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86
85
자이앤트(4)
[인간들이 왔단 말인가!]자이앤트 여왕이 흥분의 페로몬을 마구 뿜어냈다.
샤아아악-
그녀가 뿜어내는 페로몬이 자이앤트들의 온 몸을 적셔나간다.
그리고 그 페로몬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둥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여왕의 페로몬은 모든 자이앤트들의 동작을 멈추게 만들며 그들을 환희에 젖게 만들었다.
흥분에 파르르 떨리는 자이앤트들의 더듬이.
모든 자이앤트들을 그렇게 만들 정도로 여왕이 지금 이 순간 느끼는 흥분은 강렬하고도 욕망의 덩어리 투성이였다.
여왕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지극히 본능적이었다.
자신의 배 부분을 내려다보며 집게발로 배 부분을 쓰다듬는 여왕.
그러자 여왕의 배 안쪽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두쿵- 두쿵-
미약한 심장박동이 여왕의 집게발을 타고 느껴진다.
자신의 새끼.
지고지순한 존재가 될 자신의 새끼다.
‘무럭무럭 자라라. 모든 자이앤트들을 동원해서라도 널 주인으로 만들어 주겠다.’
주인들.
자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들.
고작 다섯이지만 그들이 환수계에서 가진 영향력은 그 어떤 환수라도 감히 대적불가인 존재들이다.
특히 자신들 자이앤트.
주인들의 철저한 감시 하에 놓인 그들은 세력을 넓힐래도 제대로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자신들을 차별하냐며 따져도 봤지만 오히려 소멸 당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며 헛소리나 지껄이는 것들.
그 때의 그 굴욕.
아마 땅바닥에 자신의 머리가 짓밟혔었지…
그걸 떠올리니 또 욕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오른다.
어차피 환수가 환수를 먹는 것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한 본능을 지네들 입맛에 맞게 조절을 하니 불만이 안 쌓일래야 안 쌓일 수 없는 여왕이었다.
그러던 와중 인간계로 넘어오는 문이 활짝 열렸다.
평소에 비해 이상하게도 훨씬 넓어진 문이었다.
이건 분명히 자신에게 날아온 기회.
여왕은 모험을 걸었다.
이번이 아니면 이 갑갑한 환수계에서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길로 여왕은 모든 자이앤트들을 데리고 인간계로 넘어왔다.
물론 희생은 있었다.
예전에 비하면 반에 반도 안 될 정도로 사라진 자이앤트들이었다.
넘어오는 와중에 잘못 발을 디뎌 소멸해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예전의 세 정도는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아마 지금쯤이면 자신이 인간계로 넘어온 것 정도는 주인들도 다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들이 이 곳까지 넘어오기에는 너무나도 큰 제약들이 많으니.
여기에서 힘을 쌓아 반드시 환수계로 돌아가 주인의 자리를 차지해 버리겠다.
자신이 아니라면 자신의 자식의 대에서라도 말이다.
욕망에 눈이 번들거리는 자이앤트 여왕이었다.
게다가 이곳 인간계.
환수계에서는 듣기만 하던 인간계가 아닌가.
와보고나서야 깨달았다.
이렇게 좋은 곳이 또 없다.
약해빠진 인간들.
인간들의 미약한 저항 따위 자신들의 단단한 갑각조차도 뚫지를 못한다.
그리고 먹이로 인간들을 섭취하며 깨달았다.
인간들 중에 강한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인간들을 생각하니 또 침이 고인다.
츄릅-
그것들은 자신에게 몹시도 질 좋은 먹이였다.
더욱 강한 알을 낳을 수 있는 양분을 섭취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여왕의 말에 자이앤트의 더듬이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좋구나 좋아. 반드시 그것들을 가져와라.]여왕의 눈이 기대감에 차올랐다.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앞의 고치를 마구 먹어치우는 여왕.
나중에 다가올 양질의 식사에 대한 기대가 식욕을 자극한 탓이었다.
사사삭-
그녀의 식사를 보며 자이앤트들이 재빨리 여왕의 방에서 몸을 뺐다.
여왕의 소중한 식시 시간이니.
쩝쩝-
[흐흐흐흐흐. 인간들. 마음껏 날뛰어 봐라. 마음껏 먹어주마.]쩝쩝-
여왕의 한껏 기대에 부푼 목소리가 방을 그득 채웠다.
그리고 여왕은 못다한 식사를 계속 이어갔다.
****
“많네…”
체스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렇게 많은 수의 마수 사냥꾼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마수 사냥꾼들이 모여 있는 곳.
대략 수는 200여 명.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사냥단의 깃발도 곳곳에 걸려 있었고 익히 얼굴을 알고 있는 다이아 등급의 랭커들도 몇몇 눈에 들어왔다.
“오… 설마 저 사람… 40위의 그 사람 아닌가요?”
체스가 손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발이 커다란 덩치 좋은 사내가 여기저기 정신 없이 고함을 지르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빅풋 랄프를 알아요?”
의외라는 듯 아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이아 등급의 사냥꾼 랭킹 정도는 꿰고 있어야죠. 신기하네. 저 사람 발이 엄청 커진다던데 지금 보니 그렇게 크지도 않은 것 같은데요?”
“아~ 사냥할 때만 그렇게 되는 거에요. 평상시에는 뭐 일반인보다 조금 클 정도이려나.”
“그렇군요. 신기하네. 발만 저렇게 어떻게 커지지?”
“그게 다이아 등급 정도의 마수 사냥꾼들은 뭔가 자신 만의 기술이 하나씩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랄프 님 같은 경우는 발이 커지는 것이구요.”
그때 끼어드는 기스의 목소리.
“우선 등록부터.”
아~
정작 이곳에 와서 해야할 일은 까먹고 감상에 너무 젖어 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체스를 비롯한 나머지였다.
그들은 등록소라고 되어 있는 임시 막사 쪽으로 몸을 향했다.
****
“안녕하세요~”
등록소에는 마수 사냥꾼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에 어찌나 열중인지 누가 들어와도 아무도 신경쓰는 이 하나 없었다.
뻘쭘해진 건 자연히 체스와 일행들의 몫.
“여보세요!”
아벤이 다시 말을 하려는 찰나 체스가 우렁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뭐야?
순간 일제히 쏠리는 시선.
바빠 죽겠는데 웬 듣도보도 못한 녀석들이 와서 일을 방해하고 난리야.
모두의 시선은 이런 반응이었다.
“아니 사람이 불렀으면 마ㄹ… 읍읍.”
신경질을 확 내려는 체스를 아벤이 말렸다.
이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마수 사냥꾼.
성질들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등급으로 따지면 자신들보다 한참 윗 등급의 사람들도 있잖은가.
그러니 오히려 지금 아벤이 체스의 입을 막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시작 전부터 괜히 시비를 붙어 좋을 일이 무에 있겠는가.
“자자~ 진정하고.”
“아니 왜요? 사람이 불렀으면 말을 해야할 것 아니에요?”
“아. 이 사람이. 잠시만. 잠시만.”
아벤이 더욱 열을 낼려는 체스를 잡아세웠다.
이미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감지한 마수 사냥꾼들이 하나 둘 일어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뭐냐?”
뒤편에 있던 키가 작은 사내 하나가 기분이 몹시도 나쁜 듯 진득한 불쾌함을 뿜어내며 일어섰다.
****
일어난 이는 참견쟁이 스고르.
단창을 주로 사용하는 그는 스피어 사냥단 소속으로 꽤나 이름을 날리는 마수 사냥꾼이었다.
그것도 사파이어 등급의 마수 사냥꾼으로.
지금 스고르는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그가 이 곳에 도착한 지는 벌써 며칠이 지났다.
자신의 사냥단이 도착했을 때 이 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도착한 김에 대장질을 좀 하려고 어깨에 뽕을 넣은 채 돌아다녔더니 속속들이 도착하는 존재들이…
이건 뭐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녀석들이 잔뜩 오는 게 아닌가.
자신도 사파이어 등급인데 말이다.
게다가 지금 하는 일.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데 맡겨진 일이 아닌가.
자신은 큰 일을 할 사람이거늘 이딴 곳에 짱박혀 있어야 한다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웬 처음 보는 어디 이름조차 못 올린 듯한 녀석 하나가 고함을 꽥 지르는 게 아닌가?
‘옳지. 잘 됐다. 너 이씨 내 분풀이 상대나 좀 해라. 스트레스나 좀 풀어야겠다.’
괜히 참견쟁이 스고르가 아니었다.
“뭐냐?”
그의 참견질이 시작되었다.
끈적한 살기를 묻힌 참견질이.