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83
82
자이앤트(1)
눈깜짝할 새에 일주일은 지나갔다.
“아. 저기 있네.”
아벤이 성의 입구에 서있는 체스를 발견했다.
아벤의 일행은 모두 다섯.
마리안느도 물론 섞여 있었다.
“오래 기다렸소?”
그리고 말을 꺼낸 아벤이 깜짝 놀랐다.
헉-
일주일 전에 만났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아벤 일행의 눈에 들어온 체스의 몰골.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살이 쪽 빠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
체스는 대답 대신 쓴 웃음만 지었다.
실은 요 며칠 동안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했던 체스였다.
그 일주일 새 추심조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 까닭에 그는 주머니를 탈탈 털려버렸다.
그런데 B급의 마정석을 받았던 체스였지 않은가.
그것 하나 만으로도 몇 달 정도는 이자까지 내고도 남을 돈이거늘 왜 저런 상태가 되어 있단 말인가.
그 원인의 제공자는 바로 체스의 옆에 있었다.
체스는 급 안 좋은 추억이 떠오른 듯 헬캣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헬캣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무아지경에 빠져 귀를 벅벅 긁고 있는 헬캣.
체스의 눈흘김 정도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웬수다 웬수. 진짜.’
****
모든 사건은 그 다음날 아침에 벌어졌다.
아침에 아주 개운하게 눈을 뜬 체스였다.
얼른 마정석부터 팔아치우려 했던 체스가 가방에서 마정석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곧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히 가방에 넣어두었던 마정석이 음식물 쓰레기 수준이 되어 있을 줄이야…
아마 진짜 그때 그 심정은 경험해 보지 않은 자는 모를 것이다.
처음에는 도둑맞은 줄 알았다.
“설마…”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범인은 있었다.
헬캣의 입 주변에 마정석의 부스러기가 잔뜩 묻어 있었으니까.
추궁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마수는 마수를 식량으로 삼는다나.
그리고 마정석은 디저트라니…
순간 힘이 쫘악 빠져 버렸다.
심지어 따질 힘도 없었다.
따져봤자 이미 뱃속으로 사라져 버린 마정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겨우 주머니 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우선 한 달치를 변제하고 나니 남은 것이라고는 동전 몇 개…
그리하여 일주일 새에 이 꼴이 되고 만 체스였다.
“말하자면 끝이 없으니 그냥 가시죠…”
“어…어… 그러죠…”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한 얼굴의 체스였다.
****
“그런데 이번에 가는 건 뭘 잡으러 가는 건가요?”
길을 걸어가던 체스가 물었다.
가는 와중에 간단하게 음식을 섭취한 덕분에 기운을 좀 회복한 체스였다.
그리고 걸어가다 보니 이번 일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솔직히 생각 같아서는 심사 결과만 제대로 나왔더라면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피커 아저씨도 파티에 합류하라는 말은 했지만 정작 본인은 본디 파티를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다.
처음 맺은 파티에서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는 체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
지금의 자신의 상황을 봐서는 거절하고 자시고의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말을 안 했군요. 이번에 자이앤트 굴이 발견이 되어서요.”
아벤의 말에 힘 없이 축 처져있던 체스의 눈이 번쩍 떠졌다.
“네? 자이앤트라면…”
“생각하는 그게 맞아요. 국가적인 재앙이 되기 전에 미리 막아야 하니까요.”
자이앤트라면…
간단히 말하면 개미처럼 생긴 마수들이다.
각 개체는 A급, B급의 마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가진 미친듯한 번식력이었다.
가만히 놔두면 순식간에 불어나버리는 마수들이었기에 발견하는 즉시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마수들이었다.
먼 옛날 자이앤트가 발견이 되어 한바탕 큰 소란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 몇 백년 간 자이앤트가 발견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었는데 뜬금없이 자이앤트라니.
그래서 이들이 자신에게 다음이라고 한 것이었구나.
그제야 이해가 좀 갔다.
“그러길래 다음에 참여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정 걱정되면 이번에는 빠져도 됩니다.”
“안돼욧!!!”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는 체스.
지금 어? 남의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야.
“아… 알았어요. 일단 이번에는 여러 사냥단들이 참여할 테니 아마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희가 그것까지 일일이 보살펴 줄 수는 없어요. 그건 명심하시고.”
“왠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침묵을 지키던 기스가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이 체스라는 녀석.
그 때에 비해 또 성장한 느낌이다.
몰골이야 두 말할 나위없이 형편없지만 그렇다고 쉽게 당할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이 녀석의 숨겨진 모든 능력을 알고 싶어지는 기스였다.
그리고 게다가 여러 사냥단들도 함께 참여를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쉽게 죽지는 않는다는 말이니.
“그리고 시작도 하기 전에 괜히 기 죽이지 마라.”
“그래도 야. 같이 가는데 당연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지.”
탐색조에 의하면 이미 자이앤트 무리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그 곳에는 분명히 자이앤트 여왕이 있다는 말이다.
자이앤트 여왕.
자이앤트 무리들 중에서도 유일한 S급이자 위험도도 몹시 높은 마수였다.
그래서 지금 이들이 이렇게 체스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그딴 걱정조차 사치라며 말을 하는 체스.
“네?”
“아. 아닙니다. 뭐 여하튼 알겠어요. 제 몸 정도는 제가 챙길 줄 알아요.”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벤이 보기에 참 희한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끝을 알 수 없다고 해야 하나.
딱 그런 느낌이다.
그래도 뭐 이미 전할 말은 다 했으니.
염려를 하는 건 둘째치고 나머지는 본인에게 달렸지.
아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채 걸음을 이어갔다.
****
이윽고 어김없이 찾아온 밤.
온종일 쉬지 않고 걸음을 한 탓에 모두는 꽤나 지쳐 있었다.
아무리 마수 사냥꾼이 강철 체력이라도 이런 행군은 확실히 지칠 수 밖에 없다.
순식간에 곯아 떨어지는 그들.
현재 이 곳에서 잠들지 않은 자는 불침번을 서고 있는 체스와 헬캣 뿐이었다.
-흠… 자이앤트도 넘어올 정도인가?
헬캣이 중얼거렸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접혀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기껏해야 우연찮게 몇 마리 정도 흘러 들어오던 자이앤트가 아니었는가.
그런 그들이 무리를 이루었다라.
확실히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이번에 마정석을 먹은 값 하시는 거죠?”
골똘히 생각에 빠진 헬캣를 갑자기 체스가 부르며 말을 툭 던졌다.
이 쪼잔한 놈.
아직도 그걸 마음에 품고 있나.
분명히 갚아준다고 했는데 이놈에 자식이.
-아휴. 알았다 알았어. 그거 먹었다고 아직도 날 구박하냐? 두 번 먹었다가는 아주 그냥 날 잡아먹겠네. 그냥 무시하고 확 꺼내버릴까보다.
“그럼 꺼내던가요. 쳇.”
-으규~ 그 놈에 주둥이. 확 찢어버릴까보다. 이놈아. 살아남는 것이나 걱정해라.
“왜요? 뭐 도르도라도 잡았는데 설마 그거 못 잡겠어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이앤트는.
이 녀석은 자신이 헬캣이라는 건 잘도 알더니 자이앤트는 어째 잘 모르는 모양이네.
정보가 없어서 그런가.
헬캣은 체스를 보며 혀를 끌끌 차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