사로 보이는 여자가 그녀를 침대 옆 긴 의자로 안내했다.
빈 침대가 없었던 터라 그 자리도 겨우 만든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 그걸 일일이 따질 때가 아니다.
마리안느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재빨리 체스를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그녀의 이마에는 어느 새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다급하게 달려온 탓이었다.
그리고.
“우웨에에에엑~”
어깨에서 내려온 순간 체스가 그대로 구토를 했다.
몸도 안 좋은 판에 마리안느의 어깨 위에서 강제로 춤을 추게 된 탓에 속이 만신창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봐 이봐~ 안 좋잖아! 빨리 치료해줘! 죽는 건 아니겠지? 꼭 살려줘야 해!!!”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하는 마리안느.
“시끄러워욧! 집중이 안 되잖아요!”
간호사가 소리를 꽥 질렀다.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환자를 돌볼 수가 없다.
아.
그녀의 기세에 꼬리를 확 내린 마리안느.
마리안느의 입이 꾹 닫혔다.
그리고는 치료를 하는 간호사의 손에 자신의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하긴 무언가 부수고 박살내는 게 특기인 그녀이지 누군가를 치료하는 건 그녀의 특기가 아니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전장에서야 같은 팀원이라면 한없이 강하고 든든한 마리안느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긴장감에 몸을 바르르 떠는 게 마치 한 떨기 수선화와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사랑하는 정인의 죽음을 목전에 둔 듯 간절함이 가득한 그런…
‘제발… 부디 아무 일이 없기를…’
마리안느의 간절한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