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75
74
심사 후(4)
그리고…
결국 마리안느는 쫓겨났다,
조용히 지켜보는가 싶더니 말을 어찌나 그렇게 하는지.
참지 못한 간호사가 그녀를 밖으로 밀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억울했다.
굳이 잘못이 있다면 조금 소리를 높여 걱정했을 뿐인데.
쫓겨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그녀의 몸은 간호사의 위세에 밀려 문 밖에 있다.
그래도 간호사에 대한 원망은 눈곱만큼도 없는 그녀.
마리안느는 그저 체스가 무탈하기만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겨우 지났을까.
“환자 데리고 가세요.”
문이 벌컥 열리더니 간호사가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응??? 뭐라고???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어떻게 됐어? 응? 응???”
“…가뜩이나 지금 침대도 부족해 죽겠는데 이런 멀쩡한 사람을 데려오면 어떡해요? 완전 멀쩡하구만 그 호들갑을 떨어서. 바빠 죽겠는데 진짜.”
“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마리안느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분명히 마수에게 처맞고 벽에 처박히고 난리에 난리도 아니었는데.
“환자는 너무 멀.쩡.하.니.까. 데리고 가세요. 얼른.”
멍 때리는 마리안느를 향해 다시 한 번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하는 간호사.
“아…어…”
더듬으며 대답하는 마리안느.
하지만 도저히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는 마리안느였다.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다며 마리안느가 안으로 밀치고 들어가려는 찰나.
체스가 자신의 두 발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
정말이었다.
혹여나 잘못 봤나 싶어 두 눈을 비빈 후 다시 봤지만 역시나다.
정말 체스의 몸은 단 한 군데의 멍도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이럴 수가 있나…? 몸이 도대체 얼마나 단단한 거지? 이게 말이 돼??? 분명히 다친 것 같았는데.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휘적휘적 걸어나오는 체스를 바라보는 마리안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으며 골드 등급의 마수 사냥꾼이 된 그녀였다.
마수 사냥꾼들 중에서 이런 녀석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업혀 들어가자마자 두 발로 멀쩡히 걸어 나온다라…
다치지 않았었을 리는 없고 정말 지금 저게 허세가 아니라 멀쩡하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회복력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녀의 놀란 눈동자가 채 진정이 되기도 전.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에?”
“네?”
되레 반문하는 체스.
“어딜…?”
“어디라뇨. 멀쩡하니 돌아가야죠.”
“아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멀쩡한데요? 저도 어디 한 군데라도 부러진 줄 알았는데 그런 곳도 없고 괜찮네요. 뭐 여하튼 옮겨 주셨으니 감사하네요.”
체스는 과정이야 어찌됐건 간에 마리안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옮겨준 건 확실히 감사한 일이니.
그리고 이제 용무는 끝이 났으니 서로 갈 길을 가야지.
터벅터벅-
“아~ 잠깐만요!”
걸음을 옮기는 체스를 마리안느가 불러세웠다.
“네? 왜요?”
체스는 얼른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중간에 난입한 마수 때문에 심사의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의뢰소에도 가야 하고 일단 우선 너무 씻고 싶기도 했다.
그것만 확인하면 승급 심사고 나발이고 그냥 하루를 끝내고 싶은 생각이었다.
너무나도 지친 탓이었다.
“아. 아니에요.”
분명히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체스.
그런 그를 두고 마리안느는 더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볼에 홍조를 띈 채 뒤로 획 돌아 도망치듯 그대로 사라지는 마리안느.
그녀는 전력을 다해 왔던 길 그대로 달려나갔다.
체스가 뭐라 다시 말을 하기도 전 어느 새 시야에서 깔끔히 사라진 그녀.
“…뭐야? 왜 저래? 저 여자…”
체스는 그런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이상의 신경은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니.
“그런데… 벌써 저녁이네.”
해는 벌써 산 아래로 고개를 수그리는 중이었다.
그에 발이라도 맞추는 듯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달 만이 밤이 다시 다가옴을 알리는 중이었다.
“…내일 들러야겠네. 병원만 안 왔어도 들렀겠지만… 몰라. 돌아가지 뭐 일단.”
체스는 자신의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
헬캣은 어느 새 숙소에 돌아와 있었다.
“…언제 오셨어요?”
그러고 보니 승급 심사를 하느라 신경을 못 썼네.
별일은 없어 보였지만.
…별일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한참 됐다.
“…설마 다 보셨어요?”
-당연.
돌아오는 헬캣의 대답은 몹시도 짧았다.
뭔가 이야기를 좀더 하고 싶긴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헬캣도 그렇게 보이고 말이다.
‘어지간히 대답하기 귀찮은가 보구만.’
영 만사가 귀찮다는 듯한 헬캣의 말투에 체스도 더 이상은 질문하지 않은 채 침대에 털썩 누웠다.
아.
편하다.
잠이 솔솔 쏟아지는구만.
체스의 눈꺼풀이 막 감기려는 찰나.
-야.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강하고도 퉁명한 목소리.
체스가 고개만 살짝 돌려 헬캣을 쳐다 보았다.
“에?”
폴짝-
창틀에서 뛰어내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헬캣.
그리고는 그대로 체스의 몸에 폴짝 뛰어올랐다.
-몸에 이상은 없냐?
“…너무 이상이 없네요.”
-흠…
헬캣은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체스의 몸을 이곳저곳 훑기 시작했다.
“뭐…뭐하시는 거에요?”
-가만히 있어봐라. 내가 좀 알아볼 것이 있어서 그런다.
제대로 된 대답은 않은 채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는 헬캣.
체스는 더 이상 질문은 던지지 않았다.
피곤하기도 했고 말할 기운도 삽시간에 사라진 탓이었다.
그래도 뭘 알아보는 것인지 내심 궁금했던 까닭에 헬캣의 움직임에 따라 눈을 데구르르 굴리는 체스였다.
한편 미간에 새겨진 주름이 점점 깊어지는 헬캣의 표정.
잠시 후 그가 다시 입을 뗐다.
-역시. 쯧쯧.
혀를 끌끌 차는 헬캣.
뭐지?
왜 저래?
“네? 역시…라뇨? 뭔가 이상이 있나요? 제 몸이 뭔가 잘못되기라도 했어요…? 아프지는 않은데.”
-네 녀석이 들어올 때 이상한 게 확 느껴졌지. 누우니까 그 느낌이 더 강해지길래 혹시나 해서 지금 살펴보긴 했다만 확실히 알겠군.
“… 뭐가 이상해요? 제 몸은 잘못된 게 없는 것 같은데… 설마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 몸에 아픈 곳이 생겨난 건가요…?”
-응. 아주 이상하지. 아니다. 이상하다고 말하기에는 좀 그렇겠네. 간단히 말해서 네 녀석 머리가 열려버렸다.
“네??? 머…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